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황금의 제국 (3)
주간 정덕현
‘귓속말’, 이들의 폭주가 보여주는 통쾌함과 씁쓸함“법대로 살 수 없어 사는 법을 배웠죠.” 이동준(이상윤)이 태백의 대표 최일환(김갑수)에게 던진 이 말은 SBS 월화드라마 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실 이 드라마는 한 회 한 회 긴장을 늦추고 볼 수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끝없는 대결구도로 이뤄진 이 드라마는 또한 끝없이 새로운 판이 그 때마다 짜지기 때문이다.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는 다시 내일의 적이 된다. 이들이 대립하는 가장 큰 골격은 로펌 태백의 경영권을 두고 벌어지는 최일환과 보국산업 강유택(김홍파)의 패권다툼이다. 하지만 이 대결구도 속에 틀어 앉은 또 하나의 사건이 방산비리다. 보국산업과 태백이 얽혀 있는 이 비리를 캐던 기자가 최일환의 딸 최수연의..
대사만으로 현대사를 관통하는 문제작, “시멘트 가루 맛보던 혓바닥이 돈 맛을 보고 나니까 세상천지가 다 돈으로 보여. 회사도 공장도 사람도 저놈 저거 얼마짜리다. 저건 얼마짜리다. 한성제철이 네 손에 들어가 있으면 서윤이하고 싸우겠지. 너도 서윤이도 시멘트가루 맛은 본 적이 없고 돈 맛만 아니까. 10년 20년 결국 너도 내 나이가 될 거다. 민재야 지금 내가 느끼는 마음 너 안 느끼게 하고 싶어. 애비 마음이 그래.” 성진그룹을 형 최동성 회장(박근형)과 함께 일궈낸 최동진(정한용)이 아들 최민재(손현주)에게 던지는 이 대사는 이라는 드라마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으로 얘기하면 사용가치가 교환가치로 바뀌는 지점에서부터 생겨나고 폭주하는 자본의 생리를 최동진은 몇 마디 대사로 툭 던져놓고 있다...
, 이 지옥에서 살고 싶은가 또 다른 를 기대했다면 실망했을 수 있다. 에는 에서 보여졌던 서민 대 재벌의 대결구도가 본격적으로 그려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의 백홍석(손현주)과 의 장태주(고수)는 같은 서민의 모습으로 시작하지만 그 변해가는 모습이 다르다. 백홍석이 가진 자들의 편에 선 잘못된 사법정의와 맞선다면, 장태주는 “당신 아버지 최동성 회장은 그렇게 살아도 되는데 난 왜 안돼죠?”하고 되묻는 인물이다. 장태주가 살아보겠다는 그 최동성(박근형) 회장은 “수십 번의 고소를 당했고 몇 번이나 검찰 조사를 받았고 시멘트 공장으로 시작해서 불량 시멘트로 큰 돈을 벌고 멀쩡한 회사를 자금압박해서 인수하고 마흔 두 군데의 계열사를 만든” 인물이다. 장태주가 최동성 회장처럼 살겠다 마음먹는 근거는 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