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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책의 가치를 되새긴 ‘알쓸신잡3’, 합당한 예의를 갖추다 “웬만하면 절판된 책은 안 가지고 나오려고 했는데, 이런 책은 사라져서는 안된다.” tvN 마지막편에 출연자들이 추천 도서를 소개하는 시간에 김영하는 김은성 작가의 만화책 를 소개하며 그렇게 말했다. 40세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만화가가 뭘 그릴까 생각하다 그린 그 만화는, 함경북도 북청에서 피난 와서 이제 여든 살이 된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다. 하나하나 어머니가 해주는 이야기를 취재해 그린 그 만화책은 완성하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작가는 ‘어머니는 80대 10년을 당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시며 시간을 보내셨다’며 ‘지금은 내가 어머니보다 어머니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기억한다’고 말한다. 김영하 작가는 이 만화의 멋..
‘알쓸신잡3’, 개화기 폐쇄정책이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건“열어서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지만 닫아걸고 성공한 나라는 없어요. 왜냐하면 인간의 기술발전과 교통수단의 발전과 정보통신의 발전과 이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 의존해서 상부상조 분업해서 살아가는 범위는 계속 커지는 게 빅뱅처럼 진행되어 온 거죠. 가속팽창 하는 우주에서 혼자서 고립하겠다고 하면... 결국 조선은 열어서 실패했을 수도 있다고 봐요. 그러나 성공할 기회조차 잡아보지도 못하고 그냥 일제 식민지로 떨어져 버린 거죠. 안타깝죠.”첫 눈 내리는 날 강화도로 간 tvN 에서 유시민은 개화기에 그 곳에서 벌어졌던 병인양요, 신미양요 같은 사건들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와 미국의 함대가 연달아 강화도를 침범했던 사건들...
'알쓸신잡3' 김영하는 왜 유시민이 원효대사를 닮았다고 했나“서핑하면서 뭐가 달라지셨어요?” 하고 묻는 김영하의 질문에 양양에서 만난 한 서퍼는 “여유로워졌어요”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사는 것처럼 각박하지가 않다”는 것. “여기로 이사 오면서 서울처럼 살려면 못 살죠. 욕심 다 버리고 그냥...” 속초, 고성, 양양으로 떠난 tvN 예능 에서 서핑하는 이들을 지긋이 바라보며 김영하는 그 파도타기와 우리네 인생의 닮은 점을 생각한다. “자연은 인간과 경쟁하지 않잖아요. 파도가 나를 평가하지 않아요. 파도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오는 거예요. 그 파도를 잘 타면 기분이 좋은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내가 노력한다고 좋은 파도가 오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오늘 좋은 파도가 오면 감사히 타고 안 오면 그냥..
‘알쓸신잡3’, 우리 시대에 맞는 논개 해석이 필요한 까닭“우리가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논개라는 한 인간의 선택에 대해서 우리가 들어온 이야기가 국가주의 서사라는 거예요. 국가라는 어떤 권위 있는 인간조직을 위해서 한 여인이 국가를 위해서 뭘 한 것과 같이 스토리를 만들어낸 이 서사가 왠지 불편한 거예요.” 진주에서 펼쳐진 tvN 예능 에서는 그 지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논개 이야기가 화제로 올랐다. 우리에게는 왜장을 껴안고 강물로 뛰어들었다는 기생으로 알려진 이야기. 그래서 진주성의 촉석루에서 보이는 진주교의 다리 밑으로는 논개가 왜장을 껴안을 떼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끼었다는 황동가락지 모양이 조형물로 들어가 있었다.한 때는 이 논개의 이야기가 마치 국민이라면 누구나 숭앙해야할 애국적 서사로 읽혔..
‘알쓸신잡3’, 시에나 캄포광장에서 떠올려진 우리의 포용성 수준이것이 진정한 의 묘미가 아닐까. 이탈리아 시에나의 캄포광장 이야기가 우리네 공동체 문화 이야기로 옮겨가고, 그 이야기는 포용성 문화가 얼마나 그 지역을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코드가 되는가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 이야기들은 이탈리아의 시에나 캄포광장에서 시작해 우리네 아파트 이야기, 산업혁명 시기의 영국이야기, 인구가 서울에만 집중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심지어 음악하던 친구들이 모이던 홍대와 최근 새로운 음악인들의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는 온라인으로까지 옮아간다. 대화를 통한 인식의 확장. 지식들이 겹쳐지면서 생겨나는 깨달음. 가 시에나 캄포광장을 통해 우리의 포용성 수준을 질문하는 대목이 흥미로웠던 이유다. 이야기는 김진애 교수가 중..
‘알쓸신잡3’, 마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김영하의 여행이건 소설가의 여행법이 아닐까. 피렌체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두오모 성당, 우피치 미술관이 있는 시내의 좁은 골목길과 오밀조밀한 집들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이지만, 김영하는 엉뚱하게도 ‘영국인 묘지’를 찾아간다. 여행을 하다보면 지치게 되기 마련, 그 때마다 이 소설가는 묘지를 찾아가곤 했단다. 그래서 피렌체에 와서 묘지를 검색해보니 ‘영국인 묘지’라는 게 있다 해서 가게 됐던 것. 피렌체의 유서 깊은 레스토랑에서 벌어진 tvN 예능 프로그램 의 수다가 두오모 성당과 그 성당을 설계한 브루넬레스키 이야기 그리고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을 때 김영하가 꺼내놓은 ‘영국인 묘지’ 이야기는 생소하기 때문에 참신하..
피렌체 간 ‘알쓸신잡3’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들은“메디치가는 피렌체 지역의 만석꾼. 우리 개념으로 하면 만석꾼이죠. 왜 유명해졌냐하면 이 만석꾼이 그냥 돈만 밝힌 게 아니고 예술적인 성취를 중요하게 여기고 예술가를 키우고 후원하고 그 사람들이 실력발휘를 할 수 있게 뭘 짓고 이런 걸 엄청 많이 한 거예요. 예술을 아는 그래서 돈을 좀 쓴 만석꾼.” tvN 가 찾아간 피렌체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나누는 수다에 이 지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디치가를 유시민은 그렇게 평가했다. 실제로 피렌체 곳곳에는 메디치 가문의 흔적들이 남아있었고, 이들이 후원한 예술가들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도나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포함해 브루넬레스키, 기베르티, 미켈로소, 마사초, 알베르티, ..
‘알쓸신잡3’, 소피스트도 울고 갈 이야기꾼 유시민과 김영하“정치적 삶(공동체의 삶)은 오직 말과 행동으로 이뤄진다. 말을 통해서 공공의 삶에 개입할 수 있다.” tvN 에서 앞서나가던 그리스가 왜 기독교 문화가 들어오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김영하는 한나 아렌트의 그 말을 꺼내놓는다. 기독교적 세계관은 말과 정치의 참여를 죄의 근원으로 보고 ‘관조’를 중시하게 만들었다는 것. 공적인 삶이 아니라 사적인 삶으로서 기도하고 관조하는 삶을 강조함으로써 결국은 권력자들에게 유리한 시스템이 되었다는 것이다.그 말을 듣던 유시민은 당시 공공교육이 전혀 존재하지 않던 그리스에서 사설교육을 담당하던 소피스트들이 부당하게 폄하된 면이 있다고 했다. 말하고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던 당대 그리스의 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