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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카지노’, 최민식의 인생 도박 모험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 역시 최민식은 최민식이다. 3회까지 첫 공개된 디즈니+ 는 한 마디로 최민식의 아우라가 전편을 장악하고 있는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함과, 깡패들 사이에서 보여주는 살벌함과 더불어, 최민식 특유의 쓸쓸하고 처연한 정서가 더해져 의 주인공 차무식(최민식)은 종횡무진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툭하면 사고를 치고 교도소에 들락거리는 깡패 아버지와 그에게 돈도 뜯기고 연일 두드려 맞으면서 기구한 일생을 살아온 어머니 사이에서 거친 삶과 동시에 인간적인 연민도 가진 인물, 차무식. 그의 80년대와 2000년대를 넘나드는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의 서사다. 그는 어쩌다 필리핀까지 가게 되어 그 ..
‘붉은 단심’, 허성태와 손잡은 이준, 강하나 질녀삼은 장혁 “국혼은 전하께서 세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닙니까?” KBS 월화드라마 에서 박계원(장혁)은 병판 조원표(허성태)와 술자리를 하며 국혼에 대해 그렇게 이야기한다. 실로 조선의 12대왕 이태(이준)는 중전 간택이 자신의 세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오래도록 연모해온 유정(강한나)이 연심을 드러내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에겐 혼인해야 할 여인이 있습니다.” 그렇게 유정을 밀어낸다. 이태가 말한 ‘혼인해야 할 여인’이란 병판 조원표(허성태)의 딸 조연희(최리)다. 그는 좌의정 박계원과 대적하기 위해 거의 유일하게 자기 세력을 갖고 있는 조원표를 택한 것이고, 그래서 조연희와 정략결혼을 하려 한다. 일부..
‘오징어 게임’, 456명과 456억 사이 (본문 중 드라마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드라마를 시청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어린 시절 공터에서는 흙바닥에 오징어 모양을 그려놓고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당시에는 오징어 가이상이라 불렸다)을 하곤 했다. 맨몸으로 공수를 나눠 부딪치는 게임은 꽤 과격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재미를 선사했다. 밥 냄새가 몽글몽글 피어나는 저녁 시간이 되어 엄마들이 아이 이름을 불러서야 겨우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으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 이 어린 시절의 게임들을 모티브로 가져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서바이벌 게임으로 변주해낸다. 빚에 쪼들리면서도 경마 같은 도박을 통해 일확천금만을 꿈꾸는 기훈(이정재)은 이혼 당한 후 힘겹게 생업으로 버텨가는 어머니와 함께 살아..
신하균 이외에도 '괴물'이 끄집어낸 연기 괴물들 신하균만이 아닌 모두가 연기 괴물들이었다. JTBC 금토드라마 은 그래서 드라마 말미에 되돌아보면 그 제목이 마치 이들 연기 괴물들을 지칭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첫 회부터 끝까지 드라마의 추동력을 중심에 잡아준 신하균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연기괴물이다. 그는 이동식이라는 피해자 가족이자 형사 역할로 범인과 사체를 찾으려는 절박한 심정을 그 눈빛 하나 표정 하나에도 담아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이동식의 파트너이자, 동시에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든 한주원(여진구)은 을 이끄는 또 한 축이었다. 지극히 공적인 형사로서의 의무를 다하려는 모습과 점점 사건의 진실을 파고들수록 사적인 관계와 충돌을 일으키는 한주원이라는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
'싸이코패스 다이어리'가 끄집어낸 허성태의 더 큰 잠재력 “저는요. 저는 뭐 형님 배신 때릴 줄 알았습니까? 의형제인데.” 믿을 건 심보경 경장(정인선)밖에 없다는 육동식(윤시윤)의 말에 장칠성(허성태)은 살짝 토라지며 그렇게 말한다. 그 말에 육동식이 오열하자 장칠성도 함께 울며 “제발 울지 좀 마요”라고 말한다. 조폭이니 싸이코패스 포식자 살인마니 하는 호칭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쫄보에 눈물 많은 이 콤비는 그래서 만나기만 하면 빵빵 터지는 케미를 보여준다. tvN 수목드라마 를 보다보면 이 인물이 과연 늘 봐왔던 그 허성태가 맞나 싶다. 물론 시작은 늘 허성태가 해왔던 살벌한(?) 이미지의 조폭 장칠성이었다. 하지만 그건 겉모습이었을 뿐, 실제로는 쫄보에 두들겨 맞기 일쑤인 인물. 그는 어느 날 우연..
‘친애하는 판사님께’가 ‘왕자와 거지’에 법복을 입힌 까닭은 의 법정극 버전일까. SBS 수목드라마 는 쌍둥이지만 너무나 다른 형과 동생의 역할 바꾸기를 다룬다. 형 한수호(윤시윤)는 늘 ‘전국 1등’만 하고 판사가 되어 탄탄대로를 달리는 엘리트. 하지만 동생 한강호(윤시윤)는 늘 형과 비교당하며 엇나간 삶을 살게 된다. 고교시절 집단 구타를 당하는 형을 구하려다 얼떨결에 범죄자가 됐다. 상대방에게 칼이 쥐어져 있었지만 형 수호는 그걸 모른 척 했고 그래서 강호는 감방에 가게 됐다. 그걸 시작으로 그는 전과 5범의 미래가 없는 삶을 살게 된다. 그가 그렇게 된 건 끝없이 형만을 챙겨주던 엄마 때문이기도 했다. 범죄자가 됐다는 이유로 엄마는 형에게 짐이 된다며 찾아가지 말라고 한다. 결국 그 말에 반발해 ..
기막힌 교집합 ‘크로스’, 범죄와 의술 사이 생명은이 교집합이 실로 흥미롭다. tvN 월화드라마 는 바로 이 드라마가 가진 많은 경계의 접점들에서 나온 제목 같다. 범죄와 의술이 겹쳐지고, 살인과 활인(活人)이 겹쳐진다. 장르로 보면 의학드라마와 범죄물이 겹쳐지고, 공간으로 보면 감옥과 병원이 겹쳐진다. 그리고 이렇게 ‘크로스’되는 지점에 놓여진 건 다름 아닌 ‘생명’이다. 천재의사 강인규(고경표)라는 존재 자체가 여러 이질적 면면이 ‘크로스’된 캐릭터다. 그는 처참하게 장기가 적출된 채 살해당한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꿈꾸기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의사가 된 인물이다. 그래서 그가 드는 메스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복수를 위해서는 ‘살인검’이 되지만 의사의 본분인 생명을 위해서는 ‘활인검’이 된다..
영화 같은 ‘터널’, 이토록 소름 돋는 전개라니30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타임리프.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형사들. 그리고 피해자들. OCN 주말드라마 은 시작 전만 해도 tvN 드라마 과 비교되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방식이 무전기에서 터널로 바뀐 것 아니냐는. 하지만 이런 비교가 미안하고 무색할 지경이다. 의 전개는 스릴러 장르를 줄곧 고집해온 OCN의 정수가 총체적으로 모여져 재미와 의미까지 모두 함의하는 놀라움을 보이고 있다. 스릴러 장르가 갖는 긴장감은 기본이고, 시간을 뛰어넘는 타임리프 설정이 주는 새로운 이야기 전개의 신선함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무엇보다 은 스릴러 장르와 타임리프라는 다소 복잡할 수 있는 틀거리를 가져오면서도 헤어진 이들이 다시 만나는 가족이야기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