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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정치드라마이면서 멜로드라마가 되는 '시티홀'의 세계 '시티홀'은 그저 편안하게 멜로드라마를 보듯 볼 수 있는 드라마다. 실제로 시청자들의 주 관심사는 조국과 신미래 사이에 벌어지는 밀고 당기는 멜로에 집중되어있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 드라마는 멜로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무늬만 정치'가 아닌 제법 심각한 정치드라마의 면모들이 드러낸다. 도대체 '시티홀은 어떻게 정치와 멜로를 이렇게 공존시켰을까. "요즘 내가 안하던 짓을 해요." 타고난 정치꾼, 조국(차승원)이 처음 인주시청의 부시장으로 들어왔을 때만 해도 그는 하던 짓(?)만 하던 사내였다. 여기서 하던 짓이란 흔히들 정치꾼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하는 짓거리, 즉 협잡, 모함, 이용 같은 것들을 말한다. 그런 그가 한다는 ..
세월이 가도 사라지지 않는 멜로 드라마의 전통 장르가 무엇이건, 스타일이 어떻건 우리네 드라마는 늘 그 중심에 멜로가 있다.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사실상 모든 드라마는 멜로 드라마이며, 그 변용이 여러 장르로 변주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때 트렌디 멜로 드라마에 대한 염증으로 ‘하얀거탑’이나 ‘개와 늑대의 시간’같은 장르 드라마들이 새롭게 등장했지만, 어느 새부터인지 그 장르드라마들 속에 떡 하니 들어앉아 있는 건 다름 아닌 멜로가 되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우리네 모든 드라마들은 멜로와 떨어질 수 없는 것일까. 월화드라마로 새롭게 시작한 ‘내조의 여왕’에서는 내조하는 여성들의 권력 대결구도가 전면에 나오고 있지만 그 후방을 지원하는 구도는 역시 멜로적 설정이다. 고교시절 잘나가던 퀸카 천지..
법정드라마는 어떻게 우리 식 정서와 만났을까 법정드라마에는 반드시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그 피해자를 돕는 법조인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신의 저울’에서도 다르지 않다. 거기에는 사랑하던 여자친구가 살해당하고 그 살인범으로 누명까지 썼으며, 그를 대신해 범인을 자청해 교도소에 들어간 동생을 둔 피해자 장준하(송창의)가 있고, 과실치사지만 그 사실을 은폐함으로써 장준하의 가족이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만든 가해자 김우빈(이상윤)이 있다. 신의 저울은 공평하지 않다는 전제 하지만 ‘신의 저울’이 평범한 법정드라마의 공식을 따르는 건 여기까지다. 이 피해자가 어떻게 법으로써 구원을 받는가의 문제라든가, 가해자가 어떻게 그것을 은폐하려 하는가의 문제는 공식을 벗어나 있다. 피해자인 장준하가 선택하는 것..
일상과 멜로의 식상함을 탐구하는 드라마, ‘달콤한 인생’ 무엇이 달콤하다는 말일까. 펀드매니저 하동원(정보석)의 손아귀에는 거의 모든 것이 쥐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손아귀에는 누군가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을 수도 있는 천 억 원의 돈을 마음껏 주무를 수 있는 사회적 지위가 있고,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거의 모든 것을 바치며 살아가는 예쁜 아내가 있으며, 한편으로 젊음의 육체와 연애감정을 만끽하게 해주는 내연녀도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그의 인생은 달콤한 향내가 풀풀 나는 그런 동경의 대상이다. 이것은 ‘달콤한 인생’의 인물들 거의 모두가 가지고 있는 화려한 겉모습이다. 능력 있는 남편에 바라만 봐도 행복한 자식들을 가진 하동원의 아내, 혜진(오연수)이 그렇고, 능력 있는 스폰서 덕에 거침없이 자유..
멜로, 현대물보다 사극에서 빛나는 이유 멜로가 사극과 바람이 났다. 전통적으로 현대물과 조우하던 멜로드라마는 좀처럼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통 멜로의 부활을 예고했던 ‘못된 사랑’은 출연진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틀에 박힌 설정과 스토리로 오히려 ‘못된 드라마’라는 오명을 쓰고있고, ‘불한당’은 애초에 기획했던 휴먼드라마보다는 멜로드라마의 성격을 보이면서 여전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현대물들이 성공적으로 그려내지 못하고 있는 멜로는 오히려 사극 속에서 더 빛나고 있다. ‘이산’의 이산(이서진)과 성송연(한지민) 그리고 효의왕후(박은혜)의 삼각 멜로가 그렇고, ‘쾌도 홍길동’의 홍길동(강지환)과 허이녹(성유리) 그리고 이창휘(장근석)의 삼각 멜로가 그렇다. 무엇보다..
흉부외과, 사랑, 휴머니즘의 심장 ‘외과의사 봉달희’에 이어 또다시 흉부외과가 소재가 된 ‘뉴하트’. 왜 의학드라마에는 흉부외과가 단골로 등장할까. 그 이유는 병원에서 흉부외과가 차지하는 특별한 위치 때문일 것이다. 생사가 왔다갔다하는 긴박한 분야로서 가장 병원에 근접한 과이면서도, 실상 현실은 대부분의 의사들에게 외면 받는 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흉부외과만의 특징은 드라마의 극적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좋은 소재가 된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흉부외과만이 아닌 일반외과(물론 성형외과 같은 분야가 아닌)에 대부분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왜 굳이 흉부외과일까. 그것은 흉부외과가 여러 의미로 포착되는 심장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것은 물리적인 의미로서의 심장, 즉 흉부외과라는 전문직과, 예로부터 남녀간의 ..
당신이 만난 건 완벽한 이웃? 완벽한 사랑?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은 겉으로 보면 전형적인 멜로 드라마이다. 거기에는 백수찬(김승우), 정윤희(배두나), 유준석(박시후), 고혜미(민지혜)가 엮어 가는 전형적인 사각 멜로 라인이 주축을 이룬다. 유준석이란 재벌2세와 정윤희란 별 볼 일 없는 비서의 러브라인이 그렇고 욕망과 질투심에 눈이 멀어 그들의 사랑을 훼방하는 고혜미란 캐릭터가 그렇다. 드라마 속에는 심지어 멜로에서 익숙한 불륜 코드와 출생의 비밀도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이 전형적인 틀을 갖고 있는 멜로 드라마가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같은 재료를 갖고서도 버무리기에 따라서 전혀 다른 맛을 내는 음식처럼, 정지우 작가의 손맛이 색다른 멜로의 맛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장르, 사회극, 사극 속에서 계속되는 멜로의 실험들 미드(미국드라마), 일드(일본드라마)로 대변되는 외국드라마 전성시대에 우리는 너무 쉽게 우리 드라마의 문법을 열등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엄청난 물량이 투입된 제작비에 완벽한 사전제작으로 꽉 짜여진 완성도 높은 외국드라마들을 보다가 무언가 어수룩한 우리 드라마를 보면 단박에 그 열등감에 휩싸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지금까지 우리 드라마들이 쌓아온 공력은 적지 않다. 그것을 모두 무시한 채 그저 미드, 일드는 정답이고 우리 드라마는 오답이라는 편견은 어딘지 부적절해 보인다. 모든 멜로가 죄인은 아니다 특히 멜로에 강점을 가진 우리 드라마들이 어느 순간부터 멜로드라마를 ‘표방하지 않게 된’ 것은 미드, 일드가 준 영향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