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생존 (26)
주간 정덕현
, 어쩌다 잔인한 프로그램이 되었나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것을 ‘동물학대’라 부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바나편에서는 갑작스럽게 ‘동물학대’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사냥을 하기가 쉽지 않은 오지에서 김병만이 무려 6시간에 걸쳐 만든 석궁으로 작은 새를 잡는 장면과, 촬영 끝날 때까지 올무에 잡히지 않은 딕딕(사슴처럼 생긴 동물)이 카메라를 끈 뒤에 잡히자 그 가죽을 벗겨내고 고기를 나누는 장면이 모자이크도 처리되지 않은 상태로 방영된 것에 대해서다. 원주민들도 살기 위해 사냥해 먹는 동물이고, 은 어떤 면에서는 그 곳의 생존법칙을 배우는 의미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어쩌면 어쩔 수 없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는가 하는 건 중요..
, 생존을 떼어내니 무인도도 로망 가 무인도에 내려졌을 때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것은 아마도 의 무인도가 떠올랐기 때문일 게다. 무인도 같은 생존의 공간에 어린 아이들까지 떨어뜨린다는 것은 마치 시청률을 위해 좀 더 자극적인 상황으로 무인도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만들었다. 하지만 걱정할만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무인도라는 공간이 주는 아빠와 아이들의 로망이 그 안에서는 펼쳐졌다. 저녁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아빠들은 바다낚시를 했고 아이들은 게를 잡았지만 거기에서 야생의 위협이나 생존을 위해 먹거리를 구하는 절실함 같은 것은 없었다. 아빠들은 오랜만에 물 만난 고기처럼 낚시를 즐겼고, 아이들도 땅을 파고 게를 잡는 것에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또 산에서 칡뿌리를 캐고 고사리..
, 행복은 단순한 먹거리에서부터 해변 바닥을 가득 메운 전복은 보기만 해도 풍족한 마음을 갖게 했을 것이다. 아무 것도 없는 오지인 줄 알았던 채텀섬이 알고 보니 거대한 성게와 흑전복 밭이라는 걸 알게 된 것. 의 병만족은 성게와 전복을 원 없이 먹었고, 남은 전복 몇 개를 박보영은 라면, 김치와 물물교환 했다. 그러자 이제는 김치와 전복을 넣은 전복라면이 한 상 걸판지게 차려졌다. 최근 이른바 먹방이 뜨고 있다지만 그 중 최고를 뽑으라면 아마도 이 의 식사장면이 아닐까 싶다. 조촐하기 그지없지만 한없이 풍족하게 느껴지는. 우리는 흔히 의식주라고 말하지만, 에서는 그 의식주가 해야 될 일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 채텀섬에 들어가 잠자리로 동굴을 확보한 병만족이 하루 종일 하는 일이란 먹거리를 확보하고 요리..
정글은 왜 점점 슬퍼지는가 30년 전 한 사내가 뉴기니의 해변을 걷다가 얄리라는 남자를 만났다. 그는 이 사내에게 이렇게 물었다. “왜 백인들은 짐이 많은데 우리 뉴기니인들은 짐이 적은 걸까요?” 뉴기니에서 짐이라는 단어는 재산이라는 뜻이다. 이 뉴기니인 얄리의 질문은 지극히 단순해 보였고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됐다. 하지만 이 사내는 그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 질문은 사실 같은 지구에 살면서도 왜 누구는 부자로 살게 됐고 또 누구는 가난하게 살게 됐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내는 그 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년이 흘렀고 그 해답은 라는 방대한 분량의 책으로 쓰여졌다. 이 사내의 이름은 재레드 다이아몬드였다. 그는 이 책으로 1998년 퓰리처상..
경쟁보다 공존의 의미를 더한 수펄스 우리에게 수펄스는 어떤 의미였을까. 'K팝스타'라는 서바이벌 오디션 현장에서 갑자기 나타난 이 네 명의 존재는 우리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경쟁자들이 아닌가. 누군가 올라가면 누군가는 떨어지는. 하지만 경쟁이 무색하게도 네 명의 목소리가 만들어낸 하모니는 그 어느 각각의 소리보다 더 아름다웠다. 'K팝스타'라는 최후의 1인을 뽑는 오디션에서 대중들이 수펄스의 무대를 그토록 원했던 것은 그것이 우리네 현실을 그대로 상기시키면서 하나의 염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쟁사회라고 하더라도 그 위에 피어나는 공존의 하모니를. 공식적으로 이승주와 이정미의 YG행이 결정되었을 때, 수펄스는 라는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정글', 우리가 생존에 열광하는 이유 디스커버리 채널 '인간과 자연의 대결(man vs wild)'의 베어 그릴스는 이른바 생존 리얼리티쇼의 대명사 같은 인물이다. 그는 말 그대로 오지에 로프 하나만 달랑 들고 들어가 생존하면서 제한된 시간 안에 오지를 탈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보기만 해도 징그러운 벌레 정도는 생으로 꿀꺽 하기 일쑤고(단백질 보충을 위해서), 뱀을 잡으면 '최고의 만찬'이라고 한다. 살을 에는 듯한 로키 산맥 강물을 배낭 하나에 의지해 맨몸으로 래프팅(?)을 하고, 절벽 정도 오르내리는 건 일도 아니다. '1박2일'의 강호동은 가끔 프로그램을 통해 우회적으로 베어 그릴스를 언급한 적이 있다. '야생 버라어이티쇼'를 부르짖던 그에게 베어 그릴스가 보여준 진짜 생 야생 리얼리티쇼는 신선..
'정글', 생존만큼 중요한 공존의 가치 '정글의 법칙' 악어섬이 보여준 건 '생존'이었다. 그 극한의 낯선 상황에서 가장 빛난 건 단연 김병만과 리키 김이다. 이 두 사람은 끊임없이 집을 짓고 먹이를 구하면서 정글에서의 생존의 가치를 보여주었다. 반면 그 생존 앞에 힘겨운 얼굴을 보인 두 사람이 류담과 광희다. 하지만 악어섬을 탈출(?)해 힘바족 마을로 온 그들은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낯선 힘바족 마을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통해 류담과 광희의 새로운 가치가 드러났다. 바로 '공존'의 가치다. 낯가림이 심한 김병만보다 류담이 돋보인 건 열린 마음이다. 아무에게나 다가가 말을 걸고(물론 힘바족 말도 잘 모르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면 웃어주고, 때론 과장된 몸짓으로 웃음을 주자, 힘..
'정글의 법칙'과 김병만의 법칙 이것은 진짜 야생이다. 그저 하룻밤 길바닥에서 잠을 자는 그런 것이 아니다. 아프리카 오지, 악어가 출몰하고 뱀이 지나다니는 그 곳에서 집도 없고 텐트도 없고 먹을 것도 없이 살아남아야 한다. 이것이 '정글의 법칙'이 보여주는 야생이다. 제 아무리 야생에 익숙한 서바이벌 전문가라고 해도 얼굴이 굳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병만이 말한 것처럼 이건 동물원 우리 바깥에서 안을 보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것. 실제로 이 악어섬에 들어온 첫 날, 이들은 그 날카로워진 심경을 드러냈다. 김병만과 리키 김은 의견 충돌이 생겼고, 광희는 너무 힘겨운 상황에 웃음을 잃었다. 류담은 그 육중한 몸을 이끌고 허기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예능이 가능할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