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도드라진 문성근의 악역 연기, 쭉 볼 수 있기를

SBS 월화드라마 <조작>에서 사건을 조작하고 진실을 은폐한 대한일보의 구태원(문성근) 상무는 이 드라마의 악의 축처럼 등장한다. 그는 한무영(남궁민)의 형인 한철호(오정세)에게 조작 기사를 지시해 윤선우(이주승)를 해경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만들었다. 한철호는 이 일을 후회하며 진실을 되돌리려 했지만 결국 살해당했고, 윤선우는 5년 간 억울한 감옥 생활을 해야 했다. 

'조작(사진출처:SBS)'

한철호가 소속되어 있던 대한일보의 스플래시팀을 와해시킨 장본인도 바로 구태원이다. 그 과정에서 스플래시 팀장이었던 이석민(유준상)은 한직으로 물러나고 팀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당시 담당 검사였던 권소라 역시 대한일보와 손이 닿아 있는 검찰의 수뇌부에 의해 좌천됐다. 결국 그 모든 핍박의 중심에 구태원의 ‘사건 조작’이 있었던 것. 

물론 그가 이 드라마에서 진정한 악의 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무영에 의해 윤선우의 무고가 밝혀지고 재심 청구 소송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지게 되면서 구태원이 궁지에 몰린다는 사실은 그가 축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는 윗분의 지시를 그에게 전달하는 조영기(류승수)로부터 오히려 협박을 받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이 구태원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평범함’이 흥미롭다. 그는 대한일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그것을 통해 국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자유자재로 조작함으로써 권력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태를 조종하는 인물이지만, 병원에 입원한 아내 앞에서는 지극히 아내를 사랑하는 평범한 남편의 모습을 보여준다.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아내에게 거부반응이 일어나 새로이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 

아내는 전혀 남편이 그런 악의 축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보였다. 그녀는 대학시절 시위 중 자신을 숨겨줬던 젊은 시절의 그의 모습이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그녀가 실제로는 그의 실체를 알고 짐짓 하는 이야기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제 죽음을 준비하는 입장을 털어놓는 그녀 앞에서 구태원은 지극히 평범한 남편으로서의 절망을 드러낸다. 

하지만 역시 권력을 휘둘러온 그가 아내를 위해 하는 선택은 조영기를 찾아가 “장기 이식 센터를 움직여” 아내의 심장이식 수술을 위해 “대기자 순번을 움직여 달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 간절한 부탁에 대해 조영기가 조건을 내세우자 구태원은 분노하며 “5년 전 먼저 손을 내민 건 그 쪽”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영기는 구태원이 하나의 ‘대안’일 뿐이었다며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카드라는 걸 명확히 했다. 

구태원이라는 조금은 특이한 악역이 보여주는 건 악이라는 것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이른바 ‘악의 평범성’처럼, 누구나 악이 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이런 면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구태원이라는 악은 그 어떤 직접적인 범행을 저지르는 악당보다 더 끔찍하게 다가온다. 

<조작> 같은 사회문제를 드러내는 드라마에서 그 중심적인 힘을 이끌어내는 건 다름 아닌 악역이다. 그 악역이 사실은 거꾸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 그런 점에서 보면 <조작>에서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문성근의 역할과 연기는 도드라진다고 볼 수 있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면을 이토록 자연스럽게 풀어낸다는 건 그가 어째서 그간 더 많은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지 못했는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조작>이라는 드라마에서는 악역을 맡고 있지만, 문성근은 지난 10여 년 간 연기활동을 거의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특히 드라마 같은 보편적인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르에 마지막으로 출연했던 것이 2008년 방영된 <신의 저울>이었다. 그리고 2017년으로 돌아온 문성근이 <조작>에서 ‘악의 평범성’을 드러내는 악역을 연기한다. 도저히 그러지 않았을 것 같은 인물에게서 블랙리스트 같은 말이 나온 것에 국민들 모두가 경악했던 그 평범한 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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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과 언론의 ‘조작’, 진실에 다가가려는 역발상

여론조작. 사실 이 만큼 우리네 대중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건 없다. 그 여론조작에 관여하는 건 검찰과 경찰 그리고 거대 언론이다. 이들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조하며 권력을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사건을 조작한다. 검찰이 밑그림을 그리면 경찰은 행동하고 거대 언론은 그럴 듯한 소설(?)로 여론을 조작한다. 이런 일이 과연 현실에 있을까 싶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네 현실은 이런 소설 같은 이야기가 가끔씩 실제로 벌어지기도 한다. SBS 월화드라마 <조작>이라는 드라마가 그럴듯한 이야기로 들리는 건 그래서 이러한 현실이 만들어낸 갈증 때문이다. 

'조작(사진출처:SBS)'

<조작>의 맨 꼭대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언론 대한일보의 구태원(문성근)은 현재까지 이 적폐 시스템의 머리 격이다. 구태를 상징하는 이 인물은 권위 있는 언론인 척 하면서 권력자들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호도한다. 여론조작을 위해 검찰을 마치 제 수하 부리듯 좌지우지한다. 임지태(박원상) 검사 같은 인물은 대한일보의 뒤를 봐주면서 자신의 자리를 보전한다. 그는 자신들이 충실한 개라고 말하며 짖으라면 짖고 덮으라면 덮는 것이 자신들이 할 일이라고 말한다. 한편 전찬수(정만식) 같은 부패경찰 역시 구태원의 수족이 되어 여론조작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이런 그림은 우리가 많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봐왔던 것들이다. 적폐세력이라고 자주 등장하는 부패한 검찰과 경찰 그리고 언론의 공조는 이미 <내부자들> 같은 영화를 통해 많은 대중들의 공분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래서 <조작>이 그리고 있는 현실이 특별할 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적폐세력들과 대적하는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그것은 저들이 하는 방식의 역공조를 통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일보의 구태원이 있다면 그에 대적하는 인물로 스스로를 기레기라 자청하며 오히려 그런 변칙적인 방식으로 진실에 접근해가는 애국신문의 한무영(남궁민)과 바보행세를 하며 대한일보의 스플래시팀을 부활시키고 그래서 마지막 반전을 도모하는 이석민(유준상) 기자 있고, 임지태 같은 부패 검사가 있다면 그가 덮으라는 진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파헤치려는 권소라(엄지원) 같은 검사가 있다. 전찬수 같은 행동대원격의 부패경찰이 있다면 그와 대적하는 양추성(최귀화) 같은 애국신문을 돕는 의리파 깡패가 있다. 

그래서 이들은 저들과 대적하기 위한 역공조 팀을 이룬다. 영세하지만 진실을 위해 할 짓 안할 짓 다 하며 파헤치는 한무영과 애국신문이 권소라 검사 같은 인물과 공조하며 저들의 커넥션과 싸워나가는 이야기는 같은 방식을 통한 대결이라는 점에서 흥미진진해진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그 정도가 아니면 대적할 수 없는 세력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역공조는 어떤 공감대를 갖게 만든다. 

그 끝에 서 있는 건 결국 대중들이다. 부패 언론에 의해 호도되는 진실이 여론을 조작하는 그 흐름이 있다면, 그 흐름과 맞서 그 여론 조작의 실체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흐름이 있다. 그 사이에서 대중들은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구태원이 말하는 대중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여론 전쟁이라는 표현은 이 드라마를 가장 잘 설명하는 대목이다. 

조금 뻔할 수 있는 현실적 문제의식을 가져왔지만 <조작>이 흥미로워지는 대목은 바로 그 문제의식과 맞서는 방식으로서 저들의 방식을 정반대 방향으로 활용한다는 그 지점이다. 부패한 검경과 언론을 무너뜨리기 위해 모인 조직에서 소외된 검사와 기자 그리고 기레기 언론의 공조. 물론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이런 판타지적 구도만으로도 흥미롭게 응원의 마음을 갖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네 비뚤어진 현실이 그만큼 공고하다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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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남궁민의 코믹과 진지로 풀어낸 사회극

이건 남궁민이라는 배우를 아예 작정하고 만든 작품일까 아니면 어떤 장르물도 남궁민이 소화하면 그만의 색깔을 내는 걸까. SBS 월화드라마 <조작>은 그의 전작이었던 <김과장>과 더불어 마치 ‘남궁민표 사회극’ 2부작을 보는 느낌이다.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부조리한 지점을 정확히 파고 들어가 툭툭 건드리며 결국은 거대한 적폐를 치워내는 소시민 영웅의 이야기. 그래서 <조작>은 바로 그 남궁민이라는 배우의 독특한 색깔과 더불어 기대감이 생기는 작품이다. 

'조작(사진출처:SBS)'

이른바 찌라시라 불리는 애국신문과 권력과 결탁한 거대 언론 대한일보의 대결. 애국신문이 스스로를 ‘기레기’라고 내세우는 애국신문의 한무영(남궁민)과 정론인 양 권위 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사실을 조작하는 적폐언론 대한일보의 구태원 상무(문성근)의 대결. 아마도 현실이라면 이런 대결의 결과는 뻔할 것이다. 힘 있는 언론이 영세한 인터넷 타블로이드 하나 무너뜨리는 게 어디 대수일까. 

하지만 <조작>은 바로 이러한 적폐언론에 대한 대중들이 갖고 있는 반감을 끄집어내 한무영이라는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정상적으로 맞붙어서는 도무지 이길 수 없는 거대 권력과 싸우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언론이 흘러가는 시스템에 최적화되어 있는 적폐언론을 무력화시키는 게릴라식의 대적이 된다.

적폐청산에서 그 대상으로 가장 지목되는 것이 사법정의와 언론인 것은 그것이 일종의 엇나간 권력의 쌍둥이처럼 공조하기 때문일 것이다. 잘못된 사법이 무고한 이들을 희생자로 삼을 때, 언론은 그것을 기정사실인 양 조작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잘못된 사법과 언론은 마치 짝패처럼 기능한다. 권력 유지를 위해 기능하면서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내며.

<조작>은 그래서 한무영이라는 좌충우돌 돈키호테 기자가 중요하다. 물론 현실성은 그다지 찾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 독특한 캐릭터가 주는 판타지가 드라마에 대한 가장 큰 몰입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건 적당히 눙치며 들어가는 코미디적 요소와 이 사회적 문제를 건드릴 때는 심각해지는 진지한 요소의 결합이다. 

대한일보에 의해 살인자 누명을 쓴 채 5년 째 복역 중인 윤선우(이주승)가 재심을 요청하지만 받아들여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자 자신의 무고를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한무영과 공조하는 과정은 전혀 현실적이지가 않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그럴 듯하게 만들어내는 건 다름 아닌 한무영이라는 캐릭터가 은근슬쩍 넘어가는 코미디적인 접근이다. 스스로 윤선우의 인질이 되어 탈주한 후 마치 인질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를 위한 방송을 내보내는 척하는 모습이 그렇다. 

그것은 말 그대로 한무영 스스로 말하는 이른바 찌라시, 기레기의 방식이다. 하지만 대한일보의 구악을 이미 목도하고 그것이 실제 우리네 언론권력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공감하는 시청자들은 그 찌라시, 기레기라는 지칭이 반어적 표현이라는 걸 알고 있다. 저런 돈키호테식 행동을 하는 이들이 아니라 정반대로 진실을 조작하는 적폐언론이야말로 찌라시, 기레기라는 것.

한무영의 코믹함과 진지함은 남궁민이라는 배우가 가진 그 양면적인 결을 통해 제대로 그려진다. 남궁민은 이미 <김과장>을 통해 우리가 확인했듯 코미디적인 과장된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면서도, 동시에 절절한 진지함을 순간적으로 드러낼 줄 아는 배우다. <조작>에서 남궁민이라는 배우가 대체불가로 다가오는 건 그 캐릭터와 그의 연기의 결이 너무나 잘 들어맞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남궁민은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을 갖게 됐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향후 또 다른 남궁민표 장르물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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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남궁민이라는 기레기에 희망을 거는 이유

SBS 새 월화드라마 <조작>은 너무나 현실 같은 드라마다. 정관계와 손이 닿아 사건을 은폐하고 사실을 조작하는 거대 권력을 가진 언론사. 그 와중에도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하는 검사와 기자들. 하지만 정관계와 언론의 커넥션 속에서 희생되는 그들. 이런 이야기는 더 이상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뻔히 보이는 그 비리를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그 단단한 적폐들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무력감을 느껴왔던가. 

'조작(사진출처:SBS)'

<조작>의 한무영(남궁민)은 그 비리 앞에 희생된 형으로 인해 기레기를 자청하며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인물이다. 이석민(유준상)과 권소라(엄지원)는 진실을 밝히려다 권력의 힘 앞에서 속절없이 꺾여버린 기자와 검사다. <조작>이 다루려는 이야기의 그림은 그래서 첫 회에 이미 모두 포진되었다. 이렇게 밀려난 한무영과 이석민, 권소라가 거대권력의 손발이 되어 스스로도 권력이 되어버린 언론과 싸워나가는 이야기. 

한무영이 스스로를 기레기라 부르는 건 자조적이면서 동시에 진짜 기레기들에 대한 비판이 들어가 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협박을 하기도 하지만 한무영은 그런 행동의 목적이 분명하다. 진실을 위해 뭐든 실행에 옮기는 인물. 그래서 겉으로는 기자인 척 끝까지 파보라고 등을 두드려주면서도 뒤에서는 그들의 뒤통수를 치는 구태원(문성근) 같은 진짜 기레기와는 다르다. 그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일처리를 하지 않는 건 그것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세상을 형의 죽음을 통해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상식적인 세상을 만들려는 인물의 주인공으로 남궁민이라는 배우는 너무나 잘 어울린다. 지난 작품이었던 <김과장>에서 김과장 역할을 연기한 남궁민은 역시 TQ그룹의 비리와 맞서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식을 동원하는 연기를 천연덕스럽게도 해낸 바 있다. 물론 이번 <조작>에서의 한무영은 웃음기를 쪽 뺀 진지한 캐릭터지만 거대 권력과 엉뚱한 방식으로 맞서는 인물이라는 점에서는 김과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한무영이 스스로를 기레기라고 부르며, 그런 방식으로 해야 겨우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현실이 얼마나 뒤틀어져 있는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즉 우리는 이미 언론이나 검찰을 잘 믿지 않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검찰이 무슨 발표를 하면 액면 그대로 진실이라고 믿기보다는 그 안에 담겨진 정치 역학적인 권력의 대결을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언론 보도 역시 그 이면에 숨겨진 내막을 먼저 떠올리고 심지어 음모론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김과장>에서도 그랬지만 <조작> 같은 드라마의 주인공은 상식을 깨는 인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야 비로소 시청자들이 그 주인공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되고, 오히려 그 이야기의 리얼함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기레기라 내놓은 한무영에게 그나마 어떤 희망을 갖는 이유다. 

사실 기자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큰 성공을 거둔 건 그다지 많지 않다. MBC <스포트라이트>는 손예진이 주연으로 나왔지만 한 자릿수 시청률로 종영했고, 그나마 괜찮은 성적을 가져갔다고 하는 <피노키오> 역시 13%(닐슨 코리아)가 최고 시청률이었다. 이렇게 된 건 드라마 내적인 문제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기자라는 직종 자체에 대한 신뢰가 그다지 크지 않았던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조작>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JTBC의 보도와 그로 인해 세상이 바뀌는 모습을 목도한 대중들이 새삼 언론의 올바른 힘이 얼마나 희망을 갖게 하는가를 느끼게 해줬기 때문이다. <조작>은 바로 그 현실의 힘과 그래서 생겨난 적폐청산에 대한 희망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드라마다. 남궁민 특유의 돈키호테식 대결의식이 또 한 번 일을 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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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에게 죽어라? 배우가 어떻게

 

영화 <해무>의 보이콧 논란으로까지 번진 막말 댓글 논란은 당사자인 배우 정대용의 30년 배우 인생 포기 선언으로 이어졌다. 정대용은 사과문에서 아파하시고 힘들어하시는 세월호 유가족분들과 생사를 오가며 힘겹게 단식을 이어가시는 김영오님께 무릎 꿇어 사죄를 드립니다라고 밝히며, “저의 30여년 무명배우이지만 너무나 사랑했었던 배우라는 직업을 내려놓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라고 배우 포기선언을 했다.

 

'사진출처: 영화 <해무>'

사과문에 거듭해서 <해무>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에 대한 언급한 걸로 봐서 자신의 부절절한 댓글로 영화의 보이콧 논란이 생긴 것에 대한 상당한 심적 부담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실로 정대용씨의 한 줄 댓글은 <해무>라는 영화에 직격탄을 날릴 만큼 중대한 과오일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 자체가 생존경쟁이라는 극한 풍랑 앞에 놓인 전진호 선원들의 비인간화를 통해 우리가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다 위에서 침몰하는 배라는 영화의 상징은 고스란히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 와중에 세월호 유족들에게 심지어 죽어라라고 말한 뮤지컬 배우 이산의 글에 황제단식운운하며 댓글을 단 건 말 그대로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제작자인 봉준호 감독과 출연 배우인 문성근이 단식에 참여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이처럼 최근 들어 영화는 영화 외적인 사안들과 그 어느 때보다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배우가 꼭두각시처럼 연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생각하는 존재고 행동하는 존재라는 걸 대중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와 생각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데 정대용이 30년 배우 인생을 끝내겠다고까지 사죄를 하고 있는 와중에 정작 이 문제의 글을 올린(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반복적으로) 이산(본명 이용근)은 아무런 행보도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 의문스럽다. 정대용이 남긴 댓글보다 그 댓글이 달린 이산의 글은 제 아무리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해도 인간으로서는 함부로 입에 달 수 없는 말들이다. ‘유민이 아빠라는 자야, 그냥 단식하다 죽어라. 그게 딸을 진정 사랑하는 것이고, 전혀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유일한 길이다. 죽어라.’ 이게 상식이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인가.

 

이산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햄릿>, <문제적 인간 연산>에 출연한 배우다. 배우라면 기본적으로 가져야할 자질이 타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다. 그것이 없다면 어찌 타인의 삶을 연기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산이 남긴 일련의 글들을 보면 이념과 생각의 차이를 넘어 타자를 전혀 고려치 않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항간에는 무명배우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런 식의 타자를 고려치 않는 성향을 드러내는 노이즈 마케팅은 결국 배우로서의 포기선언과도 다르지 않다. 이름만 대중들에게 알려지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배우로서의 자질이 바닥인 것을 이미 드러낸 마당에. 뒤늦게나마 정대용이 내놓은 사과와 배우 포기선언은 그나마 남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겠다는 제스처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작 이산은 왜 묵묵부답일까.

 

이산의 비상식적인 글과 거기에 단 정대용의 댓글이 만들어낸 논란은 마치 지금 현재 세월호 참사 정국을 에둘러 보여주는 것만 같다. 댓글을 단 정대용은 배우 포기선언까지 하며 사과를 하고 나섰지만 정작 이산은 여기에 대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 침몰하는 세월호는 저 바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소통 없는 현실은 끊임없이 침몰한 세월호를 우리 주변에서 발견하게 만든다. 우리는 지금 정신적으로 침몰하는 중이다.

 

(뮤지컬 배우 이산이 입장을 밝혔네요. 유민아빠가 대통령께 먼저 사과하면 자신도 사과하겠다는 내용인데... 여전히 상식적이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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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 부족한 스토리도 채워 넣는 미친 연기들

 

우린 이제 한 배를 탄 거여.” 영화 <해무>에서 전진호의 갑판장 호영(김상호)은 동요하는 선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대사는 이 영화의 상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한 배를 탄 사람들이라는 상징을 <해무>는 영화적 상황을 통해 재연해낸다.

 

'사진출처: 영화 <해무>'

IMF라는 시대적 설정과 전진호는 그래서 당대의 우리 사회의 축소판처럼 그려진다. 감척사업 대상이 되어 배를 잃게 될 선장과 선원들. 그래서 고기로 채워져야 할 배가 조선족 밀항자들로 채워지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영화의 시작부분은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을 그대로 이어받은 듯한 심성보 감독의 세세하고도 다이내믹한 연출이 돋보인다. 전진호 선장과 선원들의 노동과 일상을 카메라는 거칠고 녹이 슬어버린 갑판의 풍경과 그것을 그대로 닮아버린 인물들을 훑어나가며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힘겨워도 훈훈한 그 정경 속에는 바다를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의 온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밀항자들을 태우기 위해 바다로 나가는 배에서 이 인물들은 저마다의 욕망 하나씩을 끄집어낸다. 선장인 철주(김윤석)는 배에 집착하고, 늘 선장을 따르던 갑판장 호영은 철주의 명령에 집착하며, 쫓기는 신세로 전진호에 숨어 지내는 기관장 완호(문성근)는 사람의 목숨에, 롤러수인 경구(유승목)는 돈에, 그리고 선원 창욱(이희준)은 여자에 집착한다. 그리고 막내 선원인 동식(박유천) 역시 사랑에 집착한다.

 

이 집착적인 욕망은 그러나 전진호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들로 인해 하나씩 파국을 맞게 된다. 극한의 상황에 몰린 그들에게 엄습해오는 해무(바다안개)처럼 그 가려진 시야 속에서 숨겨져 있던 끔찍한 욕망의 흔적들이 스멀스멀 갑판 위로 올라온다. 그리고 그 욕망은 그들 스스로를 잡아먹는 괴물로 돌변한다.

 

극단 연우무대의 연극 원작을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영화는 바다를 향해 나가면서도 전진호라는 폐쇄적 공간을 좀체 벗어나지 않는다. 그 위에서 벌어지는 인간군상의 이야기는 그래서 마치 부조리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연극적인 요소들은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갑자기 서서히 고조되는 이야기라기보다는 갑자기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급작스러움은 그래서 이 영화의 흠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시종일관 긴장되게 바라보게 만드는 건 다름 아닌 전진호 위에서 자신의 욕망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연기를 선보인 연기자들이다. 김윤석은 그 묵직한 존재감으로 전진호의 중심을 끝까지 잡아가고, 김상호, 이희준, 문성근, 유승목은 진짜 선원들이라 여겨질 정도로 영화의 미친 몰입을 보여준다.

 

특히 이 영화에서 주목되는 건 박유천과 한예리의 결코 약하지 않은 연기의 존재감이다. 박유천은 아마도 이 영화를 통해 온전히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연기자라는 타이틀을 갖게 될 것 같다. 또한 조선족 처녀 역할을 놀랍도록 연기해낸 한예리 역시 이 베테랑들의 호연 속에서도 결코 퇴색함이 없는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2001년에 있었던 제7태창호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원작이지만 세월호 참사를 겪어서인지 <해무>는 훨씬 더 불편한 느낌을 선사한다. 선원들을 극한으로 내모는 현실은 다름 아닌 돈이다. 그 돈 몇 푼을 위해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바다 한 가운데 던져버리는 이 영화의 이야기는 그래서 <해무>라는 제목처럼 안개에 가려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현실과 그 속에서 자행되는 폭력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해무>는 지나친 상징과 의미화에 집착함으로써 조금은 허무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보여지기에는 너무 무거운 것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조금은 무게감을 갖는 영화로 현실을 반추해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나름대로의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 특히 연기자들의 미친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요소다. 박유천의 연기를 재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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