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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대립-공조-공감, ‘귓속말’이 담는 특별한 멜로 방정식신영주(이보영)와 이동준(이상윤)은 과연 진정한 관계가 될 수 있을까. 두 사람의 관계가 심상찮다. 조폭들에게 추적당하며 죽을 위기에 처한 이동준과 그를 구하러 온 신영주. 자신을 놔두고 가라며 조폭에게 소리를 내려하는 이동준의 입을 막은 신영주의 입. 그것은 키스였을까 아니면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행동에 불과했던 걸까. SBS 월화드라마 에서 신영주와 이동준의 관계 변화는 이 드라마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거대 로펌 태백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 시소게임 속에서는 영원한 동지도 적도 있을 수 없다.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같은 편이 되었다가 또 다른 상황을 만나면 적으로 맞서게 되는 게 이 권력 시스템의 적자생존 구조다. 그것은 부모 자식 ..
‘귓속말’ 권력게임, 이것이 바로 박경수표 드라마의 맛SBS 월화드라마 이 드디어 본 매력을 드러냈다. 사실 3회까지 의 전개는 빠르긴 했지만 너무 많은 인물들과 상황들이 동시에 보여지면서 혼돈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됐던 건 시청자들이 캐릭터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이렇게 된 건 드라마를 사실상 이끌어가는 이동준(이상윤)이 너무 상황에 질질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하지만 4회는 에 드리워졌던 이런 불안감과 답답함을 단번에 지워내기에 충분한 긴박한 이야기 전개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렇게 된 건 역시 이동준이 반격을 시작하게 되면서 생겨난 확실한 대결구도 때문이다. 3회 마지막에 강정일(권율)이 친 덫에 걸려 마약 상습복용자로 입건될 위기에 처했던..
‘귓속말’, 첫 회만 봐도 우리 시국의 밑바닥이 보인다“법을 이용해서 사욕을 채우는 도적을 법비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법률회사 태백은 법비라고 하더군요. 도적떼나 되려고 법 배운 게 아닙니다.” 대놓고 시국과 한판 승부를 벌이기라도 하려는 걸까. SBS 새 월화드라마 의 첫 회는 현 탄핵 시국을 맞은 우리네 현실의 적나라한 시스템을 화두로 던졌다. ‘법비(法匪)’. 지금 이 단어를 인터넷 검색 창에 치면 우리는 이번 탄핵 정국에서 이른바 ‘법꾸라지’로 지칭되는 이들의 이름들이 줄줄이 나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첫 회 대쪽 같은 판사 이동준(이상윤)은 자신을 회유하려는 로펌 태백 대표 최일환(김갑수)에게 바로 이 ‘법비’라는 표현을 썼다. 법비 로펌 태백은 정관계까지 광범위하게 권력을 뻗치고 있는 시대의..
동시 종영하는 수목극들, 이들이 준 위로 이 허전함을 어떻게 메울까. 지상파 수목드라마 3편이 동시에 종영한다. SBS , KBS 그리고 MBC 다. 시청률은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오랜만에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가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지 않고 고르게 인기와 화제를 모았던 작품들이다. 색깔은 조금씩 달랐지만 이들 세 드라마는 저마다 각각의 독특한 화법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 패자와 소수의 관점을 담은 SBS 은 코미디와 짠내의 절묘한 결합을 보여준 로맨틱 코미디였다. 질투의 관점으로 풀어낸 사랑이야기는 지금껏 우리가 삼자구도의 멜로드라마에서 봤던 그 상투적인 문법을 깨고 ‘패자의 관점’을 새롭게 보여줬다. 절친인 고정원(고경표)과 사랑하는 여자 표나리(공효진)의 사랑을 지켜봐야 하는 ..
최여진의 재발견, 의 사랑만큼 진한 우정 “너 나 결혼할 때 왜 안 말렸어? 뜯어말렸어야지. 박진석, 가족이랑 못산다. 네가 숨 쉬는 것도 지나다니는 것도 싫어할 거다. 나랑 살면서 최수아 너 만났듯이 너랑 살면서 끝없이 딴 여자 만날 거다. 넌 박진석 인생에서 곧 아웃이다. 왜 말 안했냐고? 왜? 왜? 왜?” KBS 에서 절친인 송미진(최여진)에게 최수아(김하늘)는 그간 쌓여온 감정을 쏟아낸다. 그 감정에는 자신의 남편 박진석(신성록)과 결혼한 자신에 대한 회한이 더 깊게 자리해있다. 송미진은 말렸어도 그녀가 박진석과 결혼했을 거라며 그녀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자신을 드러낸다. “네가 내 말을 들었겠다. 미치도록 사랑해놓고. 너 거기서도 못살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미치겠지? 잘 살아? 못살아..
, 우연을 인연으로 엮어주는 공간의 마법 온 우주가 엮어주는 인연? 그들은 어떻게 그리도 우연의 만남이 반복되는 걸까. KBS 의 최수아(김하늘)와 서도우(이상윤)는 이상할 정도로 인연이 이어진다. 그 첫 번째 인연은 최수아의 딸 효은(김환희)과 서도우의 딸 애니(박서연)가 유학중 홈스테이 룸메이트로 지낸 데서부터 시작한다. 애니가 사고로 죽자 딸의 시신과 유품을 수습하러 가는 길에 최수아와 서도우는 만나고 마침 애니의 유품이 든 가방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그걸 기다리며 두 사람은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애니의 죽음은 최수아와 서도우의 관계를 이어주는 끈이 된다. 그것은 딸을 둔 부모로서의 공감대이면서 죽음을 애도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공감대이기도 하다. 그 공감대는 그래서 두 사람의 인연으로 이..
, 공간이 주는 위안과 기억들 비행이 있어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최수아(김하늘)는 서도우(이상윤)가 보낸 메시지를 받는다. 조심히 잘 다녀오라는 것. 그런데 그 때 딸 효은(김환희)에게서 전화가 온다. 텅 빈 집에 아이가 혼자 서 있다. 기장인 아빠는 시드니에 있고, 승무원인 엄마는 이제 비행을 하기 위해 공항으로 간다. 그런데 문득 최수아는 그 텅 빈 집에 홀로 있을 아이의 잔상이 마음에 못내 가시처럼 박힌다. 버스에서 내린 최수아는 갑자기 많은 일들이 떠오른다. ‘현주언니한테 효은이 데리고 병원 가서 진단서 끊어야 한다고 말하는 걸 깜박 했다. 하 김밥. 속은 만들었는데 효은이 한테 말도 못했고. 아 밥을 안했다. 아 김도 없지. 아 내가 뭘 해놓고 나온 거지?’ 그녀는 갑자기 모든 일들이 낯설..
의 질문, 인연은 어떻게 이어지는가 “어머님께 팥죽 드린 사람이 수아씨 맞아요?” 마지막 가는 길에 팥죽 한 그릇이 먹고 싶었나보다. 서도우(이상윤)의 모친인 매듭 장인 고은희(예수정)는 마침 그 고택에 왔던 최수아(김하늘)에게 사달라고 한 팥죽 한 그릇을 맛나게 먹었다. 아마도 자신의 끝을 그녀는 예감했을 것이다. 그러니 잘 모르는 최수아에게 아들에게 남긴 편지를 전해달라고까지 부탁했겠지. 고은희와 최수아가 이렇게 인연으로 엮어지는 과정은 신기할 정도로 작은 우연과 필연들이 겹쳐져 있다. 고은희의 아들인 서도우가 자신의 핸드폰에 최수아의 이름이 ‘효은엄마’라 적혀 있는 걸 다른 이름으로 바꾸려고 그녀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 계기가 됐다. 서도우는 자신의 이름은 뭐라고 적혀 있냐고 최수아에게 물었고,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