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지붕 뚫고 하이킥 (26)
주간 정덕현
시트콤과 정극의 균형을 잃은 '지붕킥' "이거 시트콤 맞아?"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의 초반부에 이 질문에 담긴 뉘앙스는 칭찬 반 놀라움 반이었다. 하지만 지금 끝을 향해 달려가는 '지붕킥'에 이 질문은 질책 반 실망 반이 되었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에 이른 것일까. '지붕킥'은 여러모로 기존 시트콤과는 궤를 달리 했다. 시트콤 본연의 웃음 코드를 캐릭터들을 통해 가져오면서도 동시에 정극의 분위기를 접목시켰던 것. 세경과 동생 신애의 상경기는 신파적인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 시트콤은 절묘하게도 신파가 갖는 감정 과잉을 또한 웃음의 코드와도 연결시켰다. 즉 동생 신애에게 학용품을 사주기 위해 샌드위치 많이 먹기 대회에 나가는 식의 설정은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이것은 희비극은 ..
시트콤, 멀리서 보면 즐겁지만 가까이서 보면 슬프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오현경과 정보석이 눈밭에서 격투를 벌이는 장면을 멀리서 바라보는 노부부는 ‘러브스토리’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우리도 젊었을 땐 저랬었지”하며 흐뭇해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자막.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찰리 채플린.’ 이 말은 지금 희비극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하고 있는 ‘지붕 뚫고 하이킥’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준다. 희극과 비극은 멀리서 보느냐 가까이서 보느냐에 달린 것일 뿐, 서로 다른 삶의 현실을 다루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이 시트콤이냐 드라마냐는 정체성 논란이 나오는 것은 아무래도 시트콤은 역시 코미디여야 한다는 대중들의 바람이 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지붕킥'의 황정음과 신세경 술에 만취해 한 여인은 끊임없이 웃고, 한 여인은 끊임없이 울어댄다. 웃는 여인은 신세경이고 우는 여인은 황정음. '지붕 뚫고 하이킥'의 핵심적인 두 캐릭터들이다. 그런데 왜 똑같은 술을 먹고 신세경은 웃고 황정음은 우는 것일까. 여기에는 이 시트콤이 가진 독특한 재미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알다시피 술이란 놈은 참으로 요상한 물건이다. 평상시에 억눌렸던 감정을 거침없이 밖으로 끄집어내는 이 술을 통해서 웃고 있는 신세경과 울고 있는 황정음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 신세경이라는 캐릭터는 시트콤 속에서 우울한 상황에 놓여진 존재로서 그려진다. 아버지가 부재중인 상황에 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이순재네 집에서 식모로 살아가는 처지. 그러니 웃을 일이 뭐가 있을까. 한편 황정음은 신..
'지붕킥'의 이순재, '그대 웃어요'의 최불암 많은 연기자들이 있지만 지금 우리네 아버지를 대변하는 연기자 둘을 찾으라면 단연 이들을 떠올릴 것이다. 이순재와 최불암. 이 둘은 지금 시대의 아버지들이 겪는 두 가지 양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들의 캐릭터 이미지에 공감하는 대중들의 마음 속의 아버지를 가늠하게 한다. 먼저 '거침없이 하이킥'의 야동순재를 통해 전 세대로 그 공감대를 넓힌 이후, '지붕 뚫고 하이킥'의 멜로순재로 돌아와 여전히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연기자, 이순재. 그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이 시대에 어떻게 아버지들이 적응해 나가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야동순재'에서 중요한 것은 '야동'이 의미하는 '야한 동영상'이 아니라, '야동'이라는 용어가 가지는 젊은이들의 인..
식모가 판타지가 된 모성 없는 세상 '지붕 뚫고 하이킥'의 신세경은 엄마가 없다. 빚쟁이들을 피해 산골에서 아빠와 동생 신애와 살다가 그마저 쫓겨나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찾아오겠다는 아빠의 말 한 마디를 가슴에 품고 동생 신애와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 그녀는 가족 간의 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이순재의 집에서 얹혀살게 된다. 그러니까 그녀는 한창 공부를 해야할 고등학생이지만 학교도 가지 못하고 동생을 돌보기 위해 식모살이를 하며 살아가야 하는 소녀 가장이다. 엄마가 없어 엄마 자리를 대신하는 삶을 살아오던 그녀가, 살기 위해 타인의 집에서 엄마 역할(식모)을 대신하며 살아간다는 설정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이것은 사실 개발시대에 시골에서 가족들을 위해 무작정 상경한 처자들이 식모살이를 하면서 살았던 그..
시트콤, 왜 연예대상에서 상을 받아야 할까 시트콤은 과연 예능인가 드라마인가. 코미디라는 용어가 들어가기 때문일까. MBC는 시트콤을 예능으로 분류하고 있다. 따라서 연말 시상식에서는 껄끄러운 장면들이 연출된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2007년 무한도전 팀과 공동으로 연예대상을 수상한 이순재. 그는 '남의 잔치에서 상 받는 기분'이라며 어색한 수상소감을 남겼다. 그것은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올 한 해 '무한도전'과 '세바퀴', '우리 결혼했어요', '황금어장', '놀러와'를 빼고는 그다지 선전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일밤'의 침몰과 '개그야'의 폐지의 여파가 컸기 때문일까.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지붕 뚫고 하이킥'과 '태희혜고지현이' 같은 시트콤이었다. 개그맨 김경진과 최다니엘이 남자신인상을 공동수..
'빵꾸똥꾸'에 깃든 사회, 그 의미 난데없는 '빵꾸똥꾸(?)'로 사회가 시끌시끌하다.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악동인 해리(진지희)가 입에 달고 다니는 이 '빵꾸똥꾸'는 올해의 유행어가 될 만큼 장안에 화제가 됐다. 그런데 지난 2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러한 용어가 폭력적이고, 필요이상 반복적으로 사용됐다며 해당 프로그램에 권고 조치를 했다. 도대체 왜 이 같은 용어에 대해 이처럼 상반된 반응이 나온 걸까. 먼저 사전에도 없는 '빵꾸똥꾸'가 무얼 의미하는 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할 것 같다. 시트콤의 내용에 따르면 그 유래는 해리가 어렸을 때 말을 좀 늦게 하게 됐는데, 할아버지인 이순재가 방귀를 뀌는 소리를 듣고는 첫 마디를 '빵꾸똥꾸'라고 말했다는 데서 비롯된 것. 그 후로 뭔가 심사..
인간애에서 사랑으로 넘어가는 그 설렘의 순간 ‘지붕 뚫고 하이킥’의 멜로 라인은 꽤 복잡한 편이다. 황정음과 이지훈(최다니엘)은 서로 사사건건 다투고 싸우면서 멜로가 이어진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레지던트 3년차 이지훈과, 서운대라는 자격지심에 늘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황정음은 외적으로는 잘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바로 이 다르다는 점 때문에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황정음은 이지훈 앞에서 늘 굴욕적인 상황을 연출하는데, 술을 마시고 떡실신녀가 된다거나, 서운대생이라는 게 들통 나 그것을 감추려고 생고생을 하기도 한다. 그녀는 좀 더 완벽해지고 싶어 하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지훈은 정반대다. 완벽하다 못해 건조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그는 오히려 빈틈을 많이 보이는 황정음에게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