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2’,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란 말 실감나네

뭐니 뭐니 해도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에서 그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은 바로 이효리다. 이미 시즌1을 통해 보여진 바대로 그의 일상은 우리 같은 바쁜 삶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요가를 하기 위해 새벽같이 눈을 뜨고 잠시 차 한 잔으로 몸을 녹이며 명상에 빠져드는 이효리의 모습은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렇게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 왜 필요한가를 생각하게 한다. 

마침 창밖으로 눈에 내리고, 그 눈이 우박이 되어 번쩍 번개가 지나간 자리에 우르릉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는 풍경은 그래서 꽤나 상징적인 느낌을 준다. 창밖의 살풍경한 현실이 엄연해도,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며 소리에 무서워 잠이 깬 순심이를 다독이며 품에 안아줄 수 있는 넉넉함을 가지는 것. 월요일부터 바쁜 시간으로 번개와 천둥처럼 정신없이 흘러갈 일상 속에서도 차 한 잔의 여유는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다스리다보면 그 살풍경한 날씨도 차츰 개이고 때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눈발 속을 뛰어다니며 슬로우모션으로 영상을 찍는 재미를 찾아낼 수도 있다. 눈발 속으로 뛰어나간 이효리와 이상순 그리고 이 곳의 직원 임윤아는 눈 속에서 뛰어 노는 반려견들처럼 즐거워한다. 그냥 보면 엉성하고 별 의미도 없어 보이는 그 풍경을 아주 천천히 슬로우모션으로 돌아보면 너무나 아름답고 멋진 순간이었다는 게 발견된다. 우리의 일상도 그렇지 않을까.

<효리네 민박2>는 이미 시즌1으로 익숙한 이효리와 이상순의 그 변함없는 매력에 새로운 직원으로 온 임윤아의 예쁘고 싹싹한 매력을 더했다. 첫 손님으로 온 소녀들이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현실감이 없는 예쁜 외모지만, 그 성격은 이효리처럼 털털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청소면 청소, 요리면 요리, 운전이면 운전 뭐든 척척 해낸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남다른 섬세한 배려심이다. 첫 날 이효리가 흘러내리는 머리를 실핀이 없어 테이프로 붙이고 있던 걸 남다르게 바라본 윤아는 이상순과 장을 보러 가서는 실핀을 챙긴다. 요리를 하겠다고 준비해온 갖가지 요리도구들 역시 윤아의 남다른 배려 깊은 성격을 확인하게 한다. 잘 먹이고 잘 재우겠다는 이효리와 이상순의 이번 겨울 민박집 방침에 이토록 딱 들어맞는 직원이 있을까.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첫 번째 손님으로 온 유도 소녀 중 한 명이 아무 생각 없이 꺼내놓은 “죽기 전 박보검을 한번 보고 싶다”는 말 한 마디는 이제 앞으로 진짜 이 민박집을 찾아올 박보검에 대한 기대감을 벌써부터 채워버렸다. 그가 올 것을 까마득히 모르는 이효리는 유도 소녀에게 박보검이 이상형으로 자신을 꼽았다며 기사까지 찾아준다. 이효리 역시 박보검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는 얘기이고, 실제로 살짝 등장한 예고 장면에서 박보검이 왔다는 소식에 그게 실화인지 확인하러 달려 나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만들어내는 일상 바깥의 의미들이 <효리네 민박2>의 남다른 공기를 만들어낸다면, 여기에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예쁜 윤아와 심쿵 박보검이 합류해 완벽한 조합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들은 온전히 이 프로그램의 실제 주인공이랄 수 있는 민박객 손님들을 위해 정성을 다한다. 시청자들로서는 손님들이 부러움을 넘어서 그들에게 마치 자신이 거기 있는 듯 몰입할 수밖에 없다. 

역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녹이는 건 사람들의 온기가 아닐까. 눈보라가 몰아쳐도 따뜻한 사람들의 환한 웃음과, 마음과 마음이 오가는 이야기들이 가득 채워지는 <효리네 민박2>에 몹시도 추운 겨울밤 월요일을 앞둔 시청자들의 마음마저 녹는 이유다. 잠시라도 저런 느린 풍경 속에서 여유를 찾아볼 수 있다면.(사진:JTBC)

'효리네2', 단 3분 만에 힐링부부 귀환 알린 이상순·이효리다시 돌아온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는 벽난로에서 탁탁 소리를 내며 타오르는 장작불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효리네 집안의 한 부분처럼 너무나 편안한 모습으로 누워 있는 동물친구들. 하늘 가득 채워진 구름과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 장작더미와 나뭇잎 위로 쌓이는 눈 그리고 효리네 집 처마에 달라붙은 고드름, 눈발 날리는 효리네집 전경은 이제 추운 겨울이라는 걸 실감나게 한다.그런데 그 내리는 눈을 향해 이효리가 손을 내밀고 난간에 쌓인 눈을 만지며 부감으로 보여지는 눈 덮인 효리네 집은 마치 솜이불을 덮은 것처럼 따뜻하다. 슬로우 모션으로 잡힌 눈발들은 마치 하얀 꽃다발 같고, 얼어붙어 반짝반짝 빛나는 고드름은 마치 달콤한 사탕 같다. 그래서 그런 곳이라면 이효리가 눈발에 얼굴을 내놓는 것처럼 우리도 손을 내밀어보고 싶어진다. 아이처럼 눈 속으로 뛰어 들어가 보고 싶다. 눈이 날리는 그 곳이지만 껴안고 빙빙 돌아가는 이효리와 이상순의 모습은 그래서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여름의 효리네를 만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추운 겨울이다. 특히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올해를 떠올려보면 겨울, 그것도 섬이기에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칼 같이 차갑게 느껴지는 제주의 겨울이 과연 <효리네 민박>과 어울릴까 의구심을 가질만하다. 우리에게 그토록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던 <효리네 민박>의 기억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런 의구심은 오프닝으로 보여준 단 3분 남짓의 영상만으로 스르륵 풀어져버린다. 추운 겨울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간절해지고 더 잘 드러나는 온기. 그 3분 동안의 영상은 창밖의 차가운 겨울의 풍경들이 있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집안의 공기를 담아내기에 충분했고, 무엇보다 그 온기를 삶의 면면으로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이효리와 이상순을 더 반짝반짝 빛나게 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오프닝 영상의 끄트머리에 이상순이 소리가 나오지도 않는 기타를 들고 치는 흉내를 내는 과한 모습에 이효리가 “뭐하는 거야?”라고 특유의 지적을 하면서 <효리네 민박>이 즐거움을 담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걸 확인시켜준다.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앉아 오랜만의 카메라들이 비추고 있는 상황의 어색함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 첫 회의 대부분은 찾아올 손님들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에 대한 것들로 채워졌다. 새로운 알바생으로 소녀시대 윤아가 찾아와 특유의 털털한 모습으로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냈지만, 그들은 곧바로 손님맞이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효리의 말대로 이번 시즌2는 잘 먹이고 잘 재워 살을 찌워 보내는 게(?) 목표란다. 그래서 웰컴주스를 위한 감귤을 따오고, 따뜻한 침구를 꼼꼼히도 챙겨 사온다. 손님들을 챙겨줄 음식으로 뭘 준비할까 고민이 많은 이효리는 윤아가 마침 요리도 곧잘 한다는 소식에 반색한다.

손님맞이 첫날, 마침 내리는 눈발에 비행기가 제대로 뜰까 걱정을 하지만 다행히 잘 도착한 첫 손님들. 척 보기에도 어딘지 심상찮은 포스를 풍기는 이 소녀들은 유도선수들이란다. 이상순과의 전화 통화에 목소리가 너무 좋다고 반색하고, 첫 대면에 “야 누가 못생겼대?”라며 이상순을 단박에 소길리 미남으로 만들어버리는 소녀들. 그들이 나눌 마음의 오고감이 벌써부터 따뜻한 기대를 하게 만든다.

<효리네 민박2>의 추운 겨울은 그래서 어쩌면 따뜻한 사람들을 위한 좋은 배경화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춥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온기가 그립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과 추위를 피해 밥 한 끼를 나누는 일이 더 행복해진다. 추운 겨울인데 더 따뜻한 느낌. 다가온 월요일에 마음까지 차가워지는 일요일 밤, <효리네 민박2>의 따뜻함은 그래서 잠깐 동안이라도 그 마음을 채워줄 힐링이 되지 않을까.(사진:JTBC)


‘도시어부’, 가만있어도 재밌는 건 도대체 뭘까

도대체 이게 뭐라고 이렇게 시청자들을 빨아들이는 걸까.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이하 도시어부)>가 새해 첫 출조로 떠난 대마도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김재원은 낚시 그 자체로도 또 방송출연에 있어서도 그리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한 마리도 낚지 못했고, 또 방송에서도 별로 말이 없어 거의 ‘묵언수행’ 수준이었던 것.

하지만 김재원의 얼굴은 ‘살인미소’라는 별명 그대로 밝은 미소가 계속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대마도의 바다낚시 포인트에서 모두가 황금배지를 차지하기 위해 고기에 대한 욕망을 드러낼 때, 한가롭게 바다를 보며 이런 곳에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했다. 마치 평론가처럼 요즘 TV를 켜면 너무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래서인지 별로 대단한 정보랄 것이 없는 <도시어부>는 그냥 쳐다보고만 있어도 좋다는 것. 

김재원이 아마도 있는 그대로 진심을 담아 툭 던진 이 말은, 지금 현재 ‘낚시를 한다’는 그 어찌 보면 방송으로서는 단순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진짜 맛이 아닐까. 낚시에 평소 그리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 프로그램은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된다. 1시간 반이 넘는 꽤 긴 방송분량이지만 그 시간이 언제 지났는지 알 수 없게 훅 지나갔다는 걸 뒤늦게 알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이 프로그램에는 있다.

물론 이것은 수면 위에 드러나 있는 것만을 얘기하는 것이다. 즉 낚시도 수면 위에서는 그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 평온하고 심지어 심심하게까지 보이지만, 실상 수면 밑에서는 잡으려는 자와 잡히지 않으려는 물고기의 치열한 밀당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도시어부>는 그래서 그냥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말 그대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그 이면에 담긴 낚시꾼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감정들을 들여다보면 흥미진진하게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완도에서 힘겨운 부시리 낚시에 한 마리도 낚지 못해 낙심했던 큰 형님 이덕화의 마음을 슬쩍 들여다보면 그가 대마도에서의 새해 첫 날 낚시에 얼마나 절치부심했을까가 드러나고, 과거 이 프로그램에 나와 프로 낚시꾼으로서 굴욕을 당했던 박진철 프로가 척척 벵에돔을 낚아올릴 때 타들어갔을 마음이 보인다. 그 팽팽한 대결구도가 주는 긴장감이 있는 반면, 한 마리도 제대로 낚지 못해 끊임없이 투덜대는 이경규의 푸념을 듣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대마도 출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은 어쩌면 가장 존재감이 약했던 게스트 김재원이 아닐까 싶다. 낚시를 잘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낚시프로이자 방송프로들(?) 사이에 들어가서도 오히려 그 평범함 때문에 일반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러고 보면 이경규가 김재원에게 “여기 딱 맞는 게스트”라며 그 이유가 “낚시를 잘 못하는 것”이라고 한 말은 정확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하루의 고단한 낚시를 끝내고 어느 숙소에서 벌어진 한 판 상차림에서도 김재원은 묵묵히 매운탕을 끓이는 모습만 보여줬다. 하지만 그래도 “잘 못 낚아 사랑받는 것”이라는 이경규의 말 한 마디가 게스트 김재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낚시든 방송이든 더 많이 낚고 뽑으려는 욕망이 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한 동력이라면, 둘 다 못해도 그런 곳에서 도시의 복잡함을 잊고 있는 그 시간이 주는 힐링이 또 하나의 존재가치가 된다. 김재원이 보여준 이 부분은 아마도 낚시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까지 <도시어부>가 끌어들인 가장 큰 힘일 것이다.(사진:채널a)

관심 집중된 ‘강식당’, 힐링보다는 멘붕 예능

새로 시작한 tvN 예능 <강식당>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시작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이미 제주도에서 식당을 열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타고 퍼져나갔고, 강식당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어 추첨을 통해 손님을 받는다는 기사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기존의 나영석 사단의 프로그램들이 주로 호의적인 기대감을 안고 시작했던 것과 달리, <강식당>은 크고 작은 잡음들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첫 방송. 평일 밤 케이블로서는 높은 5.4%(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냈다. 당연한 결과다. 

tvN ‘신서유기 외전-강식당’의 멤버들. 왼쪽부터 은지원 이수근 강호동 송민호 안재현. 강호동이 들고 있는 것이 ‘강식당’의 시그니처 메뉴 ‘강호동까스’다. CJ E&M 제공<강식당>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호불호가 나뉘게 된 것도 당연하다. 그건 태생적으로 <윤식당>을 강호동 아니 <신서유기> 버전으로 패러디한 데서부터 안고 있던 숙명이다. <윤식당>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건 그 낯선 타국에서 자그마한 한식당을 연다는 그 자체가 주는 ‘힐링’ 때문이었다. 장사를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덜어내고 음식을 통한 외국인들과의 소통에 집중했고, 이윤을 남기려 안간힘을 쓰는 ‘현실 장사’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장사를 하고 나면 바로 가게 앞의 바닷가로 풍덩 뛰어들어 쉴 수 있는 일터의 판타지를 담아냈다.

이런 힐링의 분위기를 좋아했던 시청자들에게 <강식당>은 그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첫 방이 보여준 <강식당>의 색깔은 힐링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이 음식점을 열고 직접 요리를 해내야 하며 손님들을 맞이해야 한다는 그 현실 자체가 주는 ‘멘붕’이 <강식당> 첫 방이 보여준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런 멘붕이 <윤식당>에도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윤식당>이 그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부각시켰던 건 식당 직원(?)들의 갈등이 아니라 더 끈끈해지는 동료애 나아가 유사가족애 같은 것이었다. <강식당>은 시작 전에 새벽 3시까지 고기를 펴는 중노동을 하고, 가게 오픈 첫 날 한꺼번에 들어온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슬슬 올라오는 갈등들을 담아냈다. 강호동이 연실 “화내지 말아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런 <강식당>의 남다른 분위기를 드러낸다.

<강식당>은 <윤식당>과는 달리 진짜 음식점을 오픈할 때 겪을 수 있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리얼리티쇼 형태로 잡아낸다. 그러면서 <신서유기>의 유전자라고 할 수 있는 멤버들의 남다른 캐릭터들을 이 멘붕 상황 속에 집어넣어 웃음의 포인트를 잡아낸다. 그들은 손님을 맞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그 장면들, 이를 테면 평생 음식을 먹기만 했지 만들어보지는 못했다는 강호동이 요리를 하고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는 장면이나, 강호동 이미지에 걸맞는 거대한 돈가스를 내놓고 놀라는 손님에게 남기면 우리 형이 다 먹을 거라고 말하는 장면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예고편에서 슬쩍 보여줬듯이 <강식당>은 애초에 실패담을 목적으로 했는지도 모른다. 하루 재료 준비를 위해 쓴 돈이 그 날 번 돈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꺼낼 때 나오는 황당한 웃음이나, ‘사장이 더 많이 먹는’ 이라는 <강식당> 앞에 붙은 수식어가 주는 웃음 속에는 모두 실패가 주는 웃음의 포인트가 담겨져 있다.

이것은 그래서 <윤식당>에서 따온 <강식당>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은 <신서유기 외전>이라는 지칭이 더 어울리는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신서유기>가 중국이나 베트남에 가서 드래곤볼을 얻기 위해 이런 저런 게임을 벌이며 그들이 보여주는 것이 생고생이나 당하는 자들이 선사하는 웃음이라고 할 때, <강식당>은 일종의 음식점 개업이라는 생고생 미션을 던져놓고 멘붕에 빠진 그들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주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강식당>은 나영석 사단이 해온 여러 프로그램들의 유전자들을 콜라보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1박2일>의 그림도 있고, <집밥 백선생>도 있으며 <윤식당>도 있고 <신서유기>도 들어 있다. 이것을 ‘퓨전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청자라면 충분히 즐거운 나영석 월드의 재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퓨전이 아닌 ‘복제의 식상함’으로 다가오는 시청자들에게는 정반대의 느낌을 줄 테지만.(사진:tvN)

‘알쓸신잡2’, 우리가 봐온 제주와 다른 슬픈 제주의 역사

최근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여행을 소재로 잡으면서 가는 곳이 제주다. JTBC <효리네 민박>은 대표적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제주도의 숨겨진 비경들과 다양한 즐길거리, 먹을거리들까지 보여준 바 있다. 그래서 제주도 하면 우리가 먼저 떠올리는 건 ‘힐링’이다. 그렇게 잠시 동안이라도 훌쩍 도시를 벗어나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을 눈에 담는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tvN <알쓸신잡2>가 간 제주의 이야기는 사뭇 달랐다. 유현준 교수가 돌하루방을 보러 박물관에 갔다가 문득 떠올린 모아이 석상 이야기에서 엉뚱한 곳에 욕망을 집중하다 결국 섬 전체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사연을 떠올리고, 돌아 나오다 우연히 루시드 폴의 공연을 감상한다. 유현준 교수는 루시드 폴의 노래를 들으며 하루의 피로가 녹아 없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는 감상을 전했다. 

그렇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본격적인 수다가 시작된 저녁, 루시드 폴이 손님으로 찾아왔고 이야기는 제주의 비극적인 사건이었던 4.3 사건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리고 루시드 폴이 감귤농사를 시작하러 제주에 내려와 살면서 접한 4.3사건의 소회를 담은 ‘4월의 춤’에 담긴 가사를 전해준다. ‘우릴 미워했던 사람들도 누군가의 꽃이었을 테니...’라는 가사가 가슴에 콕 박힌다. 

당시 30만 인구였던 제주도에서 무려 3만 명이 죽음을 맞이했던 비극적인 사건. 외부세력에 의한 죽음도 있었지만 바로 같은 동네에서 아는 사람에 의해 죽음을 맞은 비극도 겹쳐져 있어 도무지 그 감정적 고리들을 풀 수 없었던 사건. 4.3 위령성지를 다녀온 황교익은 그 곳에 세워진 위령비에 적혀진 명단을 보며 무려 2살배기 아기도 있었다는 가슴 아픈 사연을 전했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던 남로당 조직의 무장공격과 이를 진압하려는 진압군 사이에서 무고한 죽음을 맞이했던 제주도민들. 그리고 이 사건은 이후 6.25로 이어져 이 땅 곳곳에 4.3사건을 재현시키게 했다. 

지금 우리에게는 힐링이나 관광지로 떠오른 제주지만, 3,40년 전만 해도 제주는 수탈과 고난의 역사를 가진 곳이었다는 걸 유시민 작가와 황교익은 확인시켜줬다. 거상 김만덕의 위대한 기부 이야기 속에는 태풍과 기근과 가뭄으로 척박한 삶을 살아내야 했던 제주도민들의 아픔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유시민은 조선시대에 제주도에서 “귤은 재앙덩어리”였다고 했다. 귤이니 말총 같은 진상품을 수탈해가는 곳이었기 때문에 귤나무 하나하나가 관리대상이었고 만일 귤 하나라도 사라지면 물어내거나 경을 치르는 일이 일상이었다는 것. 결국 살기 어려워진 도민들이 육지로 떠나기 시작하자 이주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그들을 고립시키기도 했다. 유시민은 제주도를 “유배, 소외, 차단, 억압, 고립”의 지역이었다고 정리했다.

<알쓸신잡2>가 들려준 제주도의 역사는 우리가 주마간산식으로 봐왔던 제주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전해주었다. <알쓸신잡2>는 이런 이야기를 전하는 말미에 루시드 폴의 ‘4월의 춤’을 배경음악으로 깔아주며 출연자들이 그 날 지나왔던 제주 곳곳의 풍광들을 담담히 영상으로 편집해 보여줬다. 만일 이런 아픈 역사의 이야기를 모르고 봤다면 그저 예쁘게만 보였을 그 풍광들이 새로운 느낌으로 전해졌다. 슬픔과 아픔이 더해져 더 아름다운 그런 느낌. 루시드 폴의 ‘4월의 춤’의 첫 구절이 새삼 달리 들린다. ‘바다는 아무 말 없이 섬의 눈물을 모아 바위에 기대 몸을 흔들며 파도로 흐느낀다지.’(사진:tvN)

‘효리네 민박’ 효리·지은·상순, 서로 힐링이 된다는 건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와 이지은(아이유)이 새벽 요가를 함께 가는 길, 집착하는 게 무어냐는 이효리의 질문에 이지은은 의외의 답변을 한다. “평정심에 집착한다”는 것. 그녀는 자신이 “들떴다는 느낌이 스스로 들면 기분이 안좋다”고 했다. 평정심을 잃은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란다. 그러자 이효리는 거꾸로 “너무 슬펐다 너무 기뻤다 하는 것이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쨌든 너나 나나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평정심에 집착하는 것이나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나 사실 마찬가지라는 것.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성향은 완전히 반대지만 고민은 같다는 결론에 이른 두 사람은 자신들의 바람에 대해 털어놨다. 이지은은 그 감정 절제를 이제는 좀 놓고 “더 많이 웃고 많이 울고 싶다”고 했고, 이효리는 정반대로 “덜 웃고 덜 울고... 기복을 줄이고 싶다”고 했다. 고민을 나누는 자리, 이효리는 서로 정반대의 모습을 상상하며 깔깔 웃었다. 그러면서 “너랑 나랑 반대 에너지니까 같이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있겠다”며 좋아했다. 서로 조금씩 닮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려고 너랑 나랑 만났나 보다.” 이효리는 이지은과 고민을 나누면서 그들의 만남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했다. “나는 너를 많이 웃기고 울려줄 테니까 너는 나를 항상 Calm Down 시켜줘.” 이효리의 이야기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의 부족함을 어떻게 채워주고 완성해 가는가에 대한 삶의 비의가 담겨 있었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이상순의 평정심에 대한 쪽으로 넘어갔다. 평정심이 없어 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이효리를 늘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순은 이해가 안 될 것이라는 것. 그러면서 이상순은 아마도 “의식의 요가”를 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했다. 몸은 안 움직여도 항상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신혼 때를 떠올리며 이효리는 이상순이 너무 무덤덤하고 이벤트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매일 매일이 이벤트였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이효리와 이지은이 서로 달라 상보적인 관계인 것처럼 이효리와 이상순 역시 그런 관계로서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남한테 궁금한 게 없고,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이지 않고, 나는 효리한테만 잘 하면 되니까...” 이상순이 이지은과 장을 보러갈 때 그녀에게 했다는 이 말 속에는 어떻게 그가 평점심을 유지하는지가 들어있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에게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는 것으로 그는 평온함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과 다르지만 에너지 넘치는 이효리가 그에게는 사랑스러움으로 느껴졌을 게다. 이지은이 이효리에게서 느끼는 ‘멋짐’의 정체가 그러하듯이.

사실 <효리네 민박>은 특별한 이벤트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저 만나고 서로 관계를 맺고 또 헤어지는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여기 있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힐링의 느낌을 갖게 되는 건 왜일까. 그것은 우리가 각자 살아가면서는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삶의 비의들을 이들의 상보적인 관계가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효리와 이지은이 완전히 정반대의 성격을 보이고, 또 부부로서 서로 사랑한다는 것이 눈에 띄게 느껴지지만 이효리와 이상순 또한 다르다. 누가 낫고 누가 못 나고 없이 각자 넘치는 부분이 있는 반면 부족한 면들도 있다. 아마도 혼자였다면 그 부족함이 자신을 짓눌렀을 것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들은 함께 함으로써 서로가 그 부족함을 채워주고 오히려 자신에게는 없지만 타인에게는 있는 그 과도함을 매력으로서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조금씩 닮아가고 닮기를 원한다. 

<효리네 민박>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 집에 왔다가 돌아가며 잔상을 남긴다. 모두가 떠나갔을 때 그 빈자리에 여전히 그들의 흔적들이 남아 가슴에 어른거린다. 그것은 아마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들이 서로에게 결코 작지 않은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뜻이고, 그것이 우리의 삶을 차츰 충만하게 채워가고 있다는 뜻일 게다. 이효리와 이지은 그리고 이상순을 보기만 해도 어떤 힐링을 갖게 되는 건, 그네들의 서로를 채워주는 관계가 우리들이 사는 삶의 비의라는 걸 부지불식간에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비긴 어게인’이 보여준 음악을 듣는 새로운 방법

<슈퍼스타K>의 성공 이후, 우리의 음악 프로그램들은 거의 대부분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스토리텔링을 반복해왔다. <프로듀스101>이나 <쇼미더머니> 같은 프로그램들은 그나마 아이돌, 힙합 같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그 명맥을 잇고 있지만, 대부분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그 수명을 거의 다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이 무슨 죄가 있으랴. 음악 프로그램이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찾지 않은 것이 죄라면 죄일 뿐. 

'비긴어게인(사진출처:JTBC)'

JTBC <비긴 어게인>은 그런 점에서 이러한 오디션 형식이 아닌 여행과 버스킹이라는 형식 속에 음악을 담아내려 한 시도가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이런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과거 MBC <나는 가수다>가 성공을 거둔 후 임재범을 주인공으로 시도했던 <바람에 실려> 같은 음악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미국을 여행하며 즉석에서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하고, 또 간이 콘서트를 열기도 했던 그 프로그램은 당시 오디션 전성시대에 만들어진 새로운 스토리텔링 기법의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비긴 어게인>은 제목에 담긴 것처럼 존 카니 감독의 음악 영화들의 스토리텔링을 음악 프로그램으로 가져왔다. 영화 <원스>의 배경이 됐던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소라, 윤도현, 유희열 그리고 노홍철이 날아가 그 영화 속 버스킹이 등장했던 그 곳에서 버스킹을 한다는 것이 콘셉트다. 영화라는 원천적인 스토리의 밑그림이 있고, 그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던 명곡들을 유희열의 반주와 함께 이소라와 윤도현이 부른다는 그것만으로도 사실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마력 같은 힘이 집중되는 건 역시 이소라다. <나는 가수다>의 첫 방송 때 ‘바람이 분다’를 불러 단 몇 초만에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던 가수가 아닌가. <비긴 어게인>에서도 이소라가 노래를 부르는 그 대목에서는 알 수 없는 힘이 그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에 집중하게 만든다. 크게 부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읊조리는 것처럼 조곤조곤 부르는 그 목소리는 마치 쉽게 깨질 것 같은 유리병 같아서 듣는 이들조차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듣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에 얹어지는 것이 어떤 스토리의 진정성이다. 이미 <원스>를 봤던 많은 관객들이 그 감동의 원천이 바로 거기 등장하는 이들의 진정성을 통해서였다는 걸 확인했듯이, <비긴 어게인> 역시 음악인들이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교감을 가지려는 그 진정성이 발견된다. 버스킹이라는 소재 자체가 그것을 그렇게 만든다. 길거리, 모르는 낯선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만들고 노래를 듣게 하며 그 노래에 심지어 감동을 하게 만드는 그 마법 같은 순간이 그 버스킹이라는 행위 속에는 자연스럽게 얹어진다. 

무엇보다 외국에서 우리네 가수들이 버스킹을 한다는 설정은 저 <윤식당>에서 윤여정이 만들어 내놓은 음식을 외국인들이 어떻게 먹는가를 바라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하다. 국적이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음식처럼 음악도 사람과 사람을 공감시키는 그 힘을 발휘할 것인가. 윤도현의 긴장감 속에는 그래서 어떤 기대감이 뒤섞인다.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 역시 똑같이 느껴질 정도로. 

<비긴 어게인>에서 이소라는 더블린의 숙소에서 연습 삼아 ‘바람이 분다’를 불렀다. 그녀는 완벽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노래를 평가했지만 거기 함께 연주한 유희열이나 노래를 듣는 노홍철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그 노래에 깊게 빠져들었다. 더블린, <원스>, 버스킹 그리고 진심으로 마음을 얹어 부르는 노래. 이 새로운 스토리텔링 속에서 그녀의 노래가 어떤 힐링으로 다가온 이유다.

‘무도’로 돌아온 이효리, 보기만 해도 힐링 됐던 까닭

이효리가 돌아왔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으로는 3년 만이지만 사실 대중들이 느끼는 체감은 더 길다. 물론 본격적인 활동을 하지는 않았어도 그녀의 제주에서의 삶이나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들로 그녀가 그리 멀리 떠나 있다고 느끼는 대중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말만 해도 촛불집회에 전인권, 이승환과 함께 ‘길가에 버려지다’를 불러 대중들의 입가에서 맴돌던 이효리가 아니었던가. 너무 멀리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항상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닌 그 자리에 있어서일 게다. 이효리가 복귀하기까지 기간이 길게 느껴지고 또 그만큼 반가운 까닭은.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에서 이효리는 스스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과거에 보였던 독보적인 예능감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것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워졌다고 해야 할까. 솔직함이야 예나 지금이나 그녀가 가진 매력의 원천이지만, 어떤 무거움을 조금은 내려놓고 편안해졌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이효리가 만나는 그 광경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멤버들은 그녀의 강한 캐릭터 앞에 주눅 드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고 이효리 역시 특유의 시원시원한 모습으로 그 웃음에 호응했다. 하지만 한 가지 달랐던 점은 줄곧 예전처럼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모습을 보이며 합장을 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장면을 보여줬던 점이다.

물론 그런 장면 역시 간간히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튀어나오는 욱하는 모습으로 인해 웃음이 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진정으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요가 동작을 통해서도 드러나는 일이었다. 요가가 그저 몸의 유연성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이라며, 아픔을 피하지 않고 견딤으로써 그것을 넘어서는 과정으로서 요가를 설명했다. 

그녀의 진심이 가장 느껴진 대목은 “천천히 내려가는 것도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말한 부분이었다. 톱스타로서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걸 접고 사라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그렇게 내려오는 과정들을 하나하나 겪는 것이 진짜 어려운 일이라는 것. 과거에도 또 현재도 여전히 톱스타의 위치에 있는 그녀지만 이제 내려가는 일을 선선히 받아들인다는 그 말은 아마도 누구나 나이 들어가는 우리들 모두를 공감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효리는 스스로도 그걸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실은 “잊혀질까봐 무서웠다”고 말하기도 했고, 때론 욱하는 옛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웃음을 주기도 했다. 그만큼 모든 걸 내려놓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다만 그녀는 그것을 지향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 이런 부분은 득도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더 현실감 있게 우리를 공감시키는 면이 있었다. 

이효리는 나이 들었고 또 나이 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웃을 때 눈가의 잔주름도 보이지만, 그런 것들이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나이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기보다는 순순히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사실 빵빵 터지는 예능감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그녀가 <무한도전>에서 시청자들에게 전한 진짜 선물은 그렇게 자연스레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 그녀 자신이었다. 그것이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힐링을 받는 느낌의 이유였다.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 걸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걸 인정하는 데서 오는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 그런 그녀의 모습은 그 어떤 젊은 연예인에게보다도 오히려 찬란하다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을까.

<팬텀싱어>, 하모니를 오디션의 동력으로 삼은 까닭

 

음악의 본질이 본래 심금을 울리는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하는 것이라면, JTBC <팬텀싱어>는 그 음악의 본질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미안한 이야기지만 케이윌이 부른 꽃이 핀다라는 노래가 이토록 마음을 파고드는 노래라는 건 손태진과 김현수의 화음을 통해서였다. 평범해 보이지만 듣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손태진의 목소리가 조용히 관객들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었다면 김현수는 그 위에 제목 그대로 꽃을 피웠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노래가 사람을 울릴 수 있다는 건 단지 그 노래가 자체가 슬퍼서가 아니다. 실제로 이들의 노래를 들은 김문정 심사위원은 아름다워서눈물 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감정과 마음과 생각이 노래를 통해 하나로 어우러지고 그 순간 모두가 그 속에서 같은 감정 속에 하나가 되는 기적 같은 순간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이 오디션에 출연한 이들이 노래에 있어서는 저마다 한 자락씩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지만, 그런 기적 같은 순간은 가창력만으로 만들어지는 일은 아니다.

 

<히든싱어>에 김경호의 모창으로 등장해 화제가 됐던 인물 곽동현은 <팬텀싱어>의 첫 무대에서 티삼스의 매일 매일 기다려를 불렀다. 물론 엄청난 록 스피릿과 자유자재의 고음을 드러내준 무대였지만 그것이 굉장한 감동을 선사했다고 보긴 어렵다. 심사위원들도 그래서 노래 잘 하는 사람 뽑는 게 아니라며 선을 그으려 했지만 그에게 기회를 준 건 노래를 통해 그가 어떤 성장을 보일 것인가를 궁금해하는 손혜수 심사위원 덕분이었다.

 

그런 마음이 전해지기라도 했던 걸까. 곽동현은 성악가 이동신과 무대를 준비하며 자신을 뛰어넘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준비 끝에 그와 이동신이 무대에서 부른 카루소는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매일 매일 기다려가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뭘 모르는 아이처럼 불렀던 노래라면, ‘카루소는 완벽히 절제되어 성숙된 목소리가 부르는 노래였다. 김경호 모창가수라고 불리던 그의 딱지가 떨어져 나가는 순간이었다.

 

연극인으로서 독학으로 노래를 배운 이벼리는 첫 무대에서 달의 노래를 부르며 심사위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저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을 듬뿍 담아 마치 그 노래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부르는 노래. 하지만 이벼리가 천재적인 카운터테너 이준환군과 함께 부른 동요 어느 봄날은 그 개인적인 기량보다 두 사람이 서로 맞춰나가는 그 화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말문을 잇지 못하고 노래에 빠져드는 관객들이 느꼈을 기적 같은 감흥이라니.

 

윤소호와 박정훈이 부른 참 예뻐요는 뮤지컬 <빨래>의 한 대목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한 여성을 향해 부르는 세레나데. 굉장한 고음을 보여주거나 혹은 가창력을 드러내는 구석이 별로 없는 이 노래는 그러나 노래가 담고 있는 진정성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그 노래에서는 사랑과 아픔과 기쁨과 슬픔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느껴졌다. 뮤지컬계에서 주목받는 윤소호는 이 노래를 그 상황에 몰입하려 애쓰며 불렀다고 했다.

 

<팬텀싱어>가 남성 4중창단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을 때부터 아마도 이 프로그램은 진정한 힐링 오디션의 길을 예고했을 것이다. 개인적인 기량이나 개성을 마구 끄집어내 뽐내기보다는 상대방의 목소리와 맞춰나가는 것. 그 과정에 더 집중하게 된 오디션이니 말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화음을 내기가 곤란한 조합에서 우리는 더더욱 기적 같은 무대들을 경험하게 됐다. 안될 것 같았던 화음이 들리기 시작하는 순간이 주는 감동이 주는 힐링의 경험.

 

형식적으로도 <팬텀싱어>는 성숙되어가는 면면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힐링의 순간을 제공한다. 즉 처음에는 홀로 나와 독창하던 그들이 서로서로 만나 듀엣을 이루고 그 다음에는 트리오를 그리고 마지막에는 궁극적인 목표인 4중창을 하게 되는 그 과정은 조화를 차츰 이뤄가는 그 성숙의 과정과 다름이 아니다. 여타의 오디션들이 자극적인 경쟁과 자신의 끼를 드러내는 것을 하나의 덕목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그림. 경쟁과 개인적 기량이 아닌 함께 이뤄가는 어떤 과정이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을 주기 마련이니.

<낭만닥터>, 거대병원과 돌담병원의 대결구도가 말하는 것

 

복수하려면 저들보다 나은 사람이 되라.”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돈 없고 빽 없어 아버지의 죽음을 맞게 된 어린 강동주(윤찬영)에게 다가와 남긴 김사부(한석규)의 그 말 한 마디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결국 이 드라마는 한 편의 복수극이라는 것. 하지만 그 복수극이 여타의 복수극들과는 사뭇 다르리라는 것.

 

'낭만닥터 김사부(사진출처:SBS)'

이 예감을 보다 확실하게 만드는 건 이 드라마가 그려내고 있는 거대병원과 돌담병원이라는 대결구도다. 어찌된 일인지 거대병원에서 예사롭지 않은 실력을 가진 외과의였던 김사부는 산 속에 위치해 환자들이 전혀 찾아올 것 같지 않은 돌담병원의 외과과장으로 지내고 있다. 그리고 프로포즈를 받는 날 난 사고로 남자가 죽고 상심한 윤서정(서현진)이 등산을 하다 낙상해 손을 다친 채 이 병원에서 살아가고, 어떻게든 기회를 잡아보려 무리하게 VIP 수술을 하다 사망한 환자 때문에 좌천하게 된 강동주(유연석)가 이 병원으로 온다. 결국 이 구도는 거대병원에서 어떤 사정들로 인해 밀려나게 된 인물들이 돌담병원을 통해 무언가를 이룬다는 이야기의 전제처럼 보인다.

 

거대병원과 돌담병원. 이 대결구도는 그래서 이 작품이 리얼리티를 추구한다기보다는 한 편의 우화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는 걸 잘 말해준다. 물론 김사부를 중심으로 어린 강동주와 청년이 된 강동주가 인연을 이어 돌담병원에서 다시 만나고, 또 산에서 낙상한 윤서정을 하필이면 김사부가 발견해 돌담병원에서 치료해주고 함께 지내게 되는 이야기에 개연성 부족을 지적하는 건 타당한 일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개연성보다는 이 구도가 가진 우화적 메시지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대결구도는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고 구축된 것일까. 이미 강동주가 겪음으로써 알게 된 것들이지만, 그는 현실이 실력보다는 스펙이나 집안 같은 관계에 의해 다른 대우를 받는 차별의 시대라는 걸 드러내는 인물이다. 제 아무리 수석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는 집안 좋은 친구에게 늘 밀리게 되는 현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런 부조리한 시스템 속에서도 성공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 집안에서 태어나지 못했을 바에는 차라리 힘 좋은 VIP와 친분을 쌓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래서 무리하게 시도한 수술에서 그는 실패해 좌천하게 되지만.

 

거대병원이 권력과 성공을 지향하고 그 시스템은 실력이 아닌 스펙과 집안 같은 태생이 무엇이냐는 것에 의해 굴러간다면, 돌담병원은 그런 권력이나 성공 따위는 그다지 중요해보이지 않고 오로지 환자를 살린다는 목적이 중요하며 나아가 실력만이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곳이다. 그래서 김사부라는 캐릭터는 권력과 성공 같은 욕망이 아닌 의사의 본질적인 직업적 소명이라고 할 수 있는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는 의사로 상징되는 인물이다. 그의 밑에서 진정한 의사의 길을 배워나가는 강동주와, 트라우마를 극복해내는 윤서정의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중요한 스토리다.

 

돌담병원 같은 우화적인 공간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역시 우화적인 인물들을 이 드라마가 굳이 구축해 보여주는 이유는 그것이 거대병원 같은 현실의 부조리한 시스템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다. 어딘지 성공지향적인 과거의 시스템에 머물러 있으며, 생명보다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굴러가는 거대병원은 어쩌면 우리네 현실의 축소판 같은 뉘앙스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시스템을 벗어나 온전히 생명으로서의 인간에 집중하는 돌담병원의 휴머니티는 그 자체로 비판적 우화의 틀을 만들어낸다.

 

김사부에게 어떤 힐링과 위로를 기대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는 부조리하고 비뚤어진 욕망의 시대에 김사부가 전하는 휴머니즘이 만만찮은 의미를 던져줄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실력 있는 그들이 저 산골로 좌천되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우화가 가진 웃픈 현실의 단면을 읽어낼 수 있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복수하려면 저들보다 나은 사람이 되라.”는 말은 단순한 복수를 뜻한다기보다는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복수라는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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