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우의 ‘이타카’, 그저 그런 음악예능 이상일 수 있었던 건

tvN 예능 프로그램 <이타카로 가는 길>이 종영했다. 하지만 그 여운은 이들이 여정을 통해 남긴 추억들과 음악과 더불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하현우가 그토록 가고파했던 이타카. 그래서 그 여정에 함께 하게 된 윤도현. 록브로스가 터키에서부터 그리스 이타카까지 가며 중간 중간 함께 해주었던 이홍기, 김준현 그리고 소유. 그들의 웃음소리와 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모니를 이뤄 부르던 노래들이 귓가에 잔상으로 남아 지금도 들여오는 것만 같다. 

도착한 이타카는 애초에 예상했던 것처럼 굉장히 특별한 곳은 아니었다. 사실 그들이 지나왔던 터키의 파묵칼레나 카파도키아, 그리스의 메테오라 같은 곳을 생각해보면 이타카는 조용하고 자그마한 섬마을이었다. 오디세우스의 고향이라는 점이 남다른 느낌을 주지만, 그렇다고 20일 간이나 비행기와 배와 차를 타고 찾아가야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그런 곳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건 이 여행의 촉발점이 된 하현우가 생각했던 바 그대로였다. 그는 마지막 이타카로 들어가기 직전 “평범한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것이 그들이 여기까지 온 여정을 더욱 아름답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목표인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를 향해 가는 과정과 그 일상들의 소중함을 보여주겠다는 것. 그것이 하현우가 굳이 이타카로 가는 그 여정을 통해 온몸으로 하려던 이야기이기도 했다. 

하현우가 자신의 가슴 한 켠에 문신으로 새겨놓은 ‘가슴에 이타카를 품어라’는 문구는 그가 이 여행을 얼마나 꿈꾸었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 진정성이 녹아 있어 이 프로그램은 그저 여행하며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 예능의 차원을 넘어설 수 있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아이들과 즉석으로 함께 노래하고 여행 중간 중간에 맞닥뜨리는 절경 속에서 노래하는 모습은 음악적으로도 또 영상적으로도 우리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해주었지만, 여행의 마무리에서 뒤돌아보면 그 이상의 추억들로 남았다.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아니냐고 <이타카로 가는 길>은 말해주고 있었고, 또한 결과가 비록 별 것 아니라고 해도 그 과정은 실로 찬란했으며 그러니 우리의 꿈은 우리를 속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나의 음악과 여행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껏 그것을 통해 이토록 묵직한 진정성이 담긴 이야기를 전하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았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다소 투박한 면은 있었지만, 음악과 여행 예능에서 분명 한 걸음을 더 나간 프로그램이다.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한 관찰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이지만, 한 사람의 진정성이 담겨있어 그 발걸음 하나하나, 노래 하나하나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해준 그런 프로그램. 관찰카메라에서 거기 출연하는 사람의 진정성이 왜 중요한가를 이 프로그램만큼 잘 보여준 사례가 있을까.

이타카라는 특정한 곳을 향해 가는 여정을 담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 모두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는 건 실로 소중한 경험이다. 저들의 유쾌한 여행을 통해 우리도 누구나 자신만의 이타카가 있고, 그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으며, 그 여정에서 만나는 이들과 함께 노래하고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됐으니.(사진:tvN)

‘이타카’의 놀라운 유연함, 어째서 편성은 유연하지 못했을까

터키의 파묵칼레 앞에서 문득 록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처럼 던져진다. SNS 클릭수에 따라 용돈을 받아가며 하는 음악여행. tvN <이타카로 가는 길>은 그래서 지금껏 생수 한 병을 사는 데도 눈치를 볼 정도로 빈티가 나는 여행을 해왔지만, 이홍기를 필두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클릭수가 급증하자 매점에서 간만에 꿀맛 같은 점심의 호사를 부린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나온 이야기가 ‘물질만능주의’를 조장하는 방송 아니냐는 농담이고, 거기서 음악의 ‘상업주의’에 대한 화두가 던져진다. 

윤도현은 록밴드에게 ‘상업주의’는 치명적이라고 말하고, 김준현은 과거 자신이 밴드를 했을 때의 경험을 말하며 당시 록이라고 하면 시끄러운 메탈만을 진짜라 여기던 분위기가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자신은 본 조비, 미스터 빅 같은 소프트한 록이 좋았다고 말하면서. 하현우는 상업적 음악의 정의를 묻는 김준현에게 “누구에게나 익숙한 느낌의 음악”이라고 말했고, “그런 거 하면 안돼”냐는 김준현의 질문에 하현우는 상업적인 게 나쁜 건 아니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로 이어진다. 커트 코베인 때문에 록이 망했다는 항간의 이야기에 대해 윤도현은 테크니컬한 걸 추구하던 당시에 독창성을 들고 나왔던 커트 코베인을 많은 밴드들이 싫어했다고 말했다. 하현우는 커트 코베인은 록음악이 테크닉이나 메커니즘에 갇혀있을 때 그걸 깼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독특한 음악의 길을 갔다는 것. 하지만 윤도현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런 음악인도 위대해보이지만 더 위대해 보이는 사람은 모든 고난과 논란을 넘어 음악으로 진화해가면서 끝끝내 그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간만에 록 브로스들이 진지하게 음악 이야기를 꺼내놓는 이 대목은 <이타카로 가는 길>이 가진 여행에서도 또 음악에 있어서도 보여주는 유연함을 잘 드러낸다. 여행의 시작은 윤도현과 하현우라는 어찌 보면 음악적으로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들이었지만 거기에 이홍기라는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면서 오히려 더 잘 어우러지는 모습을 이 프로그램을 그려낸다. 한때는 아이돌이라 오해되기도 했던 이홍기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어찌 보면 이들 전문적인 음악인들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는 김준현의 합류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조합이 그렇다. 물론 과거 밴드를 했던 경험이 김준현의 합류를 보다 자연스럽게 만들기는 했지만, 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 속에서도 김준현은 자기만의 ‘지분’을 확실히 보여줬다. 카혼을 두드리며 함께 한 ‘에너제틱’이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도 그렇지만, 히에라폴리스 원형극장에서 부른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모두가 집중해서 듣게 만든 노래였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다양한 음악들이 다양한 색깔을 가진 뮤지션은 물론이고, 개그맨까지도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그 유연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은 음악만이 아니다. 여행도 그렇다. 갑자기 윤도현이 남북정상회담 때문에 귀국해야 된다는 이야기에 하현우가 짐짓 비장한 목소리로 ‘우리의 소원을 통일’을 부르며, “나라가 부르는데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대목은 어찌 보면 프로그램의 위기상황을 웃음으로 넘기는 유연함을 보여준다. 앞으로 윤도현 없이 하현우는 어떻게 이 음악여행을 해나가게 될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토록 음악적으로 여행에 있어서도 유연한 <이타카로 가는 길>이 편성에 있어서는 유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만일 이 프로그램이 주말 저녁 지상파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예능 시간대가 아닌 주중 밤 시간대에 편성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낮은 시청률이 의아하게 여겨질 만큼 충분히 재미있는 이 프로그램의 유연하지 못했던 편성이 아쉽다.(사진:tvN)

‘이타카’, 왜 하현우여야 했는지 알겠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보물 같은 매력들이 나오는 걸까. 시청률은 낮아도 tvN 주말예능 <이타카로 가는 길>은 거기 매력적인 출연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확실한 재미가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국카스텐의 메인보컬이자, 우리에게는 <복면가왕>의 ‘음악대장’으로 잘 알려진 하현우가 있다. 

어딘지 센 이미지를 보이지만 하는 말 하나하나는 그 이미지를 깨는 허당기와 모지리의 모습이다. 여행경비를 맡고 있는 총무지만, 어딘지 돈 계산이 서툴러 보인다. 너덜너덜해진 돈 봉투를 보고 “어떻게 갖고 다니면 이렇게 되냐”고 윤도현이 묻는 장면에서 빵 터지고, 깔끔한 듯 물수건으로 닦지만 “그러면 뭐 하냐”며 바로 코를 후빈다는 이홍기의 말에 웃음이 터진다. 윤도현은 그래서 하현우를 ‘모지리’라고 부르고, 이홍기는 ‘이상한 형’이라 부른다. 물론 묘한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하는 그런 모지리고 이상한 형이지만.

하지만 기타를 상시 놓지 않고 여행 중에도 연습을 하는 연습벌레인데다, 막상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이홍기와 윤도현이 합을 맞춰 부른 ‘붉은 밭’은 여행 중 어딘지 허당기 가득해 보였던 하현우가 ‘역시 놀라운 록커’라는 사실을 단박에 확인시켜줬다. 국카스텐의 색깔이 묻어나는 그 곡 속에서 더욱 빛나던 하현우의 카리스마였다.

하현우의 그런 모습을 지적하는 윤도현과 이홍기에게 그는 사실 자신은 “바닥까지 다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의도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그저 본래 그런 모습이라 저절로 드러나는 것처럼 보인다. 음악 안에서는 집중력을 발휘하고 여행으로 돌아오면 ‘인간미’를 보여주는 하현우는 실로 왜 민철기 PD가 그와 함께 이 새로운 여정과 예능을 하게 됐는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사실 민철기 PD가 만들었던 <복면가왕>을 최고 정점으로 끌어올려준 장본인이 바로 하현우였다. 음악대장 하현우는 특유의 가창력으로 무대를 장악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노래가 끝나고 나면 예능감 넘치는 모습을 통해 웃음을 주기도 했었다. 그래서 당시 <복면가왕>이 큰 화제가 됐던 건 그저 노래를 잘해 오래 정상자리를 지켰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음악대장에 대한 인간적인 매력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록커들의 여정’을 담고 있어 자칫 그 강한 성향들이 부딪치게 되면 미션은커녕 여행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하현우는 윤도현과 이홍기의 중간에서 편안하고 기분 좋은 여행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윤도현과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어왔던 하현우는 늘 존경의 시선을 보내면서 동시에 짓궂은 장난을 칠 수 있을 만큼의 친근함을 보여준다. 또 조금은 어려워할 수 있는 이홍기에게는 자신의 ‘빈 구석’을 드러냄으로써 진짜 형제 같은 편안함을 만들어준다. 

주말예능 시간대에 편성되어 <이타카로 가는 길>은 1%대의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애초부터 결과만을 보고 만든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하현우가 말했듯, 이타카라는 곳은 실상 그저 평범한 마을일뿐이다. 즉 목적지나 결과가 아니라 그 곳까지 가는 여정이 중요하다는 것. 그런 점에서 보면 <이타카로 가는 길>은 적어도 충분한 재미와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하현우가 있다.(사진:tvN)

음악보다 SNS에 더 최적화된 ‘이타카로 가는 길’

tvN 주말예능 <이타카로 가는 길>은 시작 전부터 JTBC <비긴어게인>과 비교됐다. 가수가 등장하고 여행을 떠나며 그 현지의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점을 두고 보면 두 프로그램의 차이는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이타카로 가는 길>은 그 프로그램의 색깔이 확연히 달랐다. 그것은 음악 자체보다는 SNS에 더 최적화된 방송이라는 점이었다. 

<비긴어게인>이 끝나고 나면 거기 등장했던 노래가 화제가 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타카로 가는 길>은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무슨 노래를 어떻게 부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SNS에 올린 영상의 조회수를 1건 당 1원으로 쳐서 경비를 지급한다는 콘셉트는 의외의 웃음의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해외로 떠나기 전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기타를 치고 갈매기가 나는 배경을 찍기 위해 과자를 던지는 장면은 그들이 부른 음악 자체보다 그 상황이 주는 웃음에 더 포인트가 맞춰졌다. 이제 시작도 안했는데 이런 생고생을 한다는 걸 상기하며 험난할 앞으로의 길들을 걱정하는 하현우의 모습과, 형이지만 열심히 하려는 모습만으로도 웃음이 나는 윤도현의 케미는 이들의 여정이 줄 유쾌함을 일찌감치 감지하게 했다. 

물론 그 날의 상황에 따라 자못 진지해지고 숙연해지는 순간들도 빠지지 않는다. 마침 여행 중 맞은 날이 세월호 4주기가 되는 날이었던지라 윤도현이 터키의 앙카라성 위에서 하현우와 함께 부른 ‘너를 보내고’가 그렇다. 416 합창단 분들이 부르기도 했던 그 곡은 세월호 4주기의 의미를 더해 그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타카로 가는 길>은 두 록커가 모여 있어서인지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였다. 첫 번째 영상으로 고작 10만원도 되지 않는 경비를 받은 두 사람은 식비와 호텔비가 걱정이었지만, 그래서 록커 특유의 낙관적인 모습이었다. 아무 것도 없어도 기타 하나만 들면 포만감이 느껴지는 것처럼 보이는 그 모습들은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부지불식간에 위로 같은 걸 주기도 한다. 뭘 고민하고 걱정 하냐는 듯, 신나게 노래 한 자락으로 고민과 걱정을 날려 보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SNS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여행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영상 역시 SNS적인 연출이 엿보였다. 그건 어쩌면 실제로 경비가 많지 않기 때문인 것처럼 보이는데, 이를 테면 앙카라성 같은 계단이 많은 곳의 꼭대기까지 악기들을 짊어지고 출연자들이 오르는 모습이 그렇고, 그 위에서 별다른 음향시설을 고려하지 않고 말 그대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그렇다. 그 없어 보이는 모습들과 그래도 노래 한 곡으로 오늘은 풍족하게 살 수도 있을 거라 믿는 무모하지만 막연한 낙관들이 SNS가 가진 정서들을 잘 잡아내고 있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록 음악을 하는 두 록커가 함께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고 또 중간 중간 노래를 영상에 담아 SNS에 올리지만, 그 노래 자체보다 그 여정이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 여정이 담겨져 있어 노래도 달리 들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오디세우스의 고향이라는 이타카는 하현우가 말한 대로 실상 별게 없는 곳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여행은 목적지가 아닌 그 여정에서 겪는 경험들이 더 중요한 여행이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만나게 될 놀라운 풍광과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그 속에서 부르는 노래 또한 흥미로워지지 않을까.(사진:tvN)

'비긴' 이소라·윤도현·유희열이 남긴 음악의 진짜 얼굴

과연 우리네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은 음악의 진짜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걸까. 무수히 많은 오디션들이 쏟아져 나오며 음악 예능의 트렌드가 되면서 음악에 또 하나 수식어로 붙는 건 ‘경쟁’이었다. 서로 누가 더 잘 불렀는가를 뽐내고, 누군가는 합격하고 누군가는 탈락한다. 그래서 음악이 더 절실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과연 음악의 본질이었을까.

'비긴어게인(사진출처:JTBC)'

프랑스의 몽블랑이 보이는 샤모니에서 마지막 버스킹을 끝으로 종영한 JTBC <비긴어게인>이 남다른 음악 예능으로 느껴진 건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이소라와 윤도현, 유희열 그리고 노홍철이 모여 결성된 프로젝트 밴드 ‘비긴 어스’는 아일랜드, 영국, 스위스를 거쳐 프랑스까지 함께 하며 길거리에서 공연을 했다. 

낯선 타국의 낯선 사람들 앞에서 음향 시설도 제대로 되지 않은 그 현장의 돌발 사건들을 그대로 겪으며 때론 스스로 실패라고 자괴감을 갖게 되는 공연도 있었고, 때론 너무나 좋은 느낌을 주고받아 한껏 흥이 올랐던 공연도 있었다. 갑작스레 부는 바람에 스코어가 날아가기도 하고, 너무 시끄러워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스위스 몽트뢰의 시끄러워 난항을 겪은 버스킹에서는 한 하모니카를 들고 합주를 제안한 청년이 함께해 오히려 더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기도 했다. 

<비긴어게인>은 그래서 누군가와 대결하고 이기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 그 돌발적으로 생겨나는 난관들 속에서도 서로 목소리를 맞춰 그것을 넘어서는 하모니의 힘을 보여주는 공연이었고,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공연이 되었다. 

샤모니에서 하게 된 <비긴 어게인> 마지막 버스킹 공연은 그 취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다른 곳과는 달리 너무나 조용히 경청하는 분위기에서 치러진 그 버스킹은, 들리게 하기 위해 소리지르기보다는 오히려 조용조용 부르는 것으로 더 잘 들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공연이 되었다. 그간 팝송을 섞어 부르던 것에서 벗어나 온전히 우리 노래로 채워준 그 버스킹은 또한 음악이 가사는 몰라도 모두가 통할 수 있는 언어라는 걸 확인해준 무대이기도 했다. 

낮은 목소리들이 서로 상대방의 목소리를 배려하며 하모니로 어우러지고, 그렇게 나온 하모니에 낯선 외국인들이 언어는 몰라도 빠져드는 모습은 <비긴어게인>이 어쩌면 궁극적으로 이런 무대를 위해 지금까지의 여정을 해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진짜 음악의 힘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소통과 하모니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 음악 프로그램이 보여줬다는 것.

그 과정에서 이미 베테랑들이 이소라도 윤도현도 또 유희열도 저마다 가수로서의 또 다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이소라는 이런 낯선 도전 자체가 힘겨웠지만 차츰 자신을 편안하게 내려놓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져갔고, 윤도현은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이런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며, 유희열은 여기서의 경험이 처음 음악할 때의 그 초심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결국 그것은 <비긴어게인>이라는 이 음악 예능프로그램의 제목 그대로일 것이다. 그들은 이 여정을 통해 음악을 처음 대하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그 계기를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그동안 무수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음악을 마치 경쟁하기 위한 무기처럼 그려오며 떠나온 그 먼 길을 되돌려, 다시 음악이 가진 본질 즉 소통과 하모니의 길로부터의 새로운 시작을 보여준 것일 게다. <비긴어게인> 시즌2와, 이를 통해 경쟁이 아닌 다른 면면들을 보여줄 많은 새로운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을 기대한다.

‘비긴어게인’ 윤도현의 눕라이브, ‘나가수’와는 다른 매력

영국 체스터의 대성당이 보이는 길가를 걷다가 문득 홀로 버스킹을 하는 외국인에게 윤도현이 대뜸 묻는다. “같이 연주해볼래요?” 즉석에서 마련된 기타 듀오. 외국인 버스커가 치는 기타 연주에 윤도현이 슬쩍 반주를 맞춰준다. 마침 부는 바람이 나뭇잎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즉흥으로 하는 연주이니 아는 멜로디일 리가 만무지만 어딘지 좋다. 낯선 곳, 낯선 외국인이지만 기타라는 악기 하나로 나누는 교감이 주는 행복감. 아마도 이것이 JTBC <비긴어게인>이 들려주는 음악의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비긴 어게인(사진출처:JTBC)'

고풍스런 체스터 성당 안으로 들어와 그 푸른 잔디밭 위에 벌러덩 누운 윤도현과 유희열 그리고 노홍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유희열은 문득 비틀즈의 노래들을 기타 반주를 해가며 흥얼거린다. 악기 연주와 작곡에는 천재적이지만 가창력에는 영 자신감이 없는 유희열의 노래는 음정도 틀리고 음 이탈도 생기지만 어쩐지 그 노래만의 독특한 매력이 느껴진다. 윤도현은 “너무 좋다”며 노래를 끝까지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그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진 하늘과 나무 그리고 유희열이 기타를 치는 모습을 담아 멋진 뮤직비디오 영상을 완성한다. 

문득 제작진들조차 그것이 방송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던 것일까. 제작진 중 한 명이 윤도현에게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불러달라고 말한다. 기타를 집어든 윤도현은 누워서 해도 되냐고 물은 후 누운 채 기타를 치면서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부른다. 이른바 ‘눕라이브’. 누워서 부르는 것이니만큼 절절한 가창이 되지는 않지만 어딘지 그 한가로움이 노래에 묻어나며 듣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무대 바깥에서 부르는 노래. 완벽한 음향이 갖춰진 것도 아니고 정해진 레퍼토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며 심지어 정해진 관객도 없다. 그저 옛날 형들(?)이 잔디밭에 누워 노래를 불렀던 그 자유로움이 고스란히 떠오르는 그런 광경. 아마도 스튜디오나 녹음실, 심지어 라이브 무대에서도 느낄 수 없던 무언가가 거기에는 있다. ‘현장감’이 주는 생생함과 그저 노래 부르는 것뿐, 다른 목적 자체가 지워져 있는 그 시간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느낌. 그것이 <비긴어게인>의 음악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가 아닐까.

영화 <비긴어게인>에서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가 길거리에서 건물 옥상에서 그 배경음들을 그대로 담아 부르던 그 노래에서도 이런 음악의 느낌을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심지어 기계음으로 틀린 음조차 고쳐 녹음할 수 있는 완벽해진 시스템의 시대에 우리는 어쩌면 더 허술함이 묻어나 오히려 인간적인 느낌을 주는 그런 음악을 원하게 됐을 것이다. 그레타가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전화로 노래를 부르며 그 마음을 전할 때, 그 어떤 완벽한 사운드도 재현해내지 못할 그 감성이 전해지는 것처럼.

그러고 보면 <비긴어게인>에 출연하는 윤도현이나 이소라는 모두 한때 MBC <나는 가수다>에서 절정의 무대를 선보였던 가수들이다. 가창력이라고 하면 결코 빠지지 않는 가수들. 그래서 매번 그들이 섰던 무대가 하나의 레전드처럼 남았던 가수들. 하지만 그 경합의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목청을 돋웠던 그들의 면면과, 지금 <비긴어게인>에서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그 면면은 너무나 다르다. 어쩌면 그 경합의 무대들이 주던 피곤함을 훌쩍 떠나와 슬슬 부르는 그 음악 속에서 그들은 진짜 음악의 세계를 만끽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현실이 온통 경쟁이다보니 음악도 경쟁이었다. 하지만 그 경쟁의 음악들은 우리의 귀를 먹먹하게 했어도 그만큼의 피로함으로 남았던 모양이다. 이제는 그 경쟁의 무대를 벗어나 온전히 즐기는 음악 속으로 들어온 <비긴어게인> 같은 세계의 음악이 귀에 더 콕콕 박힌다.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잘 하려고 난리를 치는’ 저편에서 훌쩍 떠나온 그들은 이제 길거리에서, 잔디밭 위에서 심지어 누워 노래를 부른다. <나는 가수다>와는 너무나 다른 <비긴어게인> 윤도현의 눕라이브가 새삼 음악의 또 다른 매력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이는 중이다.

‘비긴 어게인’이 발견한 록바보 윤도현의 매력

낯선 아일랜드의 비 내리는 거리에 있는 펍. 비를 피해 들어와 맥주 한 잔씩을 마시며 시끌벅적한 그 곳에서 마이크도 없이 노래를 해야 하는 상황. 아마도 제 아무리 베테랑 뮤지션이라 해도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자리일 게다. 하지만 록앤롤을 구호처럼 외치며 나서는 이가 있다. 바로 JTBC <비긴 어게인>의 윤도현이다. 

'비긴 어게인(사진출처:JTBC)'

웅성대는 펍에 마련된 조그마한 공간에 기타 하나 둘러매고 선 윤도현은 일단 자신이 한국에서 왔다는 걸 알린 후 열창을 한다. 의외로 뜨거워진 반응들. 그러나 그의 노래인 ‘타잔’을 부르자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의 반응은 다시 차가워진다. 그러자 그는 노래 중간에 ‘타잔’이란 곡을 소개한다. 한국 노래라 낯설 수 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며 즐겨달라는 것. 그가 이렇게 소개하고 타잔 특유의 소리를 내자 외국인들은 그 의미를 알아채고는 미소를 짓는다. 

사실 이건 콘서트장이나 행사장에서 무대가 열리기 전 이른바 ‘바람잡이’들이 올라와 사전에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다. 수만 명의 관객들 앞에서 노래하던 그 화려한 ‘록앤롤 베이비’가 기꺼이 그 쉽지 않은 무대에 먼저 나선 건 같은 팀 동료들을 위한 배려였다. 다음 곡이 준비되어 있는 이소라는 그런 무대 자체가 처음인데다 낯을 가리는 성격으로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말했듯, 윤도현이 나서주자 용기를 얻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윤도현이 만든 분위기 위에 이소라가 부르는 ‘Moon river’와 ‘Over the rainbow’ 그리고 ‘L-O-V-E’의 메들리 곡은 펍을 가득 메운 외국인들을 정지화면으로 만들었다. 웅성대던 손님들 사이로 이소라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그들은 스스로 ‘쉬잇’을 해보이며 노래에 집중하고 빠져들었다. 음악 하나가 이역 타국에 사는 타인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그 기적같은 순간이 주는 감동. 그 새로운 경험에 이소라조차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물론 이소라의 노래가 전해준 감동은 두 말할 필요 없는 여운으로 남았지만, 그만큼 더 강렬하게 다가온 건 그런 노래를 부르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 윤도현의 듬직함이었다. 물론 본인도 떨린다고 스스로도 말했지만, 무대에 오르자 펍에 있는 외국인들을 밀고 당기며 부르는 노래는 역시 그가 베테랑이라는 걸 확인시켰다. 무엇보다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은 록스피릿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비긴 어게인>에서 윤도현이 보여주는 매력의 원천은 그가 부르는 노래만이 아니다. 그 매력은 급하게 결성 되었지만 서서히 만들어져 가는 ‘비긴어스’라는 팀을 위한 헌신에서 나온다. 그가 하는 노래는 물론이고 행동이나 말 속에는 항상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음악에 있어 깐깐하기 이를 데 없는 이소라를 위해 직접 ‘청혼’ 반주를 무한정 연습하는 모습이 주는 진정성 같은 것. 

사람이 별로 모이지 않는 장소를 선정하는 바람에 관객도 별로 없고, 바닷바람으로 악보가 날아가 버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치른 첫 번째 버스킹. 팀원들은 여러 모로 부족했다고 실망하는 눈치였지만 윤도현은 오히려 “좋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긍정적인 모습에서 어떤 최악의 상황이든 즐겁게 깨쳐나갈 수 있는 듬직함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자신보다는 팀을 생각하는 마음. 그건 아마도 오래도록 밴드를 해오며 체득된 것이 아니었을까. 록바보 윤도현이 있어 <비긴 어게인>의 버스킹 여행이 즐겁고 훈훈하다.

이소라의 무엇이 ‘비긴어게인’의 음악들을 달리 들리게 할까

이소라는 음악이 ‘생각’이라고 했다. 그저 목소리를 아름답게 내는 것이 아니고 그 자체가 되는 것이라는 것. 그래서 아무렇게나 함부로 노래를 불러버리는 것은 결코 그녀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는 이유나 존재가치가 노래 말고는 없기 때문에 노래를 대충 해버리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다.”는 말 속에 모든 게 들어 있었다. 왜 그녀의 음악이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가에 대한 이유가. 

'비긴어게인(사진출처:JTBC)'

JTBC <비긴어게인>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음악이 달리 들리는 건 마치 음악영화 속을 여행하듯 다른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어서다. 하지만 여기에도 전제조건이 있다. 진심을 다해 노래 부르는 아티스트들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 제 아무리 좋은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다고 해도 진성성이 없다면 그건 장식적인 것에 불과할 테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소라의 존재감이 새롭게 느껴졌다. 그녀가 없었다면 <비긴어게인>이 음악을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그 순간들이 가능했을까.

‘청혼’이라는 곡을 윤도현, 유희열과 함께 맞춰 부르며 그녀는 세심하게 모든 것들을 디렉팅했다. 특히 보사노바 리듬의 기타가 익숙지 않은 윤도현에게 끊임없는 지적이 이어졌다. 조용하게, 사뿐사뿐 그리고 조금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그 요구에 윤도현은 개인교습을 받으면서까지 그 보사노바 리듬 연주를 연습했다. 하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록 기타에만 익숙했던 윤도현에게는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왔던 것. 

하지만 이 과정을 거쳐 이들이 함께 연주하고 부른 ‘청혼’은 이전에 우리가 그저 스쳐 듣던 그런 곡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그토록 연주 연습을 했던 윤도현의 기타 소리가 낮고 느릿해도 온전히 들리기 시작했고, 유희열의 미끄러지는 듯한 건반 소리가 잔잔해도 화려하게 곡 전체에 스며들었으며 그 위에 나지막하지만 진심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소라의 목소리가 얹어졌다. 그저 이소라의 목소리로만 여겨졌던 ‘청혼’이 이런 하모니의 균형으로 들리게 된 건 모두가 한 음 한 음, 가사 하나를 허투루 넘기지 않고 정성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소라의 음악에 대한 남다른 진정성이 만들어낸 힘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이소라의 이 진정성이 현실화될 수 있었던 건 그녀와 함께 호흡해주는 유희열과 윤도현의 노력 덕분이다. 실로 ‘청혼’의 하모니가 만들어져가는 과정은 <비긴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처럼 보였다. 처음 이 곡을 맞춰보고는 연주자 한 명 정도는 같이 합류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할 정도로 그저 넘어가지 않고 제대로 하고 싶어한 이소라가 있었고, 힘겨워도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며 팀워크를 강조한 유희열이 있었으며, 거기에 맞춰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노력하는 윤도현이 있었다. 그러니 이런 과정을 거친 노래가 달리 들릴 수밖에. 

그리고 이 모든 시발점에 이소라가 서 있다. 음악에 대한 남다른 열정 때문에 타인에 대한 지적을 하게 되는 자신이 못내 미안해지기도 하고, 자신이 만든 노래의 가사가 너무 내밀해서 그 겸연쩍음에 누군가와 함께 듣는 것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섬세한 이 영혼은 실로 음악이 전부인 사람이었다. 그녀의 음악이 알 수 없는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 안에 자신의 전부를 담아내려는 그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일 게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비긴어게인>을 보며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새로움으로 그 음악을 다시금 듣게 되는 이유일 지도.

‘비긴 어게인’이 보여준 음악을 듣는 새로운 방법

<슈퍼스타K>의 성공 이후, 우리의 음악 프로그램들은 거의 대부분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스토리텔링을 반복해왔다. <프로듀스101>이나 <쇼미더머니> 같은 프로그램들은 그나마 아이돌, 힙합 같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그 명맥을 잇고 있지만, 대부분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그 수명을 거의 다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이 무슨 죄가 있으랴. 음악 프로그램이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찾지 않은 것이 죄라면 죄일 뿐. 

'비긴어게인(사진출처:JTBC)'

JTBC <비긴 어게인>은 그런 점에서 이러한 오디션 형식이 아닌 여행과 버스킹이라는 형식 속에 음악을 담아내려 한 시도가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이런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과거 MBC <나는 가수다>가 성공을 거둔 후 임재범을 주인공으로 시도했던 <바람에 실려> 같은 음악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미국을 여행하며 즉석에서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하고, 또 간이 콘서트를 열기도 했던 그 프로그램은 당시 오디션 전성시대에 만들어진 새로운 스토리텔링 기법의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비긴 어게인>은 제목에 담긴 것처럼 존 카니 감독의 음악 영화들의 스토리텔링을 음악 프로그램으로 가져왔다. 영화 <원스>의 배경이 됐던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소라, 윤도현, 유희열 그리고 노홍철이 날아가 그 영화 속 버스킹이 등장했던 그 곳에서 버스킹을 한다는 것이 콘셉트다. 영화라는 원천적인 스토리의 밑그림이 있고, 그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던 명곡들을 유희열의 반주와 함께 이소라와 윤도현이 부른다는 그것만으로도 사실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마력 같은 힘이 집중되는 건 역시 이소라다. <나는 가수다>의 첫 방송 때 ‘바람이 분다’를 불러 단 몇 초만에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던 가수가 아닌가. <비긴 어게인>에서도 이소라가 노래를 부르는 그 대목에서는 알 수 없는 힘이 그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에 집중하게 만든다. 크게 부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읊조리는 것처럼 조곤조곤 부르는 그 목소리는 마치 쉽게 깨질 것 같은 유리병 같아서 듣는 이들조차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듣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에 얹어지는 것이 어떤 스토리의 진정성이다. 이미 <원스>를 봤던 많은 관객들이 그 감동의 원천이 바로 거기 등장하는 이들의 진정성을 통해서였다는 걸 확인했듯이, <비긴 어게인> 역시 음악인들이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교감을 가지려는 그 진정성이 발견된다. 버스킹이라는 소재 자체가 그것을 그렇게 만든다. 길거리, 모르는 낯선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만들고 노래를 듣게 하며 그 노래에 심지어 감동을 하게 만드는 그 마법 같은 순간이 그 버스킹이라는 행위 속에는 자연스럽게 얹어진다. 

무엇보다 외국에서 우리네 가수들이 버스킹을 한다는 설정은 저 <윤식당>에서 윤여정이 만들어 내놓은 음식을 외국인들이 어떻게 먹는가를 바라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하다. 국적이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음식처럼 음악도 사람과 사람을 공감시키는 그 힘을 발휘할 것인가. 윤도현의 긴장감 속에는 그래서 어떤 기대감이 뒤섞인다.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 역시 똑같이 느껴질 정도로. 

<비긴 어게인>에서 이소라는 더블린의 숙소에서 연습 삼아 ‘바람이 분다’를 불렀다. 그녀는 완벽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노래를 평가했지만 거기 함께 연주한 유희열이나 노래를 듣는 노홍철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그 노래에 깊게 빠져들었다. 더블린, <원스>, 버스킹 그리고 진심으로 마음을 얹어 부르는 노래. 이 새로운 스토리텔링 속에서 그녀의 노래가 어떤 힐링으로 다가온 이유다.

<나가수>에서 하나도 더 나가지 못한 지상파 음악 경연 예능들

 

너무 비슷해서 때로는 그게 어떤 프로그램이었는지조차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음악경연 프로그램들 이야기다. MBC가 금요일에 방영하고 있는 <듀엣가요제>, SBS가 수요일 밤과 일요일 저녁에 각각 방영하고 있는 <신의 목소리><판타스틱 듀오>를 보다보면 어디선가 봤던 가수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판타스틱 듀오(사진출처:SBS)'

<신의 목소리>에 출연하는 박정현, 거미, 윤도현, 김조한 등은 누가 봐도 과거 MBC에서 했던 <나는 가수다>를 떠올리게 하는 가수들이다. 사실상 <나는 가수다>가 재발굴 했던 가수들이 모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판타스틱듀오> 첫 회에 무대에 오른 임창정, 이선희, 김범수 역시 <히든싱어><나는 가수다>가 이미 재조명했던 가수들이다. <듀엣가요제>에 출연했던 솔지, 민경훈, 루나, 강균성 같은 가수들은 <복면가왕>이 주목시켰던 가수들이다.

 

이렇게 어디선가 이미 주목됐던 가수들이 한 자리씩 차지해 비슷한 레퍼토리의 곡들을 반복하게 된 까닭은 분명 있다. 결국 가창력으로 소름 돋는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 프로그램의 동일한 콘셉트이기 때문에 그 가창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가수들을 찾다보니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 된다는 것이다. 제작자들은 국내에서 가창력 하나만으로 확고한 무대를 보여주는 가수들은 한정되어 있다고들 말한다.

 

사정은 있으나 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식상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이들 프로그램들은 일반인과의 콜라보레이션이나 대결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장착하고는 있다. 하지만 <신의 목소리><판타스틱 듀오> 그리고 <듀엣가요제>가 모두 똑같이 비슷한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역시 이들 프로그램들을 식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창력을 뽐내는 음악 경연 예능 프로그램은 이미 너무 많이 나와서 시청자들에게는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음악의 묘미가 마치 가창력하나만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이들 프로그램들은 바로 그 점 때문에 대중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다. 음악은 고음만 있는 게 아니라 저음도 있고, 또 가사도 있으며 최근에는 그저 듣는 수동적인 재미가 아닌 창작의 재미에 더 대중들은 흥미를 갖게 되었다.

 

오디션 프로그램들 역시 가창력대결을 보여주던 시대는 일찍이 지나가 버렸다. 가창력이 아닌 음악적 개성을 한껏 드러내는 참가자들이 더 중요해졌다는 건 최근 들어 싱어 송 라이터들이 유독 많이 나오고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힙합 오디션이 그나마 대중들에게 뜨거운 오디션 프로그램이 되는 이유 역시 이 장르가 결국 개인의 마음을 담은 창작이라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악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과 정서가 달라지고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지상파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최근 음악 경연 프로그램들은 하나 같이 옛날 <나는 가수다>적 시절에 시간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중들의 관심이 가지 않고 있다는 건 시청률 지표 역시 말해준다. <듀엣가요제>7.6%(닐슨 코리아)에서 시작했지만 6%대로 주저앉았고, <신의 목소리>는 파일럿 때는 10.4%를 기록했지만 정규로 편성되고 나서는 4,5%에 머물러 있다. <판타스틱 듀오>도 파일럿에서는 8.4%를 기록했지만 주말 예능 시간대에 정규 편성되면서 6%대로 뚝 떨어졌다.

 

시청자들은 식상하다는 데 이러한 별다른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하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들이 속속 편성되는 까닭은 뭘까.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는 것이 명절의 파일럿 경쟁이다. 지금 현재 예능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명절에 파일럿으로 들어와 그 시험대에 오르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래서 음악 경연 프로그램은 명절 파일럿으로는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온 가족이 다 모여 크게 집중하지 않고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 형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절에 반짝했다고 해서 정규로 들어와 힘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게 최근 이들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 물론 <복면가왕> 같은 프로그램 역시 명절에 파일럿으로 나온 것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전혀 다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었다. 즉 파일럿이라고 해도 정규로 들어왔을 때 역시 경쟁력을 가지려면 그만한 참신함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명절 파일럿이 만들어내는 착시효과만을 더 이상 신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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