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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 그 판타지와 리얼리티의 결합 가 보여주는 자연은 이중적이다. 한없이 맑은 하늘과 점점이 떠다니는 구름,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에메랄드 빛 바다, 모래사장, 신비롭게까지 여겨지는 블루 톤의 호수(블루홀)나 태곳적 신비를 머금은 듯한 동굴까지. 막연히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그것이 하나의 판타지가 된다. 저런 곳이라면 한번쯤 고생이라도 각오하고 싶은 그런 판타지. 하지만 이 판타지 너머 제작 현장으로 들어가면 거기에는 살 떨리고 멘탈 붕괴가 일어날 정도로 힘겨운 야생 그대로의 리얼리티가 있다. 어떤 이는 아이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고, 그저 간단하게 보이는 강물 건너기조차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비를 머금은 진창은 그잖아도 천 근 만 근 같은 발목을 척척 감아쥐고, 어디서 나타날 지 ..
, 판타지는 달콤하지만... 신사되기 참 어려운 시대다. 그러니 품격을 갖추기는 더 어렵다. 하루하루 밥 벌어 먹기도 힘들어죽겠는데 신사? 품격? 아마도 많은 지금의 중년남자들에게 더 마음에 와 닿는 글귀는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일 것이다. 물론 이 글귀 역시 엄살이 너무 심하다는 느낌은 있다. 어쨌든 에 등장하는 잘 나가는 중년 4인방과 아마도 그 시간에 TV 드라마를 보고 있는 남자들 사이에는 그만한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당연하다. 여기 등장하는 꽃중년 신사 4인방은 여성들의 판타지니까. 잘 나가는 건축디자이너 도진(장동건), 그 건축사 사장 태산(김수로), 변호사 최윤(김민종), 그리고 카페 사장이자 한량 이정록(이종혁). 먼저 직업부터가 누군가에 간섭을 받지 않는 전문직들이다. 직원이 거래처 ..
역사를 바라보는 두 시선, vs 사극의 시간은 어디로 흐르는 걸까. MBC 주말극으로 나란히 방영되고 있는 과 은 같은 사극이라도 역사를 바라보는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은 고려 무신 정권 속에서 노예로 전락했다가 후에는 최고의 위치에까지 오르는 김준이라는 역사 속 실존인물을 다루고 있다. 초반의 격구 에피소드에서는 '글래디에이터'류의 스토리가 들어가면서 퓨전사극적인 요소를 보이지만 이 사극은 지극히 정통 사극의 궤를 따라가고 있다. 실제 역사의 인물인데다 중간 중간에는 역사적 상황을 설명하는 내레이션까지. 그래서 정통사극의 대가 이환경 작가는 "퓨전사극과는 전혀 다른 감동"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만큼 역사적 고증에 철저하고 또한 역사적 사실에 기대는 바가 크다는 얘기다. 은 이미 퓨전화 되어버..
왕의 판타지보다 강한 의 현실 지난 3월21일 수목극은 동시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 첫 승자는 였다. 당연한 결과였다. 누가 봐도 가 가진 자원이 타 방송사의 두 드라마에 비해 월등했기 때문이다. 이승기와 하지원이 주연으로 캐스팅되었다는 사실과, , 등으로 이미 손발을 맞췄던 이재규 감독과 홍진아 작가가 연출과 대본을 맡았다는 점만으로도 이 작품의 신뢰감은 그 어느 것들보다 높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도 는 연출, 대본, 연기 그 어느 것 하나 떨어지는 것이 없는 완성도 높은 작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문제는 소재가 낯설다는 것. 남북 간의 화합을 남녀 간의 문제로 풀어낸다는 점과 입헌군주제로서 왕이 존재한다는 가상설정은 잘 만들어진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 드라마를 실험적으로 만들었다. 이런 사..
정말 영화처럼 사는 형이 있다. 물론 이 영화는 로맨틱한 장르가 아니다. 예술가의 삶을 다루는 조금은 지질하게도 보이는 홍상수표 영화 같은 장르다. 회사를 다녔고 마흔 즈음에 때려 쳤다. 그리고 한 지방 도시로 내려가 자그마한 방 한 칸 딸린 집을 얻었다. 한 때 음악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던(쫄딱 망했지만) 이 형은 방안 한쪽 벽 책장에 레코드판을 빼곡히 채워 넣었다. 찾아갈 때마다 마치 음악카페처럼 형은 velvet underground나 한대수 판을 틀어주곤 했다. 비가 올 때 좁은 방안에서 형이랑 소주 한 잔을 마시면서 음악을 듣는 맛은 정말 좋았다. 그것은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12시쯤 해서 게으르게 일어나 대충 밥을 챙겨먹고 하루 종일 동네와 일상을 기웃거리면서 감성을 열어놓고 지..
'시크릿 가든', 앓이는 벌써 시작됐다 김은숙표 로맨틱 코미디가 또 일을 낼 모양이다. '연인 3부작'을 거치면서 한국형 로맨틱 코미디의 한 축을 그려내고 '온에어'와 '시티홀'을 통해 로맨스가 존재하는 하나의 새로운 세계 구축을 모색했던 김은숙 작가는 이제 '시크릿 가든'이라는 판타지와 현실이 공존하는 세계를 꿈꾼다. 그 곳은 피가 철철 나도 몸이 부서져라 살아가는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이 사는 공간이면서 백화점 사장으로 중세 귀족들이 살 법한 판타지 속의 왕자님 김주원(현빈)이 사는 공간이기도 하다. '시크릿 가든'은 이 두 사람의 만남과 엇갈림이라는 로맨스 위에 무술감독이면서 길라임을 보호해주고 챙겨주는 임종수(이필립), 그리고 어딘지 만나면 기분 좋아지는 바람둥이 한류스타 오스카(윤상현)를 겹..
'성스'와 '대물', 그녀들이 대물이 된 사연 '남장여자'라는 존재는 그 자체가 남자를 상위에 놓는다. 즉 여자지만 남자 행세를 한다는 것이다. 왜? 남자여야 세상에 뜻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성균관 스캔들(이하 '성스')'의 남장여자 윤희(박민영)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문재를 가진 그녀는 세상에 나가 뜻을 펼치고 싶지만 세상은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어떤 사내의 낙점을 받아 혼인해 살아가는 것뿐이다. 왜 그래야 하나. 윤희가 남장여자가 되어 금남의 지역인 성균관에 들어온 이유다. '성스'가 조선 정조시대로 날아가 여자라는 존재가 갖는 한계를 남자들만 수학할 수 있는 성균관이라는 공간에서 풀어낸다면, '대물'은 지금 현재 여성이 마치 남자들의 세상인 양 치부..
'대물'의 판타지, 현실 정치의 부재를 채우다 '대물'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은 서민들의 고충 따위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표를 얻는 것, 그래서 권력을 계속 쥐고 있고 차츰 그 권력의 상층부로 올라가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물론 이건 드라마 속 얘기다. 현실에는 그래도 서민들의 삶을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대통령. 온 김에 우리 동네나 한 번 들려주지. 당췌 모기 땜에 살 수가 있어야지. 지옥이 따로 없어." 매립지에 생긴 웅덩이 때문에 모기떼들이 마을을 덮쳐 사람이건 동물이건 살기 힘들어하지만, 정치인들의 관심은 보궐선거에 가 있다. 검사들은 현장에는 나가보지도 않고 모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을 주민들의 집단 폭력으로 몰아 부친다. "그럼. 이 사람들 대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