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제 위에서 펄펄 나는 나영석 사단, 여행 위에 쓴 예능사

vN 예능 <알쓸신잡3>는 국내가 아닌 해외로 영역을 넓혔다. 이전 시즌에서 슬쩍 나왔던 해외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영석 PD는 놓치지 않았다. 한 프로그램의 지나가듯 던져진 작은 이야기로부터 또 다른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건 나영석 사단의 중요한 제작방식 중 하나다. <꽃보다 할배>에서 농담처럼 나왔던 이서진의 요리 이야기가 발단이 되어 <삼시세끼>가 만들어졌고, <신서유기>에서 비롯되어 <강식당>이 등장하는 방식이다.

<알쓸신잡3>는 그 여행지 선정부터가 야심이 넘쳐난다. 그리스에서 피렌체를 거쳐 독일로 가는 그 여정은 서양사를 조금 들여다본 본들이라면 그냥 선택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서양문명의 발상지라고도 얘기되는 그리스가 고대 문명의 문화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라면, 피렌체는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가 꽃핀 시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직 방영되진 않았지만 독일은 여러모로 근현대로 넘어오는 역사들을 포함하지 않을까. 이렇게 보면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르는 그 흐름을 여행지를 통해서 어느 정도 훑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응도 좋다. 조금 진지한 지식 수다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들고 그간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들이 현장의 화면들과 자료 화면들이 더해져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되니 더 깊은 지적 쾌감을 준다. 무엇보다 시즌1을 성공시킨 유시민, 김영하 작가가 전체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놀라운 면모를 이어가고, 여기에 새롭게 투입된 김진애 교수와 김상욱 박사의 진솔한 건축, 미술 그리고 과학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더해진다. 그저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그램에 지친 분들이라면 지식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알쓸신잡3>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새로 시작한 <신서유기5>는 <알쓸신잡3>와는 정반대의 결을 가진 예능 프로그램이다. ‘바보들의 행진’이라고 할 법한 무식함이 갖가지 게임과 퀴즈로 이어지고, 여지없는 폭풍웃음을 만들어낸다. 물론 그 무식함이 과해 논란의 소지를 만든다는 아슬아슬함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사건도 많고 사고도 많은 시기에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은 분들에게 <신서유기5>의 ‘무조건 웃기기’ 콘셉트는 그 자체로 기능하는 바가 있다 생각된다.

이번 시즌의 콘셉트는 ‘귀신 분장’이다. 그래서 처녀귀신, 저승사자, 가오나시, 강시 등등으로 분장한 출연진들이 그 모습 그대로 홍콩 시내를 활보하며 게임을 하고 음식을 먹는 장면들은 마치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보는 듯한 웃음을 준다. 게다가 매번 이어지는 퀴즈와 게임들은 그 놀랍고도 기상천외한 답변으로 이미 <1박2일>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웃음을 주는 아이템이다.

현재 순항중인 <현지에서 먹힐까>도 지난 시즌인 방콕편에 비해 이번 중국편이 단연 화제성에서나 시청률에서 성공적이다. 물론 <현지에서 먹힐까>는 이제 나영석 사단에서 벗어나 있지만 <신혼일기>에서부터 그 사단 아래 성장했던 이우형 PD의 독립 프로그램이다. 그러고 보면 나영석 PD가 당시 후배들과 함께 작업하겠다고 공언한 후, 함께 했던 PD들인, <윤식당>의 이진주 PD, <알쓸신잡>의 양정우 PD 그리고 <현지에서 먹힐까>의 이우형 PD가 모두 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신서유기>의 신효정 PD는 본래부터 자기 색깔을 확고히 갖고 있던 PD이고.

이번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이 이우형 PD에게 큰 의미가 있는 건, 이 프로그램의 관건이 어느 나라에서 어떤 음식을 할 것인가 만큼, 누가 그것을 수행할 것인가라는 걸 확연히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연복 셰프는 온전히 이 프로그램의 중심에 섰고, 그의 성공철학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향후 새로운 시즌을 계획한다면 누구를 중심에 세울 것인가에 성패가 달려있다는 걸 이제 제작진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게다.

시즌3를 하고 있는 <알쓸신잡>, 시즌5에 도달한 <신서유기>, 시즌2에 안착한 <현지에서 먹힐까> 또 호평과 시청률을 모두 가져갔던 시즌2 <윤식당>까지를 보면, 이제 나영석 사단의 시즌제는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잘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애초 <1박2일>을 하다 tvN으로 오게 된 나영석 PD가 다른 것도 아니고 ‘여행’이라는 아이템 하나에 집중하겠다고 했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모두가 여행이라는 소재 위에 쓴 다양한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아닌가. 그렇게 나영석 사단은 시즌제 위에서 여전히 펄펄 날고 있다.(사진:tvN)

‘꽃할배’ 여행의 끝, 김용건은 왜 눈물을 흘렸을까

그가 눈물을 흘릴지 상상하지도 못했다. 아니 그는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늘 유쾌하고 친절하며 배려 깊고 스스로 자신을 낮추어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는 그것에 즐거워하는 막내 어르신. 그런 모습이 tvN 예능 <꽃보다 할배>가 여행을 통해 보여준 김용건이었다. 

그런데 그는 여행의 끝에서 두 번의 눈물을 보였다. 그 첫 번째는 빈에서 찾았던 음악회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 중 ‘오 사랑하는 나의아버지’를 듣다 흘린 눈물이었다. 음악이 가진 힘은 그 노래를 듣던 기억들을 순식간에 소환해낸다는 것이 아닐까. 김용건은 늘 들었던 그 노래를 바로 눈앞에서 들으니 뭉클한 감정이 피어올랐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살아왔던 과거들이 그 노래를 타고 하나하나 주마등처럼 떠올랐다는 것. “마치 나를 위한 음악회 같았어요.” 그는 그렇게 말했다.

두 번째 눈물은 실로 의외였고 반전이었다. 여행의 막바지에 나영석 PD가 던진 질문, “청춘으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돌아가 무엇을 하고 싶으시냐”는 그 질문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며 주르륵 흘러내린 눈물이었다. 그가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한 건 남달랐던 어려운 어린 시절을 떠올려서다. “어릴 때 형제가 많아서 힘들었다. 6.25로 가족이 몰락하기도 했고, 젖을 제대로 먹든 분유를 먹든 이유식을 먹든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의 눈물은 우리가 <꽃보다 할배>를 통해 봤던 그의 밝기만한 모습 이면에 놓인 아픔 같은 것들을 끄집어냈다. 김용건이 음악회에서 노래를 들으며 주마등처럼 떠올랐던 과거처럼, 나영석 PD의 질문에 떠올렸던 어려운 어린 시절처럼, 그의 눈물은 그간 <꽃보다 할배>에서 그가 주었던 남다른 모습들을 다시 떠오르게 했다. 

생각해보면 마치 강박관념이라도 있는 듯 끊임없이 농담을 던졌던 그였다. 이동 중에 혹여나 침묵이 흐르면 “건건이는 어디 갔어?”라고 물어볼 정도로 그의 농담은 이들의 여행에는 하나의 공기처럼 존재했다. 그 허허로운 농담에 ‘건건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김용건의 그 농담이 있어 여행은 더더욱 활기를 띨 수 있었다. 

몸이 불편해 다른 어르신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백일섭 옆에서 괜스레 “홍도야 우지마라-”를 부르며 ‘그 때’를 소환해내는 김용건이 있어 백일섭은 더 힘을 낼 수 있었고, 다소 지칠 수 있는 이동 간에도 그의 농담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았다. 그건 제작진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어르신들과의 여행에서 그는 젊은 제작진들에게도 존칭을 하고 농담을 던짐으로써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쉬지 않고 떠들면서 입술이 마른다며 립글로즈를 바르는 모습은 사실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마치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스스로를 낮춰 웃음을 주려 했던 김용건. 여행의 끝에서 그가 보여준 눈물은 그의 웃음과 농담들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만들었다. 

그는 어쩌면 그냥 즐거운 사람이 아니라 즐겁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노력의 이면에는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삶의 버거움이 가려져 있었다는 것. 본래 농담이란 그 힘겨운 현실을 다소 허허롭더라도 웃음으로 넘기기 위해 우리가 하는 본능적인 행동들이 아닌가. 김용건의 눈물은 그래서 그가 했던 농담들을 다시금 하나하나 떠올리게 했다. 그건 마치 우리가 왜 힘겨워도 애써 웃으며 살아야 하는가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사진:tvN)

‘꽃할배’와 함께 성장한 이서진, 흐뭇함이 느껴지는 건

산악열차로 한참을 올라가서도 또 꼭대기까지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tvN <꽃보다 할배>가 찾은 오스트리아의 샤프베르크산. 다른 할배들이 전망대에 일찌감치 올라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안, 이서진은 몸이 불편한 백일섭과 함께 걷는다. 조금 걷다가 숨이 차오르면 앉아 쉬다가 다시 걷는 그 느릿느릿한 걸음은 마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떠올리게 한다. 이미 다른 할배들이 지나간 그 자리를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오른다. 

이서진은 그 곳의 걸어야할 오르막길을 알고는 “이거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몸이 불편한 백일섭 때문이었다. 그는 백일섭이 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인터뷰에서 백일섭은 “왜 안 올라가나, 올라가야지. 속도는 안 맞더라도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진은 그 느린 속도에 보폭을 맞춰 걸었다. 자신이라도 있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날 밤 숙소로 돌아와 술 한 잔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 처음 하던 때랑 지금 자신의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예전에는 다른 할배들에게 더 많은 걸 보여주고 싶고 경험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몸이 불편해 느린 백일섭 때문에 힘든 마음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 또한 나이 들어가면서 이제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이야 알아서 잘 즐기시지만 그렇지 못한 백일섭 선생님과 보조를 맞추며 더 챙겨드리고 싶었다는 것. 

확실히 이서진은 달라졌다. 5년 전 <꽃보다 할배>를 처음 할 때만 해도 그는 이런 분위기가 익숙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할배들을 챙기기 위해 노력하고 그래서 멘붕이 되는 이서진의 모습이 이 프로그램이 가진 또 하나의 재미 포인트였다. 그런 이서진 옆에서 나영석 PD가 은근히 긁어대며 놀리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었고. 

그런데 이번 여행을 보니 그가 나영석 PD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하며 얼마나 성장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꽃보다 할배>에서 호언장담하며 ‘요리왕 서진이’를 얘기하다가 막상 <삼시세끼>로 판이 벌려지자 밥 세 끼 해먹는데 하루를 온전히 다 보내며 “이런 건 왜 하는지 모르겠다” 투덜댔던 그가 아니었던가. 그랬던 그가 <윤식당>을 거치며 ‘경영 귀재’에 칵테일 만드는 바텐더로 업그레이드 되더니 요리면 요리 서비스면 서비스 못하는 게 없는 ‘완벽한 일꾼’의 테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 <꽃보다 할배>에서 그는 거의 만능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숙소를 잡고 숙소까지 교통편을 찾아 이용하고 도착해서는 직접 저녁을 한식으로 챙겨 만들어내고, 그 곳에서의 여행 루트까지 짜낸다. 하지만 업그레이드된 건 그의 노하우(?)만이 아니다. 어르신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훨씬 성숙됐고 성장했다. 한 때 귀차니즘의 캐릭터였던 이서진에게 일어난 흐뭇한 변화다. 

그래서일까. 이번 <꽃보다 할배>의 여행은 그 어느 때보다 훈훈하고 따뜻한 느낌이 더해졌다. 그건 물론 이제 몸이 조금씩 불편해져가는 연세에도 서로가 서로를 챙기는 배려의 모습을 보이는 ‘진정한 어른들’의 마음이 느껴져서이기도 하지만, 그 마음들을 경험하며 성장해온 이서진의 변화를 보게 돼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 변화 과정을 나영석 PD가 만들었던 일련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시청자들로서는 마치 ‘사람의 성장기’를 고스란히 공유한 느낌마저 갖게 되었다. 마치 변화하고 성장하는 삶의 비의를 슬쩍 들여다본 그런 느낌.(사진:tvN)

‘꽃할배’ 막내 김용건, 스스로 청춘임을 증명하는 할배

박근형이 손주들을 위해 사놓은 선물 보따리를 숙소 앞 노상카페에 두고 온 걸 뒤늦게 알아차리자, 갑자기 입술에 립밤을 바르고는 김용건이 나선다. 자신이 가져오겠다는 것. 박근형은 자신이 가겠다고 옷을 챙겨 입으려 했지만, 김용건은 자신이 가겠다며 슬쩍 ‘문 여는 연습’을 핑계로 댄다. 백일섭이 화장실이 급하다며 숙소로 올라왔지만 자신이 문을 따는 게 영 익숙지 않아 문 앞에서 그를 힘겹게 했던 게 마음에 걸렸다는 거다. 물론 진짜 그런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박근형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댄 그럴듯한 핑계였다. 

제작진들이 둘러앉아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카페에 간 김용건은 거기서 또 ‘농담 본능’이 터지기 시작한다. 그 선물 보따리 때문에 박근형이 옷을 주섬주섬 입으셨다며 “그러니 뭐 나이 어린 내가 내려와야지”하고 말한다. 나영석 PD는 “선생님도 칠순이 넘으셨는데”라며 막내가 된 김용건의 상황에 웃음을 터트린다. 그러자 김용건의 하는 말이 기막히다. “글쎄 말이야. 그런데 오랜만에 하니까 또 괜찮네-” 그 말에 제작진들은 웃음을 터트리고 김용건은 기분 좋은 듯 ‘농담 주머니’를 열기 시작한다.

김용건은 백일섭이 화장실이 급한데 문이 안 열려 당황했던 이야기를 하며 “그래도 노력을 해서 잘 열었어”라고 말하고, 나영석 PD는 그 “노력을 해서”라는 말이 우스운 지 그 말을 되새기며 웃는다. 그리고 자리를 떠나면서도 “이것도 내가 계산할게...”라고 툭 농담을 건넨다. 나영석 PD는 그 농담을 받아 “700억”이라고 말하고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해진다.

이번 tvN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 김용건은 ‘신의 한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번 여행의 활력소이자 윤활유가 되고 있다. 어르신들에게 걷는 일이 많은 여행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김용건이 하는 ‘막내 짓’이 어르신들을 웃게 만들고, 그래서 여행에 활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젊은 제작진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나이 차이를 무색케 하는 김용건의 무차별적인 농담 공격 속에 제작진들마저 빠져들고 있으니.

아침을 먹으러 가서 별 생각이 없다며 내려오지 않은 백일섭이 “커피 한 잔 하고 싶다”고 했던 그 말을 떠올린 김용건은 대뜸 아메리카노를 시켜 방까지 배달(?)을 해준다. 씻고 침대에 앉아 있던 백일섭은 갑자기 들어와 커피를 건네는 김용건을 보며 기분이 좋아져 파안대소를 터트린다. 김용건은 거기에 생색을 더해 분위기를 다시 띄워놓는다. “따끈따끈해. 막 뛰어왔어.” 그 모습은 영락없이 형에게 칭찬받고픈 막내의 모습이다.

다른 여행지로 이동하는 날 아침 한 자리에 모인 할배들 속에서 김용건은 백일섭의 말대로 “놀라운 기억력”으로 그 옛날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자신들을 다 잊고 있었던 일들이 김용건의 이야기로 새록새록 피어나면서 할배들은 순간 나이를 잊는다. 그 때 그 시절로 금세라도 돌아간 듯 서로 그 때의 이야기들을 꺼내놓는다. 신구는 “난 웃느라고 정신이 없어”라며 “듣고만 있어도 즐겁다”고 말한다. 백일섭이 “응답하라 199× 같다”는 말이 실감난다. 하지만 김용건은 오히려 “그 때 그랬어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하냐”고 말했다.

나이 73세에 심부름을 도맡아 하고 끝없이 허허로운 농담을 던지고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막내가 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게다. 하지만 형들과 함께 하고 있어 그게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는 김용건. 또 제작진과 이야기할 때면 항상 존칭을 쓰는 그에게서 느끼는 건 ‘청춘’이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 <변산>의 제작발표회에서 “청춘은 젊음을 일컫는 게 아닌,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행위”라고 말한 바 있다. 73세 막내로서 행복하다 말하는 김용건은 스스로가 청춘임을 끊임없이 증명하고 있다. 그가 사랑받는 진짜 이유다.(사진:tvN)

프로짐꾼 이서진 없다면 ‘꽃보다 할배’ 가능했을까

“미쳤지? 미쳤어.” 이서진이 베를린의 지하철에서 여러 차례 실수를 하자 나영석 PD가 짓궂게 몰아댄다. 이동하는데 특히 힘겨운 <꽃보다 할배>였다. 지하철 타는 곳을 잘못 찾아가 되돌아 나와야 했고, 내리는 곳을 잘못 알아 다시 급하게 타야 했으며,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 돌아가야 했으니 나영석 PD의 짓궂은 한 마디는 무안해할 이서진을 위한 질책이었을 게다. 그러자 어쩔 줄 몰라 하던 이서진은 그제서야 머쓱해진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 상황을 넘겼다. 어르신들은 질책을 하기보다는 허허 웃으며 그런 실수가 오히려 “재밌다”고 해주셨다.

그런 이서진이 ‘고장났다’고 제작진들이 말했지만, 베를린에서 프라하로 가는 길을 통해서 보니 그의 존재감이 남달랐다. 한 차례 실수를 해서 어르신들을 힘겹게 했으니 자신은 더 긴장했는지도 모른다. 베를린 중앙역까지 가는 지하철표를 사는 것 하나만 봐도 이서진의 중압감이 느껴졌다. 한 차례 해봤던 경험이라 혼자서라면 쉽게 했을 테지만 그만을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시선이 못내 그를 긴장하게 하지 않았을까. 이서지은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에 맞춰 간신히 표를 끊는 긴박감을 만들었다. 

베를린에서 프라하까지 가는 기차 여정은 ‘건건이’ 김용건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번 여정에서 김용건은 ‘분위기 메이커’로서 또 다른 어르신들을 든든히 챙겨주는 조력자로서 이서진에게는 천군만마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김용건은 그래도 막내로 더 어린 사람이 와서 이서진을 도와야 하는데 자신마저 부담을 지워준 것 같다며 몹시 미안해한다. 다른 어르신들이야 이서진의 역할이 얼마나 큰 가를 여러 차례 여행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지만 김용건은 처음 겪는 일이라 그의 부담감을 누구보다 무겁게 느꼈을 것이다. 

프라하에 도착하자 또다시 이서진의 고행(?)이 시작됐다. 숙소까지 가야 하는 일이 그에게는 ‘대모험’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택시로 이동한다”는 말에 반색하는 백일섭이었지만, 택시 타는 곳을 잘못 나와 다시 찾아가야 했고, 그 곳에서도 콜택시로 예약을 해야 택시를 잡을 수 있어 연실 전화를 하며 택시를 기다려야 했다. 혼자라면 별 일도 아니겠지만 어르신들 모두를 통솔해야 하는 입장이다.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두 대의 택시를 간신히 잡아 숙소까지 모두 무사히 도착하게 했지만, 이제 또 예약한 아파트먼트의 키를 받으러 가야 하는 길이 멀었다. 그런데 찾아간 그 곳에서 예약한 아파트먼트가 한 군데가 아니라 두 군데로 나뉘어 있고, 주소조차 택시를 내린 곳에서 떨어져 있다는 말을 들은 이서진은 돌아오는 발길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엘리베이터도 없이 계단을 올라야 하는 한 아파트먼트는 포기하고 겨우겨우 찾아간 다른 아파트먼트. 다행히도 그 곳의 숙소는 꽤 넓고 쾌적했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고, 여행경로를 미리 파악해 어르신들이 헛걸음 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고, 편안한 숙소를 찾아내고 그 곳까지 가는 이 모든 일들이 <꽃보다 할배>에서는 대모험이었다. 그런데도 이 여행이 가능했던 건 이제 보니 나영석 PD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웃으며 일처리를 척척 해낸 프로 짐꾼 이서진 덕분이었다. 이서진이 호텔 키를 받으러 갔을 때 어르신들이 “이서진 없으면 이 여행 안돼”라고 했던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호텔이 아니라서 이서진의 용돈(?)을 받아 어르신들이 각자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그 과정에서도, 이서진의 부재가 가져온 존재감이 느껴졌다. 그가 없으니 식사 주문 하나 하는 것도 영 쉽지가 않았던 것. ‘젊은 짐꾼’ 하나 더 붙여서 이서진도 좀 편하게 해줘야겠다는 어르신들이 이야기가 허투루 느껴지지 않았다. 

이서진은 늘 툴툴대고 조금 엉뚱하게 되어버린 일 앞에서도 “내 잘못 아냐”라고 얘기하는 그런 캐릭터다. 그래서 그는 어르신들과의 여정에서 사실 굉장히 힘겨운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게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점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꽃보다 할배>가 쉽지 않은 여정에도 즐겁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숨은 힘이 아닐까. 실로 어르신들 말대로 이서진이 없다면 이런 여행도, 이 프로그램도 쉽지 않았을 거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사진:tvN)

‘꽃할배’, 어르신들의 즐거운 여행 어째서 감동일까

이순재는 ‘직진 순재’답게 늘 맨 앞에 서서 나아간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 어르신들의 여행에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하는 이서진이 따른다. 그 뒤로 신구와 박근형, 김용건이 걷고 맨 뒤에 백일섭이 뒤따른다. 함께 하는 여행이지만, 이들이 걷는 속도는 다르다. 어르신들이라 저마다의 몸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tvN 예능 <꽃보다 할배>는 숙소에서 지하철역까지 가는 500미터 남짓 되는 거리를 걸어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의미 깊게 담아낸다. 심지어 드론촬영으로 공중에서 내려다 본 풍경까지 더한다. 그렇게까지 담아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서로 다른 걷는 속도로 걷지만 그것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그 안에서 오가기 때문이다. 

리더격인 이순재는 맨 앞을 걸어가면서도 뒤 따르는 동생들(?)이 잘 따르고 있나 궁금하다. 이서진은 더더욱 조바심이 생긴다. 걷는 속도에 따라 일행이 나눠져서 통솔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고, 무엇보다 맨 뒤에 오는 백일섭이 신경 쓰인다. 중간을 걷는 신구와 박근형은 앞서가는 이순재를 따라가면서도 뒤에 오는 백일섭을 돌아본다. 김용건은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멈춰서 백일섭과 함께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같이 걷기도 한다. 서로의 걷는 속도는 달라도 그들은 서로를 마음으로 챙긴다.

베를린에서 동서독 통일의 현장을 둘러보는 일은 걷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일까.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백일섭은 자전거 투어를 할 거라며 환하게 웃어 보인다. 그것이 진짜 즐거워서이기도 하겠지만 걷는 게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는 걸 다른 일행들에게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엿보인다. 박물관 앞에서도 들어가지 않고 그 앞 카페에서 느긋하게 앉아 시간을 보낸다. 

어르신들은 자기 색깔이 분명하다. 베를린의 같은 곳을 가도 그 여행하는 방식이 너무나 다르다. 이순재가 박물관 구석구석을 다 다니며 ‘알쓸신잡’ 뺨치는 지적 호기심을 드러낸다면, 신구는 그 곳의 숨결을 읽어내려 한다. 박근형이 그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아내려 한다면 백일섭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이를 이서진은 이렇게 표현했다. 이순재는 학구파, 신구는 감성파, 박근형은 낭만파, 백일섭은 ‘자유로운 영혼이고 김용건은 ’분위기 메이커‘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선생님들 구경하시는 거 계획 짜는 사람”이라고.

이렇게 저마다 걷는 속도도 다르고 또 자기 색깔이 확실하지만 어르신들은 부딪치는 면이 전혀 없다. 오히려 자기 속도를 먼저 체크하고 타인의 여행 방식을 배려한다. 그래서 박물관에서 오래도록 시간을 보내는 이순재와 신구를 일찌감치 나온 김용건과 박근형이 들어가지도 않은 백일섭과 함께 농담을 하며 기다린다. 심지어 가이드 역할을 하는 이서진이 지하철에서 탑승구를 못 찾아 헤매고 내릴 역을 지나와 돌아가도 오히려 그런 일이 처음이라 “신난다”고 말하며 웃는다. 

다른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릴 때, 신구가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자 대뜸 같이 나선 김용건이 쉽게 찾아지지 않자 계속 농담을 하는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이다. 그건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는 신구를 편하게 하기 위한 농담이다. 간신히 버스 시간에 맞춰 돌아오자 “내가 아는 사람이 있더라구”하며 그래서 싸게 했다고 농담을 던지는 김용건은, 피곤할 수 있는 여행에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한다. 

다음 날 아침 백일섭이 중대발표라도 하듯 30분 일찍 자기가 먼저 출발하겠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뭉클함 같은 것마저 느껴진다. 서로의 속도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속도를 존중하고 그러면서도 폐를 끼치지 않고 함께 하려는 마음이 느껴져서다. 그래서일까. 함께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꽃보다 할배>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는 뭉클함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다. 여행 중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지만, <꽃보다 할배>에서는 어르신들이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 하나에서도 남다른 마음이 느껴진다.(사진:tvN)

모이기만 해도 훈훈한 ‘꽃할배’, 김용건이 있어 즐겁다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지난 2015년 3월 그리스여행 이후 3년 만에 돌아왔다. 2013년 7월 첫 방송된 후 매년 방영됐었기 때문에 이 3년 간의 공백은 아쉬움이 컸다. 더 이상 <꽃보다 할배>가 시즌을 계속하지 못하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칠순을 훌쩍 넘긴 연세에 배낭여행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특히 무릎과 허리가 아파 걷는 것도 영 불편했던 백일섭 같은 어르신에게는 더더욱. 

다행스럽게도 그 3년의 공백 동안 수술을 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백일섭은 돌아왔고, 워낙 건강했던 이순재, 신구, 박근형은 여전한 모습이었다. 그래서일까. 어르신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시 여행을 떠난다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졌다. 다만 짐꾼으로 늘 함께 해왔던 이서진이 이제 자기도 나이 들어 눈이 침침하다고 말하는 게 우스우면서도 조금 짠해질 뿐.

그런데 이번 <꽃보다 할배>에는 ‘신의 한수’라고 불러도 좋을 법한 ‘막내’가 투입됐다. 그 막내는 다름 아닌 연예계에 대표적인 신사로 알려진 김용건이다. 이미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그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던 김용건이지만, <꽃보다 할배>는 그에게 더더욱 각별한 프로그램일 수밖에 없었다. 함께 가는 형들이(?) 모두 젊은 날부터 동고동락해온 분들이기 때문이다. 

김용건의 위아래를 가리지 않는 신사다운 모습은 공항에서부터 빛을 발했다. 가장 먼저 도착해 형들을 기다리고, 한분씩 올 때마다 커피를 직접 사다 주는 모습은 그에게 얼마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있는가를 잘 보여줬다. 심지어 이서진에게도 커피를 사다주는 김용건에게서는, 젊은 세대들과도 나이 차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었다.

특히 백일섭은 김용건과 50년 지기 선배였다. 방송을 같이 하면서 친구처럼 자신을 챙겨줬다고 한다. 그래서 첫 만남부터 그들은 아무런 이물감도 없이 어우러졌다. 이서진은 지난 여행에서 늘 걷는 게 불편해 뒤처지곤 했던 백일섭이 이번 여행에서도 걱정이었다. 하지만 김용건이 함께 하게 되면서 이서진은 훨씬 든든해졌다. 김용건이 알아서 백일섭을 챙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가도 되고 못가면 다음 생에 가면 된다”고 말하는 백일섭이 숙소를 찾아갈 때 뒤처지게 되자 김용건이 이 대목에서 “마이웨이를 깔아줘야 하는데”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방송으로서도 백일섭을 챙기는가를 잘 보여줬다. 이서진은 솔직히 예전에는 백일섭의 뒤처짐이 다른 어르신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자신도 나이 들어간다는 의미를 알게 된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저마다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것일 뿐이라는 거다.

어쩌면 유쾌한 기분과 웃음이야말로 힘겨울 수 있는 여행도 즐겁게 만드는 청량제가 아닐까. “싱거운 소리를 가장 잘 하는 사람”이라 ‘건건이’로 불린다는 김용건은 끊임없이 농담을 던졌다. 예고편에서 슬쩍 나온 것이지만, 지하철에서 내릴 역을 지나쳐온 이서진에게 “지나온 거야? 그럼 후진하라고 해”라고 말하는 대목에게서는, 힘든 상황도 유쾌한 농담으로 한바탕 웃고 넘어가게 해주는 김용건의 진가가 보였다. 함께 다시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꽃보다 할배>. 막내 건건이 김용건이 있어 이 여행은 더더욱 유쾌해졌다.(사진:tvN)

훌륭한 스텝분들이 있어 ‘윤식당2’가 가능했어요

tvN 예능 <윤식당2>는 끝났지만 그 아름다운 가라치코 마을과 따뜻했던 마을 주민들의 기억은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도대체 스페인의 어느 섬에 있는 이런 예쁜 마을을 어떻게 찾아냈는지, 또 그 마을 속 ‘윤식당’이 어떻게 그 곳의 명물로 자리 잡았으며, 마을 사람들과 ‘윤식당’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끈끈한 정을 쌓았는지가 궁금해진다. 

이진주 PD는 <윤식당2>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그 공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스페인의 테네리페섬은 그래도 더러 알려진 면이 있지만, 그 속에서 가라치코라는 마을을 찾아낸 건 이 프로그램의 신의 한 수였다고 여겨진다. 이진주 PD가 그 많은 나라 중 스페인을 선택하고, 그 스페인에서 테네리페섬을 그리고 그 속에서도 다른 곳이 아닌 가라치코라는 작은 마을을 찾아내게 된 건, 그 인연이 <꽃보다 할배-스페인편>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영석 PD가 스페인에서 촬영을 하며 인연을 갖게 된 현지 코디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고, 그래서 그 분과 함께 하면 분명 괜찮은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윤식당2>에서 그 현지 코디는 보이지 않는 굉장한 역할들을 했다고 했다. 테네리페섬 가라치코 마을에서 촬영을 하기 위해 현지 정부의 협조를 얻어내는 일부터 마을 사람들과 원활한 소통을 해내는 일까지 현지 코디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는 것. 결국 그에 대한 신뢰로부터 시작되어 테네리페섬까지 오게 되고 그 안에서 또 가라치코 마을이라는 보석을 찾아냈으며 그 마을 사람들과의 끈끈한 교류도 가능했다는 것이었다.

현지 코디만큼 이 프로그램을 위해 숨은 노력을 더한 건 ‘윤식당’을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끌 수 있을 만큼 아름답게 꾸며준 미술감독(이 분은 <윤식당> 시즌1에서 가게가 철거되자 하루만에 2호점을 꾸며냈던 그 분이다)과, 그 곳을 다양한 앵글로 포착해내 환상적인 그림들을 잡아내고 나아가 시청자들에게까지 그 공간이 차츰 익숙하게 만들어준 촬영팀들이었다. 미술감독은 촬영이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가라치코 마을에 들어가 ‘윤식당’에 예쁜 색채를 입혔고, 그냥 영업을 위한 공간만이 아니라 촬영까지 배려한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이진주 PD는 특히 촬영팀에 대한 남다른 고마움을 표했다.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너무 단순한 풍경들만 반복될 수 있었는데, 촬영팀들은 그래서 더 다양한 앵글을 시도하기 위해 갖가지 숨은 노력들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윤여정이 말한 것처럼, “현지에서는 그 곳이 그렇게 예쁜 곳인지 몰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예쁜 풍경들이 영상에 포착될 수 있었다. 우리의 시선으로는 잡히지 않는 것들을 카메라의 다양한 시선으로 잡아내 보여줬다는 것. 

촬영팀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앵글들이 가져온 효과는 <윤식당2>가 주는 특유의 이웃같은 편안함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 안에 들어간 인물들의 동선까지를 포함해 가라치코 마을에 대한 친숙함이 만들어진 건, 이 다양한 앵글들이 이 공간과 그 속의 사람들을 입체적으로 잡아내줬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윤식당2>의 성공적인 마무리에 대해 이진주 PD는 그 모든 공을 “훌륭한 스텝분들”에게 돌렸다. 물론 방송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 이면에서 노력한 그 분들이 있어 우리는 <윤식당2>를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어느 작은 마을을 마치 우리 바로 옆에 있는 이웃처럼 느끼게 됐다는 것. 그저 어느 외국의 마을에서 한식당 하나 여는 일 정도로 생각했던 <윤식당2>가 이만큼 시청자들의 열광을 이끌어낸 데는 이런 보이지 않는 정성스런 손길들이 존재했다는 걸 이진주 PD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사진:tvN)

<1>, 가수들에서 이젠 배우들로 채워진 속사정

 

박보검에 이어 유지태 그리고 이젠 김유정이다. 최근 정준영이 나가고 난 빈 자리 때문일까. KBS <12>의 게스트 출연이 부쩍 잦아졌다. 그게 특별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순 없다. <12>처럼 오래도록 방영된 장수 프로그램이 게스트를 활용하는 건 비슷비슷한 패턴을 벗어나는 데는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이런 사정은 간단하게 시청률이 반증한다. 박보검이 나왔을 때 <12>은 무려 19.9%(닐슨 코리아)의 대박 시청률을 기록했고 유지태도 17.4%를 찍었다. 그러니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한껏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유정의 출연 역시 기대되는 대목인 건 사실이다.

 

흥미로운 건 <12>의 구성원들이 초창기 가수들 중심으로 채워졌던 것과 비교해 지금은 배우들 구성이 훨씬 많아졌다는 점이다. <12> 초창기를 이끌었던 출연자들을 떠올려 보라. 웃음을 담당하던 강호동과 이수근을 빼놓고 나면 이승기, C, MC, 은지원, 김종민이 모두 가수들이었다.

 

이렇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건 어쨌든 리얼 버라이어티가 가진 리얼한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예능인이 아닌 다른 직업군의 출연자들이 필요했다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연기를 직업으로 가진 배우들보다는 노래라는 또 다른 예능의 동력을 갖고 있는 가수가 훨씬 더 자연스러우면서도 다채로운 재미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만 해도 여전히 배우들은 가수들보다 예능 출연하는 것 자체가 낯설고 꺼려지는 어떤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12>의 공기를 만드는 건 차태현이나 윤시윤 같은 배우들이다. 물론 웃음은 데프콘이나 김준호, 김종민에서 나오지만 프로그램의 색깔은 이들 배우들에게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전 구탱이형 김주혁이나 잠깐 출연하기도 했었던 유해진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이미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배우들의 연기가 아닌 진솔한 모습은 오히려 더 시선을 잡아끌게 되었다. 가수들보다 훨씬 더 감춰져 있었기에 오히려 반전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건 나영석 PD의 영향이 크다. 그는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를 통해 일련의 배우들을 예능의 스타로 만들어낸 바 있다. <꽃보다 할배>의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 그렇고, <꽃보다 누나>에 나온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이 그러하며, <삼시세끼>의 이서진과 차승원 그리고 최근 에릭까지 연달아 배우들을 성공적으로 예능 스타로 등극시켰다. 물론 이것은 tvN의 전략적 선택으로 드라마와 연계하는 예능의 시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늘 새로운 얼굴을 찾아내야 하는 예능의 특성상 배우군이 그 신천지가 된 이유도 있다.

 

<12>이 한 때 가수들에서 이제는 배우들로 채워지게 된 건 이런 예능 전체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최근 <무한도전>에 출연한 아수라 출연진들이나, <시그널> 김은희 작가가 합류해 만든 무한상사<곡성>의 쿠니무라 준이 등장하는 등 배우들의 예능 출연은 이제 낯선 것이 아니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영화나 드라마 홍보가 아니라고 해도 배우들 스스로도 선호하게 된 트렌드가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능 출연은 배우들의 활동에 장애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걸 유해진 같은 배우는 확실히 보여준 바 있다. 물론 자기만의 연기 영역이 확실한 배우지만 유해진이 <삼시세끼> 어촌편에 출연하면서 좀 더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것이 영화 <럭키>의 대박에 영향을 미쳤다는 건 그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일이다. 물론 차승원의 <고산자>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건 차승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작품 자체가 대중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소재였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차승원은 <삼시세끼>의 이미지를 <고산자>로 가져와 자칫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 경쾌함을 부여한 바 있다.

 

한 때는 왜 그런 것까지 해야 하는가 하고 고개를 저었던 배우들이 이제는 예능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지금껏 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능성의 지대이면서, 동시에 본업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에 연이어 출연하는 배우들은 바로 이런 흐름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동물과 인간의 공존, <삼시세끼>처럼

 

산체와 벌이 없는 <삼시세끼>를 생각할 수 있을까. <삼시세끼> 어촌편이 시즌2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시청자들의 마음은 벌써부터 산체와 벌이에게 향하고 있었다. 얼마나 자랐을까. 여전히 차승원과 유해진을 알아볼까. 또 함께 지내는 벌이와는 여전히 툭탁대고 있을까. 그게 아니라면 이제 고양이와 개의 행복한 공존을 이뤄내고 있을까.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차승원과 유해진이 다시 찾은 만재도의 집이 진짜 집처럼 여겨지게 만들어준 것도 산체와 벌이다. 방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이 아이들은 과거의 즐거웠던 시간과 현재를 다시 이어주었다. 몸이 엄청나게 커진 벌이는 이제 산체와 대적할 만큼 힘이 세졌고, 그래서인지 산체는 자주 벌이와 대등한 입장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다가온 차승원과 유해진에게 잠시 경계하는 듯 하더니 금세 가까워져 무릎 위에 홀짝 올라오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힘이 좋아진 산체는 방이 답답했는지 게스트로 온 박형식이 데리고 산책을 나가자 거의 그를 끌고 다니다시피 했다. 박형식이 산체를 산책시킨 게 아니라, 거꾸로 산체가 박형식을 산책시킨 모양이었다. 그렇게 즐겁게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산체를 보면서 벌이가 눈에 밟힌 유해진은 동네에 버려진 나무를 가져와 캣 타워를 만들어주었다. 만들어 놓은 사람 입장에서야 얼른 거기에 올라가는 벌이가 보고 싶을 테지만 유해진은 강요하지 않고 벌이가 스스로 올라갈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결국 꼭대기에 오른 벌이를 보며 기쁜 마음에 기념사진을 찍었다.

 

산체와 벌이가 함께 방안에서 노는 장면들은 <삼시세끼>의 중요한 에피소드 중 하나를 차지한다. 매번 방영되는 내용들 중 이들이 하는 행동들은 <삼시세끼> 특유의 자막과 어우러지며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낸다. “, , 같은 자막은 마치 사람들이 하는 행동처럼 꾸며지며 산체와 벌이의 캐릭터로 흡수된다. 그러니 시청자들에게 산체와 벌이는 그저 우리와는 다른 동물이 아니다. 거의 사람과 다름없는 가족으로서의 산체와 벌이인 셈이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사실 산체와 벌이의 방안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힐링을 안겨준다. 만재도의 환경을 떠올려보라. 따뜻한 여름이야 그나마 찬란한 햇빛을 맞이할 수 있었지만 지난 겨울의 혹독함을 생각해보면 따뜻한 방안에서 뒹구는 산체와 벌이가 그 자체로 힐링이 되어주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섬의 차가운 칼바람에도 만재도가 어떤 따뜻함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데는 산체와 벌이 같은 온기를 나눠주는 존재가 한 몫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삼시세끼>, 아니 나아가 나영석 PD의 일련의 예능들이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꽃보다 할배>의 순대장 이순재가 동물의 친구로 불리는 모습을 떠올려보라. 그는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 만난 비둘기 한 마리에게도 자신의 음식을 나눠주고 말을 걸어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행위가 전하는 건 동물에게 먹이를 준다는 단순한 의미만을 갖고 있는 건 아닐 게다. 길거리에 있는 동물에게도 마음을 나눠줄 수 있는 그 마음. 그 따뜻한 마음이 증명해주는 인간애를 우리는 거기서 발견하게 된다.

 

최근 벌어진 가슴 아픈 캣맘 사건으로 생겨난 대립은 이제 우리가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는 걸 말해준다. 길거리 동물에 대해 연민을 보이는 이들이 있는 반면, 혐오를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중요한 건 이러한 연민 혹은 혐오가 인간 대 동물 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의 문제까지도 확장될 수 있다는 인식일 게다.

 

적어도 <삼시세끼>가 산체와 벌이를 보듯이만 한다면 어떨까. 이런 문제의 해결점은 의외로 쉽게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온기를 가진 생명에 대한 따뜻한 시선. 그건 동물과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될 테니 말이다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569)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358)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8/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3,128,792
  • 425692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