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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의 숨은 출연자, 봄이라는 계절 어느 새 겨울이 지나고 완연한 봄도 언제 가는지 모르게 사라져 간다. 이러다 보면 금세 땀이 송글송글 피어나는 여름이 올 것이다. 도시인들에게 계절은 이렇게 지나간다. 쳐다 볼 여력도 없이 어느 순간 봄이고 어느 순간 여름이며 그렇게 뭐 한 것도 없이 또 한 해가 반이 지났다 싶으면 서늘한 가을을 훅 지나 겨울이 온다. 사계절이 지나도록 한 해 동안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그 헛헛함이란. 새롭게 시작한 는 그렇게 아무 일도 없이 우리를 지나쳤던 계절들을 다시 소환한다. 겨우내 심어놨던 야채며 채소들이 싹을 틔우고, 앙상하기만 했던 나무에 순이 올라와 터질 듯한 꽃봉오리를 피우는 그 봄의 시간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 곳으로 다시 이서진과 옥택연 그리고 새롭게 가..
의 여행이 특별해지는 순간 “학교 때부터 배우면서 언제 한 번 가보나 했는데 잊어버렸다. 막상 보니 다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다.” tvN 그리스편에서 박근형은 디오니소스 극장에 가만히 앉아서 그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오랜 세월이 흘러 여기저기 깨지고 부서진 그 곳은 마치 폐허처럼 보였지만 배우인 박근형에게는 고향 같은 느낌을 줬을 지도 모른다. 먼 길을 돌아 연극의 시발지로 다시 돌아온 듯한 그 기분. 신구에게도 디오니소스 극장은 남다른 곳이었다. “우리 연극하는 사람들에게 디오니소스는 친숙한 이름이다. 술의 신, 축제의 신 디오니소스 이름을 따서 극장을 만든 것이다.” 2013년 그는 연극 에서 크레온왕 역할을 연기한 바 있다. 그러니 그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오래 전 그리스인들을 위해 올려 졌을 ..
이 하면 다르다, 토토가 특집이 재조명한 것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특집은 과거 90년대 가수들을 재조명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되는 건 SES의 슈다. 사실 과거 SES 시절에 슈는 상대적으로 유진이나 바다의 존재감에 가려 있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토토가에서 바다보다 더 주목된 이는 슈였다. 그녀가 가수로서의 여전한 노래실력과 춤을 선보인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세 아이의 엄마로서의 ‘흥’과 ‘끼’를 보여줬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슈에 대한 반응이 폭발한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것은 만이 갖고 있는 ‘과정’에 주목하는 특징이 슈라는 인물의 재조명에 가장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은 결과 그 자체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정착 예능의 시작, 의 성공비결 도대체 이 세계의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마음 훈훈하게 만들었을까. 과거 나영석 PD가 로 ‘유목 예능(?)’의 문을 활짝 열었다면, 이 는 이른바 ‘정착 예능’의 시작을 알리는 듯하다. 아무 것도 하는 일 없고, 그저 잠시 멈춰서 있는 것처럼 보인 이 라는 ‘정지의 시간’은 우리가 그토록 바쁘게 움직이고 이동하느라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시켰다. 거기에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시간들이 비로소 손에 잡히는 기적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유목 예능’이나 ‘정착 예능’이나 도시를 떠난다는 사실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두 다른 성격의 예능은 시간에 대한 전혀 다른 접근방식을 보여준다. ‘유목 예능’은 끝없이 움직이고 이동함으로써 도시의 삶이 우리에게 부여한 시간의 일상화를 깨는 힘..
, 80% 정도 이해하면 충분하다 영화가 너무 어렵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나 웜홀, 블랙홀 같은 과학적 이론을 전혀 모르고 본 관객이라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는 결코 종을 잡기 쉽지 않은 영화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의 관념을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뒤틀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즉 웜홀을 통과한 어느 행성에서의 한 시간이 지구에서의 7년에 해당한다는 ‘시간의 상대성’은 그 과학적 이론의 근거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저 영화적 설정처럼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 이론에 대해 ‘왜?’라고 자꾸 질문하는 것은 이 영화를 감상하는데 오히려 장애로 다가온다. 게다가 이 영화는 그 이론을 쉽게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결코 쉽지 않은 영화다. 하지만 놀라운 건 그..
, 시간의 궤적을 담아낸 궁극의 영화 시간을 본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만일 이 느낌이 궁금하다면 라는 영화의 165분에 빠져볼 일이다. 이 영화는 특별한 극적 스토리라인을 그다지 발견할 수 없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의 성장기를 오롯이 들여다보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극중 메이슨 역할을 무려 12년 동안 연기해낸 엘라 콜트레인은 분명 시나리오에 있는 대로 연기를 한 것이지만, 이 영화 안에 자신의 소년시절을 그대로 담아냈다. 6살의 메이슨은 앳되고 밝은 얼굴의 엘라 콜트레인을 보여주지만, 12년 간 15분 남짓의 영화 분량을 찍기 위해 한 해에 3-4일 정도 만나 찍혀진 그 얼굴의 변화는 천진함에서 어둠과 우울을 거쳐 깊이가 조금씩 만들어지는 아이의 성장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물론 영화의 스..
의 질문, 변화는 가능한가 시간 MBC 은 시간에 대한 드라마다. 거기에는 과거가 있고 과거로부터 단절된 현재가 있으며 그 현재가 만들어갈 미래가 있다. 김석주(김명민)는 기억상실을 겪게 되는 사건을 통해 과거로부터 단절된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과거 속에는 자신만 있는 게 아니다. 자신과 관계된 사람들이 있다. 차영우펌에서 에이스로 일하며 관계해온 대기업의 인물들은 김석주가 자신들을 대변해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과거와 단절된 김석주는 현재라는 시간대에 새로운 자신을 세우려 한다. 심지어 과거의 자신이 만들어놓은 것들을 현재 뒤집으려 한다. 현재는 과거와 대결한다. 그의 약혼자인 유정선(채정안)과 그녀의 집안인 유림그룹은 과거로부터 튀어나온 이들이지만 현재의 그와 약혼관계로 연결되..
김명민의 딜레마가 담는 예사롭지 않은 질문들 의 이야기 전개는 생각보다 예사롭지 않다. 어느 날 겪은 기억상실로 인해 윤리적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김석주(김명민) 변호사라는 인물은 그 자체로 흥미로웠다. 같은 사람이지만 김석주는 과거와 현재가 분리되어 있는 것. 현재의 김석주는 과거의 김석주가가 저지른 잘못들을 스스로 고쳐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한 사람의 정체성이란 과거와 현재가 단절되지 않고 일관되게 흘러온 사적인 역사에 다름없다. 그런데 김석주 변호사는 기억 상실로 인해 이 정체성이 단절되어 버린 것이다. 현재가 과거를 부정할 때 과연 그 사람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 최근 개봉한 가 보여주듯 과거를 바꾸려는 현재의 노력은 현재의 자신을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