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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왜 오수재인가’, 우리의 정체에 대해 묻는 드라마 “빼어날 수 맑을 재. 근데 그 이름을 함부로 쓴 거야. 빼돌린 돈을 세탁하는 계좌에 그 이름을 막 쓴 거야.” 오수재(서현진)는 TK로펌 최태국(허준호) 회장이 바하마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고 그 돈 세탁에 사용된 해외계좌 이름에 자신의 이름을 마구 사용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그 사실을 밝히고 저들과 싸우는 건 무모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최태국 회장에게 이 일을 묻어주는 대가로 700억을 요구한다. 그걸 최태국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이름값이 700억이냐고. SBS 금토드라마 가 드디어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놨다. 어쩌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바로 그 누군가의 ‘이름값’에 대한 것이 아닐까. 아버지가 ‘빼어날 수에 맑을 재’라고 이..
‘모가디슈’, 두 시간이 쫄깃한 남북 공조 소말리아 탈출기 류승완 감독의 신작 영화 는 먼저 그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유발한다.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 1991년 그 곳에서 벌어진 내전을 소재로 했다. 한국영화가 한국도 아닌 해외 배경으로, 그것도 아프리카라는 공간을 소재로 가져온 것만으로도 색다른 그림과 스토리가 기대될 수밖에 없다. 영화 시작부터 부감으로 보여지는 모가디슈의 이국적인 풍광은 그 곳에서 벌어질 대혼전을 예고하며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이 배경 위에 남북한의 외교 총력전이라는 대결구도를 세워두니, 영화는 더욱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 이역만리의 땅에서 벌어지는 대한민국 대사관과 북한 대사관 사이의 치열한 외교전이 그것이다.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으로 국제사회에 발을 ..
'미씽', 고수와 허준호의 살벌한데 유쾌하고 훈훈한 스릴러라니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들이 등장하는 살벌한 스릴러가 아닐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참혹하게 살해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유기되어 '실종'처리된 사건들. 장판석(허준호)이 삽자루를 들고 어딘가를 찾아다니고 죽은 사체들을 하나씩 찾아내 끌어내는 이 드라마의 첫 시퀀스는 당연히 그 인물이 연쇄살인범일 거라는 심증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그건 일종의 트릭이다. 그는 실종처리 되어 사라진 사체들을 찾는 것이었을 뿐이니 말이다. OCN 토일드라마 에서 장판석이 사체를 찾는 이유는 죽었지만 사체조차 발견되지 못한 억울한 영혼들을 저승으로 보내기 위함이다. 그 영혼들이 머물고 있는 곳은 바로 두온마을. 산 자들의 눈에는 그 장소도 영혼도 보이지 않지만 무슨 일..
'지정생존자', 정치인의 권력의지와 유권자의 권리 “권력이라고 하셨습니까? 저하곤 관계없는 이야기인데요. 전 그저 이 자리에서 시민의 책무를 다하고 60일 뒤엔 학교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예전처럼.” tvN 월화드라마 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지진희)은 비서실장 한주승(허준호)에게 그렇게 말했다. 초유의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 사건으로 졸지에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하게 된 박무진. 하지만 국민들도 청와대 수석보좌관들 같은 실무진들도 그를 믿지 못했다. 불신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한주승은 박무진에게 “대한민국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청와대 스텝의 신뢰와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라”고 조언했다. 신뢰와 지지 그것이 바로 권력이라는 한주승의 조언을 그러나 박무진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권력이..
‘국가부도의 날’, 너무 아팠던 이 재난을 굳이 다시 꺼내보는 이유영화 은 재난영화처럼 보인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1997년 IMF 구제금융을 받아들이던 그 때 상황을 이 영화는 소재로 가져오면서, 그 일주일 전 이 재난이 닥칠 것을 알고 있는 이들이 어떤 대처를 보여주는가를 담는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국가부도 사태라는 쓰나미 앞에 선 인간군상들.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인 한시현(김혜수)은 이 심각한 재난을 일찌감치 알아채고 윗선에 보고하고 그 보고는 경제수석을 거쳐 청와대까지 올라가지만 어쩐지 대처방식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재정국 차관(조우진)은 노골적으로 이 재난을 정부가 나선다고 막을 수 없다고 말하며, 국민들에게 알리지 말 것을 요구한다. 혼돈만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참에 우..
뻔한 ‘훈남정음’과 울림 있는 ‘이리와 안아줘’의 희비를 가른 건SBS 과 MBC 가 같은 날 종영했다. 두 드라마는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다. 은 훈남(남궁민)과 정음(황정음)이 결혼을 약속했고, 정음은 훈남의 도움을 받아 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해갔다. 는 지옥 같던 살인자 윤희재(허준호)가 납치한 한재이(진기주)를 채도진(장기용)이 구해내고, 자기 같은 괴물로 아들을 만들려는 윤희재의 도발 앞에서 윤나무는 스스로가 다르다는 걸 증명해냈다. 두 드라마가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종영을 맞는 두 드라마의 입장은 완전히 다를 법하다. 애초의 기대작이었던 과 별 기대가 없었던 가 거둔 성과가 너무나 상반됐기 때문이다. 드라마 시작 전 두 드라마의 액면만을 보면 당연히 에 기대감이 모아질 수밖에 없..
‘이리와 안아줘’, 허준호가 스스로 증명한 악역의 탄생“악은 증명 당하는 것이 아니다. 악은 스스로 증명하는 것.” MBC 수목드라마 에서 윤희재(허준호)는 그렇게 말했다. 연쇄살인범으로 감방에 들어가 사형수로 지내왔던 그는 결국 탈옥함으로써 스스로를 증명했다. 그리고 그것은 허준호가 윤희재라는 희대의 악역을 통해 배우로서의 아우라를 증명해낸 것이기도 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만큼 소름끼치는 긴장감이 가능했을까.윤희재는 우리가 봐왔던 연쇄살인범과는 사뭇 다른 캐릭터다. 보통의 연쇄살인범이 가족 없이 홀로 지내며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반해, 윤희재는 가족이 있다. 두 명의 친 아들과 재가했던 아내 채옥희(서정연)와 그녀의 딸 채소진(최리)이 그들이다. 그가 연쇄살인범이라는 게 밝혀지기 전까지만 해도 ..
‘이리와 안아줘’, 멜로만큼 궁금한 이 드라마의 인간관과연 채도진(장기용)은 희대의 살인마인 아버지 윤희재(허준호)를 이겨낼 수 있을까. MBC 수목드라마 는 채도진과 한재이(진기주)의 서로 나누는 눈빛만 봐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절절한 사랑을 담고 있지만, 그것만큼 궁금해지는 건 이 드라마가 보여줄 인간관이다. 인간은 악을 태생적으로 안고 태어난다고 해도 과연 그것을 벗어나 구원받을 수 있을까. 또 그런 구원은 어떻게 가능해질 수 있을까. 윤희재는 이미 체포되어 사형수로 감방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여전히 채도진과 한재이의 주변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우고 싶은 그 과거를 끊임없이 다시 끄집어내는 장본인이 바로 윤희재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서전을 써서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그것으로 본래 윤나무와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