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기사’가 말하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KBS 수목드라마 <흑기사>, 이 드라마 수상하다. 판타지 로맨스인데 난데없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자본화 현상이 거론된다. 최근 들어 부쩍 많이 등장하는 이 용어는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고 결국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을 뜻한다.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문수호(김래원)가 한국에 들어와 벌이고 있는 사업이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벌어지는 공간에서 원주민들을 지켜내는 사회사업이다. 그는 특색 있는 전통을 유지한 동네에 건물과 집들을 사들여 예술가들에게 장기 임대를 해주고 이를 여행 상품으로도 만들겠다고 했다. 

조금은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드라마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게 그렇게 맥락 없는 설정은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정해라(신세경)가 절망하게 되는 사건으로 이모가 반전세금을 빼고 대출까지 받아 오래된 한옥집을 덜컥 사버린 일이 이미 이 드라마가 공간에 대한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는 사전포석이었기 때문이다. 재개발 자체가 묶여버린 그 한옥집을 결국 문수호가 사고 정해라와 이모가 머물 셰어하우스를 제공하는 스토리 전개도 그래서 그냥 전개된 것이라기보다는 의도된 것이라 보인다. 

도시 한 가운데 남아있는 샤론양장점이라는 다소 고풍스럽고 어떤 면에서는 판타지적인 공간도 그래서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양장점’이라는 문구가 드러내는 전통적인 방식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져 버린 기성품의 자본적 냄새와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그 곳을 지키고 있는 샤론(서지혜)은 그래서 그 공간과 하나 된 인물처럼 보인다. 200년을 죽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존재. 물론 죽고 늙고 하는 생멸의 문제는 다소 세속적인 것일 수 있지만, 어쨌든 지켜지고 있는 ‘전통’이라는 의미에서 그 공간의 상징은 남다르다.

그러고 보면 슬로베니아에서 문수호와 정해라(신세경)가 만난 기사의 성이 그런 공간이다. 사람은 100년을 넘어 살기가 힘들지만 그런 성은 몇 백 년을 그 모습 그대로 버텨내기도 한다. 물론 그 성 이전에 공간은 더 오랜 세월들을 머금었을 게다. 다만 그 위에 인간들이 나타나고 누군가는 집이나 성을 짓고 또 누군가는 그걸 부수고 새로 짓고 하는 걸 반복했을 따름이다. 

불멸의 존재와 수백 년을 버티고 있는 건물들은 그래서 그 존재 자체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벌어지는 도시의 자본화 현상을 마치 허망한 짓이라는 듯 비웃는다. 100년을 못사는 인간의 얕은 욕망이 만들어내는 안타까운 파괴의 양상이라는 걸 말해주는 듯하다. 

드라마가 내세우고 있는 문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메시지에는 그래서 이 드라마의 공간에도 어떤 울림을 만든다. 눈에 보이는 것에 휘둘려 욕망과 자본이 몰리고 그래서 예술가들 같은 원주민들이 밀려나지만, 알고 보면 그 곳이 그렇게 생기를 갖게 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가들의 혼 같은 것이다. 만일 공간과 건물이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이를테면 사람의 흔적이나 온기 혹은 사랑 같은 것들이 퇴적해 만들어진 총체라고 생각한다면 함부로 그걸 밀어버리거나 그 안의 사람들을 내모는 짓은 할 수 없으리라. 

이것은 <흑기사>가 그려내는 판타지적인 사랑의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눈에 보이는 것들로만 채워져 있는 것 같고 그래서 많은 것들이 우리를 절망하게 하지만, 또한 거기에는 사랑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있어 우리를 다시 살아가게 한다. 자기 존재의 귀함과 아름다움을 잊은 채 살아가던 정해라에게 문수호가 당신은 귀한 존재라고 말해주는 건 바로 그 ‘보이지 않는 것’을 그가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말도 안되는 판타지를 꿈꾸고 그게 마치 실제 있는 일이나 되는 것처럼 빠져드는 건 눈앞에 보이는 것들로만 가득 채워진 비정한 세상이 그저 전부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나 비참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꿈꾼다. 눈에 보이지 않고 또 어찌 보면 결국은 모두가 사멸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저버리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몇 세기를 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불멸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흑기사>의 판타지 로맨스가 젠트리피케이션을 얘기하는 건 엉뚱한 일이 아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눈에 보이는 세속적 현상이라면 판타지나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한 가치일 수 있으므로.(사진:KBS)

‘윤식당’,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공간·시간·인간

“저런 곳에서 지낼 수 있다면...”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이 주는 가장 큰 로망은 바로 그 공간이 주는 판타지가 아닐까. 요즘 같은 황금연휴에 여행은커녕 일을 하고 있거나, 여행을 가고 싶어도 여유가 없어 TV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이라면, <윤식당>의 그 발리의 외딴 섬이 주는 막연한 로망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게다. 단 며칠이라도 모든 걸 잊고 울려대는 전화기 따위는 커버린 채 바닷바람 맞으며 해먹에 누워 느긋한 독서와 낮잠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면...

'윤식당(사진출처:tvN)'

“저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하지만 <윤식당>이 주는 로망이 단지 공간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 공간에 깃들여진 여유로운 시간이 없다면 무용지물. <윤식당>이 그 섬에서 연 가게도 원할 때 열고 원할 때 닫는 그 여유가 없다면 이 곳 도시의 치열한 회사생활과 다를 게 무엇이 있을까.

하지만 이 <윤식당>의 사장님 윤여정은 장사로 돈을 벌려는 그런 욕망이 거의 없다. TV프로그램이기 때문이지만, 자신이 만든 요리를 손님들이 맛있게 먹어주기만을 바란다. 그래서 기다리다 오랜만에 손님이라도 올라치면 접시에 더 정성을 깃들이고 덤에 덤을 얹어준다. 그리고 하는 말이 “맛있게 먹어주니 너무 고맙다”는 것이다. 이런 사장이 있는 가게에 여유가 없을 리 없다. 그리고 희한한 것은 이렇게 여유를 갖고 하는 장사에 오히려 손님들이 더 몰린다는 점이다. 손님들도 안다. 돈 벌려고 장사하는 것과 진짜 맛있는 음식을 내놓으려고 애쓰는 그 차이를.

“저런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면...” 하지만 무엇보다 <윤식당>의 가장 큰 로망은 윤여정 사장님으로부터 느껴지는 좋은 사람들이다. 보조인 정유미를 잘 한다 잘 한다 다독이고, 영업과 마케팅을 맡은(?) 이서진이 신 메뉴를 얘기할라치면 처음에는 손사래를 치다가도 나중에는 본인이 더 나서서 아이디어를 덧붙이는 적극성을 보인다. 처음 여는 가게라 긴장과 부담이 있지만 그래도 손님이 많아 정신없이 바쁠 때 활짝 펴지는 그 얼굴을 보면 시청자들도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새 내 장사처럼 여겨지게 만드는 사장님이라니. 

아이디어 많고 추진력도 좋으며 위기 상황에서도 척척 대처해내 기댈 수 있는 상무, 이서진의 든든함도 그렇고, 어떻게 상대방의 마음을 그리도 잘 아는지 말 하지 않아도 척척 옆에서 준비를 해주고 마음을 써주는 정유미 보조의 싹싹함, 그리고 가장 연장자지만 아르바이트라는 위치에 맞게 늘 손님을 향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신구의 친절함까지 <윤식당> 사람들은 모두가 함께 일하고픈 그런 좋은 느낌을 준다.

연휴를 맞아 어딘가 떠나지 못하고 심지어 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윤식당>이 보여주는 공간, 시간, 인간에 대한 로망은 아마도 누구나 꿈꿔왔을 모두의 소망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삶이 그 소망하는 대로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이 세 가지라는 걸 말해준다. 괜찮은 공간에서 여유 있는 시간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픈 소망. <윤식당>이 우리를 꿈꾸게 하는 이유다.

 '시카고 타자기', 임수정에 더 집중해야 산다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 초라해져가는 시청률이다. 2.4%(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tvN <시카고 타자기>. <해를 품은 달>과 <킬미 힐미>의 진수완 작가의 신작인데다, 유아인이 출연했다는 소식만으로도 기대감은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수준이었다. 하지만 2회에 잠깐 2.8% 시청률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시청률이 빠지더니 5회에는 1.9%까지 떨어졌다. 

'시카고 타자기(사진출처:tvN)'

작품의 완성도나 유아인, 임수정, 고경표의 연기 모두 명불허전인 건 사실이다. 특히 이 작품은 소설이라는 지금껏 드라마 소재로는 잘 다뤄지지 않은 세계를 담는 실험을 하고 있다. 1920년대 경성과 현재를 넘나들고 타자기와 회중시계가 일종의 판타지 장치처럼 활용되며 작가인 한세주(유아인)와 진짜 유령인 유령작가 유진오(고경표)라는 존재의 관계는 상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마저도 흐릿하게 만들고 있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가상과 현실을 말 그대로 ‘종횡무진’하는 <시카고 타자기>는 그래서 굉장한 야심작이다. 그 안에는 스릴러에 판타지 로맨스 같은 다양한 장르들의 편린이 녹아 있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일반 시청자들에게 이 드라마는 ‘종을 잡을 수 없는’ 드라마처럼 다가온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하는 그 목표의식이 5회가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어서다.

이건 5회에 이르러 유진오가 그저 유령작가가 아니라 실제 유령이었다는 사실을 깜짝 밝히는 반전을 보여주는 그 장면에 잘 드러나 있다. 드라마는 지나치게 반전에 집착하며 어떤 이야기로 튈지 알 수 없게 현재 상황을 숨기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그것이 궁금하기보다는 다소 복잡하고 나아가 답답하게 여겨진다. 드라마에서 반전 장치란 터트릴 때는 효과가 있지만 터지기 전까지 숨길 때는 이야기 전개의 원활한 흐름을 오히려 막아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유진오가 유령일 거라는 추측은 이미 대부분 시청자들이 알고 있었던 사안이다. 이러니 반전의 효과는 줄어들고 대신 반전을 보이기 위해 그간 숨겨놓고 눌러놓았던 이야기 전개만 더 복잡하게 보이는 역효과가 생길 수밖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복잡한 이야기 속에서 시청자의 몰입 포인트를 드라마가 제대로 콕 집어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한세주라는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세워져 있지만 일반 대중들 입장에서 소설가가 겪는 창작의 고통이라는 지점은 그다지 큰 공감대를 만들지 못한다. 물론 창작자들에게는 이 드라마의 문제의식이 흥미롭게 다가올 테지만 말이다. 

대신 이 드라마에서 대중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인물은 바로 한세주의 뮤즈로 나타난 전설(임수정)이라는 평범 속에 비범을 숨기고 있는 인물이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어째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는지’ 늘 하던 일이 어그러지는 그런 인물. 그러면서도 끝까지 한세주 작가의 초심을 믿고 신뢰함으로서 그를 진정한 창작자로 살게 하는 존재. 

한세주와 전설의 관계는 그래서 창작자와 독자의 관계가 지금 현재 어떻게 역전되어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과거의 창작자와 독자의 관계는 창작자에서 독자로 향하는 일방향적 힘이 더 우세했지만, 지금은 거꾸로 독자가 창작자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도 하는 뮤즈가 되기도 한다는 것. 

<시카고 타자기>가 좋은 실험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까닭은 바로 이 ‘몰입의 대상’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어서라고 생각된다. 창작자의 고민은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시청자들이 관심을 갖는 사항은 아니다. 대신 시청자들이 더 주목하는 건 독자의 확장된 역할이 아닐까. 전설의 활약이 중요해진 이유다.

<공항>, 우연을 인연으로 엮어주는 공간의 마법

 

온 우주가 엮어주는 인연? 그들은 어떻게 그리도 우연의 만남이 반복되는 걸까. KBS <공항 가는 길>의 최수아(김하늘)와 서도우(이상윤)는 이상할 정도로 인연이 이어진다. 그 첫 번째 인연은 최수아의 딸 효은(김환희)과 서도우의 딸 애니(박서연)가 유학중 홈스테이 룸메이트로 지낸 데서부터 시작한다. 애니가 사고로 죽자 딸의 시신과 유품을 수습하러 가는 길에 최수아와 서도우는 만나고 마침 애니의 유품이 든 가방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그걸 기다리며 두 사람은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공항 가는 길(사진출처:KBS)'

애니의 죽음은 최수아와 서도우의 관계를 이어주는 끈이 된다. 그것은 딸을 둔 부모로서의 공감대이면서 죽음을 애도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공감대이기도 하다. 그 공감대는 그래서 두 사람의 인연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남편 박진석(신성록)과 절친인 송미진(최여진)이 오래 전부터 관계를 맺어왔다는 걸 알게 되고 모든 일들이 뒤틀어지게 되면서 최수아는 더 이상 서도우와의 관계를 이어가지 못한다. 자신의 일탈 때문에 모든 것들이 잘못되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다.

 

결국 최수아는 딸을 데리고 무작정 떠난 제주도에서 다시금 정착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최수아와 서도우의 끊어져보였던 인연은 다시금 제주도에서 이어진다. 그것은 최수아가 막연히 꿈꾸던 공간이 바로 허허벌판에 불어오는 조용한 바람과 하늘을 가르는 전깃줄들 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새들을 볼 수 있는 제주도의 한 마을이었고, 마침 돌아가신 서도우의 모친이 자신의 매듭 작품이 전시됐으면 하는 공간으로 이야기한 곳이 바로 제주도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론 우연의 일치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우연 밑에는 필연이 감춰져 있다. 즉 최수아와 서도우가 만나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최수아가 했던 제주도의 어느 바람 많지만 조용한 곳의 이야기는 어쩌면 서도우가 어머니의 유언으로 그녀의 작품 전시 공간을 생각할 때 막연히 떠올렸을 풍경이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두 사람은 저 마다 겪게 된 절망감(최수아는 남편과 친구 문제로 서도우는 어머니의 죽음으로)을 극복하기 위해 제주도라는 공간을 떠올렸고 찾아왔을 수 있다.

 

물론 이건 추정이지만 이야기는 독자들의 추정을 하나의 개연성으로 삼기도 한다. <공항 가는 길>에서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만남이 그저 우연의 남발이 아니라 어딘지 신비로운 인연처럼 여겨지게 되는 건 그래서다. 그런 만남은 사실 굉장히 확률이 낮은 것이지만, 공항이나 제주도 같은 특정한 느낌을 주는 공간을 매개로 하고 거기에 개인적인 욕망과 그들이 관계를 통해 서로에게 했던 이야기들 같은 것들이 얹어지면 의외로 가능성이 있는 만남으로 여겨지게 된다.

 

이것은 공간의 마법이다. 우리는 공간을 그저 물리적인 위치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공간이 머금고 있는 이야기들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만들어낸다. 굉장히 우연히 아는 사람을 어떤 공간에서 마주쳤을 때 어떤 경우에는 두 사람이 똑같이 떠올리는 어떤 공통의 기억이 그들의 발길을 그 곳으로 이끌었을 수 있다.

 

<공항 가는 길>에서 최수아와 서도우가 주로 공항에서 만나게 되는 건 그 공간이 주는 상징(일탈의 설렘과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곳이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의 공감대로 이어주는 공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던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는 것은 굉장히 확률이 낮은 일이지만, 그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그들의 발길을 어느 한 공간(그것도 두 사람의 추억이 있는)으로 향하게 하고 그래서 거기서 우연히 그들이 만나게 되는 일은 그래도 가능할 것 같은 일이다.

 

<공항 가는 길>의 이 공간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만남과 헤어짐은 그래서 여타의 멜로드라마들이 갖고 있는 만남과 헤어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마치 하늘 위에서 공간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헤어진 사람들이 그들이 나누었던 어떤 작은 이야기나 기억 같은 것이 계기가 되어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나는 그 과정들을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 관조적 관점은 우리가 인연이라고 부르는 관계의 신비함을 드러내면서 어떤 위로와 위안을 준다. 마음 아픈 이별을 하기도 하지만 언젠가 만날 사람은 그 공유된 기억을 통해 발길이 이끌린 어떤 공간에서 결국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 가는 길>, 공간이 주는 위안과 기억들

 

비행이 있어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최수아(김하늘)는 서도우(이상윤)가 보낸 메시지를 받는다. 조심히 잘 다녀오라는 것. 그런데 그 때 딸 효은(김환희)에게서 전화가 온다. 텅 빈 집에 아이가 혼자 서 있다. 기장인 아빠는 시드니에 있고, 승무원인 엄마는 이제 비행을 하기 위해 공항으로 간다. 그런데 문득 최수아는 그 텅 빈 집에 홀로 있을 아이의 잔상이 마음에 못내 가시처럼 박힌다.

 

'공항가는길(사진출처:KBS)'

버스에서 내린 최수아는 갑자기 많은 일들이 떠오른다. ‘현주언니한테 효은이 데리고 병원 가서 진단서 끊어야 한다고 말하는 걸 깜박 했다. 하 김밥. 속은 만들었는데 효은이 한테 말도 못했고. 아 밥을 안했다. 아 김도 없지. 아 내가 뭘 해놓고 나온 거지?’ 그녀는 갑자기 모든 일들이 낯설어진다. 그러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이불 빨래를 햇볕에 너는 아줌마를 보고는 어느 날 불쑥 사표를 내버린 선배 현주(하재숙)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너무 평온해 보이는 거야. 오늘 날씨가 이렇게 좋았구나. 그때서야 하늘도 보이고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왜 이렇게 하루하루 미친년처럼 사나...”

 

KBS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의 이 장면은 이 드라마가 그려내는 정서의 많은 것들을 담아낸다. 최수아에게 공항 가는 길은 이중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우리가 공항을 갈 때 느끼곤 했을 어떤 낯선 세계에 대한 막연한 설렘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집으로부터 멀어진다는 부채감 같은 것이기도 하다. 챙겨줘야 할 아이가 있는 집. 그 곳은 벗어나고픈 곳이기도 하지만 돌아가야 할 곳이기도 하다.

 

최수아의 일상은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되어 있다. 그 발단은 딸 효은이를 해외 유학시키려 보냈다가 그 룸메이트가 사고로 죽는 바람에 다시 귀국하게 되면서부터. 부부 둘 다 일을 하는 통에 딸 봐줄 사람을 구해야 하는 입장이 되고, 시어머니에게 부탁하지만 도리어 다치게 됨으로써 그녀 역시 최수아가 챙겨야 하는 입장이 된다. 게다가 효은이의 룸메이트였던 애니가 하나의 인연이 되어 그 아빠인 서도우(이상윤)와도 선을 넘는 관계가 되어 버린다.

 

그 복잡한 일상들로부터 최수아는 도망치고 싶다. <공항 가는 길>이라는 드라마는 그래서 이 공항이라는 현실에서 벗어나는 출구로서의 공간을 통해 최수아의 감정과 갈등을 담아낸다. 서도우와의 첫 만남과 서로가 서로에게 감정을 느끼게 되는 공간이 공항이라는 건 이 드라마가 얼마나 공간이 주는 상징과 느낌, 감정들을 이야기의 주요 모티브로 삼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한강을 바라보며 전화 통화를 할 때의 그 느낌이나, 햇살 좋은 어느 날 고택의 툇마루에 앉아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을 맞을 때의 그 좋은 느낌, 골목길을 걸을 때 그 좁은 공간이 주는 아늑함, 허허벌판에 불어오는 조용한 바람과 하늘을 가르는 전깃줄들 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새들... ‘조종실에서 본 밤하늘, 알래스카의 연어 맛, 시드니의 맥주 한잔, 두바이 사막의 해질녘, 그리고 지금 여기 이층에서의 여명같은 일상에서 살짝 벗어난 공간에 서 있을 때 느껴지는 자유로움과 따뜻함과 설렘과 두려움 같은 것들이 이 드라마에는 배경이 아닌 주요 이야기로 다뤄진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한 애니가 왜 아빠도 없는 그 낯선 곳의 작업실로 때만 되면 갔을까 하는 점은 그래서 이 드라마의 미스테리면서 동시에 주제의식이 될 것이다. 공간은 결국 누군가에 대한 기억이고 그리움이 아닌가. 공간은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 남아서 그 곳의 만남과 헤어짐과 아픔과 그리움을 담아내기 마련이다. 좋은 기억을 담은 공간은 자꾸만 발길을 잡아끌게 하기도 하지만, 힘겨운 기억들이나 복잡한 일상들은 그 공간으로부터의 일탈을 꿈꾸게 한다.

 

<공항 가는 길>이 놀라운 건 바로 이 공간이 주는 일탈과 위로의 미학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벗어나려 하면서도 이끌리는 공간. 결혼이나 집, , 일상 등은 우리를 응집시켜 끌어당기는 힘을 발휘하지만 동시에 그 곳으로부터의 일탈을 꿈꾸게도 만든다. 그 사이에서 최수아라는 인물이 갈등하고 화해하는 모습은 그래서 우리에게 깊은 공감과 작지않은 위안을 준다. 복잡한 현실이 주는 힘겨움과 그 곳에서 잠시 벗어나는 순간의 위로.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그런 잠시간의 위로가 힘이 되어 살아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 잊지 말아요. 두고두고 힘이 될 거예요.”라고 서도우가 말하듯.

<치인트> 이윤정 PD 연출의 마법

 

홍설(김고은)이 혼자 사는 자취집은 좁고 허름하다. 한두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다. 그래서인지 유정(박해진)이 홍설의 집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 공간은 더 좁아 보인다. 홍설이 작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따라주는 장면은 그래서 꽤 불편해 보인다. 물론 옷을 갈아입기 위해 아마도 욕실 같은 곳으로 나갔다가 들어오는 장면도 그렇다. 그런데 그 좁고 불편해 보이는 공간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보는 이들을 더 설레게 한다.

 


'치즈 인 더 트랩(사진출처:tvN)'

바닥에 매트리스 하나 깔려 있고 앉은뱅이책상이 하나, 옷장이 하나 정도 놓여진 공간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좁은 공간이 너저분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인 가난한 여대생의 자취방의 요소들을 갖추고 있지만, 어찌 보면 꽤 아기자기하고 예쁜 느낌마저 든다. 아마도 실제라면 사뭇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tvN 월화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에 나오는 공간들은 현실적인 요소들로 배치되어 있으면서도 마치 웹툰이 그려내듯 예쁜 느낌을 주는 걸까.

 

자취방은 문까지 계단을 걸어 올라와야 되고 창문 방범창이 걱정될 정도로 그 밖은 으슥하다. 실제로 속옷 도둑 같은 변태가 출몰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입구에서 유정이 처음 홍설에게 우리 사귈까?”라고 묻는 그 장면의 배경을 보면 초록빛의 나무 이파리들이 드리워져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초록빛의 색감은 이제 파릇파릇 피어나는 유정과 홍설의 사랑을 더 풋풋하게 느껴지게 한다.

 

이런 같은 장면이라도 거기서 어떤 따뜻함이나 설렘을 특유의 색감과 연출로 풀어내는 건 이윤정 PD의 대단한 재능이다. 이미 MBC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우리는 그녀가 드라마 공간들을 어떻게 마치 잡지 화보처럼 구성하고 연출해내는가를 목도한 적이 있다. 물론 이건 배경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거기 배경 위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잡지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때론 세련되고 때론 정이 가며 때론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홍설이라는 캐릭터는 드라마 설정 상 굉장한 미인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김고은이라는 배우 역시 아직까지 대중들에게 미모의 연기자로 세워진 적이 별로 없다. 오히려 그런 미적인 것을 깨고 털털함을 드러내온 것이 김고은의 필모그라피였다. 그런데 <치즈 인 더 트랩>이 회를 거듭할수록 홍설이란 캐릭터가 점점 예쁘게 느껴지고 그것이 김고은이라는 배우의 또 다른 매력으로까지 여겨지는 건 아무래도 이윤정 PD의 연출력과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결국 좋은 PD란 캐릭터든 배우든 그 안에 숨겨져 있으나 아직 드러나지 않은 매력을 끄집어내는 연출자가 아닐까.

 

홍설의 부모가 하는 국수집은 동네 어귀에 있을 법한 작은 음식점에 불과하지만 이윤정 PD의 카메라에 잡힌 그 집은 마치 순정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미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 미닫이문을 열고 나온 백인호(서강준)가 쓰레기를 들고 나와 옆 골목 쓰레기통에 툭 던지는 장면에서 그 동선 뒤편으로 보이는 국수집 외관이나 화장실처럼 보이는 문짝의 무심한 듯 칠해진 페인트 색깔까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이런 연출은 조명이 상당부분 역할을 할 것이지만 그 이전에 아기자기한 소품 하나까지 신경 쓰는 데서 가능해지는 것들이다. 사실 드라마라고 하면 모든 게 작가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드라마는 결국 스토리와 캐릭터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좋은 재료들이 있어도 그걸 제대로 느낌 있게 만들어내지 못하면 무용지물일 게다. <치즈 인 더 트랩>의 이윤정 PD는 그 연출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하다못해 굴러다니는 쓰레기조차 예뻐 보일 지경이니.


<별그대>부터 <쓰리데이즈>까지달라진 드라마 속 시간

 

<별에서 온 그대>40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주인공 도민준(김수현)은 조선시대에 별에서 와 현대까지의 시간을 살아낸다. <신의 선물-14>은 유괴되어 살해된 딸을 구하기 위해 14일 전으로 되돌아간 김수현(이보영)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쓰리데이즈>는 휴가 중인 대통령이 세 발의 총성과 함께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3일 씩 세 챕터로 나눠 총 9일간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신의 선물-14일(사진출처:SBS)'

400, 14, 3. 최근 SBS드라마들은 그 시간 활용법이 달라졌다. 400년으로 늘리기도 하고 14일 전으로 되돌리기도 하며 3일 간으로 압축시키기도 한다. 여타의 드라마들이 으레 그렇듯 순차적인 흐름의 시간 속에 간간히 플래시백을 넣는 단순한 방식과는 사뭇 다른 시간 활용법이다. 왜 이런 변화를 준 것일까. 시간을 다루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시간의 흐름이 달라지면 자연스럽게 드라마의 공간도 달라진다. 400년의 시간을 다룬 <별에서 온 그대>는 조선시대의 풍경에서 현재의 빌딩 숲으로 변화하는 장면을 오프닝으로 집어넣었다. 긴 시간 동안 달라진 공간 위에서 도민준은 그 시간의 두께만큼의 공력(, 경험, 지적능력)을 쌓게 된다.

 

이 드라마가 특이했던 것은 400년을 뛰어넘은 시간대를 살아가는 주인공이 순간 시간을 멈추는 능력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시간의 멈춤은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순간이동(공간의 이동)으로 보이게 마련이다. 시간의 변화는 공간도 바꾸고 주인공 캐릭터도 바꾸며 결국은 이야기도 바꾸는 효과를 가져온다.

 

<신의 선물-14>에서 시간은 14일 전으로 되돌려진다. 타임리프 설정이지만 딸을 잃은 김수현이 절망 끝에 강물에 뛰어든 후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건 그녀의 머리 속에서 벌어지는 찰나의 환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쨌든 딸이 유괴되어 살해되기 전 시간대로 돌아간다는 설정 하나는 이 여주인공에게 목숨을 걸고 해야 할 미션을 부과한다.

 

보통의 상황에서 평범한 주부가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현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결코 쉽게 벌어지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14일 후에서 되돌아온 김수현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가능하다. 시간은 되돌렸지만 사건은 되돌리지 못했다. 따라서 14일을 되돌리는 설정 속에서 김수현은 마치 시간과 싸우는 듯한 긴박감 속에서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쓰리데이즈>는 제목 때문에 3일 간에 벌어진 일처럼 착각되지만 사실은 세 챕터로 꾸며진 각각 3일 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따라서 총 9일 간의 기록이 되는 셈. 그런데 왜 각 챕터를 굳이 3일이라는 시간으로 한정했을까. 그것은 군더더기 없이 압축된 시간 속에서 보다 집약적인 이야기를 펼쳐 보이기 위함이다. 그림으로 치자면 정밀묘사 같은 것.

 

첫 챕터에서의 3일은 그래서 청수대에서 벌어진 대통령 저격 사건을 다룬다. EMP폭탄이 터지고 모든 전자기기가 꺼져버리자 들려오는 세 발의 총성. 그리고 사라진 대통령. 이 미스테리 안에 담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것. 한태경(박유천)은 이 사건이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죽음을 목격한 서조분서 순경 윤보원(박하선)과 사건을 풀어나간다. <쓰리데이즈>의 각각의 3일은 그래서 선택적인 시공간을 보여준다. 2회의 3분의 2가 청수대라는 공간에서의 하룻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흔히들 드라마의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가끔씩 회상이 들어가지만 그것은 전체적인 흐름과 그 이야기의 속도에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SBS 드라마가 시도하는 시간의 재구성은 지금껏 봐왔던 통상적인 이야기 흐름을 바꾸어놓는다. 드라마가 새롭다고 여겨지는 건 그래서 이 시간을 다루는 방식의 변화를 통해서 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드라마를 보는 대중들의 시간도 바꾸어 놓는다. 그저 킬링타임용으로 틀어놓고 언제 들여다봐도 이해될 수 있는 느슨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번 쳐다보면 깊게 빠져드는 몰입감을 선사하는 이야기. 그래서 이들 드라마들을 보다보면 어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지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드라마 속 시간의 재구성은 대중들의 시간에 대한 달라진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시간은 물론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흘러가는 것이지만, 단지 그런 양적인 흐름이 아니라 질적인 흐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 찬란했던 청춘의 순간에 멈춰서기도 하고, 어느 결정적인 사건의 시간에 멈춰버리기도 한다. 또 앞으로 나갈 수 없어 뒤로 되돌리고픈 시간도 있다. 이 새로운 시간 경험을 대리해준다는 것. 이들 달라진 시간 활용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주는 또 다른 재미가 아닐 수 없다.

여행지 강박 버리자 <1박2일>이 얻은 것

 

서울 이 거대한 도시가 기적처럼 잠드는 1년 중 단 하루 설날. 빌딩과 인파 속에 숨겨졌던 낯선 서울의 얼굴을 찾는 단 하루의 마법 같은 시간여행.’ <12> 서울편은 이런 자막과 함께 지금껏 우리가 늘 봐왔던 차와 인파로 북적대는 서울이 아니라 텅 빈 낯선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익숙함에서 낯설음을 찾는 것. <12> 서울편으로 보여주려 한 것은 여행이 가진 이 마법적인 힘이었다.

 

'1박2일(사진출처:KBS)'

대학로에 있는 가장 오래된 다방 학림다방, 장충동에 있는 가장 오래된 빵집 태극당, 연지동에 있는 가장 오래된 사무실 대호빌딩, 중랑천에 있는 가장 오래된 다리 살곶이 다리, 그리고 서울 한 복판에 있는 정동의 배재학당, 서울시립미술관, 중명전과 구러시아공사관. 이 오래된 공간들은 무심코 지나치며 살아왔던 우리들에겐 그다지 큰 의미를 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것은 시간과 흔적이 어떤 의미인지 실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2> 출연자들이 찍은 자신들의 사진과 그 똑같은 공간에서 찍은 부모님들의 사진이 오버랩 됐을 때 그들은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를. 1967년 초여름 김주혁의 부모님이 데이트를 하던 명동성당에 2014년 겨울 김주혁이 서 있다는 것. 1973년 봄 차태현의 부모님이 신혼여행 사진을 찍었던 남산 팔각정에 2014년 겨울 차태현이 서 있다는 것. 그리고 1978년 봄 김종민의 아버님이 사진을 찍은 창경궁에 2014년 겨울 김종민이 있다는 것.

 

공간이 사실은 그 시간의 추억들을 켜켜이 쌓아놓고 있다는 걸 <12>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 또한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 그들이 그날 하루 지나온 공간들이 주는 느낌 또한 새로워질 수밖에 없다. 학림다방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음악을 들었을 것이며, 데이트 온 연인들이 태극당의 빵을 먹었을 것이며, 거의 100년이 된 대호빌딩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품었을 것인가. 5백년도 넘은 조선시대 지어진 그 살곶이 다리 위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걸어갔을 것이며, 정동의 그 역사적 현장 속에는 또 얼마나 많은 아픔들이 서려있을 것인가.

 

그날 하루 명동에서 시민들과 함께 환희를 연출한 김주혁과 데프콘이나, 남산의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버스킹을 했던 차태현과 정준영, 그리고 창경궁에서 때 아닌 쓸쓸한 보스 연기를 했떤 김준호와 김종민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이 곳을 다시 찾아 그 때의 기억과 추억을 되살릴 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의 기억들은 기둥 위에 새겨진 낙서처럼 공간에 흔적을 남긴다. 우리가 갔던 그 길을 우리가 알던 그 분들도 똑같이 걸어갔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뛰게 만드는 일인가.

 

처음부터 특별한 장소는 없다. 추억이 그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뿐.’ 자막으로 드러낸 것처럼 이번 서울 시간 여행 편은 그래서 <12>의 새로운 출사표처럼 보인다. 새로운 공간과 여행지에 대한 강박을 벗어나는 일은 여행에 깊이를 더하는 일이다. 공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 함께 했던 기억, 추억들이 더 중요하다는 것. 유호진 PD의 여행관이 투영된 <12>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런닝맨> 100회 게임 버라이어티의 한 획을 긋다

 

<런닝맨>이 벌써 100회를 맞았다. 게임 하나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100회가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런닝맨>의 게임은 기존 예능에서 흔하게 했던 가위바위보나 스포츠, 퀴즈 같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영화를 방불케 하는 스펙터클과 장르적인 스토리텔링, 여기에 스파이라는 고도의 심리전이 결합된 게임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좀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게임의 즐거움은 투자한 만큼(?) 커지기 마련이다. 그만큼 그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좀 더 복잡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고 그것이 단순한 게임보다 더 큰 즐거움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런닝맨>은 부담을 갖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복잡하고 세련된 게임을 하게 되면 시청자들에게 너무 낯설게 다가갈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단순한 게임을 하게 되면 장소만 바꾼 게임 버라이어티의 반복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7월 한 쇼핑몰에서 시작한 <런닝맨>은 월드컵 경기장, 과천과학관, 서울타워, 세종문화회관 등등 장소를 바꿔가며 지형지물을 이용한 게임을 펼쳤지만 <패밀리가 떴다>의 도시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간을 시골에서 도시의 랜드마크로 바꿨을 뿐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얘기. 하지만 이것이 오해였다는 것은 차츰 미션이 하나씩 추가되면서 밝혀졌다.

 

이른바 ‘방울 미션’의 시작은 <런닝맨>의 추격전에 긴박감을 부여했고 유르스윌리스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름표가 부착되면서 게임 캐릭터들의 이른바 ‘생명’이라는 아이템이 생겨났고, 그 이름표 안에 스파이 같은 또 다른 숨겨진 정체를 부착함으로써 게임은 고도의 심리전으로 이어졌다. 그런 점에서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있었던 유재석의 스파이 물총 미션은 <런닝맨>의 게임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로써 제작진과 출연자들 사이에 미션을 둔 심리전이 시작되었다.

 

스파이 미션은 더블 스파이 미션 같이 더 복잡한 단계로도 넘어갔고 ‘셜록 홈즈’나 ‘좀비 특집’ 같은 장르적인 소재와 연결되면서 게임의 스토리성을 강화시켰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이상한 나라의 런닝맨’이나 런닝맨 초능력자 미션은 이 스토리성이 판타지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런닝맨>이 장르적 스토리를 게임에 활용하면서 생겨난 가상과 현실의 접목은 실로 게임 버라이어티라는 예능 장르의 진화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게임 버라이어티의 확장성을 가장 먼저 보여준 프로그램은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은 이미 ‘여드름 브레이크’ 같은 아이템에서 볼 수 있듯이 장르와 게임 버라이어티의 접목을 시도한 바 있다. 이렇게 보면 <1박2일>이 <무한도전>이 시도했던 여행 버라이어티를 가져와 확대 발전시킨 것처럼, <런닝맨> 역시 <무한도전>의 게임 버라이어티를 확장시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런닝맨>이 열어 놓은 가장 큰 공적은 예능 한류의 가능성이다. 홍콩이나 대만, 북경에서 벌어졌던 <런닝맨>을 통해 수많은 해외 팬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런닝맨>이 이렇게 예능 한류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이유는 그 소재와 방식이 해외 팬들에게도 어필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랜드마크들이 배경이 되고 그 안에서 캐릭터가 살아있는 새로운 게임들이 벌어진다. 우리나라가 가진 특수성이 바탕에 깔리고 게임이라는 보편성이 겹쳐지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술한대로 게임이 재미있으려면 그만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따라서 <런닝맨> 100회라는 수치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그만큼 <런닝맨>은 차근차근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게임의 영역을 넓혀왔고 이제는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예능으로 자리했다. 사실 100회를 버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이렇게 잘 달려온 <런닝맨>이 앞으로 잘 달려가기 위해 남겨진 숙제가 있다. 그것은 이 재미있는 게임 버라이어티가 끊임없이 진화해가면서도 지나치게 마니아적으로 흐르지 않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주말예능의 최강자로 자리하면서 제작진들에게 적지 않은 고민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 고민의 흔적은 이덕화, 박준규, 박상면이 출연함으로써 세대적인 폭을 넓히려 했던 철원에서의 미션에서도 드러나고, 최근 박지성 특집에서도 드러난다.

 

식상하지 않은 새로운 게임을 시도하면서도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주말 예능으로 자리한 이상 이것을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그저 일상적으로 지나쳤던 공간이나 일의 공간으로 치부했던 공간들을, 한바탕 놀이의 공간으로 치환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런닝맨>은 프로그램 외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 모쪼록 일에 중독되어 살아왔던 이 사회에 잠시나마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이 되기를.

 

<런닝맨이 지금껏 달려온 길>

2010 7 11 첫 방송 쇼핑몰에서의 게임

7 18 월드컵 경기장 황금돼지 찾기

8 1 과천과학관에서 벌어진 과학관이 살아있다 . 송지효의 존재감(게스트)

8 8 지형지물 이용 게임

8 15 서울타워

8 22 세종문화회관 방울소리. 런닝볼. 유르스윌리스의 존재감.

8 29 서울 역사 박물관

9 5 놀이동산 로맨스 게임, 방울소리

9 12 과천국립현대미술관. 월요커플의 태동

9 18 서울중앙우체국. 평온개리를 속여라(심리전)

9 26 잠실종합운동장. 서울디자인축제. 두뇌중기를 속여라

10 3 sbs방송센터

10 17 보라매 안전체험관. 도둑잡기

10 24 지하철 차량기지 지하철 스캔들? 송지효, 송중기

10 31 지하철에서 용산 대형쇼핑몰까지

11 7 한양여대

11 21 부산 크루즈

11 28 남산 한국의 집

12 5 기상청

12 12 광명역 지하철 미션

12 19 마트. 초대형 장난감 매장,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12 26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기원. 심형래 출연

1 2 신년특집

1.9 만화박물관 코스프레쇼

1 16 종로 대형악기상가. 게스트 찾기 미션

1 23 예술의 전당

1 30 초대형 찜질방. 김병만 출연

2 6 해양테마파크. 유재석 vs 김종국 단체 미션

2 13 국립국악원. 승리 출연

2 20 겨울 속 여름휴가

2 27 파주출판단지 W교육기업. 오피스 올림픽

3 6 서울 전역. 인천국제공항. 추격전(추노).

3 13 홍대 앞

3 20 캠핑 미션

3 27 캠핑 3종 경기

4 3 초대형 쇼핑몰. 박예진 출연

4 10 대형종합병원. 유재석 물총 스파이 미션

4 17 서울 풍물시장. 소녀시대 윤아 써니 출연

4 24 프랑스 문화체험 마을. 짐승돌 닉쿤, 택연 출연

5 1 초대형 도서관. 박중훈. 이선균 출연

5 8 런닝맨 최강자전

5 15 스펙터클 전국 횡단 레이스

5 22 광고회사 미션

5 29 광고회사 직원들과 함께

6 5 대형문고 미션

6 12 대형문고 본사

6 19 외규장각 의궤, 국립중앙박물관

6 26 북서울숲. 여왕 미션

7 3 태국편 시작

7 10 태국편. 사라진 돈가방을 찾아라

7 17 서울-경주 주사위 레이스

7 24 경주. 런닝맨 헌터 최민수 이름표 붙이기 미션

7 31 여의도. 보스 지키기 대작전

8 7 짝꿍 레이스. 걸 그룹과 삼촌 팬

8 14 짝꿍 특집 2탄. 무서운 누님들

8 21 제주도. 신세경 차태현 출연

8 28 제주도 추격전

9 4 홍대 놀이터, 대학로. 힙합 특집 스파이 미션

9 11 트루 개리쇼

9 18 북경편 시작

9 25 북경편 - 송지효 스파이 출연

10 2 일산. 소녀시대와 쌍쌍 레이스

10 9 소녀시대와 레이스

10 23 용산에서 논산까지 주사위 레이스, 추격팀과 미션팀 대결

10 30 전국 순회 레이스

11 6 김수로 박예진 출연

11 13 지석진, 이광수 스파이 미션. 더블 스파이

11 20 런닝맨 헌터 최민수

11 27 손예진, 박철민, 이민기 출연

12 4 왕비레이스, 오연수 출연

12 11 홍콩편. 성룡 미션

12 18 홍콩편. 구룡의 전설

12 25 런닝맨 초능력자 미션

1 1 한류아이돌과 함께하는 산수레이스

1 8 여수. 런닝맨 킬러 지진희, 김성수, 주상욱, 이천희 출연

1 15 여수 2탄. 아이유 합류

1 22 천하통일 레이스, 초한지 미션

1 29 셜록홈즈 미션 윤도현, 김제동 출연. 지석진 스파이 미션

2 5 미녀삼총사 미션. 고아라, 임수향, 효민 출연

2 12 개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기억력 미션

2 19 부산 대형백화점. 스파이 레이스

2 26 부산 명소. 보따리 미션 오지호 출연

3 4 런닝맨 vs 빅뱅

3 11 런닝맨 vs 빅뱅

3 18 런닝맨 선수권 대회. 하지원 출연

3 25 화성. 첫사랑 미션. 한가인 출연

4 1 제주도. 런닝맨 코드. 정재형, 보아 출연

4 8 제주도. 이상한 나라의 런닝맨

4 15 철원. 런닝맨 형님들. 이덕화, 박준규, 박상면 출연

4 22 송도. 돌아온 유임스본드

4 29 인천 차이나 타운. 짜장면 미션

5 6 서바이벌 레이스

5 13 걸그룹과 함께 하는 웨딩레이스

5 20 박지성 미션

5 27 박지성 vs 런닝맨 초능력 축구

6 3 박지성 스파이로 변신

6 10 인천. 좀비특집

6 17 서울 부암동. 왕 특집 임금레이스

6 24 100회 특집


게임 버라이어티의 무한진화, '런닝맨'이 보여주는 것

'런닝맨'(사진출처:SBS)

세상은 넓고, 할 '게임'은 많다. 사실 게임만큼 예능의 오랜 '고정(?) 소재'는 없다. 멀게는 '명랑운동회'에서부터 '캠퍼스 최강전'이나 '출발 드림팀' 같은 예능을 거쳐 단련되어온 게임 버라이어티의 세계는 스튜디오든 야외든 어떤 특정 공간에서의 게임을 다루었다. 그러다 이 공간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무한도전'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만나면서다. 이것은 카메라가 단순히 실내에서 야외로 나간 것이 아니라, 게임의 공간 자체가 확장된 것이다.

'무한도전'은 '여드름 브레이크'나 '경주보물찾기' 같은 특집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 도시 전체를 게임의 공간으로 삼기도 한다. '1박2일'은 여행지를 복불복 같은 게임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패밀리가 떴다'는 시골을 배경으로 그 지형지물을 이용한 게임을 한다. 게임의 종목도 가지가지다. 축구나 족구, 배드민턴, 탁구 같은 일반적인 스포츠가 게임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퀴즈 풀기나 머리를 써서 통과해야 하는 미션이 게임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런닝맨'은 바로 이 다양한 소재의 게임을 전면에 내세운 버라이어티쇼.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런닝맨'이 끊임없이 자체 진화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도시의 어떤 특정 랜드마크를 공간으로 해서 런닝볼을 찾는 비교적 단순한(?) 게임으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에는 추격자와 도망자로 팀이 나뉘어져 추격전을 벌이다가(여기서 그 유명한 방울이 등장한다) 이제는 게스트를 찾는 게임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숨은 게스트를 찾는 게임에서, 게스트가 숨은 런닝맨들을 찾는 단계로 넘어서더니, 이제는 아예 런닝맨 속에 게스트를 숨겨놓는 제작진의 두뇌게임이 추가된다. 유재석이 사실은 숨겨진 게스트로 활동하면서 다른 런닝맨들의 이름에 물총을 쏘았던 미션은 '런닝맨'의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이 지점에서부터 런닝맨들은 제작진들을 믿지 않게 되었고, 그러자 미션은 좀 더 복잡해졌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전국을 횡단하는 미션은 아예 목적지도 그날의 게스트도 숨긴 채 시작되었다. 따라서 목표도 룰도 모르는 이 미션 속에서 런닝맨들은 중간 중간 주어지는 단서들을 찾아나가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것은 마치 컴퓨터 게임의 진화처럼 단순한 대전에서 복잡한 RPG나 시뮬레이션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이 또 끝이 아니다. 최근 '런닝맨'은 한 광고회사를(실제로 일하는 공간) 아예 게임의 공간으로 삼았고, 회식자리에 사원들을 더 많이 유치하는 게임을 벌였다.

'런닝맨'이 보여준 이 다양한 게임들과 그 진화과정들은(현재도 진행형인) 대단히 흥미롭고 심지어 놀랍기까지 하다. '런닝맨'은 이 과정들을 통해서 사실 어떤 공간이든 '놀이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우리가 늘 스포츠를 관람하던 경기장이나, 물건을 사러 갔던 백화점, 아니면 그저 걸어 다녔던 어떤 거리 혹은 심지어 치열하게 살아왔던 일터까지 '런닝맨'은 순식간에 '놀이의 공간'으로 바꾸어놓는다. 이 얼마나 발랄하고 유쾌한 상상력인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천만에. 적어도 '런닝맨'이 보여주는 건 세상은 넓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놀이는 많다는 사실이다. 엄격한 일의 공간을 해체해 놀이의 공간으로 바꾸어버린 이 '런닝맨'의 진화과정이 흥미롭고 또 앞으로도 기대되는 것은, 일 권하는 사회를 무화시키는 이 발랄한 시각이 못내 유쾌하기 때문이다. 게임 버라이어티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는 '런닝맨'. 이제 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놀이의 상상력은 우리가 가진 어떤 고정관념을 또 깨주게 될까. 실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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