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행복 (66)
주간 정덕현
파경 드라마, 하지만 육아 예능 그 의미 적어도 우리네 드라마 상에서 결혼은 이제 필수가 아니라 선택인 것 같다. 흔하디흔한 가족드라마들이 파경을 다루고 있다. 김수현 작가의 는 이미 한 번 결혼에 실패해지만 재혼한 여자가 겪는 또 한 번의 파경에 이르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풍겨나듯이 이 드라마에서 결혼한 이들은 하나 같이 불행하다. 재혼한 여자는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고도 너무나 뻔뻔해질 수 있는 지독한 이기주의자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고, 재혼한 남자는 아내가 아이를 보듬어주기는커녕 아이를 심지어 질시하는 미성숙한 인물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결국 김수현 작가가 하려는 얘기는 타인과 함께 살만큼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거나 혹은 자신을 기만하고 결혼한 이들은 예정된 파행을 겪게 된다..
를 통해 보는 가족주의의 해체 저렇게 될 줄 알았지. 시작부터 “나 미스코리아 나갔던 여자야”를 외치며 온갖 민폐를 끼치던 왕수박(오현경)이 집을 나와 식당에 취직했다가 쫓겨나고 노숙자처럼 길거리를 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마도 많은 시청자들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 이제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왕가네 가족들에게 패악질 하던 캐릭터들이 이제 권선징악, 개과천선의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것 또한 시청자들이 예상 못했던 일은 아닐 것이다. 수박이 동생 호박(이태란)을 만나 “오늘이 아부지 생신”이라며 돈 봉투를 전하는 장면이나 “호박아, 너하고 광박이한테 정말 고맙다. 집도 얻어주고. 난 맏이 노릇도 못하고 못난 짓만 하는데”라는 대사를 던지는 것도 그래서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사실 의..
출생의 비밀 없는 , 그 진면목은 왜 제목을 굳이 이라 했을까. 최근 막장드라마하면 바로 떠오르는 코드가 바로 ‘출생의 비밀’이다. 그런데 그것을 제목으로 세웠으니 은 막장일까. 그렇지 않다. 이 드라마는 막장드라마들이 흔히 사용하는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출생의 비밀’ 코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물론 ‘출생’의 문제가 다뤄지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비밀’이다. 정이현(성유리)에게서 어느 날 사라져버린 10년 간의 기억. 그 속에 담겨진 비밀을 찾아가는 드라마가 바로 이다. 자고 일어났더니 10년 간의 기억이 사라졌다는 설정은 파격적이다. 무언가 엄청난 충격을 겪은 후, 정이현은 스스로 기억을 봉인해버렸던 것. 깨어나 보니 굴지의 예가그룹 총수 최석(이효정)이 작은 아버지라는 사실이 밝혀..
과 버스커버스커의 '벗꽃엔딩' 그것은 해피엔딩이었을까 새드엔딩이었을까. 의 엔딩은 봄바람에 벚꽃이 흩날리는 어딘지 동화적인 공간 속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보게 된 오수(조인성)와 오영(송혜교)의 키스로 끝이 났다. 겉으로 보면 해피엔딩처럼 보여지지만, 그 장면이 가진 동화적인 느낌은 그것이 모두 한 자락 꿈 같은 아련함을 남기기도 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한 열린 선택이었던 셈이다. 드라마의 스토리구조 상 는 비극일 수밖에 없다. 죽음이라는 대전제를 깔고 그 위에서 삶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살아야 되는 이유’ 혹은 ‘사랑이라는 삶의 존재 근거’ 같은 주제의식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은 결국 죽음일 것이다. 하지만 그 죽음이라는 비극을 그저 비극으로만 바라볼..
유재석의 스트레스, 우리를 웃게 하는 힘 '스트레th' 특집에 나온 유재석은 자신의 장점을 ‘열심히 한다’, ‘잘 웃는다’로 표현했고, 단점을 ‘다소 우유부단하다’, ‘다른 사람이 잔소리로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고민거리를 묻는 질문에 “크게는 없었는데요. 이번 주 녹화 이거 재밌었나.. 다음 주에는 이런 걸 한다는데 이건 어떨까...”라고 답했다. 이 장점과 단점 심지어 고민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유재석의 스트레스가 모두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그의 장단점은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행복과 관련된 것이라기보다는 모두 그가 고민거리로 말한 방송에 관련된 것이었다. 우리는 방송을 통해 열심히 하고 잘 웃으며 때론 우유부단함(캐릭터로 나오는)을 볼 수 있었고 종종 그가 멤버들에게 잔소리를..
'MBC 스페셜'이 전한 진정한 행복의 의미 지리산 동래마을에 사는 버들치 시인 박남준은 자장면 하나를 먹으면서 말한다. "사람이 어떻게 고생만 하면서 사냐"고. "이런 호강도 가끔은 가져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리산 중기마을에 사는 낙장불입 시인 이원규는 말한다. "몇 십 억씩 가진 사람들 많지만 자기가 가장 행복한 것 같다"고. 저기 섬진강이 내려다보이고, 친한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란다. 최도사로 불리는 최현은 목욕을 하면서 "4500원 주고 이렇게 행복한 게 없잖아"하고 말한다. 이런 호사가 없다는 얘기다. 아마도 도시의 욕망에 찌들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자장면 한 그릇과 내려다보이는 섬진강 풍경이나 친한 친구들, 그리고 4500원짜리 목욕을 가지고 호사라고 표현하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최..
'제빵왕 김탁구', 빵으로 시대를 풀어내다 굶주린 아이가 빵집을 들여다보는 장면은 배고팠던 70년대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 고소하고 달콤한 향기에 씹을수록 말랑말랑한 질감의 기억은 당대의 가난을 향수할 수 있을 만큼 아련하게 다가온다. '제빵왕 김탁구'가 처음 그려낸 정서는 바로 이 가난한 시대에 맡았던 빵의 향기처럼 유혹적이면서도 처절하다. 가난은 폭력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김탁구(아역 오재무) 모자를 삶의 바깥으로 밀어낸다. 그런 탁구를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그 배고팠던 시절에 코를 자극했던 빵의 기억이다. 그가 팔봉빵집으로 들어오기까지의 세월은 가난이 몸에 배어 배고픔을 잊기 위해서는 뭐든 했던(그래서 그것이 심지어 '생활의 달인'을 만들었던) 시대를 함축한다. 김탁구..
'자이언트'하면 떠오르는 건 제임스딘과 록허드슨,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주연으로 나왔던 동명의 영화입니다. 텍사스의 목장에서 석유왕이 되는 제임스딘, 그러나 그 성공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그의 욕망과 좌절의 드라마죠. 당시 이 영화는 5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투여한 블록버스터였습니다. 다분히 미국의 성장을 아련한 노스탤지어로 그려내는 시대극이었죠. SBS에서 '자이언트'라는 드라마가 오늘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제목이 거대해서인지 예고편만봐도 이건 저 영화 '자이언트'를 그대로 떠올리게 만듭니다. 기획의도를 읽어보면 이 드라마가 전형적인 시대극이 가지는 코드들을 모두 버무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공에 대한 욕망과 그 욕망 속에서 벌어지는 비극, 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