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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하드캐리 서인국, 남지현이란 보물을 찾다 MBC 수목드라마 의 루이(서인국)이 본래 살던 곳은 프랑스의 어딘가에 있는 대저택이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마치 중세 프랑스의 귀족들이 살았을 법한 저택에서 전 세계의 한정판 명품들만을 찾아내 쇼핑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살아가는 루이라는 인물은 현실감이 별로 없다. 지문조차 남아있지 않아 신원조회가 불가능한 그는 마치 비현실의 공간에서 현실 공간을 내려다보며 그 곳에서 물건의 옥석을 가려내는 그런 인물처럼 보인다. 그런 그가 사고로 기억상실이 된 채 노숙자가 되어 서울 한 복판에 등장한다. 비현실의 공간에 살던 인물이 현실의 공간으로 뚝 떨어진 것. 가 그리고 있는 건 그래서 이 비현실의 공간에서 살던 루이라는 투명한 종이 같은 인물이 이 이상한 현..
이걸 우리가 만들었다고? 어느새 훌쩍 성장한 “이걸 우리가 한 거야?” 2주 전 담가 두었던 깍두기를 꺼내놓으며 의 제자들은 모두가 반색한다. 압도적인 비주얼. 어머님이 만들어주셨을 때나 먹어봤던 그런 비주얼의 깍두기가 자신들의 눈앞에 놓여있다는 사실이 못내 믿기 어려운 눈치다. 맛을 보니 절로 뿌듯함이 몰려온다. 깍두기를 가장 맛있게 담갔다는 평가를 받은 김국진은 서로 먹겠다고 달려드는 숟가락 세례를 보고는 “영업 끝났습니다”를 외치며 뚜껑을 닫는다. 그리고 마치 가방을 들고 퇴근이라도 하듯 깍두기 담근 통을 들고 나간다. 깍두기를 담그면 어머니에게 갖다 주겠다고 하며 아이처럼 즐거워했던 김국진. 그의 깍두기를 맛본 어머니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걸 보는 김국진의 마음은 또 어떻고. 지난 3월 ..
의 시도와 성취 그리고 남는 한계 종영한 tvN 의 엔딩은 파격적이다. 김혜경(전도연)과 이태준(유지태)는 이혼하지 않고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로 남게 된 것. 김혜경의 이런 선택은 우리네 드라마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던 결말이다. 그것도 라는 제목에 이런 결말을 낸다는 건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해온 ‘좋은 아내’라는 이미지에 대한 도전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다. 우리네 드라마에서였다면 어땠을까.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이혼을 해서 김혜경이 온전히 홀로 서는 모습을 그렸을 것이다. 그것이 윤리적으로도 또 개인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되니 말이다. 하지만 는 보다 ‘실리적인 선택’을 하는 여성으로서의 김혜경에 한 표를 던지고 있다. 윤리니 진심이니 하는 것보다 나 자신을 위한 실리적 선택이 더 중..
, 박신혜와 이성경의 변화가 의미하는 것 이제 SBS 월화드라마 는 종영을 앞두고 있다. 20%를 넘긴 최고시청률. 최근 지상파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그 능선을 는 어떻게 넘었던 걸까. 흔한 의학드라마처럼 보였지만, 또 달달한 멜로드라마처럼 보였지만 는 여타의 의학드라마와도 또 멜로드라마와도 다른 결을 보여줬다. 그건 ‘관계를 통한 인물의 변화와 성장’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의 여자주인공인 유혜정(박신혜)과 그녀와 대립적 위치에 서 있던 진서우(이성경)의 변화와 성장은 이 드라마의 색다른 주제의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 때문에 불량하게 살아가던 유혜정은 할머니인 강말순(김영애)과 선생님 홍지홍(김래원)을 만나 좋은 영향을 받으며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그 좋..
, 이쯤 되면 믿고 보는 박신혜 이쯤 되면 믿고 보는 배우의 탄생이다. SBS 월화극 에서 박신혜는 지금껏 해왔던 이미지의 익숙함에 새로움을 더했다. 익숙함이라 하면 교복 입은 모습에 어딘지 동정이 가는 힘든 가정 형편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이고, 새로움이라 하면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는 조폭들을 일거에 진압(?)해버리는 조금은 반항기 있어 보이는 걸 크러시의 모습이다. 결국 연기자의 성장이 기존의 이미지를 가져와 어떤 새로운 이미지를 더해 가는가가 관건이라면 박신혜는 확실히 를 통해 그 성취를 보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의 혜정이라는 캐릭터는 아픔이 많은 과거를 안고 있는 인물이다. 아버지는 새 엄마를 만나 새 가정을 꾸렸고, 그녀를 할머니 댁에 맡겼다. 하지만 그녀가 유일하게 기대며 살아왔던 할..
의 따뜻함과 의 차가움 월화 동시간대 새로 시작하는 두 개의 의학드라마라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한 몸에 받은 SBS 와 KBS . 그 첫 방송의 결과는 의 압승이다. 는 첫 회에 12.9%(닐슨 코리아) 시청률로 4.1%에 머문 를 압도했고 나아가 월화드라마 동시간대 전체 1위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실 방영 전 소개된 이야기만으로 보면 의 이런 압승이 의외의 결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즉 는 어딘지 전형적인 의학드라마의 틀을 보여주고 있는데 반해, 는 공감 능력 제로의 신경외과의라는 독특한 캐릭터에 의학과 수사물을 엮은 의학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퓨전스토리로 보였기 때문이다. 가 여러모로 보다는 새로운 스토리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의 강점이 훨씬 더 두드러졌다. 그것은 캐릭터의 힘..
장근석, 전략 수정이 절실하다 종영한 사극 SBS 의 주인공은 단연 장근석이다. 여진구, 전광렬, 최민수 같은 인물들이 있지만 그래도 전체 이야기의 중심은 대길이라는 인물이 겪는 고난과 성장 스토리를 통해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가 서 있는 인물들 사이의 위치는 막중하다. 위로는 아버지인 숙종(전광렬)과 연결되고, 옆으로는 형제가 되는 연잉군(여진구)이 있으며 시대의 공적인 이인좌(전광렬)와 대적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온전히 장근석의 것이 되지는 못했다. 드라마 초반부터 중반 이후까지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건 독특한 숙종 역할을 맡은 최민수였고, 드라마가 끝까지 굴러가게 만든 장본인 역시 그가 아니라 공공의 적으로서 조정을 농단하는 이인좌 역할을 연기한 전광렬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
, 어느 한 남자의 추락을 바라본다는 건 태석(이성민)의 하루는 한 마디로 지옥 같았다. 하루아침에 멀쩡했던 그는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고 뇌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가방 대신 쓰레기를 들고 나오질 않나 심지어 자기 차를 찾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알츠하이머에 대해 “멍청이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재벌3세 의뢰인 영진(이기우)의 말은 이제 더 이상 남 얘기가 아니다. 영진이 가진 병원측을 대신해 태석이 내부고발을 하려는 의사의 사적인 약점을 들춰내고 그것으로 문제를 덮은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의사가 덜컥 자살을 해버리고, 백지유서에 그의 명함을 남겨 놓는 일이 발생한다. 의사의 자살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거기 남겨진 태석의 명함 때문에 형사가 찾아와 의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