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음식, 장사까지 섭렵한 백종원의 저력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등장해 독특한 쿡방을 선보일 때만 해도 백종원이 이 정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할 것인가를 예상하긴 어려웠다. 독특한 레시피를 선보이긴 했지만 ‘슈가보이’ 같은 과장된 CG에서 엿보였듯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특성상 요리 그 자체보다는 재미적인 요소가 더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tvN 예능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의 아쉬운 시즌 종영을 알리는 시점에 되돌아보면 백종원에게는 확고한 자기만의 로드맵이 있었다고 여겨지며, 무엇보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음식에 대한 애정이 그 로드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집밥 백선생>을 통해 요리무식자들도 쉽게 요리에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를 통해서는 세계 곳곳에 서민들이 즐기는 무수히 많은 음식들을 소개했다. 또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자신의 음식점 장사 노하우를 전파하기도 했다. 

같은 먹방이나 쿡방이라도 백종원이 하면 다르게 느껴진 건, 그가 가진 나름의 음식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집밥 백선생>의 요리가 남달랐던 건 그가 생각하는 ‘집밥’의 개념이 달라서였다. 집에서 간편하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요리가 바로 ‘집밥’이라고 설파하는 그의 요리는 그래서 ‘요리의 대중화’를 이끌며 심지어 아저씨들조차 주방에 서게 만들었다.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는 해외 음식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을 깨주었다. 사실 낯선 곳에서의 낯선 음식은 도전적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백종원은 그 음식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알려줌으로써 그 맛에 대한 낯설음과 두려움을 독특함과 새로움으로 바꾸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심지어 그 음식을 맛보기 위해 그 나라에 가보고픈 마음까지 들게 되었다. 

자국음식의 우수성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들을 저마다의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다양성’ 사회로 가는 문화적 지반 역할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는 음식 소개 프로그램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보여줬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골목 상권’을 살린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외진 곳에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골목을 다양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상권으로 되살린다는 것. 하지만 최근 뚝섬편에서 백종원은 찾아간 음식점에서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음식점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한 곳이 아니라, 손님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대접하는 곳이라는 그의 생각이 기본조차 되지 않은 음식점들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백종원은 자신이 출연했던 모든 프로그램에 확실한 자기만의 아우라를 남겼다. 프로그램들도 성적이 좋았고 무엇보다 화제성은 그 어떤 프로그램들보다 높았다. 이건 백종원이 가진 독특한 개성과 생각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의 종영에 벌써부터 시즌2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건 그래서다. 이쯤 되면 예능 블루칩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사진:tvN)

‘소확행’ 작품 속 음식, 기존 먹방·쿡방과는 뭐가 다른가

이른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걸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건 영화, 예능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들이다. 지금 같은 비수기에 극장가에서 선전하고 있는 <리틀 포레스트>,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그렇고, <삼시세끼>에 이은 <윤식당2>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그렇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들 이른바 소확행 작품들의 중심에 서 있는 음식이라는 소재다. 한때 먹방과 쿡방이 하나의 트렌드로 등장해 식욕을 자극하는 자극적인 영상들이 넘쳐났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지금의 음식을 담은 소확행 작품들의 행보는 이들과 너무나 다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작품 속에서 음식은 그저 식욕을 자극하는 소재가 아니고 하나의 소통이자 치유가 되고 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서울살이에 지친 청춘이 엄마가 떠나버려 빈 고향집으로 내려와 말 그대로 삼시세끼를 챙겨먹는 단순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밭과 들에서 계절에 따라 나는 것들을 갖고 스스로 음식을 챙겨먹는 그 과정들은 패스트푸드와 편의점으로 대변되는 도시생활에서 피폐해진 영혼을 치유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 청춘이 그 요리를 알려준 집 떠난 엄마와 소통하며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음식을 통한 소통과 위로의 이야기는 손예진과 소지섭 주연의 멜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도 등장한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계란 프라이가 그렇다. 너무나 단순한 요리지만 아이를 위해 그걸 만드는 게 영 익숙하지 않은 우진(소지섭)을 위해, 다시 살아 돌아왔지만 곧 떠나야할 아내 수아(손예진)는 아들에게 계란프라이 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래서 아내가 떠나고도 아들이 만들어주는 계란프라이에는 그 따뜻한 온기가 남다르게 남는다.

한편 최근 화제가 된 예능 프로그램 tvN <윤식당2> 역시 한식당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담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음식’이 빠질 수는 없다. 그런데 여기서 음식은 그저 입맛을 돋우는 욕망의 대상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스페인 가라치코 마을이라는 낯선 곳에서 거기 사는 주민들과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소통의 끈이 되어주는 것. 그래서 영업을 종료하고 돌아오는 그들과 그들을 떠나보내는 가라치코 마을 사람들에게서는 마치 이웃 같은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음식이 매개가 되어 생겨난 마법 같은 일이다.

이처럼 음식이 이른바 ‘소확행’ 라이프 트렌드를 드러내는 작품들 속에서 단골소재가 되고 있는 건, 그 일상적인 소재가 갖는 특별함이 그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음식은 아주 단순하고 소박하더라도 그걸 만드는 사람과 그걸 먹는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든다. 그 작은 연결고리는 그래서 작아도 확실한 행복이 되기도 하는 것. 그저 돈으로 때우는 음식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까지 챙기는 음식을 눈여겨보게 되고 거기서 어떤 소통과 위로의 따뜻함이 주는 행복감을 대중들은 이제 확인하고 싶어 한다. 거대한 행복을 꿈꾸는 것이 허망하다는 걸 알게 된 대중들이 찾아낸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다.(사진:영화'리틀 포레스트')

먹방 범람 시대 <조용한 식사>가 주는 힐링이란

 

방송사고인 줄 알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음식이 차려진 식탁을 앞에 놓고 배우, 가수 같은 연예인들이 앉아 있는데 도대체 말이 없다. 일반적인 방송에서는 몇 초 이상 침묵이 흐르면 방송사고가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방송이 있다. 바로 올리브TV<조용한 식사>.

 

'조용한 식사(사진출처:올리브TV)'

<조용한 식사>는 그 외형적인 틀만 보면 요즘 트렌드가 된 먹방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먹방이 가진 틀에서 많은 것들을 뒤집어 놓았다는 점에서 특이한 먹방이다. 혼자 나와 음식을 먹는다는 점은 먹방과 같지만, 이들이 음식의 맛을 호들갑스럽게 설명하고 소개하는 장면 따위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는 점에서 기존 먹방들과는 다르다.

 

<조용한 식사>는 제목처럼 그저 출연자가 조용히 음식을 먹는 것으로 오롯이 프로그램을 채운다. 한 사람 당 10분 남짓의 방송 분량에서는 그래서 이들이 얘기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 전어를 앞에 두고 앉은 김뢰하는 잘 손질된 전어를 한쪽에서 구워 손으로 뜯어먹는데, 아무런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그 먹는 장면과 소리들이 집중된다.

 

전어가 구워지는 소리나 거기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그 자체로 침샘을 자극한다. 옆에 놓여진 막걸리를 따서 잔에 따르는 소리 역시 먹는 장면 그 자체보다도 더 감각적이다. 그래서 먹방이 갖춰야 하는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상황들은 모든 걸 단순화시켜버림으로써 오히려 강화된다. 말이 없고 특별한 상황도 없이 그저 먹는 것 하나에 시각과 청각을 집중시키는 것만으로.

 

물론 이들은 한 마디 하지 않아도 그 먹는 장면을 통해 그들의 성격이나 취향을 드러낸다. 김뢰하가 어딘지 거침없는 상남자의 성격을 손으로 전어를 뜯어먹는 모습으로 보여준다면, 강화도의 한 야외 포차처럼 보이는 곳에 앉아 갓 잡은 대하구이를 먹는 장기용은 신세대답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누군가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방송이야기를 하면서 새우를 먹는다. 초지진항에 앉아 활어회를 먹는 황석정은 회만큼 고추나 소주를 곁들이는 모습이 더 어울리는 털털한 캐릭터다.

 

<조용한 식사>에는 좌측 상단에 세 개의 단순한 태그가 자막으로 적혀 있다. 예를 들어 ‘#초지진항#활어회#황석정이나, ‘#홍대#수제버거#김기방식의 자막이다. 너무 단순한 포맷이기 때문에 이 세 개의 태그만으로도 그것이 어떤 장면들을 보여주고 있는지가 모두 설명된다. 거기에는 누가 출연하고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먹는가라는 이 프로그램의 모든 정보가 망라된다.

 

배경화면이나 소음 그리고 거기에 가끔 얹어지는 음악은 <조용한 식사>의 훌륭한 미장센 효과를 준다. 김뢰하가 전어를 먹을 때 뒤편으로 펼쳐지는 파란 바다나, 김기방이 수제버거를 먹을 때 뒤편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즐기는 홍대의 한 식당 같은 배경은 그들이 앉은 공간의 현실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흥미로운 건 맛나게 음식을 먹고 있지만 식욕보다 더 채워지는 것이 그 시간이 주는 힐링의 느낌이다. 최근 들어 싱글족들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혼밥’ ‘혼술문화가 생겨나고 있지만 그들의 문화가 쓸쓸함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에게만 충실할 수 있는 힐링타임이라는 걸 이 프로그램은 짧은 영상으로 보여준다. 먹방이 범람하는 시대지만, 참신한 역발상으로 입의 감각이 아닌 공간과 시간이 주는 느낌을 전하는 프로그램라니. 그 미니멀한 선택들이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는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삼시세끼>의 자연, 사람, 음식이 남긴 것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 지...” <응답하라1988>에 흘러나오는 동물원의 혜화동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삼시세끼> 어촌편 시즌2가 종영했다. 종영에 즈음해 생각해보면 <삼시세끼>가 하려던 이야기는 그 가사의 한 구절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잊고 살아왔던 참 많은 것들이 <삼시세끼>를 통해 환기되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만재도는 이제 너무나 친숙한 섬이 되었다. 그 누가 열 시간 넘게 달려가야 비로소 닿을 수 있는 외로운 섬이라고 하겠는가. <삼시세끼> 어촌편이 두 차례의 시즌으로 펼쳐놓은 만재도의 구석구석들. 바다가 멀리 내려다보이던 세끼 집과 주인이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더 많아 보이는 만재슈퍼, 정상에 오르면 끝없이 펼쳐지던 수평선들, 늦여름에 물장구 치고 놀던 바다, 참바다 유해진이 낚시를 하던 포인트들과 잔뜩 기대하게 만들던 통발 놓던 포인트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곳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가족 같은 사람들. 도시에서 눈 돌려봐야 건물에 막히고 마는 우리의 시야가 잊고 있던 그 자연의 구석구석을 <삼시세끼>는 우리에게 돌려주었다.

 

그 곳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니 더욱 좋을 수밖에. <삼시세끼>의 진정한 힘은 바로 이 보고 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나온다. 투덜대고 어딘지 결벽증이 있어 보이지만 만드는 음식 속에 그 사람의 정이 듬뿍 느껴지는 차중마 차승원, 물고기를 잡지 못한 날이면 한껏 의기소침해지고 그러다 물고기를 잡은 날은 한껏 허세를 부리는 인간미가 느껴지는 참바다 유해진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마치 자식처럼 동생처럼 끈끈함을 만들어내는 기분 좋은 막내 손호준.

 

그 곳을 찾은 박형식, 이진욱, 윤계상은 손님이라기보다는 머슴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것이 어쩌면 그들을 더욱 기분 좋게 만들었을 것이다. 손님이 아니라 한 가족 같은 느낌을 주었을 테니 말이다. 그들은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진정한 식구의 훈훈함을 보여주었다.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만재도의 자연과 사람과 음식은 그렇게 우리가 잊고 살아가던 것들의 가치를 되새겨 주었다.

 

도시에 다시 모여 결국은 잡지 못한 참돔과 돌돔을 먹으며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이 나누는 대화 속에는 만재도에 대한 그리움이 벌써부터 묻어나 있었다. 유해진은 언제고 힘들어질 때 혼자라도 만재도를 꼭 찾아갈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마도 다시 제각각 돌아간 일터에서 또다시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갈 것이지만 그럴 때마다 그들은 만재도에서의 그 여유롭던 한 끼와 바다를 내려다보며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던 한 때와 산체 벌이와 함께 뒹굴던 시간들을 떠올릴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그 곳을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삼시세끼>를 통해 그 곳의 기억을 공유하게 된 우리들도 간혹 만재도가 그리워지는 날이 올 지도. 그럴 때면 우리도 잠시 이 곳을 떠나 저 곳으로의 일탈을 꿈꿔보는 건 어떨지. 그 곳에 가면 어쩌면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며 잊고 있던 것들을 되찾을 수도. 차승원과 유해진과 손호준이 그러했던 것처럼.



<3대천왕>, 백설명과 먹선수는 알겠는데 캐스터 리는?

 

이휘재의 역할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백종원의 3대천왕>은 전국 곳곳에 숨겨진 맛집을 찾아내 그 맛을 알려주고, 그들 중 3대천왕(?)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직접 요리를 선보이고 그 맛을 느끼게 해주는 프로그램 형식을 갖고 있다. 백종원, 이휘재, 김준현이 MC를 맡은 이 프로그램에서 백설명백종원과 먹선수김준현의 역할은 알겠는데 도무지 캐스터 리로 불리는 이휘재는 무슨 역할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백종원의 3대천왕(사진출처:SBS)'

<백종원의 3대천왕>이라는 타이틀이 말해주듯 프로그램은 백종원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그는 백설명이라는 닉네임이 말해주듯 전국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그 음식 먹는 노하우까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또 스튜디오에서도 끊임없이 음식에 관련된 노하우(먹는 방법부터 만드는 방법까지)를 꿀팁으로 알려준다. 최근에는 시침 뚝 하는 특유의 표정이나 마치 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얼굴 등으로 특유의 연기력까지 더해 백종원의 존재감이 더 커지고 있다.

 

김준현의 역할 또한 확실하게 드러난다. 아는 맛이 최고의 맛이라는 프로그램의 기치처럼 그는 맛을 아는 자로서의 자세한 음식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나 느낌 등을 표현해준다. 그만큼 연기력이 좋은 개그맨도 없다. “그래?”라는 대사를 고뤠?!”로 발음해 유행어로 만든 연기력이다. 그러니 자신의 주종목(?)인 음식 먹기에서 관객과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하는 건 일도 아닐 터이다. <맛있는 녀석들>에서 여러 음식점의 음식들을 맛보며 보여준 그 특유의 먹방은 <백종원의 3대천왕>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런데 백종원의 지식과 김준현의 먹방 연기력 사이에서 이휘재는 그 존재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애초에 캐스터 리라고 닉네임이 붙여진 건 이른바 3대천왕을 모셔놓고 하는 음식 대결을 하나의 스포츠 중계처럼 하려는 프로그램의 의욕이 들어가 있는 것일 게다. 하지만 이휘재의 요리 중계는 저 <냉장고를 부탁해><한식대첩>의 김성주만큼 맛깔스럽지는 않다.

 

그것은 그가 실제로 음식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종원과 김준현이 음식을 놓고 서로 얼굴만 봐도 염화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 속에서 이휘재는 그게 뭔 의미인지 알아채지 못하고 겉돌 수밖에 없다. 칼국수의 어원이 칼칼해서칼국수인 줄 알았다는 이휘재의 멘트는 그의 음식 지식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하게 해준다. 보통 사람들도 칼국수가 칼로 반죽을 잘라 국수를 만들어 먹어 생긴 이름이라는 것 정도는 알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점들은 하나의 캐릭터가 될 수 있다. 김준현이 맛을 아는 자라면 이휘재가 맛을 모르는 자라는 식으로 캐릭터가 덧붙여지는 건 그래서다. ‘음식 무식자는 그 자체로 하나의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즉 음식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잘 모르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대변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이휘재를 그런 캐릭터로 세우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휘재의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 건 왜일까. 그건 음식 무식자라고 해도 그 전제조건으로서 하나씩 알아가려는 의지와 욕구가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저 음식을 놓고 침을 꼴깍 삼키는 리액션은 관객들도 똑같이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휘재는 그런 리액션 이상의 자신만의 역할을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캐스터 리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음식 캐스터를 하기에는 이휘재의 음식 지식이 너무 일천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음식을 잘 몰라도 알고자 하는 열망이 남달라 좌충우돌하는 캐스터 캐릭터를 새로운 역할로 만들어내는 건 어떨까. 물론 그것도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어야 시청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지만



추석음식 요리에 담긴 <백선생>의 엄마들 생각

 

명절 귀성길의 피곤함도 잊고 고향집으로 달려가는 건 거기 어머니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어머니의 마음은 나이 들어도 여전히 아이처럼 보이는 자식 입으로 음식 하나라도 더 넣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많은 음식을 해먹여도 어머니의 마음은 여전히 헛헛하다. 돌아오는 길 바리바리 챙겨주는 음식 속에는 그래서 어머니의 자식 생각하는 마음이 가득하기 마련이다.

 


'집밥 백선생(tvN)'

하지만 그렇게 챙겨준 명절 음식도 어머니처럼 차려주는 사람이 없어 냉장고를 전전하다 버려지는 게 다반사다. <집밥 백선생>이 추석이 지나고 남겨진 음식을 이용한 요리와 그 음식들을 좀 더 오래도록 보관하고 요리하는 방법을 알려준 건 그래서 실용적인 가치 그 이상을 담고 있다. 거기에는 음식을 챙겨준 엄마들의 정성을 허투루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백종원이 알려준 남은 명절 음식을 보관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꽤 기발하다. 잡채와 나물을 잘게 잘라서 유부에 넣어 유부보따리를 만든다거나, 나물들을 한 끼 분량으로 접시에 소분해 담아 그걸 비닐에 흐트러지지 않게 담고 고스란히 냉동실에 얼려 두고두고 비빔밥을 해먹는 방식은 실제로도 써먹기 딱 좋은 말 그대로의 노하우.

 

백종원의 노하우를 통하자 명절 음식은 재활용해야할 음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일품요리가 될 수 있었다. 윤상은 그 요리를 시식하며 이게 어떻게 재활용이냐고 놀라워하기도 했다. 그리고 전 찌개 같은 경우는 아예 전을 사서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하나의 요리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실 방송이라고 해도 이런 자기만의 노하우를 선선히 알려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물론 백종원은 사업가다. 하지만 사업가라고 해서 모든 것들을 이익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어찌 되었든 백종원이 요리 무식자들인 남성들에게 요리를 전파하고 그것이 실제로 부엌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닌가. 많은 쿡방들의 영향이겠지만 요리하는 남성들의 수는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단번에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명절 풍경이 조금씩 달라질 거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음식준비가 여성들만의 노동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즐거움이 되는 일. 그것이 명절을 진짜 명절답게 해주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실제 부엌을 들어가는 건 아직 요원해도 남자들의 요리에 대한 관점을 바꿔주는 일은 이 모든 변화의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이 하는 요리는 특별하지 않다. 또 그는 스스로를 셰프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신 그는 늘 흔하게 우리가 먹던 음식들을 좀 더 쉽고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특별한 요리가 아니어도 또 셰프가 아니어도 백종원의 요리 방송이 지지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래서 요리를 통해 느껴지는 그의 섬세한 마음이다.

 

명절 음식들이 버려지지 않고 좀 더 오래도록 먹을 수 있는 보관법을 알려주는 백종원에게서 느껴지는 건 이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주신 엄마들에 대한 마음이다. 그 마음을 오래도록 음식을 통해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집밥 백선생>이 명절에 남은 음식을 이용해 만든 요리에는 그 마음 씀씀이가 느껴진다



<배달의 무도>, 그 어떤 역사 교육보다 효과적이었던 까닭

 

그저 전 세계로 떠나는 배달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기획한 배달의 무도는 그런 정도가 아니었다. 일단 배달하는 것이 음식이라는 점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머나먼 이국 생활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다름 아닌 고향의 음식이 아닐까. 거기에는 그리워하는 사람들과 고향의 기억들이 방울방울 묻어나기 마련이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래서 가족과 친지가 보낸 음식을 먹으며 그 마음을 나누는 이 훈훈한 이야기는 그저 배달이상의 의미를 담아냈다. 하지만 역시 그 정도의 감동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배달의 무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일본 우토로 마을의 아픈 사연들이 소개되면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그 곳 우리 동포들의 삶이 하하와 유재석에 의해 담겨진 데 이어, 이번에는 일본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논란을 일으켰던 하시마섬의 묻혀지고 있는 아픈 역사가 하하와 서경덕 교수의 두 차례에 걸친 방문으로 소개됐다.

 

파고가 높아 들어가지 못하게 되자 굳이 다시 찾아가 하시마 섬에 직접 발을 딛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강제 징용되어 지옥 같은 삶을 살았던 우리네 동포들의 아픈 이야기가 삭제된 채 세계문화유산 등재되어 그저 일본 근대화의 상징처럼만 포장되어 있는 그 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그 아픈 역사를 까마득히 모른 채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으로 보여지는 당시 하시마 섬의 일본인 광부들은 제복을 차려입고 당시 무려 50만엔에 달하는 봉급을 받으며 풍족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 반면, 이제 90줄을 넘기신 하시마섬의 생존자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진 당시 강제 징용된 우리 동포의 삶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 팬티 한 장 입고 온 몸에 탄가루를 뒤집어쓴 채 탄광에서 일했던 어르신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와 배고픔에 대한 호소로 당시 상황은 아비규환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강제로 끌려가 노역을 하시다 돌아가신 어르신들은 사람들의 발길이 도저히 닿기 어려운 외진 곳에 초라하게 합장되어 있었다. 합장되기 전, 그들의 인명부조차 모조리 태워버려 그 분들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게 덮여진 채, 쓸쓸한 비석 하나로 남아있는 그 곳을 땀을 뻘뻘 흘려가며 찾아간 하하와 서경덕 교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다시 그 곳을 찾은 하하와 서경덕 교수가 챙겨 간 그분들이 그토록 먹고 싶었다던 쌀밥 한 그릇과 뜨끈한 고깃국은 저 우토로 마을을 찾았던 유재석이 했던 말처럼 너무 늦어 죄송한 배달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우토로 마을에 대한 이야기나 하시마 섬의 아픈 역사는 여러 차례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하시마섬이 아픈 역사를 숨긴 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을 당시만 해도 신문지상에서는 이 문제를 심층 보도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뉴스나 다큐멘터리 같은 매체를 통한 이런 보도들이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하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입시경쟁 속에서 역사교육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다큐멘터리나 시사 프로그램이 몇 주에 걸쳐 한다고 해도 과연 이번 배달의 무도가 불러일으킨 관심만큼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이라는 가장 뜨거운 예능 프로그램이기에 이번 우토로 마을이나 하시마 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각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무한도전>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즐거움과 재미를 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즐거움과 재미 역시 그저 휘발되는 것만이 아니라 의미와 가치 있는 것들을 추구할 때 지속 가능한 것이 될 것이다. 물론 <무한도전>은 계속 해서 새로운 도전들을 즐겁게 추구해야하겠지만, ‘배달의 무도라는 아이템은 일회적으로 끝내기에 너무나 아쉽게 느껴진다. 이런 프로그램이야말로 상시적으로 방송이 해줘야 하는 아이템이 아닐까. ‘배달의 무도는 분명 다큐보다 시사보다 더 효과적으로 우리에게 중대한 사안들과 가치들을 일깨워줬다.



<삼시세끼>가 수미쌍관으로 보여준 변화들

 

<삼시세끼> 1년 간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 이서진은 처음 모습 그대로 툴툴거리며 요리는 역시 인스턴트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의 표정은 즐거움이 가득하고 손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재게도 움직인다. 옥택연은 여전히 어딘가 조금은 어색한 음식을 하며 정통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꽤 그럴싸해졌다. 중간에 합류한 김광규는 애써 갖가지 양념을 들이부어 꽤 먹을 만한 겉절이를 내놓는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여전히 툴툴대고 어딘지 정통은 아닌 듯 별다를 바 없는 밥상을 보여주며, “직접 키워 해먹는다는 건 하지 말아야할 일이라고 얘기하면서도 그들의 얼굴에는 어떤 보람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나영석 PD 역시 1년 간 삼시세끼 해먹으면서 그 의미가 사 먹으라고 결론 내주어서 고맙다고 비아냥대면서도 그리 싫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그렇다. 달라진 건 별로 없어 보인다. 여전히 옥순봉 아래 집이 덩그라니 한 채 서 있고 그 모두가 떠난 자리에 이서진과 옥택연이 서 있다. 하지만 그 별다를 것 없다는 그들의 이야기와는 달리 그 안에는 어마어마한 일들이 있었다. 아무 것도 없던 하트 밭에 옥수수들이 가득 자랐고 거기서 수확한 옥수수들은 그들은 한 때나마 흥청망청 고기 부호 놀이를 하게 해주기도 했다.

 

옥택연과 박신혜가 심었던 야채들은 무성하게 자라 그 열매들을 내주었다. 잭슨과 밍키는 어느새 엄마가 되어 2세들과 새로운 가족을 이루었고 꿀벌들은 옥순봉 사람들을 위해 야생화들에서 꿀을 애써 날랐다. 처음 낯설었던 시골살이는 이제 뭐든 척척 해내는 익숙함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도시의 삶이 좋다고는 하지만 이서진은 이 시골 삶 역시 꽤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 곳을 찾았던 무수히 많은 게스트들에게 줄 수확한 작물들을 챙기자 그들과의 추억들이 방울방울 피어올랐다. 김치를 담그며 이서진의 보조개를 패이게 했던 담그지우’, 망친 감자옹심이 때문에 속상해했던 김하늘과 버럭 셰프의 면모를 보여줬던 이선균, 늘 부지런한 보조로 묵묵히 일만 했던 손호준, 마치 형제처럼 읍내를 활보했던 지성 등등. 그들의 면면들이 그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만 같은 옥순봉 세끼 집에는 여기저기 서려 있었다.

 

박신혜로 시작해서 박신혜로 끝내는 그 수미쌍관을 <삼시세끼> 시즌2가 굳이 선택했던 건 그 처음과 끝의 변화가 얼마나 다른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어느새 박신혜는 게스트가 아니라 신혜렐라가 되어 갖가지 맛나는 음식들을 척척 맛보게 해주는 그런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녀가 부여한 밝은 에너지가 너무나 컸기 때문일까. 그녀가 떠난 자리에는 커다란 허전함이 남았다.

 

아마도 이 박신혜의 빈자리에서 느껴지는 허전함은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소회 그대로일 것이다. 한바탕 왁자했던 한 여름의 그 즐거웠던 기억들을 이제는 정리하는 시간이다. 그들이 애써 달라진 건 없다고 말하는 것 역시 그 아쉬움을 숨기기 위함이 아닐까.

 

실제로 달라진 건 없을 것이다. 내년에도 다시 씨앗은 뿌려지고 작물은 자라고 텅 비었던 그 곳에 사람들의 왁자한 목소리들이 들려올 것이다. 그리고 어느 시간이 되면 그들은 아쉽게도 헤어져야 한다.

 

하지만 <삼시세끼>1년 간을 들여다보면서 이 보통의 일들이 이제는 대단히 특별한 일들로 다가온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그 일상이 주는 특별함. 시간의 더깨가 쌓이면서 생겨나는 기적 같은 순간으로 남은 추억들. <삼시세끼>가 보여준 보통의 1년은 어느새 특별한 시간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별다를 것 없이 흘러가는 듯 보이는 우리네 삶이 그렇듯이.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든 <무도>의 음식 배달

 

모두가 엄마의 밥으로 큰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보니 늘 밥은 먹었니하고 묻고, 나이 들어도 여전히 어린 자식 대하듯 어떻게든 밥을 챙겨주려 애쓰는 엄마에게 괜스레 툴툴댔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다. 너무 편하고 익숙해 잊고 있던 엄마의 음식에 담긴 가치. <무한도전>이 이역만리에 떨어져 살고 있는 분들에게 전해준 음식이 그토록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린 건 잠시 잊고 살았던 엄마의 음식에 담긴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유재석이 배달한 엄마의 음식이 각별하게 다가온 건 그 주인공인 선영씨가 아기 때 해외로 입양된 분이었기 때문이다. 그 잃어버렸던 아이에게 엄마가 가졌을 미안함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 아이가 이제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에 엄마가 먼저 떠올렸을 것은 그래서 미역국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 먼 길을 찾아온 유재석이 그녀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묻자 그녀는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엄마와 딸 사이지만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둘이 각각 걸어온 삶이 너무나 멀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그 멀고도 먼 삶을 말이 통하지 않아도 연결해주는 건 엄마의 음식이었다. 혼자서도 챙겨먹을 수 있게 미역국 끓이는 법을 알려주는 엄마와 딸 사이에 언어의 장벽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딸에게 정성스레 음식을 챙겨주는 엄마와 그 음식을 너무나 맛있게 먹으며 행복해하는 딸 사이에는 언어 그 이상의 사랑이 전해졌다.

 

엄마와 딸이, 사위와 장모가, 또 그 낳아주신 엄마와 길러주신 아빠가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 누구보다 살갑고 정이 느껴지는 진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그래서 기적 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낳아주신 엄마가 해주는 밥을 사위와 길러주신 아빠가 오래도록 앉아 먹는 모습 속에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이 특별한 가족의 끈끈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끈끈한 가족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거기서 머물지 않고 같은 경험을 한 통역사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어린 시절 입양된 그녀의 남편은 지금도 부모를 찾고 있지만 못 찾았다고 했고, 그런 그녀에게 선영씨의 엄마는 마치 친부모처럼 다독이며 기다리면 언젠간 만날 것이라고 얘기해주었다.

 

사실 만나기 힘든 가족을 다시 상봉시키는 그런 이야기를 우리는 TV를 통해 여러 차례 봐온 바 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가족 상봉기가 특히 우리의 마음을 울렸던 건 거기 음식이라는 매개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말로 전하는 사랑보다 음식이 전하는 사랑에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수만 가지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기 마련이었다.

 

떨어져 있는 가족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준 엄마의 마음, 그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주기 위해 지구 반 바퀴를 도는 걸 마다치 않은 <무한도전>의 마음, 음식을 통해 전해진 그 마음 앞에 한없이 느껴지는 행복감, 그 광경을 보며 각자의 엄마의 음식을 떠올렸을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무한도전>이 배달한 음식 속에는 그 많은 마음들의 오고감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무도'는 왜 이틀을 날아가 음식을 배달했을까

 

"어여 먹어 이 미꾸라지 같은 놈아." 할머니 분장을 한 정준하는 가봉에서 대통령 경호원으로 일해 온 박상철씨에게 그렇게 말했다. 한참 나이 많은 박상철씨지만 정준하의 그 말에 웃음이 피어나왔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했다. 낯선 타향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살아오면서도 결코 보이지 않았을 눈물. 정준하의 '꾸지람(?)'에서 박상철씨는 어린 시절 되비지를 해주시며 그런 말을 건네곤 했던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 '배달의 무도' 편에서 정준하가 40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 가봉으로 날아가 전한 건 단지 엄마의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엄마의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었고, 사랑이었다. 아들 역시 머리가 희끗희끗해져가고 있었지만 정준하가 배달해준 엄마가 정성스레 준비한 만둣국과 되비지는 순식간에 시간을 어린 시절로 되돌려 놓았다. 40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가야 되는 이역만리에서 꽤 오랜 세월 떨어져 있었지만 엄마의 음식은 그 거리와 시간을 훌쩍 뛰어넘게 해주는 마법 같았다.

 

"음식 먹을 때 엄마 생각하며 울지 말고 먹어라." 노모가 보낸 영상 편지 속에서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울지 말고 먹으라니. 엄마는 그 순간에도 아들이 울다가 먹지 못할까를 걱정하고 계셨던 것이다. 음식을 만든 자신을 떠올리기 보다는 아들이 한 끼라도 잘 챙겨먹길 바라고 계셨던 것이다.

 

노모가 정준하를 아들처럼 껴안아주었던 그 따뜻한 온기를 이제 정준하가 그 아들을 껴안아주며 전하는 장면은 '배달의 무도'가 전하고 있는 것이 음식이 아닌 마음이라는 걸 분명히 보여주었다. 아들은 정준하가 진짜 엄마라도 되는 양 오래도록 꼭 껴안고 있었다.

 

최근 음식은 방송의 주재료가 되었다. 여기저기 틀기만 하면 나오는 게 쿡방이고 먹방이다. '배달의 무도'는 그러나 그 흔해진 음식의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음식이란 본디 그걸 해주는 사람의 마음이 담기기 마련이고, 함께 먹던 사람의 추억과 기억이 스며들기 마련이다.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엄마의 손맛'이라는 말은 그 음식의 맛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거기에는 엄마의 자식 생각하는 그 마음이 주는 푸근함과 따뜻함이 깃든 맛일 것이다.

 

<무한도전> 굳이 이틀 가까이나 되는 시간을 들여서 이역만리의 땅으로 날아가 '배달'을 하겠다고 했는지에 대한 의아함은 노모와 정준하 그리고 아들이 이어지는 장면을 통해서 거대한 '공감'으로 변모했다. 실로 편해진 세상이 아닌가. 이제 스마트폰만 켜면 지구 반대편에서도 얼굴을 보며 통화를 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렇게 '글로컬(글로벌+로컬)'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것은 그런 문명의 이기들이 아니라는 것을 <무한도전>은 보여주었다. 엄마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음식 한 끼에는 그래서 이 글로컬한 세상이 결코 쉽게 전하지 못하는 아날로그의 감동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도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 있어도 늘 아들이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를 걱정하는 노모의 마음과 그 마음을 음식 한 끼를 통해서도 그대로 전해 받고 우는 아들. <무한도전> 정준하가 배달한 건 그저 음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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