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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꽃남’, 그 광고 같은 세상의 마력 ‘꽃보다 남자’는 극단적인 빈부 격차를 바탕으로 드라마가 구성되어 있다. 초부유층인 구준표(이민호)는 하녀와 집사까지 있는 궁전 같은 집에서 살지만, 서민층 금잔디(구혜선)는 자그마한 아파트에서 옥탑방으로 그리고 결국에는 집 없이 거리를 떠도는 처지로 살아간다. 구준표는 스포츠카에 전용비행기까지 있어 원하면 전용 섬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만큼 여가의 삶을 즐기지만, 금잔디는 자전거를 끌고 새벽 우유 신문 배달에, 아르바이트에 대부분의 시간을 생계로 써야한다. 하지만 이 비교체험 극과 극 같은 구준표와 금잔디에게도 똑같은 것이 있다. 그것은 같은 기종의 핸드폰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구준표와 금잔디의 핸드폰이 말해주는 것 물론 이것은 PPL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만,..
세월이 가도 사라지지 않는 멜로 드라마의 전통 장르가 무엇이건, 스타일이 어떻건 우리네 드라마는 늘 그 중심에 멜로가 있다.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사실상 모든 드라마는 멜로 드라마이며, 그 변용이 여러 장르로 변주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때 트렌디 멜로 드라마에 대한 염증으로 ‘하얀거탑’이나 ‘개와 늑대의 시간’같은 장르 드라마들이 새롭게 등장했지만, 어느 새부터인지 그 장르드라마들 속에 떡 하니 들어앉아 있는 건 다름 아닌 멜로가 되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우리네 모든 드라마들은 멜로와 떨어질 수 없는 것일까. 월화드라마로 새롭게 시작한 ‘내조의 여왕’에서는 내조하는 여성들의 권력 대결구도가 전면에 나오고 있지만 그 후방을 지원하는 구도는 역시 멜로적 설정이다. 고교시절 잘나가던 퀸카 천지..
'꽃보다 남자'에 등장하는 초부유층 F4가 가상의 학교인 신화고등학교(대학까지 있다고 하죠)에 군림하는 장면은 말 그대로 판타지일 뿐 현실이 아닙니다. 모든 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그들은 무엇이든 갖고 싶은 것은 마음껏 가질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는 그런 존재죠. 그들에게서 돈 냄새가 풀풀 풍기는 것은 그들 주변에 널려진 갖고싶은 욕망을 부추기는 상품들 때문입니다. 부수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상품들의 힘은 실로 대단합니다. 제가 아는 여성분들 중에는 드라마를 보면서 스토리보다는 거기 출연하는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사는 집, 타는 차, 놀러가는 곳에 더 관심이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팬시한 공간으로서의 드라마라는 판타지가 상품들과 어떻게 만나는가를 몸소 보여주는 분들이죠. 해외..
청춘이 영원한 향수가 된 사연 지금 TV에 ‘꽃보다 남자’와 소녀시대는 마치 공기처럼 퍼져있다. 그것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거의 어김없이 패러디의 대상이 되고 있어, 무심코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그 영상들을 반드시 만나게 된다. 패러디 영상들은 인터넷 속에 말 그대로 산재해 있고, 게다가 일반인들이 경쟁하듯 만들어낸 UCC는 시선의 골목들을 장악하고 있다. 라디오도 예외는 아니다. ‘꽃보다 남자’는 OST의 형태로 수없이 반복되어 노래 속에 영상을 환기시키고, ‘소녀시대’의 ‘gee’ 역시 그녀들의 풋풋한 춤동작을 보지 않고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반복적으로 라디오를 채우고 있다. 특기할만한 것은 이들에 쏟아지는 관심의 축이 젊은 층에서부터 중년층으로까지 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지금 이..
‘막장’과 ‘국민’이라는 용어, 남용되고 있다 막장. ‘갱도의 막다른 끝’. 흔히 ‘갈 데까지 갔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최근 드라마들이 불륜과 자극적인 설정과 식상할 정도로 반복되는 스토리를 반복하면서, 이 말은 그런 드라마들을 지칭하는 접두어가 되어버렸다. 이 ‘갈 데까지 간’ 드라마에 대한 반발심이 ‘막장’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불러온 것이다. 현재 ‘막장’이라는 용어는 실로 전염병처럼 창궐하고 있다. 오히려 ‘막장’ 아닌 것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일찌감치 막장의 전염병을 터뜨리고 화려한 시청률로 사라진 ‘너는 내 운명’을 비롯해, 현재 그 스피디한 전개로 실험성까지 바라보게 되는 ‘아내의 유혹’이 그 대표주자. 이제 이 전염병은 일일드라마나 가족드라마에 머물지 않고 ‘에덴의 동쪽’이나 ..
부재한 만화적 상상력, 사회극으로 연출된 ‘꽃남’ 고교생이 함께 호텔에 들어가고 바에서 술을 마시고 나이트 클럽에서 춤을 춘다. 단지 서민이라는 이유로 계란과 밀가루 세례를 받고, 사생활이 찍혀 공개되는 등 자극적인 왕따 문화가 그려진다. 돈 앞에 지나치게 고개를 숙이는 금전만능주의를 그려 서민들의 삶을 왜곡한다. ‘꽃보다 남자’에 쏟아진 논란들은 그 끝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도대체 왜 그럴까. 원작만화가 그렇다면 끝? 가장 큰 이유는 연출력 부재에서 비롯된다. ‘꽃보다 남자’의 스토리는 대부분 일본 원작만화에서 그려진 그대로다. 하지만 같은 스토리라도 만화 속에서와 드라마 속에서는 전혀 느낌이 다르게 그려진다. 금잔디(구혜선)네 집의 아이 같은 어른과 어른 같은 아이 설정은 만화에서라면 당연히 가벼..
현실을 잊고픈 판타지 vs 현실 속에서도 꿈꾸게 하는 판타지 지금 캐릭터로 가장 화제를 누리고 있는 것은 단연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이민호)다. 이 캐릭터를 통해 이민호는 ‘벼락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여성들은 자기 여자친구를 위해 백화점을 통째로 빌려 옷을 사주고, 전용비행기를 태워 뉴칼레도니아까지 날아가 주말을 보내며, 그러면서도 여자친구의 서민적 삶(?)까지 끌어 안아주는 이 만화 속에서 막 나온 듯한 꽃미남 캐릭터에 빠져들고 있다. 구준표에 대한 반응, 왜 여성과 남성이 다를까 이상한 것은 이 구준표라는 캐릭터에 대한 남녀 간의 반응이 상반된다는 점이다. 여성들이 열광하는 반면, 남성들은 그다지 이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여기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여성들을 꿈꾸게..
‘꽃남’과 ‘돌아온 일지매’, 원작만화에 가까워진 드라마 물론 원작이 만화이지만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캐릭터들 역시 순정만화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인물들이다. 초부유층 자제들인 F4의 일상은 무대회, 별장, 파티 같은 순정만화 속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그들은 분명 고등학생이지만, 신화고등학교가 재학생들에게 주는 파격적인 특혜로 인해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모습 따위는 발견할 수 없다. 왜? 만화 속에서 그런 이야기는 재미가 없으니까.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멋진 꽃미남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비일상적인 모습들이다. F4의 리더인 구준표(이민호)와 스포츠카를 타고, 분위기 있는 꽃미남 윤지후(김현중)와 함께 말을 타고, 식사를 할 때도 하녀들의 시중을 받거나 주방장의 특별 서비스를 당연한 듯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