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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아침 햇살 같은 박보영이 전하는 위로 “포도 싫다고 몇 번을 말했어? 엄마 도대체 왜 그래? 왜 이렇게 사람 숨 막히게 해? 난 나를 잃어버렸어. 아니 한 번도 나를 가진 적이 없어. 내가 누구야? 나 평생 엄마가 하라는 대로 다했어요. 옷도 친구도 엄마가 골라주는 대로. 결혼도 엄마가 시키는 대로. 이만큼 살게 된 것도 엄마 덕분이라고 생각하면서 참았어. 엄마 말대로 하면 남들도 다 부러워하고 행복해질 거라고. 근데 엄마 나 왜 이렇게 아파? 응? 나 왜 이렇게 불행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조울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오리나(정운선)의 이야기다. 병원을 찾을 때마다 비싼 샤인머스캣을 사갖고 와 딸에게 건네는데, 딸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눈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극악한 법정 속, 선한 변호사 박은빈의 존재감 “모두 진술에 앞서 양해 말씀 드립니다. 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가지고 있어 여, 여러분이 보시기에 어,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만은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변호인으로서 피고인을 도와 음..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NA 채널 에서 처음으로 법정에 선 변호사 우영우(박은빈)는 어색하고 어눌하지만 또박또박 자신의 의지를 밝힌다. 자폐 장애를 가진 변호사. 는 제목처럼 이 특별한 인물이 주인공이자 그 자체로 메시지인 드라마다. 자신을 소개할 때,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라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
'영혼수선공',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깨는 드라마가 된다면 "선생님도 병이 있으시네요. 직업병. 사람들을 죄다 환자로 보시나 봐요. 근데 저는 아픈 거 아니에요. 그냥 성질이 더러운 거지. 호의는 고맙지만 제 성격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KBS 수목드라마 에서 한우주(정소민)는 정신과 의사 이시준(신하균)에게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한우주는 사귀던 남자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걸 보고는 격분해 주차장에서 차를 부실 정도로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인물이다. 사소한 말다툼에도 화를 참지 못해 언성을 높이기 일쑤다. 그런 그에게 이시준은 다가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하지만 한우주는 또 화가 난다. 자신을 정신병 환자 취급하는 것 같아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마음에 병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
‘하바마’, 고보결과 김태희의 육아공감이 더욱 감동적인 건 그는 커피 한 잔 마실 시간도 없이 아이 돌보기에 바쁘다. 육아라는 것이 그렇다. 잠깐 고개 돌리고 나면 해야 할 일들이 쏟아진다. 그렇게 정신없이 바쁜 게 육아지만, 안 해본 사람은 그걸 일로도 생각하지 않는다. tvN 토일드라마 의 서우 엄마 오민정(고보결)이 그렇다. 그런데 오민정은 친엄마가 아니다. 흔히 ‘계모’라 불리기도 하는 새엄마다. 그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 애썼고 그래서 간호사가 됐지만 조강화(이규형)와 결혼하면서 일을 그만두었다. 이유는 ‘진짜 서우엄마’가 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육아의 현실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할까. 그렇지만 아이가 어질러놓은 걸 치우면서도 그 아이를 보는 오민정의 눈빛은 사랑 가득이다. 계모라는 표현에 우리가..
‘너를 만났다’, 기술이 감각이 아닌 마음에 닿을 때 “우리 다음에 만나면 많이 놀자. 나도 엄마 오래오래 기억할게요.” 나연이의 그런 목소리를 엄마는 얼마나 듣고 싶었을까. 엄마는 꾹꾹 눌러놨던 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나연아 엄마는 나연이 정말 사랑해. 나연이가 어디에 있든 엄마 나연이 찾으러 갈 거야. 엄마는 아직 해야할 일이 있어서 그것들 다 마치고 나면 나연이한테 갈게. 그 때 그 때 우리 잘 지내자. 사랑해 나연아.” 아이는 졸립다며 옆에 있어 달라 말했고 엄마에게 사랑한다며 잠이 들었다. MBC 특집 VR 휴먼다큐멘터리 에서 나연이 엄마 장지성씨는 그렇게 다시 나연이를 만났고 또 보냈다. 그건 마치 잠시 동안의 ‘호접몽’ 같았다. VR 기술로 재현된 나연이의 목소리와 동작들이 엄마와 그 ..
‘동백꽃’, 우리가 물망초 손담비에게 이토록 몰입했던 건 “내가 아주 죽을 자리를 찾아가는 구나.” 동백(공효진)이 강종렬(김지석)로부터 받았다 돌려주려 했던 3천만 원을 갖고 도망치려던 향미(손담비)는 결국 다시 터덜터덜 동백의 가게 까멜리아로 돌아온다. 그 발걸음은 아마도 어린 시절 자신의 집이었지만 들어가기 꺼려졌던 엄마의 술집 물망초로 향하던 그 마음의 무게만큼 무거웠을 게다. 그 누구도 향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그렇게 몸까지 험하게 굴리고 심지어 사기와 협박을 해서까지 번 돈으로 유학에 생활비, 병원비까지 대왔던 코펜하겐에 있는 동생이지만 그 동생은 향미가 그 곳으로 오는 걸 꺼려했다. 동생은 향미가 무슨 짓을 해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다 알고 있다며 여기선 그렇게 살지 못한다고 했다. 아마..
‘동백꽃’이 까불이라는 사회적 공포를 활용하는 방식 KBS 수목드라마 은 옹산에 들어와 까멜리아라는 술집을 하며 아들을 부양하는 미혼모 동백(공효진)과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해 여러 차례 범인을 검거하며 경찰이 된 황용식(강하늘)의 멜로가 주요 스토리다. 도서관에서 본 후 첫 눈에 반해 동백을 따라다니며 구애하는 황용식을 애써 밀어내다 대책 없는 그 돈키호테식 직진에 결국 동백은 마음을 열고 이제 달달한 관계가 시작되려던 참이다. 그런데 드라마 첫 장면에 들어가 어딘지 불안감을 만들었던 ‘까불이’라는 연쇄살인마의 그림자가 달달한 멜로에 조금씩 드리워지고 있다. 까멜리아의 벽에 낙서로 쓰인 ‘까불지 마라’는 글귀가 어떤 불안감을 주더니 이제 벽면에 커다란 글씨로 ‘까불지 말라고 했지. 그 때부터 지금까지 내..
‘닥터 프리즈너’, KBS도 이런 웰메이드가 가능한데 어째서 KBS 드라마 가 종영했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전개였다. 나이제(남궁민)와 이재준(최원영)의 대결은 결국 나이제의 승리로 돌아갔다. 되돌아보면 약자들 위에 군림해 권력을 휘두르며 그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들던 이재준 같은 인물이 제대로 처벌받기 위해서는 얼마나 힘겨운 싸움이 필요한가를 보여준 드라마였다. 엔딩에 이르러 감옥 속에서 이재준이 끝까지 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히고, 나이제가 “그냥 거기서 죽어”라며 짓는 미소는 사이다 엔딩이면서도 씁쓸함을 줬다. 결국 복수를 끝내고 성공한 나이제 역시 어딘가 저들을 닮은 미소를 짓고 있으니 말이다. 는 최고 시청률 15.8%(닐슨 코리아)를 기록했고 방영 내내 화제성도 뜨거웠다. 처음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