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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김병욱 감독조차 시트콤이 싫어진 건 아닐까 '하이킥3'는 시트콤이다. 물론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하이킥3'가 시트콤으로서 가져야할 코미디적인 요소들이 태부족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코미디적인 요소들이 임팩트 있게 살아나지 않는 '하이킥3'는 그래서 어떨 때는 청춘 멜로물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서지석과 박하선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애정행각'과 윤계상, 김지원, 안종석의 빗나간 큐피드 화살이 만들어내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사랑이 이 시트콤의 중심축처럼 여겨진다. 시트콤이라고 해서 멜로가 불필요하다는 건 아니다. 아니 어쩌면 잘 짜여진 멜로는 발랄한 코미디와 대비를 이루면서 시트콤의 새로운 재미를 덧붙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트콤으로서의 충분한 웃음..
'SNL코리아', 코미디의 본령을 세우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코리아(이하 SNL코리아)'는 콩트 코미디를 하는 프로그램이지만, 개그맨보다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첫 회에는 김주혁이 그 다음 회에는 공형진이 출연했다. 3회에는 김인권이 출연할 예정이다. 물론 호스트가 배우로 한정된 프로그램은 아니다. 하지만 'SNL코리아'의 유성모PD에 의하면 당분간은 주로 배우들을 호스트로 세울 작정이라고 한다. 왜 코미디 프로그램에 개그맨이 아니라 배우일까. 여기에는 코미디에 대한 일종의 오해와 편견이 들어있다. 물론 최근 들어 이른바 리얼 예능들이 들어오면서 코미디를 연기로 보는 시선은 많이 사라졌다. 즉 이제는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 리얼하게 '반응'하는 것이 예능에서 보여주는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이..
'오싹한 연애', 오싹 상큼 로맨틱 코미디 공포영화 여주인공은 왜 사랑을 안 할까. 주인공이 사랑을 하면 무섭지 않기 때문이란다. 곁에 누가 있는데 무서울 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거꾸로 말하면 로맨틱 코미디에 공포물에나 나올 법한 귀신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와 같다. 자칫 잘못하면 로맨틱 코미디의 그 달달한 분위기를 살벌한 귀신이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멜로와 공포는 이렇게 이질적인 장르다. 그렇다면 이 두 장르의 결합은 불가능한 것일까. '오싹한 연애'는 이 질문에 답을 주는 영화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멜로와 공포는 결합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합은 어쩌면 틀에 박힌 식상한 장르적 문법들을 뒤집는 새로움을 전해줄 수 있다. 오싹하지만 상큼하고, 살벌하지만 웃음이 쿡쿡 나오는 이 기발한 영화는 ..
'몽땅 내 사랑', 진짜 막장 시트콤이 되지 않으려면 MBC 시트콤 '몽땅 내 사랑'의 시청률은 평균 10%(agb 닐슨) 정도. 그렇게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성적도 아니다. 그럭저럭 시청을 할 만하지만 보고나면 그다지 여운이 남질 않는다. 확실한 웃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시청률보다 더 안 좋은 건 화제성이다. 그다지 확실한 반응이 별로 없다. 관성적인 시청이 많다는 얘기다. '몽땅 내 사랑'의 출연진만을 놓고 보면 이런 상황은 사실 의외가 아닐 수 없다. 먼저 연기 지존으로 불리는 김갑수가 있고, 예능돌로 가장 잘 나가고 있는 조권과 가인이 있다. 박미선 같은 이미 시트콤 경험이 있는 베테랑 코미디언도 있는데다가, 비스트의 윤두준 같은 시트콤을 활..
코미디에서 눈물과 웃음은 어떻게 같을까 순간 박영규의 얼굴이 바뀌었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그것은 연기가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아버지로 돌아간 박영규는 보고 싶고, 미안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먼저 하늘로 떠난 아들에게 영상편지를 보냈다. '승승장구' 내내 밝고 자신감이 넘치고 쾌활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모습들은 순간 바뀐 박영규의 눈물어린 모습과 겹쳐졌다. 그것은 그가 한 말이 그저 멋진 표현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코미디는 생존의 진실이 담겨지지 않으면 코미디가 아니에요." "눈물과 웃음은 똑같은 거예요. 내 웃음은 눈물이 없는 사람은 느낄 수 없습니다. 내 웃음은 눈물 속에서 갓 구어낸 빵 같은 겁니다." "장인어른. 저한테 왜 이러세요." 이 한 마디로 한 시대의 아이콘이 되..
드라마, 영화에 부는 눈물과 웃음의 이중주 시골에서 상경해 가정부로 얹혀사는 자매. 동생의 학용품을 구하기 위해 샌드위치 많이 먹기 대회에 나가고, 은인인 외국인 아저씨에게 생일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버린 커튼으로 손가락에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옷을 만드는 언니. 먹고 싶은 것 앞에서 유혹을 참지 못하는 동생을 구박하는 집주인 딸. '지붕 뚫고 하이킥'은 시트콤이지만 그 안에 전형적인 신파 코드가 들어가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가슴 한 구석이 짠한 자매의 삶이지만, 그것이 시트콤이라는 장르 속으로 들어와 어떤 과장된 스토리를 입게 되자 주책없게도 웃음이 터져 나온다. 동생 신애의 학용품을 살 돈을 벌기 위해 비장한 각오로 뭐든 하려는 언니 세경의 마음은 안쓰럽지만, 그런 그녀가 ..
워킹맘은 없고 불량남편만 활약하는 ‘워킹맘’ ‘워킹맘’에는 ‘불량남편 길들이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언뜻 보면 이 제목과 부제는 어떤 상관관계를 가진 것인다. 워킹맘, 최가영(염정아)이 불량남편 박재성(봉태규)에 의해 번번이 발목을 잡히는 상황은 실제로 이 상관관계가 더욱 신빙성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것은 드라마가 그려놓은 상관관계일 뿐이다. 현실에서 워킹맘의 문제와 불량한 남편의 문제가 겹쳐지는 부분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땅에 살아가는 워킹맘들의 고민은 남편이 불량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사회적인 시스템의 부재와 아줌마 직장인을 바라보는 편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 드라마가 워킹맘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점은 기획의도를 들여다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