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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휴머니멀’, 끔찍한 인간들 속 공존을 위한 안간힘들 덴마크령 페로제도의 흐반나준트 마을. 북유럽의 보석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에 무슨 일인지 시끌시끌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해안가에 잔뜩 모여든 사람들. 아이들은 물론이고 그 부모들과 건장한 사내들까지 무얼 하려는 걸까 싶은 순간 저 편에서 배 몇 척이 무언가를 몰고 들어온다. 자세히 보니 놀랍게도 돌고래 수십 마리가 배들의 위협적인 소리에 밀려 해안가로 오고 있다. 그런데 이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갑자기 마치 호러 무비를 보는 듯한 믿기 힘든 광경들이 벌어진다. 해안가 근처로 온 돌고래들을 향해 마을 장정들이 달려 들어가 쇠꼬챙이로 머리를 찍어 뭍으로 끌어올리는 광경. 꼬챙이에 찔리고 머리가 잘린 돌고래들로 해안가는 순식간에 핏 ..
‘봉오동전투’, 유해진이 외치는 독립에는 남다른 울림이 있다 영화 에 대해 주인공 유해진은 “반일감정보다 영화의 힘으로 굴러가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그렇게 말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영화는 1920년 만주 봉오동에서 독립군 부대가 일본군을 대패시킨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그걸 담는 방식에서 마치 의 한 대목을 보는 듯한 전략과 전술이 등장하고, 이를 구현해내는 액션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는 만일 일제라는 부분을 떼놓고 보면 하나의 액션영화로 볼 수도 있을 게다. 일단 주인공 3인방이 액션영화에 등장하는 저마다 다른 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이다. 황해철(유해진)은 항일대도를 휘두르며 총으로 공격하는 적진에 들어가 일본군들을 추풍낙엽처럼 쓸어버리는 영웅이고, 독립군 분대..
‘스페인 하숙’, 어째서 이 소소함에 우리는 빠져들었을까 “언제가 제일 행복했냐고 했잖아요.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서 완전 배부른 상태에서 노래를 들었을 때 제일 행복했어요. 시원한 바람도 솔솔 들어오고 밖에 보이는 창문에는 파란 하늘이 보이고 그 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스트레스 많이 받잖아요. 한국에 있을 때는 일해야 되고 공부해야 되고 빨리 자리 잡아야 되고... 여기는 그냥 그런 것도 없이 매일 걸으면서 한 끼 먹고 이런 게 되게 행복하잖아요. 걷고 밥 먹는 것만으로도 내가 행복한 사람인데 근데 왜 이렇게 한국에서 풍족하고 좋은데서 살았으면서 스트레스 받으면서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tvN 예능 이 만난 어느 젊은 순례자는 자신이 살아왔던 한국에서의 삶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었다. 그..
‘스페인하숙’, 마음까지 푸근한 차승원의 한 끼와 유해진의 금손매일 먹는 밥 한 그릇이지만, 어떨 때는 그 한 그릇이 남다른 포만감을 주기도 한다. 특히 스페인 이역만리에서 수십 킬로를 빵을 씹어 먹으며 며칠씩 걸어온 순례자들이라면 어떨까. 그들에게 느닷없이 제공되는 따뜻한 밥 한 그릇에 제육볶음, 된장찌개는 남다른 포만감을 주지 않을까. 단지 배가 부른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채워지는 포만감.tvN 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어느 작은 마을에 ‘한국식 스타일’로 알베르게를 운영하겠다고 나선 뜻은 아마도 그런 마음의 포만감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알베르게에 굳이 ‘스페인 하숙’이라고 우리 식의 이름을 떡하니 붙여놓고 하숙집 특유의 정감을 더해놓은 건 그래서일 게다. 실제로 그 한글 푯말을 보고 찾아와 리..
‘스페인하숙’, 믿고 보는 유해진·차승원에 배정남까지 더해지니유해진은 유쾌했고 차승원은 따뜻했으며 배정남은 엉뚱했다. 이렇게 저마다 개성이 다른 세 사람이지만 그 조합은 최강이었다. 유해진 특유의 아재개그로 탄생한 ‘차배진(차승원, 배정남, 유해진)’이라는 세 사람의 지칭이 입에 착착 달라붙듯이, 이들의 조합은 우스우면서도 따뜻하고 편안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재미를 주었다.나영석 사단의 새 예능 프로그램 tvN 은 유해진과 차승원 조합이 말해주듯 의 연장선 위에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면들이 섞여 있었다. 색다를 수밖에 없는 건 그 공간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는 점 때문이고, 그 곳에서 그 길을 걷는 여행객들에게 따뜻한 한식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하숙집을 운영한다는 미..
'말모이',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배우 유해진의 진가우리는 조선어학회라는 곳이 있었다는 걸 교과서를 통해 한번쯤 본 적이 있다. 또 아무리 몰라도 주시경 선생이나 최현배 선생의 이름 정도는 알 것이다. 하지만 한글을 지킨다는 것이나 우리말 사전을 편찬한다는 일이 일제강점기에 어떤 의미인가는 크게 실감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직접적인 항일투쟁을 했던 김구 선생이나 김원봉 선생 같은 독립투사의 삶과는 조금 다르게 느낀다는 것. 이것은 아마도 ‘글’이 갖는 엘리트적인 선입견이 그 실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리기 때문일 게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영화 의 주인공이 류정환(윤계상) 같은 뜻을 갖고 한글을 지키기 위해 사전 편찬을 해온 엘리트가 아니라, 극장 직원으로 일하다 쫓겨나 길거리에서 소매치기를 하기도 하는 ..
우리가 ‘삼시세끼’에 원하는 건 완벽한 요리가 아니다만일 요리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이만한 프로그램도 없을 듯싶다. 늘 사먹기나 했던 베트남 쌀국수를 직접 닭 국물을 우려내고 거기에 갖가지 듣도 보도 못한 향신료로 동남아 특유의 향을 내서 만들어 먹고, 직접 화덕에 구워낸 빵을 뚜껑을 잘라내고 안을 파 만들어 둔 크림소스스파게티로 안을 채워 넣어 빠네를 만들어먹는다. 요리 프로그램에서 한 요리사가 선보였던 배국수를 직접 배를 갈아 불고기를 얹어 먹는다. 음식들이 너무나 화려하다. tvN 예능 프로그램 의 달라진 풍경이다. 유해진과 차승원이 나왔던 어촌편에서는 그토록 잡기 힘들었던 물고기도 이번 ‘바다목장편’에서는 잘도 잡힌다. 감성돔을 세 마리씩이나 잡아 이서진은 이제 “돔 지겹다”는 농담을 할 정도다. ..
유해진의 구수함, 현빈을 빛나게 한다 만일 유해진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일단 이렇게 상상해보는 것만으로 영화 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 형사물이라면 으레 기대하게 되는 멋진 액션은 거의 배우 현빈의 몫이다. 그리고 그는 그 어떤 배우들보다 북한 특수부대 형사 림철령의 온 몸을 던지는 액션을 말 그대로 그림처럼 만든 장본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수한 모습의 유해진이라는 존재감을 벗어난 라는 영화는 어딘지 상상하기가 어렵다. 의 이야기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영화 에서부터 까지 북한 특수부대 출신들이 ‘살인무기’ 같은 이미지로 그려져 액션장르의 새로운 캐릭터로 자리잡아온 것처럼 역시 철령이라는 상상불허의 북한에서 임무를 부여받고 내려온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