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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나쁜 남자', 유리가면 뒤에 숨겨진 자본의 얼굴 '여기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기억에서 조차 사라진 이들은 이렇게 작고 초라한 죽음으로 남아있는데 그들은 죽음으로 몬 사람들은 여전히 평온하다...(중략) 그들에게서 모든 걸 빼앗을 수만 있다면 난 기꺼이 악마이길 선택한다. 신이 그들 편이라면 악마는 나의 편이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나쁜 남자'의 심건욱(김남길)이 살해된 부모의 묘 앞에서 오열하며 하는 이 내레이션은 일종의 선언문 같다. 심건욱은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다른 사람 인생 따위는 벌레보다 더 하찮게 여기는 해신이라는 그 껍데기를 쓴 그 인간들"을 무참히 부숴버릴 것이라 선언한다. 도대체 해신(으로 대변되는 인간들)은 무엇이고, 그들이 심건욱과 그 가족들에게 한 짓..
'로드 넘버 원'의 높은 완성도와 남는 아쉬움 "봉순아. 보이는 겨. 이놈들이 사람이었구먼. 귀신이 아니고 사람이었어. 얼마나 집에 가고 싶었을까. 얼마나..." 어느 날 갑자기 징집되는 바람에 가족과 헤어져 전장에 와 있는 박달문(민복기) 이병이 적의 참호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도망치지도 못하고 처절하게 죽어간 북한군 병사의 사슬을 풀어주며 하는 대사는 '로드 넘버 원'이 어떤 드라마인가를 잘 드러내준다. '로드 넘버 원'을 가지고 애초에 '반공으로의 회귀'를 걱정했던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전쟁이 있고, 남과 북이 서로 총칼을 들이밀고 싸우고 있지만, 그들에게서 서로에 대한 증오보다 더 절실해 보이는 건 생존이다. 그들이 싸우는 것은 단지 승리를 위한 것만이 아니고,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
'자이언트' 일으킨 가족애, 그 가능성과 한계 '자이언트'의 시청률은 최근 몇 회 동안 갑자기 올랐다. 10% 언저리에 머물던 시청률은 18%대까지 올랐고, 현재는 16%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대작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자이언트'의 초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유는? 국책성 드라마라는 오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이런 오해는 눈 녹듯 풀렸다. 복마전을 방불케 하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사건들의 연속은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흘러갔다. 강남땅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각축전은 사극의 전투를 연상케 할 정도. 하지만 국책성 드라마라는 오해가 풀리고, 숨 가쁘게 돌아가는 사건의 연속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정체상태였다. 이런 멈춰선 '자이언트'의 거..
'로드 넘버 원'은 시사회에서 한지훈 작가가 말한 것처럼 쿨하지 못하다. 한 작가는 "동창과 친구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자신이 공부했던 학교와 생활한 마을에 폭탄이 터지는" 한국전쟁을 다루는 작품은 할리우드 전쟁 영화처럼 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맞는 이야기다. 도대체 참혹한 전쟁을 다루면서 액션영화처럼 멋진 장면들을 어찌 연출할 수 있을까. 하지만 '로드 넘버 원'이 쿨하지 못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한국전쟁이라는 소재가 가진 함의, 한때 반공용으로 거의 다루어지면서 생겨난 편견, 그런 것들의 강박 때문일까. 이 작품은 서두부터 장우(소지섭)와 수연(김하늘)의 멜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이장수 감독은 "전쟁 같은 멜로"라고 했지만, 그것은 연출과 연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장우와 수연이 ..
'동이' 27회의 스토리는 무엇이었을까. 장희빈(이소연)이 동이(한효주)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녀가 돌아와도 바꿀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독약을 마시는 자작극을 벌인 것? 그래서 향후 폐비(박하선)에게 누명을 씌워 아예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던 사건? 만일 이것이 '동이'가 한 회분 사건이라면 이 스토리는 과거 흔하디 흔한 장희빈 이야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물론 '동이'는 스스로 기획의도에서 밝힌 듯이 숙종의 후궁이자 영조의 생모가 될 동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그러면 27회 한 회 동안 동이가 겪은 사건은 무엇일까. 궐 밖으로 도망쳐 가까스로 살아남은 동이(한효주)가 의주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아 도성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동이는 무수리가 되어 궁으로 들어온다. 폐..
'검사 프린세스'가 종영했다. 그저 가볍게만 여겨졌던 드라마는 그러나 차츰 진지해지면서 결국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흔히들 이 드라마를 통해 '서변앓이'를 경험했다고들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마혜리(김소연) 옆에 나타나 가벼운 농담처럼 다가왔던 서인우(박시후). 그런 그가 갑자기 사라져버리자 '서변앓이'를 시작했던 마혜리처럼, 그걸 바라보면서 똑같이 '서변앓이'를 했던 시청자들처럼, 이제 '검사 프린세스'의 갑작스럽게만 느껴지는 종영 앞에 뒤늦은 '검프' 앓이를 하는 이유는 왜일까. '검사 프린세스'의 시작은 경쾌하기 그지없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였다. 미니스커트 차림에 "야근을 왜 하냐"며 6시면 땡하고 회사를 나서서는 명품 가방이나 챙겨드는 무개념 검사 마혜리(김소연)는 그 어이없는 행동으로 웃..
'검사 프린세스', 소현경표 멜로드라마의 사회성 "좀 전에 골라든 그 수백만 원 하는 가방, 그 동안 당신의 명품들, 인우 인생 짓밟은 대가라는 거 알아요? 인우 거 뺏은 거라는 거." '검사 프린세스'에서 인우(박시후)의 친구인 제니(박정아)가 마혜리(김소연)에게 던지는 이 말은 드라마의 시점을 살짝 돌려놓는다. 그동안 마혜리의 입장에서 진행되어오던 드라마는 제니의 이 역지사지를 제안하는 대사를 통해 인우의 입장을 풀어놓는다. 수백만 원 하는 가방에 명품들 속에서 공주로 검사로 살아오던 마혜리가, 자신의 삶이 사실은 한 가족의 인생을 파탄 낸 대가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를 개인적인 차원을 다루는 멜로에서 사회극으로 옮겨놓는다. 마혜리는 사회화가 덜 된 무개념의 공주 검사로 드라마에 등장한다...
시트콤과 정극의 균형을 잃은 '지붕킥' "이거 시트콤 맞아?"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의 초반부에 이 질문에 담긴 뉘앙스는 칭찬 반 놀라움 반이었다. 하지만 지금 끝을 향해 달려가는 '지붕킥'에 이 질문은 질책 반 실망 반이 되었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에 이른 것일까. '지붕킥'은 여러모로 기존 시트콤과는 궤를 달리 했다. 시트콤 본연의 웃음 코드를 캐릭터들을 통해 가져오면서도 동시에 정극의 분위기를 접목시켰던 것. 세경과 동생 신애의 상경기는 신파적인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 시트콤은 절묘하게도 신파가 갖는 감정 과잉을 또한 웃음의 코드와도 연결시켰다. 즉 동생 신애에게 학용품을 사주기 위해 샌드위치 많이 먹기 대회에 나가는 식의 설정은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이것은 희비극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