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꿈 (36)
주간 정덕현
'청춘기록', 가난하다고 꿈도 사랑도 가난할까 "나 지금 하고 싶은 거 있는데 허락이 필요해." 사혜준(박보검)은 안정하(박소담)에게 그렇게 키스의 허락을 구한다. "허락할게." 안정하는 선선히 허락하고 두 사람은 키스를 한다. 그리고 안정하가 말한다. "생각해 봤는데 언제든 해도 돼. 나도 그래도 돼?" 그 말은 그가 얼마나 사혜준을 사랑하는가를 담아낸다. 그러자 화답이라도 하듯 사혜준 또한 자신의 사랑을 담아 이렇게 말한다. "넌 뭐든 돼." tvN 월화드라마 에서 사혜준과 안정하가 나누는 이 키스신은 가슴을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 설렘과 기쁨 속에는 어딘가 슬픔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그건 뭐랄까 뭐 하나 제 맘대로 되는 게 없는 세상에서, 그들이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서로에게만큼은 모든 ..
가진 게 없다고 꿈도? '브람스'가 멜로에 담은 진짜 메시지 "저 언니 계속 꼴찌래. 서령대에서 바이올린 한다고 다 바이올리니스트인가?" 같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하지만 유명 변호사 딸 조수안(박시은)은 채송아(박은빈)를 그렇게 낮게 바라보며 해서는 안 될 말까지 꺼내놓는다. 구두를 가져오지 않아 채송아가 자신의 구두를 빌려주고 슬리퍼를 신고 무대 뒤에서 서 있는 동안, 조수안은 무대에서 연주를 한다. SBS 월화드라마 의 이 장면은 가진 것과 꿈 사이에 놓인 엄청난 현실적 격차를 그 자체로 보여준다. 뒤늦게 바이올린에 대한 꿈을 갖게 되어 다니던 경영대를 포기하고 4수 끝에 음대에 들어온 채송아(박은빈)에게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그의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좋아해서"라는 것. 너무 좋..
갑질 하는 세상, '쌍갑포차'의 서민 판타지 통할까 어두운 밤, 귀갓길에 쓸쓸히 포장마차에 들러 소주 한 잔을 마셔본 사람은 알 게다. 뭘 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나 도저히 풀어낼 길 없는 상처 같은 것들을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이 술기운에 잠시 잊는 것뿐이라는 걸. 그래서 모든 걸 잊고 푹 자고나면 모든 게 잘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술 한 잔을 기울인다는 걸. 아마도 JTBC 수목드라마 가 굳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를 동원해 삶에 지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다고 나선 건 바로 그 서민들에게 잠시나마 위로를 건네기 위함일 것이다. 갑질하고 심지어 성추행까지 하는 상사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하소연 한 번 못하는 마트 비정규직에게 쌍갑포차의 월주(황정음)는 술 한 잔을 권한다. ..
천문’, 최민식과 한석규의 브로맨스만큼 먹먹했던 건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끈끈했던 관계를 브로맨스에 가깝게 그린 작품이다. 브로맨스를 넘어 로맨스에 가깝다는 관객들 반응처럼 이들이 보여주는 서로에 대한 감정은 단순한 우정과 신의 그 이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여성 출연자가 거의 없고 중년을 훌쩍 넘긴 남성들의 이야기로만 채워지지만 때론 가슴이 설레고 때론 먹먹해지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영화. 관노로 태어나 하늘과 별을 보는 걸 좋아했지만 고개 드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아 땅만 보고 살았던 장영실의 천재성을 한 눈에 알아보고 세종은 함께 누워 하늘과 별을 보자고 한다. 세종은 왕의 자리가 늘 아래를 내려다보기만 해야 하는 자리라서 올려다볼 수 있는 하늘이 좋..
‘보좌관2’ 이정재는 과연 저 깊은 늪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JTBC 월화드라마 의 첫 화 부제는 ‘탈피’다. 무슨 일인지 일단의 무리들에게 두드려 맞고 밑으로 굴러 떨어진 장태준(이정재)이 사력을 다해 그 둔덕을 오르면서 ‘껍질’에 대한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껍질을 깨고 나와야 살 수 있고 날 수 있지만, 그렇게 나와 껍질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생명은 포식자의 먹잇감이 된다고 그 내레이션은 말한다. 꼭대기에 간신히 오르지만 그를 향해 달려드는 자동차를 보여주며. 이 시작이 말해주는 건 장태준이 이제 껍질을 벗고 본격적인 정치의 세계 속에 뛰어들 것이라는 예고다. 그는 자신이 따르고 존경했던 이성민(정진영) 의원이 법무부장관이 된 송희섭(김갑수)의 모략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
‘땐뽀걸즈’, 혹독한 현실 우리에게 판타지가 필요한 까닭KBS 월화드라마 가 종영했다. 종영했지만 이 작품이 남긴 여운은 꽤 오래 갈 것 같다. 최고 시청률은 고작 3.5%(닐슨 코리아). 평균 시청률이 2%대지만 시청률 하나만으로 재단할 수 없는 드라마다. 올해 KBS 드라마들을 통틀어 봐도 이 작품만큼 예쁘고, 가슴을 울리게 하는 감동과 함께 삶의 의미까지 담아낸 작품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걸까. 실제 거제여상의 댄스스포츠 동아리와 이 동아리를 이끈 이규호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드라마화한 것이기 때문에 비교점이 만들어지는 건 당연하다. 실제 사실을 이기는 허구는 존재하기 어렵다. 그래서 별다른 극적 구성없이 이규호 선생님의 헌신적인 교육자로서의 ..
이엘·배두나에게 버림받은 차태현 통해 '최고의 이혼'이 하고픈 이야기“10년이 지나도 아무 것도 모르네. 나 너와의 사이에 좋은 추억 같은 거 하나도 없어. 헤어질 때 생각했어.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이런 남자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같은 동네에서 우연히 만난 대학시절 첫사랑 진유영(이엘)이 갑자기 내뱉은 이 말에 조석무(차태현)는 충격에 빠진다. 조석무는 진유영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걸 목격한 후, 그 찜찜함을 견디지 못한다. 결국 진유영을 찾아가 생각해준답시고 그 사실을 얘기하는데, 갑자기 진유영에게서 나온 이야기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다.KBS 월화드라마 은 우리가 흔히 이혼이나 헤어짐에서 상상하는 그런 극적인 이유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보통 이혼이라고 하면 계기..
'감빵생활'이 건드린 '노오력'과 최선 요구하는 사회“나 이제 그만 노력할래. 최선을 다하는 것도 이제 지겹다.” 프로야구 슈퍼스타인 김제혁(박해수)은 의외로 선선히 은퇴를 선언했다. 김제혁 선수가 슈퍼스타가 됐던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인내의 아이콘’이고 ‘노력의 아이콘’이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로 위기를 맞았던 순간이 있었지만 인내와 노력으로 재기에 성공했던 그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깨에 이상이 있다고 해도 재활치료를 통해 재기할 거라 주변사람들은 믿고 있었지만 김제혁의 선택은 달랐다. 그는 심지어 “야구만 은퇴하면 뭐든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tvN 수목드라마 에서 김제혁의 이 은퇴선언이 담는 함의는 작지 않다. 대부분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포기보다는 노력을 통한 극복을 보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