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서사의 완결성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나홍진 감독의 신작 영화 '호프'는 어딘가 아쉬운 후반부를 남긴다.
그건 시즌2를 겨냥한 것일 수 있지만
만일 시즌2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 엔딩이 이 '미친 영화'를 괴작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부터
이창동 감독은 GV를 통해 이 작품을 '미친 영화'라고 했다.
'미친 영화'라는 표현은 두 가지 의미로도 들린다.
미쳤다는 뜻이 진짜 미쳤다는 걸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으면서
동시에 너무나 재밌다는 걸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그 표현은 역시 소설가 출신 감독 답게 적확하다 여겨진다.

'호프'는 미친 영화다.
이 말도 안되는 실험을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서 끝까지 밀어부쳤다는 점에서 미쳤고
그 실험의 엔딩을 이토록 괴작에 가깝게 끝내버렸다는 점에서 미쳤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액션의 과정들이 미칠 정도로 재밌다는 점에서 미쳤다.

그러니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이 작품을 보러 가는 관객들에게 이렇게 권하고 싶다.
결과를 기대하지 말라.
대신 과정을 즐겨라.
그렇다면 충분히 즐기고도 남을 도파민 액션의 끝판을 볼 수 있을 테니.
과정의 재미에는 스릴러, 크리처물 심지어 SF까지 나가는 장르의 무한 하이브리드와
한국의 시골마을과 서구의 외딴마을을 겹쳐 놓은 듯한 문화적 하이브리드
엄청난 속도감과 타격감
미칠 듯이 달려나가면서도 간간이 웃음이 터지는 유머까지
한마디로 다채롭게 뒤섞여 있다.

그런데 이런 하이브리드는 한국인들에게는 이미 익숙하다.
비빔밥이 산채만 들어가는게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어묵도 들어가고 햄도 들어가도 별 문제가 없다는 걸 알고 있고,
경복궁에 서서 저편을 보면 고궁과 빌딩이 독특하게 어우러진 풍경을
우리만큼 익숙하게 매일 바라보며 사는 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하이브리드가 현재 K콘텐츠가 가진 저력이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을 거다.
뭐든 섞어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을 내는 게
K콘텐츠의 특징이 아닌가.

이방의 존재가 들어와 벌어지는 마찰을 줄곧 그려온 나홍진 감독은
그런 점에서 일찍부터 비빔의 민족 다운 실험들을 계속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추격자', '광해', '곡성'에 이어 '호프'까지 그 실험을 끝까지 밀어부치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조인성과 정호연의 액션은 상상 이상이다.
조인성이 말을 타고 달리며 보여주는 액션이나
차와 말 사이에 양발을 얹고 달리며 보여주는 액션은
정말 '미쳤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극장에서 봐야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뜨거운 여름, 시원한 극장에서 서늘한 공포와 짜릿한 속도감의 세계를 경험해보길 권한다.
끝을 기대하지 말고 과정을 즐기면서.(사진 : 영화 '호프')
2026.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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