목록권력 (54)
주간 정덕현
'흉부외과' 고수의 질문, 당신의 심장은 누구 위해 뛰고 있나당신의 심장은 무엇을 위해 뛰고 있는가. 또 누구를 위해. SBS 수목드라마 는 그 소재를 다름 아닌 흉부외과에서 가져왔다는 점에서 다소 이런 문학적인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미 JTBC 같은 드라마를 통해서도 소개되었듯이, 병원은 그저 환자를 돌보는 곳만이 아니라, 하나의 기업체가 되었다. 그러니 그 곳에서 벌어지는 의료행위는 모든 환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흐름이 어느새 병원까지 깃들어, 이제는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하나의 무서운 시스템이 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똑같이 하나씩 갖고 있는 심장으로 유지되는 생명이지만, 돈과 권력의 차등에 따라 누군가는 계속 뛸 수 있는 기회를 얻고, 누군가는 기회조차 얻..
‘라이브’ 배성우·배종옥, 최고의 경찰부부가 중징계라는 건“짜증나 진짜. 앞으로 나보고 열심히 살란 소리 하지마. 맞잖아. 엄마 아빠처럼 열심히 살면 뭐하냐? 결과가 고작 이건데. 솔직히 말해서 엄마 같은 정직한 경찰이 어딨냐? 근데 그런 사람들한테 조직이라는 게 상은 못줄망정 중징계나 주고.”tvN 토일드라마 에서 오양촌(배성우)의 딸 오송이(고민시)의 볼멘소리에는 잘못된 세상에 대한 분노와 동시에 부모에 대한 존경이 들어있다. 표현은 제 아버지를 닮아 퉁퉁거리지만 그 말 속에는 열심히 살았고 정직하게 살아온 경찰로서의 아빠, 엄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있는 것. 동네에 출몰한 연쇄강간범을 힘겹게 잡았지만, 너무 늑장수사를 했다는 여론에 경찰이 질타를 받자, 수뇌부는 비겁하게도 이 사건을 해결한..
'골든슬럼버' 어리바리 강동원, 미스 캐스팅 우려 잠재우다영화 는 원작이 일본 소설이다. 일본에서는 2010년에 영화화되어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사실 일본 원작의 작품을 리메이크할 때 가장 먼저 우려가 가는 건 그 정서가 우리에게 맞게 제대로 변환되었는가 하는 점일 게다. 하지만 는 적어도 일본 원작 영화에서도 우리가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면이 충분한 작품이었다. 그것은 평범함 서민과 그를 둘러싼 추악하고 거대한 권력과의 사투라는 점이 국적을 초월하는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여기에 영화 제목의 모티브가 된 비틀즈의 명곡 ‘골든슬럼버’라는 음악이 감동적인 장면들 속에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점도 이런 국적 차이가 만드는 정서를 하나로 묶어주는 힘으로 작용한다. 다른 것도 아니고 비틀즈의 노래가 아닌가. ‘골..
‘조작’, 남궁민이라는 기레기에 희망을 거는 이유SBS 새 월화드라마 은 너무나 현실 같은 드라마다. 정관계와 손이 닿아 사건을 은폐하고 사실을 조작하는 거대 권력을 가진 언론사. 그 와중에도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하는 검사와 기자들. 하지만 정관계와 언론의 커넥션 속에서 희생되는 그들. 이런 이야기는 더 이상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뻔히 보이는 그 비리를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그 단단한 적폐들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무력감을 느껴왔던가. 의 한무영(남궁민)은 그 비리 앞에 희생된 형으로 인해 기레기를 자청하며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인물이다. 이석민(유준상)과 권소라(엄지원)는 진실을 밝히려다 권력의 힘 앞에서 속절없이 꺾여버린 기자와 검사다. 이 다루려는 이야기의 그림은 그래서 첫 회에 이미 ..
'파수꾼'이 제시한 검찰이 신뢰를 회복하는 단순한 방법사실 MBC 월화드라마 이라는 드라마의 이야기는 현실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비리로 얼룩진 법 집행에 의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고통을 겪은 피해자들이 법망 바깥에서 ‘파수꾼’ 역할을 하며 법이 집행하지 않는 정의를 대신 실현해가는 이야기는 실제 벌어지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 이 판타지적 이야기는 현실을 건드리는 면이 있다. 검찰과 경찰이라는 사법 정의가 아직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그 지점을 제대로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그 문제의 중심으로 내세우는 인물은 이제 검찰총장 후보로 낙점을 받아 인사청문회를 치르는 윤승로(최무성)다. 그가 그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건 다름 아닌 무수한 피해자들의 고통이 밑거름 되었다. 모..
품위녀’, 팽팽해진 김희선과 김선아의 대결이 말해주는 것그저 잘 포장된 불륜극이다? 글쎄. JTBC 금토드라마 가 2회 동안 보여준 건 강남 부유층 집안사람들의 막장에 가까운 내밀한 삶의 이야기다. 남편이 딸의 미술선생과 바람나는 줄도 모르고 그 선생의 작품을 후원하는 우아진(김희선), 남편을 성형외과 원장으로 두어 남부러울 것 없는 유한마담으로 살아가지만 그 남편이 그녀 바로 옆에 있는 오경희(정다혜)와 내연관계라는 사실을 모르는 차기옥(유서진). 대담하게도 남편의 레지던스홀에서 바람을 피우다 직원에게 들킨 김효주(이희진)과 그녀의 불륜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듯한 그녀의 남편 서문탁(김법래).... 겉으로 보면 품위 있는 그녀들처럼 보이지만 그 속살은 불륜과 폭력으로 얼룩진 삶이다. 그래서 마치 는 ..
‘군주’, 가면과 권력에 대한 중독의 상관관계가면의 주인은 과연 누가 될까. MBC 수목드라마 에서 편수회에 의해 죽을 위기까지 처했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아 보부상 두령이 된 세자 이선(유승호)은 궁 밖에서 힘을 모아 편수회를 무너뜨리고 자신의 왕좌를 되찾으려 한다. 본래 ‘왕세자’라는 가면의 주인은 그였지만 지금 그는 ‘보부상 두령’이라는 가면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세자 이선의 빈자리에 편수회가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천민 이선(엘)에게 일어나는 변화다. 처음 그는 세자를 위해 기꺼이 자신이 가짜 세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이것이 편수회에 의해 발각되고 세자의 죽음(물론 그건 진짜 죽음이 아니었지만)을 목격하며 대신 세자의 자리에 올라 허수아비 왕이 되자 심경의 ..
백성의 마음을 훔친 ‘역적’, 진정한 리더를 묻다“오냐 내 아버지는 씨종이었고 나는 씨종 아모개의 아들이다. 허나 내 몸에 흐르는 홍아모개의 피는 그 어떤 고관대작의 피보다 뜨겁고 귀하다. 이 중에 내게 흐르는 것처럼 뜨거운 피를 지닌 자 내게 흐르는 것처럼 귀한 피를 지닌 자 그런 자만이 이 위대한 싸움을 함께 할 수 있다. 그대들에게 어떤 피가 흐르는가. 그대들 중 누가 나와 함께 할 것인가.”향주목에서 연산(김지석)이 이끄는 관군과 길동(윤균상)이 이끄는 백성들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충원군(김정태)은 길동의 출신을 거론하며 그런 종의 자식을 너희들은 ‘홍장군’이라 따르고 있냐고 비아냥댄다. 하지만 길동은 스스로 자신이 씨종의 아들이라는 걸 밝히며 자신의 피는 그 어떤 누구보다 뜨겁고 귀하다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