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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멜로, 현대물보다 사극에서 빛나는 이유 멜로가 사극과 바람이 났다. 전통적으로 현대물과 조우하던 멜로드라마는 좀처럼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통 멜로의 부활을 예고했던 ‘못된 사랑’은 출연진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틀에 박힌 설정과 스토리로 오히려 ‘못된 드라마’라는 오명을 쓰고있고, ‘불한당’은 애초에 기획했던 휴먼드라마보다는 멜로드라마의 성격을 보이면서 여전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현대물들이 성공적으로 그려내지 못하고 있는 멜로는 오히려 사극 속에서 더 빛나고 있다. ‘이산’의 이산(이서진)과 성송연(한지민) 그리고 효의왕후(박은혜)의 삼각 멜로가 그렇고, ‘쾌도 홍길동’의 홍길동(강지환)과 허이녹(성유리) 그리고 이창휘(장근석)의 삼각 멜로가 그렇다. 무엇보다..
이순재, 우리 시대의 아버지를 연기하다 도대체 이순재 연기의 끝은 어디일까. 현재 ‘이산’의 영조 역할 하나만 봐도 그렇다. 우리가 역사책을 통해 막연히 알고 있던 영조는 카리스마 넘치는 성군의 이미지. 하지만 이순재라는 연기자를 통해 드러나는 영조의 모습은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미를 갖고 역사 속 박제된 인물에서 살아나고 있다. 때론 자애가 넘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일순간 추상같은 불호령을 내리고, 때론 인간적인 부족함을 드러내기도 하는 인물이다. 게다가 매병(치매)을 앓는 모습 속에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는 영조의 면면은 실로 천변만화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바꾸면서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순재라는 연기자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순재의 연기가 늘 그러했듯이 거기서 발견되..
선호세대 다른 드라마와 시청률 방송 3사 드라마의 나이는 어떻게 될까. 이것은 물론 각 방송사별로 성공하는 드라마를 만든 주력 세대가 누구냐는 질문이다. 천편일률적으로 세대를 나눌 수는 없지만 대체로 MBC는 3,40대가 주 시청세대이며, SBS는 4,50대로 그보다 시청세대가 높다. 반면 KBS는 3,40대에서부터 5,60대까지 고른 시청층을 보유하고 있다. 어느 방송사의 드라마이건 10대와 20대는 이제 TV 시청률에서 그 중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른바 ‘닥본사’보다는 TV 이외의 다른 매체를 통해 보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 현재 방송사별 드라마들의 나이에 따라 주중과 주말에서 시청률의 희비쌍곡선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주중에는 주로 3,40대의 시청층이 드라마 시청률을..
‘대왕 세종’과 ‘이산’, 닮았다 KBS ‘대왕 세종’과 MBC ‘이산’은 서로 닮았다. 먼저 사극에서 주로 다루었던 전쟁이 없다는 점이다. 대신 그 자리는 정치가 차지했다. 이것은 이제 전쟁과 같은 거대담론보다는 현실정치가 피부에 더 와 닿기 때문이다. 어디서 어떤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인 세상에서, 그것도 살얼음판 같은 사회 생활에 지쳐 돌아와 이제 TV 앞에 앉은 시청자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 같은 전쟁 영웅의 환타지보다 성군에 대한 희구가 더 간절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대왕 세종’과 ‘이산’이 그리고 있는 성군은 도대체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태평성대? 피 바람 부는 난세! 우리는 흔히 태평성대의 전형처럼 일컫는 세종 시대와 영ㆍ정조 시대를 생각하며 그 시대를 연 ..
천근같은 입, 백성을 자식처럼 보는 마음 MBC 월화 사극 ‘이산’에서 앞으로 정조가 될 세손 이산(이서진)은 할아버지 영조(이순재)가 준 전권을 갖고 개혁을 시도한다. 그간 호시탐탐 자신을 암살하려는 자들과 싸워왔던 이산으로서는 그 갑작스런 전권이 부담스러울 수 있었겠지만 절치부심 칼날을 집어든다. 제일 먼저 칼을 대는 곳은 시전상인들이 틀어쥐고 있는 경제다. 정치란 사실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말만 무성하고 실제 백성은 곤궁함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니 만큼 방향은 제대로 잡은 셈이다. 그들과 부패한 신하들의 정경유착은 난전상인들과 같은 백성들의 상업을 뿌리째 흔들어왔다. 게다가 백성들에게 가야할 경제적 혜택이 부패한 신하들에게 가면서 그렇게 얻어진 경제적 힘을 바탕으로 자신을 압박하는 상황이니..
드라마 속, 알파걸을 밀어주는 알파보이들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최한결(공유)은 알파보이다. 재벌집 아들에, 다 허물어져 가는 왕자다방을 커피 프린스로 둔갑시킬 만큼 능력 있고, 잘 생긴데다가 다정다감하기까지 하다. 그런 알파보이가 소녀가장으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을 할 정도로 가난한 데다, 선머슴처럼 생긴 외모에 털털하기 그지없는 성격으로 남자로 오인 받는 고은찬(윤은혜)을 사랑한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알파보이가 고은찬이란 여자의 숨은 재능을 키워내 알파걸이 되게 적극 밀어준다는 점이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인기요인 중 한몫을 차지한 것은 바로 이 일하는 여성들이 갖는 환타지이다. 많이 변했다고는 하나 외국유학의 시간동안 묵묵히 기다리며 그녀의 성공을 빌어주는 남자는 아직까지는 드라마 속..
사극만도 못한 정치판, 민생은 어디로 MBC 월화 사극‘이산’의 이산(이서진)은 노론 벽파의 강한 저항 앞에서도 결코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이산이 보는 조선의 정치는 썩었다. 조정대신들은 금난전권이라는 특혜를 시전상인들에게 주는 대신, 그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정치자금으로 활용한다. 금난전권(난전을 금할 권리)을 가진 시전상인들은 생계를 위해 난전을 차릴 수밖에 없는 상인들을 핍박한다. 이러니 양극화 현상이 가중된다. 조정대신들과 시전상인들의 곳간은 넘쳐나고 난전으로 살아가는 백성들은 배를 곯는다. 영조(이순재)에 의해 전권을 위임받은 이산이 그 첫 번째 개혁으로 금난전권을 폐하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시전상인들과 조정대신들의 검은 고리를 끊어 정적들의 돈줄을 죄는 한편, 백성들에게 편하게 장사할..
순수한 동심 vs 살벌한 어른들 세상 MBC 월화드라마 ‘이산’에서 이산(이서진)은 어린 시절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그것은 할아버지(영조)가 아버지(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인 것이다. 어린 이산은 아무도 다가가지 못하게 한 뒤주 앞에 와서 아버지의 손을 잡고는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은 그것이 끝이 아닌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살아남은 불씨가 된 이산은 끝없는 암살 위협 속에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힘겨운 일은 아버지를 죽게 한 할아버지 영조(이순재)가 자신을 끝없이 시험에 빠져들게 한다는 점이다. 그 시험에서 탈락하는 순간, 이산은 자신도 저 버려진 아버지의 운명이 될 거라는 점에 몸서리친다. 게다가 자신을 죽이려하는 암살자들이 바로 이산의 고모인 화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