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 스필버그의 역발상에 감탄할 수밖에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면 이게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인가 싶다가 본래 이게 스필버그의 색깔이었지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생각해보면 <죠스>나 <레이더스>, <이티>, <쥬라기 공원> 같은 영화들이 가진 오락성과 특수효과 그리고 그 안에서 넉넉하게 느껴지는 유머까지 <레디 플레이어 원>을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으니. 

<레디 플레이어 원>은 우리가 상상으로는 해봤을 지도 모르나, 실제는 일어나기 어렵다 생각했던 그런 놀라운 장면들이 시선을 압도한다. 이를 테면 카레이싱을 하는데 도로에서 갖가지 장애물들이 튀어나오고 심지어 도로가 움직이기도 하며 갑자기 튀어나온 킹콩이 있는 대로 차들을 두드려 부수는 그런 장면 말이다. 하지만 이건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놀라움의 시작일 뿐이다. 건담과 아이언 자이언트 게다가 처키가 동시에 한 영화 속에 등장한다는 건 캐릭터 마니아들이라면 상상이 현실이 된 듯한 반가움을 느낄 것이다. 

이 모든 게 가능해지는 건 그것이 게임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의 세계는 남루한 현실과 병치되는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의 공간으로 아바타와 가상화폐가 사람들의 욕망을 한데 모아놓은 그런 곳이다. 사람들은 그래서 접속을 통해 더 많은 가상화폐를 모아 더 좋은 아이템을 가지려 한다. 심지어 아바타가 죽어버리면 실제 자살시도를 하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그런데 <레이 플레이어 원>은 그런 디스토피아를 그려내는 영화가 아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특유의 동화 같은 설정을 통해 디스토피아 속에서도 꿈을 좇는 영화다. 오아시스를 설계한 전설적인 제작자 할리데이가 세 가지 미션을 푼 자에게 이 세계를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유언으로 남기자, 모두가 그 미션을 풀기 위에 게임에 돌입한다. 주인공 웨이드 와츠는 오아시스를 지배해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거대기업에 맞서 순수하게 게임의 즐거움을 모두가 공유하는 이상적인 세상을 꿈꾼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머지않은 미래의 가상현실 세계를 담고 있지만, 그 안은 과거 대중문화들에 대한 향수와 추억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가상현실의 게임 공간이기 때문에 이 일들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스타크래프트>, <백투더퓨처>, <아이언 자이언트>, <킹콩>, <쥬라기 공원>, <스트리트 파이터>, <기동전사 건담>, <사탄의 인형>, <샤이닝> 같은 대중문화의 단편들과 그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모두 이 게임 공간 속으로 소환된다. 

결국 영화는 미래 그것도 디지털 세상에 펼쳐진 가상현실의 공간을 다루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과거 지극히 아날로그적이었던 대중문화들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향수들이다. 가상공간이지만 오아시스는 결국 할리데이가 머릿속으로 꿈꾸던 세상의 구현이다. 결국 가상현실이라는 것은 그걸 만든 사람의 기억과 추억이 깃든 새로운 공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래라는 것이 결국 현재를 사는 이들이 어떤 기억들을 축적하고 공유하면서 꿈꾸느냐에 따라 그려지듯이.

“사실 속으로는 대중문화를 비웃고 있잖아.” 이 영화 속 게이머 웨이드 와츠가 이 세계를 돈으로 지배하려는 거대기업의 회장에게 날리는 일침 속에는 그래서 스필버그가 이 영화를 통해 하려는 이야기를 압축하고 있다. 스필버그는 오아시스라는 가상공간을 통해 실감나는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그 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대중문화들의 편린들에 헌사를 보낸다. 그러한 대중문화가 주는 순수한 즐거움들이 우리의 삶을 채워주고 있고 돈벌이가 아닌 그 세계가 주었던 진정한 행복감이 어쩌면 보다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준다고.(사진 :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먹방 범람 시대 <조용한 식사>가 주는 힐링이란

 

방송사고인 줄 알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음식이 차려진 식탁을 앞에 놓고 배우, 가수 같은 연예인들이 앉아 있는데 도대체 말이 없다. 일반적인 방송에서는 몇 초 이상 침묵이 흐르면 방송사고가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방송이 있다. 바로 올리브TV<조용한 식사>.

 

'조용한 식사(사진출처:올리브TV)'

<조용한 식사>는 그 외형적인 틀만 보면 요즘 트렌드가 된 먹방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먹방이 가진 틀에서 많은 것들을 뒤집어 놓았다는 점에서 특이한 먹방이다. 혼자 나와 음식을 먹는다는 점은 먹방과 같지만, 이들이 음식의 맛을 호들갑스럽게 설명하고 소개하는 장면 따위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는 점에서 기존 먹방들과는 다르다.

 

<조용한 식사>는 제목처럼 그저 출연자가 조용히 음식을 먹는 것으로 오롯이 프로그램을 채운다. 한 사람 당 10분 남짓의 방송 분량에서는 그래서 이들이 얘기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 전어를 앞에 두고 앉은 김뢰하는 잘 손질된 전어를 한쪽에서 구워 손으로 뜯어먹는데, 아무런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그 먹는 장면과 소리들이 집중된다.

 

전어가 구워지는 소리나 거기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그 자체로 침샘을 자극한다. 옆에 놓여진 막걸리를 따서 잔에 따르는 소리 역시 먹는 장면 그 자체보다도 더 감각적이다. 그래서 먹방이 갖춰야 하는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상황들은 모든 걸 단순화시켜버림으로써 오히려 강화된다. 말이 없고 특별한 상황도 없이 그저 먹는 것 하나에 시각과 청각을 집중시키는 것만으로.

 

물론 이들은 한 마디 하지 않아도 그 먹는 장면을 통해 그들의 성격이나 취향을 드러낸다. 김뢰하가 어딘지 거침없는 상남자의 성격을 손으로 전어를 뜯어먹는 모습으로 보여준다면, 강화도의 한 야외 포차처럼 보이는 곳에 앉아 갓 잡은 대하구이를 먹는 장기용은 신세대답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누군가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방송이야기를 하면서 새우를 먹는다. 초지진항에 앉아 활어회를 먹는 황석정은 회만큼 고추나 소주를 곁들이는 모습이 더 어울리는 털털한 캐릭터다.

 

<조용한 식사>에는 좌측 상단에 세 개의 단순한 태그가 자막으로 적혀 있다. 예를 들어 ‘#초지진항#활어회#황석정이나, ‘#홍대#수제버거#김기방식의 자막이다. 너무 단순한 포맷이기 때문에 이 세 개의 태그만으로도 그것이 어떤 장면들을 보여주고 있는지가 모두 설명된다. 거기에는 누가 출연하고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먹는가라는 이 프로그램의 모든 정보가 망라된다.

 

배경화면이나 소음 그리고 거기에 가끔 얹어지는 음악은 <조용한 식사>의 훌륭한 미장센 효과를 준다. 김뢰하가 전어를 먹을 때 뒤편으로 펼쳐지는 파란 바다나, 김기방이 수제버거를 먹을 때 뒤편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즐기는 홍대의 한 식당 같은 배경은 그들이 앉은 공간의 현실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흥미로운 건 맛나게 음식을 먹고 있지만 식욕보다 더 채워지는 것이 그 시간이 주는 힐링의 느낌이다. 최근 들어 싱글족들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혼밥’ ‘혼술문화가 생겨나고 있지만 그들의 문화가 쓸쓸함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에게만 충실할 수 있는 힐링타임이라는 걸 이 프로그램은 짧은 영상으로 보여준다. 먹방이 범람하는 시대지만, 참신한 역발상으로 입의 감각이 아닌 공간과 시간이 주는 느낌을 전하는 프로그램라니. 그 미니멀한 선택들이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는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빅브라더가 아닌 <빅프렌드>, 그 참신한 역발상

 

2회 짜리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MBC <빅프렌드>는 참신한 기획이 돋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미 <마이 리틀 텔레비전>TV와 시청자의 직접적인 소통의 물꼬를 열어 놓았다면 <빅프렌드>는 그 바탕 위에서 이렇게 모인 시청자들이 그저 수동적으로 방송을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방송의 주역이 될 것을 요구한다.

 


'빅프렌드(사진출처:MBC)'

첫 회가 얼미남얼굴이 미안한 남자들을 출연시켜 500인의 빅프렌드가 제안하는 갖가지 조언들을 통해 그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바라보는 이야기로 이 콘셉트가 가진 재미의 일면을 보여주었다면 2회는 현장에서 고생하는 한 소방관의 기분 좋은 하루를 만들어주기 위해 직접 현장으로까지 달려와 저마다 그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는 훈훈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늘 출동대기를 위해 5분도 채 걸리지 않고 뚝딱 밥을 때우기 일쑤고, 언제 출동할지 알 수 없이 작업화를 벗지 않으며, 현장에서는 곧 무너질 듯한 집에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제 한 몸을 기꺼이 던지는 소방관. 그 사연은 마치 휴먼다큐의 한 장면처럼 감동적이다. 그러니 이를 본 500인의 빅프렌드가 기꺼이 이 소방관의 웃음을 보기 위해 나선다는 건 그 자체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사실 <빅프렌드>가 떠올리게 하는 건 빅브라더혹은 SNS 상으로 군집하는 대중들의 이미지다. 빅브라더가 미디어의 권력화를 얘기한다면 군집한 대중은 그렇게 모여 세상을 바꿔나가는 긍정적인 의미와 또 때로는 한 개인을 파괴하기도 하는 부정적인 힘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빅프렌드>는 뉴미디어 시대에 방송 권력이 빅브라더가 되는 것을 탈피하고, 또한 대중의 힘이 긍정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실로 SNS의 힘이란 대단하다. 그것은 시간과 장소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게 해주고 하나의 뜻으로 이어진 여러 사람들의 마음은 의외로 거대한 힘이 되어 살만한 세상을 꿈꾸게 해준다. 방송은 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주는 것이고, 사실상 <빅프렌드>는 이 땅에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 마음이 하나로 묶일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빅프렌드>의 힘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백지연이나 장동민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날의 주인공인 소방관 아저씨나 의기소침해 있는 얼굴이 미안한 남자가 가진 삶의 이야기에서 그 힘이 생겨난다. 여기에 그들에게 공감하거나 그 삶에 개입하고픈 500인의 타인들이 나머지 반의 힘을 만든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그렇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우리를 확인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프로그램은 보는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최근의 예능 프로그램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간 스튜디오 예능 프로그램들로서 연예인 토크쇼가 그 트렌드를 소진하면서 대신 등장한 건 일반인들이다. 그래서 그 일반인들과 연예인이 공존하는 새로운 예능들이 선전하고 있다. 그 대표격은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같은 프로그램. 일반인의 사연과 그 사연에 대해 각주를 달아주는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다는 점에서 <빅프렌드> 역시 <동상이몽>처럼 그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현재 방송 프로그램의 관건은 어떻게 하면 저 모래알처럼 많은 일반인들의 이야기들을 방송의 소재로써 끌어올 것인가가 될 것이다. 여기에 연예인들의 역할은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동조해주는 것이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빅프렌드>는 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괜찮은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너무 과한 개입은 때론 시청자들의 자연스러운 감동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SNS 하면 먼저 떠오르는 무수한 악플들의 이미지를 역발상으로 풀어낸 <빅프렌드>의 기획의도는 실로 참신하다 할 것이다



폭염과 혹한이 되레 즐거운 ‘12의 저력

 

본래부터 혹한기와 혹서기에 강했던 <12>이다. 혹한기에는 더 추운 칼바람 앞에서 물 한 바가지만 갖고도 예능이 되었고, 혹서기에는 에어컨 없는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웃음을 주기도 했었다. 유례없는 폭염. 연일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고 있는 지금, <12>의 선택은 그래서 오히려 열대야를 즐기는 것이었다.

 

'1박2일(사진출처:KBS)'

새벽같이 모이던 <12>이 대낮에 그것도 KBS 옥상에서 모인 건 폭염의 뜨거움을 그대로 전하기 위함이다. 잠깐의 오프닝만으로 땀을 뻘뻘 흘리는 차태현의 얼굴에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한 무더위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옥상에 쳐진 텐트에 들어가게 된다면 말 그대로 지옥일 것이다. 그러니 때 아닌 낮잠자리 복불복으로 시작하는 <12> 출연자들이 목숨 걸고(?) 복불복에 임하는 자세가 만들어진 것.

 

대신 복불복에서 이기면 시원한 냉방이 되어있는 스튜디오에서 꿀 같은 낮잠을 잘 수 있다. 스케줄에 바빠 늘 잠이 부족한 연예인들에게 이만한 호사가 있을 수 있을까. 일하는 와중에서 낮잠이라니. 그건 아마도 직장인들의 로망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폭염에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게 시에스타다.

 

낮잠을 걸고 벌어진 복불복은 아이돌과의 대결. 팥빙수와 수박 그리고 비빔국수 빨리 먹기 대결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웃음을 만들어냈다. 이기면 20초 간 뮤직비디오를 틀어주겠다는 공약은 아이돌들이 망가지도록 열심히 복불복 게임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인피니트와 비스트 그리고 에이핑크와의 유쾌하고 시원한 대결은 보는 이들에게 잠시 동안 더위를 잊게 만드는 웃음 폭탄을 선사했다.

 

물론 <12>이 작정하고 출연자들을 낮잠 재우려 한 것은 잠 못 드는 밤, 열대야 속으로 뛰어들기 위함이다. 끈적끈적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열대야. 그래서 잠을 억지로 청하다 보면 뒤척이다 피곤한 아침을 맞이하기 일쑤인 요즘, 차라리 그 밤을 즐기러 나선다는 것. 혹한기에 얼음 계곡 속으로 뛰어들어 오히려 그 추위를 이겨보려는 것처럼, 열대야 속 열정 넘치는 도시의 활기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는 것이다.

 

흔히들 뜨거운 여름, ‘피서를 가기 마련이지만, 그렇게 떠난 피서가 너무 많은 인파와 뜨거운 햇살 속에서 오히려 더 뜨거운 짜증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또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나는 이들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런 이들에게 <12>이 보여준 폭염에 대처하는 역발상은 잠시나마 웃음과 위안을 준다.

 

멀리 가야만 피서인가. 많은 도시인들이 피서를 떠나 오히려 텅 빈 서울의 야경이 더 호젓한 여름밤을 보내게 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밤에 잠 못 든다면 낮에 자도 된다. 그 잠 못 드는 밤 차라리 서울의 야경을 즐길 수도 있다. 여행을 소재로 해온 <12>이 마치 늘 어디로 떠나기만 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을 과감히 내려놓는 순간 의외의 재미들이 생겨났다.

 

<무도>, 해외 극한 알바로 진짜 하려던 이야기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호도협의 풍광을 즐길 때 저 분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가마에 태웠던 걸까. 1200여 개의 계단을 가마에 관광객을 태운 채 오르내리며 그 분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일이 더 힘든 건 노동 그 자체가 아니라 어쩌면 자신들은 일할 때 누군가는 놀고 있다는 그 상대적 박탈감은 아닐까.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이 국내에서 극한알바를 도전했던 의미도 바로 그것이었다. 고층빌딩의 유리벽을 일일이 손으로 닦아내고, 지하 탄광에서 탄가루를 온 몸에 뒤집어쓴 채 석탄을 캐고, 그 많은 택배 상자들을 일일이 차에 실어 나르는 것 같은 일들. 우리가 그 고층빌딩 안에서 창밖의 풍광을 내려다보고, 편안하게 연탄 위에 고기를 구우며, 클릭 하나로 물건을 주문해 받을 때 저편에서는 누군가 그 힘겨운 일을 하고 있다는 것.

 

<무한도전>해외 극한 알바특집은 그것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포상휴가를 간다며 방콕까지 가서 굳이 케냐, 중국, 인도로 각각 팀을 나눠 일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심지어 유재석마저 분통을 터트렸지만 그들은 차츰 그 선택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그 고된 일을 한 것에 대해 보람마저 느끼게 되었다.

 

중국에서 위험천만한 잔도공 작업을 너무 무서워 포기했던 하하와 정형돈은 가마꾼 알바를 하기 위해 간 호도협에서 그 잔도공 작업 덕분에 관광객들이 관광을 즐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또 가마꾼들의 그 힘겨운 노동 덕분에 가마를 탄 관광객들이 편안히 호도협을 관광할 수 있게 됐다는 것도. 그래서였을까. 하하와 정형돈이 마지막으로 10여년 째 그 일을 해온 가마꾼들을 태워주는 장면은 실로 감동적이었다. 잠시 동안이지만 그 일과 관광의 역할을 바꿔 해본다는 것.

 

인도에서 300벌의 빨래를 쉴 새 없이 해야 했던 유재석과 광희는 자신들이 그렇게 힘겹게 한 빨래를 고객에게 갖다 주며 보람을 느꼈다. 도비왈라라 불리는 이 빨래꾼(?)들에게 10년 동안 휴가 없이 매일 새벽 4시부터 오후 4시까지 빨래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유재석은 “10년 동안 매일 일한 사람도 있는데 무슨 10주년을 기념 하냐고 말하기도 했다. 극한 해외 알바 체험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몰랐을 사실들이다.

 

케냐에서 상처 입은 아기코끼리들을 보살피는 일을 한 박명수와 정준하는 상대적으로 노동 강도는 약해보였지만 그 일이 주는 보람은 그 어느 것보다 컸다고 여겨진다. 마치 부모 자식 같은 감정을 점점 느끼며 아기코끼리들에게 마음을 주는 그들의 모습은 그저 아프리카의 자연과 야생을 즐기는 관광객들이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자연을 보호하려고 헌신하는 이들이 뒤에 있었다는 것.

 

물론 그렇다고 모두가 휴가를 떠나지 말고 일을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우리가 휴가를 즐길 때 그 뒤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고마운 분들의 땀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방콕으로 돌아온 출연자들이 이제야 비로소 진짜 휴가를 즐기게 되는 모습은 우리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 즐거움이 또한 누군가의 노동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휴가를 극한 노동으로 바꾼 것에 대해 우리가 해도 너무 했다고 했던 마음은 그래서 고스란히 그 해도 너무한 노동이 주는 가치를 절감하게 만든다. 역시 <무한도전>다운 역발상이 아닌가. 그 극한의 노동 체험이 짜증에서 보람으로 바뀌는 그 과정 역시 시청자들에게 똑같은 경험을 하게 했으니 말이다.

 

무주산골영화제, 그 소박함의 역발상

 

영화 <시네마천국>의 토토가 사는 작은 마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이럴까. 어둑해진 야외, 운동장과 야외 캠프장에 소박하게 만들어진 작은 영화관(?)에는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의 눈이 별빛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어찌 보면 반딧불이가 사랑을 할 때 내는 불빛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연을 온 몸으로 느낄수록 영화에 대한 애정 어린 눈빛은 더 깊어진다.

 

'무주산골영화제(사진출처:MJFF)'

영화는 스크린 위에만 펼쳐지는 게 아니다. 고개를 들면 저 하늘 위에 펼쳐진 대자연의 스크린 위에 별들이 펼쳐놓는 영화가 쏟아져 들어오고, 귀를 기울이면 숲속 풀벌레 소리가 영화와 어우러져 기막힌 정서를 만들어낸다. 세상에 이런 영화제가 있을까 싶지만 지금 현재 무주에서 펼쳐지고 있는 산골영화제가 바로 그것이다.

 

등나무 운동장에서 열린 무주산골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찰리 채플린의 <유한계급>이 상영되었다. 1921년에 만들어진 영화. 흑백 화면에 무성영화지만 지금 봐도 충분히 재밌는 그 영화는 김종관 감독과 뮤지션 모그가 참여해 독특한 퍼포먼스가 곁들여졌다. 영화 속 찰리 채플린이 영화 밖으로 튀어나온 듯 똑같은 분장을 한 인물들의 무대가 영화와 어우러졌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흘러간 듯한 개막작 퍼포먼스는 무주산골영화제만이 가진 소박하고 아날로그적이며 복고적인 정서를 잘 표현해냈다.

 

메르스 공포가 전국을 강타했지만 무주는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영화제 자체가 시끌벅적한 도시의 영화제와는 성격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관이 거의 없는 무주라는 지역에 자연 속에 스크린을 걸고 영화를 틀자는 소박한 취지에서 시작한 이 영화제는 인구가 고작 2만 명인 이 조용한 산골 마을에 기막힌 역발상의 묘미를 선사했다.

 

산골영화가 어떻게 기묘한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는 그 무주라는 공간에 들어와 보면 쉽게 이해되는 일이다. 도시의 밤풍경이란 불야성에 가깝지만 무주의 밤은 칠흑 같은 어둠이 포근하게 마을을 감싼다. 그러니 야외 어디고 스크린을 걸고 영사기를 돌리면 영화관이 되는 것이다. 이 어찌 기막힌 역발상이 아닐 수 있을까. 무주하면 먼저 떠오르는 반딧불이 축제의 반딧불은 그래서 산골영화제에서는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영화가 되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세상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 최근의 문화 트렌드가 지향하는 소박함이나 스몰 지향 그리고 자연 같은 키워드는 산골영화제가 도시인들에게 하나의 로망으로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삼시세끼> 같은 시골의 소박한 삶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화려한 호텔 예식장이 아니라 소박한 시골의 밀밭이 협찬(?)해준 식장에서 치러진 원빈과 이나영의 결혼식에 열광하는 것처럼, 산골영화제는 작고 소박하고 자연친화적인 특색을 모두 담고 있다.

 

화려한 레드카펫 대신 소소한 그린카펫을 지향하고, 복잡한 인파를 벗어나 소박한 가족, 친구, 연인과의 추억을 만들어내며, 화려한 도시의 불빛 대신 어두워 더 잘 보이는 별빛을 지향하는 그런 영화제. 상상 속으로만 꿈꾸던 그런 영화제가 바로 이 땅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풀벌레 소리 들으며 보는 영화라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영화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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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역발상, <삼시세끼>의 저력

 

tvN <삼시세끼> 어촌편 승승장구의 일등공신은 단연 차승원이다. 그가 만들어낸 놀라운 요리들은 <삼시세끼>의 밥상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켰다. 홍합을 채취해와 만든 홍합짬뽕에서부터 보였던 쿡방의 향연은 생선찜에 어묵탕으로 이어지더니 심지어 아궁이를 개조해 만든 가마에서 빵을 구워 내는 단계로까지 이어졌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만일 보통의 연출자라면 차승원의 부재는 용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딸 바보 차승원이 딸 예니의 생일을 챙겨주기 위해 무려 20시간의 왕복을 감행(?)한다는 건 물론 훈훈한 일이지만 방송 프로그램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공백을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시세끼>는 이런 빈 자리 또한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기회로 삼는 모습을 보여줬다.

 

차승원이 있는 만재도와 그가 없는 만재도는 너무나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가 빠져나간 만재도와 거기 남은 유해진과 손호준이 이 빈 자리를 어떻게 채워나가는가 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차승원이 있을 때의 상차림과 그가 뭍으로 나간 후 유해진이 처음으로 회를 떠 회덮밥을 만들고 얼렁뚱땅 만들어낸 된장국과 먹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비교점을 만들어준다.

 

그러면서 엉성하지만 어딘지 여유가 묻어나는 유해진의 밥상은 <삼시세끼> 어촌편의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차승원이 뭍으로 나가기 전 레시피를 알려준 손호준이 거기에 집착해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유해진이 설렁설렁 대충대충 요리를 해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물고기 한 마리를 죽이지 못하는 그가 어찌 어찌 회까지 떠서 내놓은 회덮밥을 감탄하며 먹다가 손호준이 가시가 가득하다며 뱉는 장면은 코미디의 한 대목을 보는 것처럼 큰 웃음을 준다.

 

게다가 이런 차승원 없이 지내는 유해진과 손호준의 20시간은 누구나 공감할만한 정서를 담아낸다. 마치 잔소리꾼 엄마가 여행이라고 가고 나면 남겨진 이들이 한편으로는 자유(?)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리움을 갖게 되는 것처럼, 이들의 20시간은 겉보기의 여유로움과 빈자리가 만드는 허전함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었다. 이 정도면 차승원은 없어도 충분히 있는 존재로서 기능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차승원의 부재가 새삼 떠올리게 한 것은 <삼시세끼>의 본질이다. 이 프로그램의 본령은 본래 화려한 밥상을 거의 요리 수준으로 매번 챙겨먹는 그런 것이 아니다. 소박하더라도 거기 나는 재료로 무언가를 해먹는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물론 차승원은 자신의 숨겨졌던 재능을 보인 것뿐이지만, 그 매번 화려한 밥상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게 만들 수 있다. 차승원의 등장 이후 시청자들은 무언가를 점점 더 바라게 되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요리가 선보여질까를 기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본래 <삼시세끼>의 핵심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있다. 자꾸만 뭔가를 더 바라는 것이 아니라 빠져 있어서 오히려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되고 또 갖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는 그런 것이다. 그러니 쉴 새 없이 업그레이드된 요리를 선보이던 차승원이 잠시 부재한 상황은 본래의 <삼시세끼>를 되돌아보게도 해주고, 또 그의 요리가 실로 특별했다는 걸 상기시켜주는 계기도 된다.

 

나영석 PD<삼시세끼>가 힘을 발휘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이 차승원의 부재를 대하는 프로그램의 면면을 통해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제작진의 무리한 욕심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느껴지고, 그 흐름 안에서 오히려 또 다른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진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이런 역발상이야말로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오히려 하지 않는 것으로 예능의 새로운 이야기를 가능하게 한 <삼시세끼>의 저력일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놀라운 <무도>의 역발상

 

대담한 기획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보통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불미스런 일로 하차를 하거나 하면 프로그램 입장에서는 그 사실을 되도록 빨리 잊게 하고픈 게 인지상정이다. 그것이 자칫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져와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노홍철의 음주운전 하차를 오히려 하나의 기회요소로 바꿔놓은 것.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녹화 전날 술자리로 불려나온 출연자들은 과연 술을 마실 것인가.’ 사실 이 몰래카메라의 주제는 그 자체만으로 보면 아무런 아이템이 될 수가 없다. 사실 녹화 전날이라고 해도 맥주 한 잔 정도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박명수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게 뭐 이상한가하는 반응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무한도전> 입장에서 이 아이템은 굉장히 흥미로운 몰래카메라 소재가 되었다. 그것 자체가 술에 대한 경각심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노홍철이라는 맥거핀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단순한 몰래카메라는 보는 이들에게 양가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하나는 술을 마시는 출연자를 몰래카메라로 당황하게 만들고 싶은 욕구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몰래카메라를 실패로 만드는 출연자를 기대하는 욕구다.

 

즉 이 몰래카메라는 실패해야 성공이고 성공하면 또한 실패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혹의 거인으로 나선 서장훈이 무려 3주 간이나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몰래카메라를 장기 프로젝트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거꾸로 말하면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상당한 자기 관리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니 3주째에 결국 몰래카메라에 걸려든 박명수, 정형돈, 하하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기본은 한 셈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몰래카메라가 가져오는 효과다. 그것은 노홍철의 음주운전 물의를 오히려 꺼내 공론화하고 심지어 거기에 불편한 정서를 가진 시청자들까지 이 몰래카메라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힘을 발휘하게 했다는 점이다. 몰래카메라라는 어찌 보면 악취미 같은 이 기획은 그래서 대중들이 길에 이어 또 터진 노홍철의 음주운전 사건으로 <무한도전>에 갖는 불편한 욕구마저 끌어들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몰래카메라가 출연자들에게도 괜찮은 경각심을 주었다는 점이다. “이제 애가 아프다고 해도 의심 해야겠다고 말한 박명수처럼 이 몰래카메라를 통해 출연자들은 평소의 자기관리에 대해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 그게 몰래카메라가 되어 찾아올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즉 이 <무한도전>의 몰래카메라 역발상은 어찌 보면 이 위기상황을 회피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직시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에서 놀라움을 준다. 사실 사건이 터지면 기억하기보다는 잊으려는 게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특히 특권층들이 어떤 불미스런 사건을 터트렸을 때 서둘러 덮어오기만 했던 건 어쩌면 이런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 발생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의 역발상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잊기보다는 기억하라는 것.

 

<무도> 뻔뻔 유쾌 방콕 여행, 왜 특별했을까

 

꼭 해외까지 나가야 웃길 수 있나. <무한도전>방콕 특집을 통해 하려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하필이면 방콕으로 여행을 갔다는 이야기에 눈치 빠른 시청자라면 그것이 방에 콕이라는 의미라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몰래카메라라는 걸 알게된 후에도 놀라운 건 이 방콕 특집이 그 어떤 해외로 날아간 예능보다 웃기고 재미있었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방콕 특집을 흥미롭게 만든 것은 제작진 특유의 뻔뻔함이다. 일반 승합차에 장식을 대충 해놓고 방콕의 이동수단인 툭툭이라고 우기고, 까치산길을 카오산 로드라고 천연덕스럽게 소개한다. 연립주택에 데려다 놓고 5성급 리조트라고 말하고 황당해 하는 출연자들이 감격했다는 자막을 붙인다.

 

현지인 가이드 마이크는 시침 뚝 떼고 코끼리쇼를 보여준다며 코끼리코로 열 바퀴를 돈 후 과자를 따 먹는 게임을 제안하고 라텍스를 밟으면 사야 된다는 룰로 쇼핑(?)을 시킨다. 마사지 체험이 아니라 고통을 참는 체험을 하게 하고 워터파크라며 소개한 곳에는 아이들용 물놀이 세트가 덩그라니 놓여져 있다. 소개된 여행의 실상과 상반된 뻔뻔한 자막은 이번 여행(?)이 빵빵 터지게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중요한 건 이 뻔뻔한 상황 속에서도 그걸 웃음으로 살려내는 멤버들의 순발력이었다. 태국식 수끼요리를 제공하겠다며 다만 해산물은 직접 스쿠버를 통해 잡아먹어야 한다며 가져온 수족관. 직접 얼굴을 집어넣어 입으로 해산물을 잡아야 한다는 황당한 미션에도 멤버들은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하하의 선전과 유재석, 정준하의 도움으로 힘이 엄청난 문어까지 입으로 잡아낸 그들은 이 작은 수족관 하나로도 블록버스터를 연출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의 백미는 <무한도전> 김윤의 작가가 문화 체험의 일환으로 보여준 막춤의 가공할 위력에서 폭발했다. <무한도전>은 작가들도 <무한도전>급이라는 걸 새삼 확인시켜준 그 막춤은 웃음을 참으려는 멤버들을 초토화시켰다. 특히 샤이니의 셜록에 맞춰 무릎을 쭉쭉 올리는 기괴한 바운스를 보여준 춤에는 이 웃음이 대가들마저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번 특집은 김태호 PD가 시작 부분에 언급한 것처럼 스피드 레이서특집을 마치고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기획된 것이 맞다. 김태호 PD<무한도전>의 쉬는 방법이 이렇게 가끔씩 큰 목적 없이 저들끼리 놀면서 웃음을 만들 수 있는 특집을 하는 것이라고 과거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때로는 그렇게 어깨에 힘을 빼는 것이 오히려 더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방콕 특집은 보여주었다.

 

요즘은 마치 예능에서 해외로 여행을 나가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되고 있다. <아빠 어디가>가 초저가 배낭여행을 떠났고 브라질 월드컵에 맞춰 브라질 현지까지 날아갔다. <7인의 식객>은 중국에 이어 에디오피아까지 날아가 음식 기행을 선보였다. 심지어 <진짜 사나이> 같은 군 체험 리얼리티쇼가 필리핀으로 날아갈 정도다.

 

물론 글로벌 시대에 해외로 나가는 것이 흉이 될 수는 없다. 다만 그렇게 나가서 그만한 재미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무한도전>의 뻔뻔하지만 유쾌한 방콕 특집이 특별하게 여겨졌던 건 그 역발상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굳이 해외까지 멀리 가지 않아도, 또 몇 평 공간 안되는 방 안에서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 <무한도전>은 그것을 증명했다.

 

못친소 초대에 응한 스타들의 세가지 이유

 

발상의 전환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아마도 수많은 외모 순위를 뽑는 대회와 코너들이 있었겠지만 못생긴 순위를 뽑는 ‘축제’는 없었을 게다.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스친소)>의 형식을 패러디한 ‘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못친소)’ 특집은 <무한도전> 특유의 역발상이 돋보였다. 세상에 외모 순위를 뽑는 형식으로 외모 지상주의를 꼬집는 기획이라니.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형제들이여! 지금까지 그 얼굴로 살아오느라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그 노고를 치하하고자 우리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못친소> 초대장에는 이 기획이 가진 특별함이 숨겨져 있다. "바로 그날! 당시의 외모가 얼마나 소중하고 매력적인지 빛날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못생겼다는 외모적 기준을 넘어서 그들이 얼마나 매력적인 존재인가를 축제를 통해 보여주겠다는 것.

 

실제로 초대장을 받고 <못친소> 특집에 참가한 이들은 대부분 그 특별한 개성과 매력으로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장본인들이다. <무도> 멤버들은 물론이고, 김제동, 김영철, 고창석, 이적, 윤종신과 하림, 조정치의 신치림, 김범수, 김C, 데프콘, 권오중이 그들이다. 그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이 ‘하위 2%’의 축제에 초대된 것을 의아하게 여기면서 그걸 부정하고, 자신이 거기 초대된 누군가보다는 낫다는 식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사실 ‘못생겼다’는 이유로 초대된 자리에 선뜻 응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은 일일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 초대에 응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게다. 그 하나는 그들이 모두 <무도>의 멤버들과 절친이라는 사실이다. 초대장도 없이 유재석이 옵션(?)으로 초대한 김제동과 김영철은 그 관계가 얼마나 가까운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친근함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못친소> 특집은 하나의 설정으로 <무도> 멤버와 절친들이 모여 특별한 즐거움을 만드는 자리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이들이 모두 <무도>가 가진 특유의 풍자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초대받은 그들은 마치 <개그콘서트> ‘여배우들’ 코너의 박지선이 말하듯 저마다 “저는 못생기지 않았습니다”라고 강하게 부정하는 것으로 웃음을 줄 수 있었던 것. 그들은 이 코너가 그 자체로 외모지상주의가 만들어내고 있는 상위 2%의 잘 생긴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풍자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

 

세 번째는 여기 초대된 이들의 자신감이다. 잘 생긴 외모는 아니어도 저마다 확실한 개성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들은 <못친소> 특집이 규정하는 ‘못생겼다’는 평가 자체를 그다지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정상의 위치에 까지 오른 그들이 아닌가.

 

외모 지상주의에서 낙오된(?)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들만의 하위 2% 축제를 만든다는 것은 대단한 역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하위 2%라고 주장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그것 때문에 <무도>라는 누구든 출연하기를 원하는 그런 프로그램(정말 아무나 출연하기 어려운)에 나와 자신들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그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외모’라는 기준이 점점 희석되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외모를 떠나서(그렇다고 그들이 결코 못생겼다는 얘긴 아니지만) 우리에게 노래와 연기와 웃음이 주는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들은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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