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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의 미래병원, 우리 사회의 자화상 “병원이 이 모양인데 무슨 희망이 있습니까?” 119 구급대원이 응급환자를 구조해 왔지만 대량수혈이 필요한 환자는 받지 않는다는 게 방침이라는 의사에게 구급대원은 그렇게 말한다. 지진으로 정상적인 운용이 어려운 병원이라지만 환자를 길거리에서 죽어가게 만든다는 건 의사로서 아니 인간으로서는 비상식적인 일이다. 그래서 의사가 내세우는 건 이른바 ‘병원의 방침’이다. 그 결정은 자신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병원이 내리는 것이라 치부하는 것이다. JTBC 드라마 의 이 구급대원이 던지는 질문은 마치 우리 사회에 대한 질문처럼 다가온다. 이 드라마에서 미래병원(이름에 미래를 붙인 건 의도적이었을 게다)은 우리 사회를 상징하는 것만 같다. 즉 병원이 이 모양인데 무슨 희망이 있냐는 ..
, 김고은의 미래가 된 김혜수 의 시작은 저 무라카미 류의 를 연상시킨다(본래 이 영화의 제목은 ‘코인라커걸’이었다고 한다). 일영(김고은)이라는 아이는 엄마의 배가 아니라 10번 코인로커에서 태어난다. 그리고 이 차이나타운이라는 오로지 ‘쓸모 있어야 살아남는 곳’에서 모두가 엄마라고 부르는 마우희(김혜수)에게서 자라난다. 엄마와 아이라는 관계로 서 있지만 거기에는 어떠한 모성도 발견하기 힘들다. 엄마는 생명을 잉태하는 존재가 아니라 쓸모없는 생명들을 파괴하는 존재다. 그 곳은 엄마 마우희가 만든 세상이 아니다. 그 세상의 룰이 그렇게 정해져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엄마 마우희도 그 룰 바깥으로 도망치지 못한다. 언제든 쓸모가 없어지면 그녀 역시 사라질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마우희가 밀입국해 차..
허준이 ‘동의보감’을 낸 뜻을 요즘 의사들은 알까 에서 허준(김주혁)의 스승 유의태(백윤식)는 병자가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에도 그가 백정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물러가라는 유도지(남궁민)를 보고는 혀를 차며 그 병자의 집을 찾아 나선다. 헐벗고 가난에 찌든 아이들이 다 쓰러져가는 집 앞에 나와 유의태와 허준을 맞이하는데, 유의태는 똥오줌도 가리지 못해 냄새가 진동하는 병자의 욕창에 난 고름을 입으로 빨아낸다. 허준은 그걸 보고 비로소 심의(心醫)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또 목을 맨 딸을 살려달라며 애원하는 가난한 노부부에게 자신은 의원이 아니라며 극구 거부하는 허준이 결국 그 딸을 시술해주는 장면도 그렇다. 자신이 아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 딸을 살려내자 고마운 마음에 내미는 가락지를 극구 거부하며 “병자..
사극과 의드의 만남, 그 진화의 계보학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 ‘몸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함부로 훼손할 수 없다는 에 실린 공자의 말은 동양의학에서 외과의 영역을 위축시켰다. 칼로 째고 바늘로 꿰매는 외과술은 이 효를 근간으로 하는 동양의 가치관과 부딪치면서 좀체 빛을 보지 못했던 것. 하지만 드라마는 사정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사극과 의학드라마라는 두 장르의 결합이 만들어내는 강력한 극성 때문에, 최근 사극은 과거에는 좀체 존재하지 않았던 외과의에 주목하고 있다. 에서 백광현(조승우)은 뼈가 썪어 가는 부골저를 치료하기 위해 스승인 고주만(이순재)의 뇌수술을 감행했다. 머리에 구멍을 뚫고 그 병변에 직접 약재를 투입했던 것. 하지만 파상풍 부작용에 의해 스승이 죽게 되자 도망자 ..
'마의', 왜 하필 말인가 했더니 “하지만 생명이잖아요.” 칼에 찔려 죽어가는 말을 살리기 위해 사암도인(주진모)을 찾아갔으나 자신은 인의(人醫)지 마의(馬醫)가 아니라며 거부하는 그에게 어린 백광현(안도규)은 이렇게 되묻는다. 그러자 사암도인은 백광현에게 말이든 사람이든 생명에 귀천은 없다고 말한다. 그 생명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함부로 시술을 하지 않는다는 것. 바로 이 짧은 장면은 가 왜 하필 말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 사극에서 말은 바로 민초의 다른 이름이다. 마의들의 삶이란 어찌 보면 말보다 천시 받는 삶이다. 말이 날뛰다 이명환(손창민)의 아들 이성하(남다름)를 발로 차는 사고가 벌어지자 그 말을 관리한 마의들(이희도, 안상태)은 호위무사에게 끌려간다. 자신들의 직접적인 ..
이 역사를 다루는 방식 “그러다가 이 사람에 의해 무고한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할 것이오. 그 억울한 죽음을 진의원이 책임질 수 있소?” 성난 민중들에 의해 깊은 상처를 입은 진주의 탐관오리 현감을 살리려는 진혁(송승헌)에게 영래(박민영)는 이렇게 묻는다. 하지만 “의원은 본디 사람을 가려가며 살리지 않는다”며 진혁은 진주 현감을 살려내고, 영래 역시 그를 도와준다. 하지만 바로 진혁이 살린 진주 현감이 영래의 오빠인 영휘(진이한)를 죽게 만든다. 그저 작은 시퀀스에 불과한 이야기 같지만 이 속에는 이 역사를 다루는 방식이 담겨져 있다. 의사라면 마땅히 환자가 누구라도 일단 하나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본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 환자가 히틀러라면? 그래서 죽을 인물이 살아나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게 만..
'제중원', 의학의 초심을 묻다 무엇이 도망치던 그의 발길을 돌려 세웠을까. 자신의 첫 시술(?) 과정에서 형조판서가 죽자 충격에 빠진 황정(박용우)은 석란(한혜진)의 설득으로 등 떠밀리듯 도망치다 나루터에서 발길을 돌린다. 그것은 궁금증 같은 것이었을까. 아니면 깊은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그는 그 길로 자신이 판 서양의학책이 있는 서책점으로 가 밤새도록 서양의학책을 읽어나간다. 그 때의 마음은 또 얼마나 간절했을까. 자신의 시술이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했을 수도 있다는 그 끔찍한 생각. "인간의 몸에는 피가 세 되가 들어있다. 피가 한 되가 빠지면 죽게 된다." "마취를 하게 되면 혈압이 떨어진다." 이런 구절을 읽으면서 또 심장은 얼마나 쿵쾅댔을까. 이미 혈압이 떨어진 환자에게 마취를 함으로써 더 ..
‘외과의사 봉달희’가 던지는 질문들 병원드라마가 재미있는 건 그 공간이 생명을 다루기 때문이다. 환자의 생사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의사라는 직업은 그 자체로서 강력한 드라마성을 갖는다. ‘외과의사 봉달희’는 의사가 늘 직업 속에서 접해야하는 바로 그 선택의 딜레마들을 다룬다. 이 딜레마는 의사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원칙적이고 본원적인 이야기들이면서, 의사라는 직업이 가진 특유의 숭고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외과의사 봉달희’는 바로 그 본원적인 질문들을 다시 던짐으로써, 자꾸만 상업화 되어가는 의사라는 직업을 다시 본질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첫 번째 질문 : 죽일 것이냐 살릴 것이냐 ‘외과의사 봉달희’가 서두에서 하고자 한 이야기는 ‘사람 살리는 의사’보다는 ‘사람을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