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 (55)
주간 정덕현
‘엘르’, 우리에게 이 영화의 울림이 적지 않은 이유(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영화 는 집으로 난입한 복면의 남자에게 미셸(이자벨 위페르)이 강간을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난폭한 그 장면을 그녀가 키우는 고양이가 바라본다. 그런데 이 미셸의 반응이 이상하다. 강간을 당했다면 응당 굉장한 충격을 받아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해야 하지만, 그녀는 마치 그것이 일상이라는 듯 깨진 잔을 빗자루로 치운다. 물론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는다. 나중에 친구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자신이 강간을 당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지만 더 놀라는 건 친구들이다. 그녀는 너무나 담담하다.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그녀의 이 담담한 얼굴은 관객들을 오히려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것은 그녀..
‘효리네 민박’, 이효리가 궁금했는데 이상순이 보이네“오빠 하루에 20번만 불러. 하루에 200번은 부르는 거 같아.” 오빠 오빠 하며 부르고 무언가를 시키는 이효리에게 이상순은 허허 웃으며 그렇게 말한다. 이효리의 이상순을 부르는 모습은 거의 습관적이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 습관이 이상순도 그리 싫은 것만은 아닌 듯하다. 그녀가 자신을 부르고 무언가를 해달라고 하거나, 호응을 원하거나 하는 그 모든 것들에서조차 어떤 행복감 같은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JTBC에서 새로 시작한 이 시작 전부터 주목을 끌게 했던 건 다름 아닌 이효리의 일상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무대에 서면 섹시 아이콘이지만 예능에서는 그 누구보다 털털한 모습을 보여왔던 이효리. 하지만 결혼 후 제주에 정착해 살아가면서 도시인들과는..
일상과 정치의 접점, 유시민 작가가 선 자리바야흐로 유시민 작가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JTBC 으로 화제의 중심이 된 그는 최근 나영석 PD의 새 예능 프로그램 tvN 의 주요 출연자로 자리했고, MBC 100회 특집에도 출연해 ‘토론과 글쓰기’를 주제로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정치인에서 작가로 그리고 지금은 방송인으로서 웬만한 스타들보다 더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됐다. 사실 JTBC 에 출연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시민이 이 정도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정치인 시절 호불호가 갈린 스타일이었고 예능을 주로 소비하는 젊은층에게는 과거 을 이끌던 명 진행자이자 패널의 이미지보다는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의 이미지와 그 후 작가로서 활동하며 쌓은..
장범준, '벚꽃 좀비' 현상은 우연도 기적도 아니었다“이 영화는 좀비물입니다.” 장범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영화 의 유해진 감독이 던진 농담에 시사회장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이른바 ‘벚꽃 좀비’라고도 불리는 장범준의 ‘벚꽃 엔딩’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MBC 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유해진 감독은 TV다큐멘터리가 일회적인 속성을 갖고 있어 그 아쉬움 때문에 영화에 도전하게 됐다며 이 쉽게 지지 않고 계속 피어나는 그런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그 농담에 섞었다. 우리에게는 매년 봄이면 찾아오는 시즌송, ‘벚꽃 엔딩’의 주인공 장범준. 은 버스커버스커로 데뷔했던 장범준이 솔로로 1집을 낸 후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나서 2집을 통해 다시금 우뚝 서는 그 과정을 담았다. 에서 유해진..
안재현·구혜선의 ‘신혼일기’, 평범해서 더 특별한 까닭역할이 바뀌었는데 바뀌었다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구혜선은 무거운 가구들을 혼자서 낑낑대며 배치하려 한다. 그러자 그걸 본 안재현이 그녀를 돕는다. 안재현은 있는 재료로 수제비를 만들어 내놓는다. 단촐한 식탁에 앉아 두 사람은 맛있다를 연발하며 식사를 한다. 구혜선이 차가운 바닥을 따뜻하게 해줄 이불가지들을 도처에 깔아놓는다. 안재현은 식사를 끝내고 남은 설거지거리들을 깨끗이 정리해놓는다. 어찌 보면 남녀가 해야 할 일이 바뀐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너무 자연스럽고 또 상대방이 하는 일을 슬쩍 슬쩍 도와주는 모습은 남녀 간의 역할 구분 따위를 무색하게 만든다. 부부 간에 방귀를 트는(?) 일도 어찌된 일인지 구혜선이 먼저다. 안재현은 조금 쑥스..
, 그들이 보여준 것은 일상의 특별함이다 이제 는 시즌 종료를 앞두고 있다. 출연자들은 입을 모아 “이것도 마지막이구나”라는 말을 한다. 모내기 했던 벼가 어느새 익어가고, 폭염으로 뜨거웠던 여름이 이제는 선선한 바람이 느껴지는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는 고창에서 그들은 마치 마지막을 보내는 사람들처럼 시내에 나가 짜장면 한 그릇의 호사를 부리고 구시포 해수욕장에서 빙수를 먹는다. 그렇게 하릴없이 동네를 돌아다니다 세끼집으로 돌아와서는 읍내에서 사온 고등어로 저녁을 준비한다. 세끼집에서의 일상도 특별할 것이 없다. 이미 시청자들은 여러 번 봐서 익숙할만한 풍경들이 반복된다. 오리집을 하루 종일 뱅뱅 도는 유해진의 반려견 겨울이는 그 날도 그것을 반복하고 그러다 새까맣게 흙투성이가 되자 유해진은 물로 겨울이를..
에서 듣는 만재도 유해진의 신청곡이라니 지난 10월5일 저녁 7시 즈음, MBC 라디오 에는 특별한 노래신청(?)이 들어왔다. 라디오를 듣던 분들이라면 반색했을 노래신청. 바로 참바다 유해진이 보낸 노래신청이었다. 과거 에 출연했을 때 언제든 노래신청을 하라 했던 배철수에게 화답이라도 하듯 유해진은 마돈나의 ‘La Isla Bonita’를 신청했다. 그런데 그 노래를 신청한 곳이 흥미롭다. 다름 아닌 어촌편2를 찍기 위해 떠난 만재도에서 신청한 노래라는 것. 배철수는 이 조금은 애잔하면서도 신나는 리듬의 마돈나 노래를 틀어주며 그 노래를 듣고 어깨 춤을 들썩일 유해진의 모습이 선하다고 했다. 아마도 그건 동 시간 그 사연과 노래를 들은 청중들도 마찬가지였을 게다. 어촌편 시즌1을 눈여겨봤던 시청자들이라면..
, 흔한 식재료의 가치 에서 백종원이 얘기한대로 사실 이맘때면 처치 곤란한 것이 작년쯤 부모가 담가 보내줘 이제는 시어빠진 묵은지다. 버리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그냥 먹기도 곤란하지만, 아마도 엄마가 해줬던 음식을 기억하는 이들은 묵은지를 이용한 김치찜이나 찌개가 그 어떤 음식보다 맛이 좋다는 걸 안다. 문제는 그 맛을 알아도 어떻게 요리해야 되는지 잘 모르고 또 엄두도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혼자 사는 이들에게 묵은지는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에서 백종원이 묵은지를 재료로 들고 나온 건 그래서다. 사실 요리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묵은지 요리가 새로운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냉장고에서 풀풀 냄새를 풍겨가며 익어가는 묵은지가 주는 고충을 마치 너무나 잘 이해한다는 듯 들고 나온 그 마음이 어떤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