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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손 더 게스트’가 그리는 분노가 지배한 사회의 혼돈갈수록 충격적이다. 한 사람씩 빙의되어 벌어지는 사건들을 하나씩 다루던 OCN 수목드라마 는 이제 한 마을을 뒤덮어버린 빙의자들이 마치 좀비 떼처럼 창궐하는 이야기로 그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그 최종 목적지는 박일도 큰 귀신이 처음 빙의자를 낳았던 바닷가 마을 계양진. 구마의식을 하며 점점 몸도 영혼도 어둠에 피폐되어가는 신부 최윤(김재욱)과 정직 징계를 받게 된 형사 강길영(정은채) 그리고 부상을 입은 채 할아버지를 찾아 나선 윤화평(김동욱)은 함께 그 계양진을 찾았지만 이미 마을을 뒤덮어버린 양신부(안내상)의 어둠이 사람들을 부마자로 만들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하고 있었다. 슬쩍 최종회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깔린 복선에는 최윤이 ‘마지막’이..
‘무법변호사’, 사이다에 대한 갈증 알지만 어딘지 아쉬운 건어쩌면 애초 기획부터 tvN 주말드라마 는 고구마 현실 속에서의 사이다 드라마를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돈 있는 자가 이긴다’는 ‘법’에 대해 서민들의 감정을 이미 기획에서 끌고 온 것이고, 그래서 ‘무법(無法)’ 천지인 현실을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뒤집어보겠다는 것. 는 ‘무법(無法)’에 법으로 싸운다(武法)는 판타지를 동력으로 삼은 드라마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배경으로 삼은 기성은 우리네 고구마 현실을 환기시키는 여럿 장면들이 등장한다. ‘법꾸라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문고리 3인방’이 떠오르는 인물들도 등장한다. 깡패에서 시장이 된 안오주(최민수) 같은 인물이나, 겉보기엔 기성을 위해 헌신하는 판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부패한 기성시..
‘그사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가족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자식을 먼저 보낸 사고 현장을 보는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끔찍할까. JTBC 월화드라마 에서 문수(원진아)의 엄마 윤옥(윤유선)은 멀찍이 현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 손이 떨렸다.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그에게 사고는 마치 어제 벌어진 일인 양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러니 그 떨리는 손에 애써 술병을 쥐고 의지했을 터다.그런 아내를 보는 남편 하동철(안내상)의 마음은 또 얼마나 참담할까.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에서 겨우 찾아낸 딸의 시신을 확인한 그는 못내 아내에게 그 마지막 모습을 보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만 확인하고 딸을 떠나보냈지만 아내인 윤옥은 그게 끝내 후회로 남았다. 그 마지막 얼굴을 못보고 떠나보낸 것이. 하지만 남..
‘역적’ 윤균상, 사적 복수에서 공적 소명으로“성님, 어리니를 봤소. 어리니가 임금님이 무섭다며 울고 있었소. 성님, 나 그동안 못된 짓 많이 하고 살았소. 충원군한테 복수도 하고 금주령 때 술 팔믄서 건달들 제끼느라 손에 피도 많이 묻혔소. 억울한 사람들 도와준답시고 미운 놈들 다리도 숱하게 분질러 줬소. 야, 나는 화 많이 내고 살았소. 그런디 성, 워째 지금은 화가 안 나고 맴이 슬프요. 집 뺐기고 가족 잃은 사람들 눈물이, 우리 어리니 눈물 같고, 가령이 눈물 같고, 소부리 아재 눈물 같소. 나는 툭하면 화가 나는 존재인데, 지금은 어째 화는 안 나고 눈물만 난답니까?”MBC 월화드라마 에서 드디어 길동(윤균상)이 세상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껏 걸어왔던 길이 가족과 형제들이 뿔뿔이..
혁명가 홍길동, ‘역적’의 재해석이 흥미로운 까닭“상전나리 나리께선 아내를 죽인 남편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이 나라의 법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나 같은 일자무식 무지랭이도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겠는데 똑똑하신 웃전들께선 진정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걸 모르신단 말입니까?”MBC 월화드라마 에서 홍길동(윤균상)은 상전 김자원(박수영)에게 그렇게 묻는다. 간통했다며 아내를 살해한 정중부에게 죄를 묻기는커녕, 그에게 복수를 한 장인 김덕형을 한성부 서윤 조정학(박은석)이 오히려 신문을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부당함을 되묻는 질문이다. 헬조선. 남편이 아내를 때려죽여도 죄를 묻지 않는 세상이다. 양반은 양인을 때려죽여도 죄를 묻지 못하는 세상. 그것이 바로 대명률에도 들어있는 헬조선의 법도란다. “해서..
박보검과 김유정, 의 어른 아이들 사실 대본만 놓고 보면 KBS 이 왜 이토록 화제가 되는 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남장여자 코드의 사극 버전 멜로는 이미 이나 을 통해 충분히 익숙해진 스토리다. 의 스토리는 여기서 그다지 새롭다고 말하기 어렵다. 남장여자로 자신을 숨긴 채 내시로 궁에 들어온 홍라온(김유정)이 왕세자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멜로 이외에 사극이 갖기 마련인 정쟁 구도도 그리 신선하다 여겨지지는 않는다. 왕이 있지만 모든 실세를 쥐고 있는 세도가 김헌(천호진)이 그 정쟁의 중심에 서 있다. 대리청정을 받아들인 왕세자 이영(박보검)은 그 김헌과 대립한다. 이미 뽑힐 사람이 정해져 있는 말 뿐인 과거시험을 치르지 않겠다던 이영은 정약용(안내상)의 조언으로 시험은 치르되 다른 시제를 냄으로써..
에서 중간관리자 지현우의 역할 JTBC 은 노동운동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외국계 유통체인점인 푸르미 마트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직 정리해고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주인공으로 당사자라기보다는 관리자인 이수인 과장(지현우)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왜 비정규직 노동자가 아닌 정규직 그것도 사원도 아닌 관리자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을까. 사실 이 부분은 에서 이수인 과장이 부신노동상담소를 찾아갔을 때 구고신(안내상) 소장이 그의 의도를 의심하는 장면에서 이미 거론됐던 이야기다. “이수인씨 관리자잖아요. 당신이 해고당한 것도 아닌데 왜 나서는 거요?” 그것이 구고신이 이수인 과장에게 던진 의구심이었다. 즉 자기 일에 나서는 것과 그저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나서..
, 오물을 뒤집어쓴 뒤의 역설적 자유 ‘돌아올 웃음이 없다는 게 명확해졌으니 웃어줄 이유가 없어졌다.’ 왕따가 되어버린 푸르미 마트의 이수인(지현우) 과장은 더 이상 갸스통(다니엘) 점장으로부터 미소 띤 칭찬을 받지 못하게 됐다. 직원들을 해고하라는 명령에 불복하면서다. 하지만 점장은 물론이고 동료 과장들도 그를 왕따로 만들어버리자 그는 오히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독자 노선을 가는 길을 선택했다. ‘보답 받을 호의가 없다는 걸 아니 애써 호의를 보일 필요도 없다.’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정민철(김희원) 부장이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그를 괴롭혀도 그는 더 이상 괴롭지 않게 됐다. 애초에 호의를 이제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아예 그런 호의 자체를 포기해버렸기 때문이다. JTBC 드라마 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