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777’, 돈과 성공 판타지로 만들어진 힙합씬

이번 Mnet <쇼미더머니777>에는 이전 시즌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들이 보인다. 그 첫 번째는 갈수록 점점 지원자가 늘고 있는 1차 예선전의 장관을 모두 삭제해버렸다는 점이다. 별거 아니라고 여겨질 수 있겠지만 사실 방송 제작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선택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껏 <쇼미더머니>에서 항상 처음 시선을 끌었던 건 바로 이 1차 예선전이 연출하는 장관과, 거기서 늘 존재하기 마련인 특이한 출연자들을 통한 이슈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슈들 중에는 힙합에서 늘 논쟁이 되던 이른바 ‘힙합 아이돌’과 언더그라운드 사이에서 가중되던 ‘진정성 논란’ 같은 뜨거운 것들도 있었다. 

게다가 1차 예선전에 몰리는 참가자들이 만들어내는 장관은 <쇼미더머니>가 명실공히 국내 힙합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오디션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보여준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것을 들어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이제 더 이상 그런 왁자지껄한 연출이 불필요하다는 자신감이다. 우선 화제가 필요했던 시기를 지나온 건 이미 오래고, 많은 진정성 논란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국내 힙합에서 <쇼미더머니>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니 1차 예선전의 세 과시는 이제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쇼미더머니>는 시즌7까지 오면서 국내에서 힙합을 하는 거의 모든 이들(물론 아직도 바깥에 존재하는 이들이 있지만)을 그 장으로 끌어들였다. 이를테면 LA에서 한인 힙합을 이끈 수장으로 이번 시즌 참가에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루피는 <쇼미더머니>에 출연하는 래퍼들을 정조준 해 비난했던 인물이었다. 스윙스가 그에게 “마음을 바꾼 계기”가 궁금하다며 루피가 했던 그 비난의 표현들을 반복적으로 끄집어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루피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 들어가서 저만의 길을 가려고 노력을 해봤고 많은 시행착오와 고민 후에 이런 결심을 내리게 됐다. 사실 굉장히 긴장된다. 긴장감을 이겨내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는 참가자들에게 리스펙이 생기는 것 같다.” 이 얘기는 무얼 말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루피가 쿨하게 드러낸 참가의 속내는 ‘돈’이었다. 그는 돈을 벌고 싶어서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언제부턴가 힙합과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쇼미더머니>는 그걸 촉발시킨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많은 아티스트들이 그 짧은 오디션 기간을 거쳐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었다. 그리고 그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부를 과시했다.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장신구들과 화려한 스포츠카가 그들의 후광을 만들었다. 

힙합과 돈 혹은 성공의 관계는 본토에서 도저히 성장의 사다리를 탈 수 없는 시스템 속에 갇힌 흑인들이 실제로 그 가난한 삶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로서 힙합이 인식되었기 때문에 박수 받는 성공사례로 공감되는 면이 있었다. 그렇다면 국내의 힙합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일까. ‘국힙’이라고도 불리는 국내의 힙합은 그 태동 자체가 중산층 이상의 부유한 환경이 전제되어야 먼저 접할 수 있는 장르였다. 그러니 부의 과시는 가난을 뛰어넘기 위한 기회의 의미라기보다는 물질적 욕망의 의미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쇼미더머니777>은 본래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 시즌1부터 말해주었던 것처럼, 힙합과 돈의 상관관계를 더더욱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이전 시즌과 달라진 더 중요한 특징은 이전까지는 그래도 힙합의 진정성이니, 스웨그니 하며 살짝 뒤로 밀쳐 두었던(그렇다고 그게 주가 아니라는 건 아니다) ‘돈과 성공’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이 첫 선을 보이는 래퍼 평가전에 들어간 ‘파이트머니’ 시스템이 그것이다. 

이제 참가자들은 무대에 나와 실력을 보이고 프로듀서들은 그 참가자에게 최대 500만원까지 배팅을 할 수 있다. 물론 프로듀서가 배팅을 해도 참가자가 후에 그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건 도박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게 프로듀서들이 배팅한 금액의 합계가 그 참가자의 가치를 평가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물론 <쇼미더머니777>은 1차 예선전 따위는 편집해버리고, 그 많던 논란을 통한 이슈메이킹도 모두 지워버릴 만큼 실력자들이 넘쳐났다. 이미 힙합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스내키 챈이나 슈퍼비 같은 인물은 물론이고, 해외파로서의 루피와 나플라, 우승후보로 나플라와 나란히 거론되며 경쟁구도를 만들고 있는 키드 밀리, 독특한 색깔을 가진 PH-1이나 본원적인 힙합의 색깔을 거의 화석처럼 그대로 갖고 있는 듯한 차붐은 물론이고, 15살이라는 나이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 무서운 힙합 영재 디아크 등등, 그 출연한 무대만으로도 꽉 차는 실력자들이 가득했다. 2시간 가까이 방영되는 그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보게 할 만큼 놀라운.

그래서일까. 그 즐거운 몰입감이 깊어질수록 남는 씁쓸함도 적지 않다. 논란을 통한 이슈들이 거의 사라졌고 실력자들은 넘쳐나는 <쇼미더머니777>이지만, 시즌 7을 ‘777’로 바꿔 넣어 도박의 잭팟의 의미를 강조해 넣은 건 자본의 힘이 압도하는 국내 힙합의 세계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는 신정수 국장은 래퍼들이 말하는 돈의 의미에 대해 “돈 앞에 굴복하지 말고, 돈으로 재능을 살려는 사람들한테 굴복하지 않고 나는 돈을 벌었다고 자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배팅시스템은 “현재 가장 핫한 1등을 하고 있는 래퍼가 누구인지를 돈이라는 장치로 예능적 재미를 제공하는 것이지 도박적으로 한탕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이 그 시스템을 통해 부지불식간에 전하고 있는 메시지가 돈의 가격으로 매겨지는 힙합 아티스트들의 수직 계열화라는 점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게 자극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재미 이면에 놓여진 자본의 미소가 꽤나 씁쓸하게 다가온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에 얼굴에 핑크빛 복면을 쓰고 참가했다 떨어지게 된 마미손은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힙합의 본질을 드러내는 장면처럼 보였다. 이미 성공한 래퍼가 복면까지 쓰고 도전한 후 탈락하는 그 과정은 오히려 전혀 돈과는 상관없는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777>은 그런 점에서 보면 그다지 지역을 근거로 둔 힙합씬이 별로 없는 국내에서, 돈과 성공판타지로 만들어진 하나의 거대한 방송 힙합씬이 되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사진:Mnet)

"잘 사는 게 복수여".. '변산' 이준익 감독이 던진 메시지

이준익 감독의 신작 영화 <변산>은 ‘청춘 3부작’으로 불린다. 최근 이준익 감독이 만든 <동주>, <박열>에 이은 청춘의 초상을 담은 작품이란 의미에서다. 실로 <변산>에서 ‘심뻑’으로 불리는 래퍼 학수(박정민)의 낮게 읊조리다 점점 고조되고 나중에는 폭발하는 랩을 듣다보면 그 청춘의 단상이 녹아난 가사에 ‘마음으로부터 뻑이 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저 자신의 일상을 일기를 쓰듯 꾹꾹 눌러써서 만들어낸 가사지만, 그 안에는 이들이 겪는 상처와 그럼에도 넘어지기보다는 한바탕 욕이라도 해대는 그 마음의 절절함 같은 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작품을 두고 ‘청춘 3부작’이라고 지칭하는 말에 이의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변산>은 이준익 감독 영화 중 또 다른 특징으로 보이는 ‘음악’을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음악 연작’이라 불러도 좋을 법하다. <라디오스타>가 노브레인 이성우를 출연시켜 인디 록 장르를 껴안았고, <즐거운 인생>이 락밴드 활화산으로 다시금 밴드 활동을 하는 아저씨들을 통해 밴드 음악을 담으려 했다면, <님은 먼곳에>는 베트남 전쟁에 남편을 찾아 떠난 순이가 위문공연단의 보컬이 되어 노래하는 장면을 통해 신중현의 이 명곡을 담았다. <변산>은 청춘의 이야기를 힙합 랩 가사에 담고 있다. 

한때 주먹으로 유명했고 도박에 빠져 인생을 탕진해버린 아버지 때문에 평생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 학수가 변산인 고향을 등지고 자신은 ‘서울사람’이라고 고집하며 살아가는 데는 그런 아픈 과거사가 있다. 하지만 <쇼미더머니>에 6년 간이나 지원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신 학수는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전화 한 통을 받고 고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고향은 여전히 떠나고만 싶은 지긋지긋한 곳이지만 고교시절부터 그를 짝사랑해왔던 선미(김고은)와, 그가 좋아했던 미경(신현빈) 그리고 어렸을 때는 자신이 그토록 괴롭혔지만 지금은 잘나가는 조폭이 된 용대(고준)를 만나면서 그는 과거와 다시 마주하게 된다. 

고향 마을이 주는 느낌은 그가 고교시절 끄적여 두었던 ‘폐항’이라는 시의 두 줄 싯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 밖에 없네.’ 흑역사로 지워버리고픈 고향은 그래서 어쩌면 청춘들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닮아있다. 가난하고 힘들어도 허세를 스웨그 삼아 살아가는 청춘들. 

그런데 영화는 그 청춘들과 폐항으로 치부되는 고향을 다독여준다. ‘보여줄 건 노을 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 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이야기한다. 어머니의 무덤가에 앉아 지는 노을을 바라보던 학수를 어느 날 귀갓길에 보게 된 선미는 그에게 빠져들고 노을에 빠져든다. 그래서 ‘노을마니아’가 되었고 그건 선미에게 또 다른 삶의 희망이 되어준다. 

처음 고향에 내려왔던 학수가 본 친구들은 그리 멋지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과 잘 어우러지지 않던 학수는 점점 그들과 가까워지고 힙합을 하고 있어 쓰지 않으려던 사투리를 조금씩 쓰기 시작한다. 영화는 처음 서울에서 만났던 촌스러워 보였던 고향 친구들이 차츰 저마다 정이 넘치는 인물들이라는 걸 보여준다. 영화 후반부에 가면 그 친구들 대부분이 그 어떤 청춘들보다 빛나는 존재라는 걸 느끼게 된다. 하다못해 조폭이 된 친구마저.

“값나가게 살진 못해도 후지게 살지는 말어.” 아마도 선미가 하는 이 말이 힘겨운 청춘들에게 또래 친구들이 던지는 메시지라면, 아버지가 학수에게 하는 “잘 사는 게 복수여”라는 말은 기성세대가 청춘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때론 너무나 화가 나 스스로를 파괴하는 삶을 선택하기도 하는 청춘들에게 진짜 복수는 ‘잘 사는 것’이라 말해주는 것. 

무엇보다 이토록 진짜 래퍼처럼 랩을 하기 위해 노력했을 배우 박정민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변산>은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그의 랩을 듣다보면 웃다가 울다가 뭉클해지게 된다. 또 구성진 사투리로 따뜻함을 선사하며 때론 빵빵 터트리는 김고은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준익 감독의 색깔이 늘 그렇듯이, 영화관을 나올 때면 뜨거워진 가슴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다.(사진:영화'변산')

‘건반 위의 하이에나’, 음악 이젠 만드는 과정이 궁금하다

싱어 송 라이터들은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어낼까. 어쩌면 KBS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 <건반 위의 하이에나>는 이런 질문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 질문이 가진 효용가치는 생각보다 크다. 그건 제작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그런 과정을 거쳐 나온 음악에 대한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늘 결과물로만 접했던 음악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다. 

'건반 위의 하이에나(사진출처:KBS)'

그런데 제작과정이 싱어 송 라이터들마다 다 다르다. 특히 양분되는 건 이른바 20세기 소년들이었던 윤종신과 정재형의 제작방식과 21세기 소년들인 그레이와 후이의 제작방식이다. 윤종신과 정재형은 물론 디지털 피아노를 활용하긴 하지만 그래도 창작에 있어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반면, 그레이와 후이는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디지털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랜드 피아노를 치며 작곡하는 정재형의 작업 풍경과 비트를 먼저 쪼개 넣고 그 위에 멜로디를 얹어 뚝딱 만들어내는 그레이의 방식은 그래서 음악 작업 환경이 최근 몇 년 간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보여준다. 어떤 것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저마다의 방식이 갖고 있는 장점은 분명이 있다. 정재형의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만들어진 곡들이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면, 그레이의 디지털 방식으로 나온 곡은 훨씬 트렌디하다. 

음악적 영감을 얻기 위해 활용하는 다양한 방식들에서도 흥미로운 차이점을 보인다. 윤종신은 곡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인생작이라는 영화 <길>을 보며 그 감성적인 영감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정재형은 곡을 완성하기 위해 양양으로 가 서핑에 몸을 얹으며 영감을 받는다. 반면 그레이는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영감을 받고, 후이는 사진을 들여다보며 그 장면이 주는 느낌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래서 이런 저마다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곡들은 그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 정재형의 곡이 아날로그적 피아노의 우아함을 담아 세련된 발라드의 느낌이 얹어졌다면, 그레이의 곡은 어딘지 힘을 쭉 뺐지만 세련된 힙합의 맛이 물씬 묻어난다. 후이의 곡이 아이돌 특유의 다이내믹함을 매력으로 갖고 있다면 윤종신의 곡은 1990년대 정서가 물씬 풍겨나는 찌질한 남성의 감성이 담긴다. 

사실 많은 음악예능들이 지겹게 느껴지는 건 그 프로그램의 형식과 구성이 이미 시청자들의 눈에 익어서다. 대충 우리는 그 구성들이 어떤 방식으로 음악에 스토리를 구성할 것인지를 알고 있다. 그러니 거의 오디션의 틀을 반복하는 음악예능이 제 아무리 맛있는 상을 차려내도 물릴 수밖에.

하지만 음악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제작과정을 좀 더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일은 기존의 음악예능들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그것은 노래가 새로워서가 아니라 노래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새롭게 해주기 때문에 생겨나는 재미다. 

너무 많은 음원들이 쏟아져 나와서 그런지 우리들의 귀를 스쳐가는 노래들은 그렇게 나왔다 사라지기 일쑤다. 그 음원들에 특별한 애착이 없다면 아무리 좋아도 귀에 달라붙지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는 너무 많은 아이돌들이 쏟아져 나와도 애착 없이 바라보면 시큰둥해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프로듀스101>처럼 아예 그들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을 봐야 비로소 달리 보이게 되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건반 위의 하이에나>는 그런 점에서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시청자들을 동참하게 해 그 음악에도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역사와 힙합의 콜라보, <무도>의 역대급 도전

 

역시 고수는 고수다. 이 어려운 시국에 이런 도전을 기획으로 내놓는다는 건 역시 <무한도전>이 아니면 그 누가 할 수 있을까. 역사와 힙합의 콜라보는 그 의미와 재미에 있어서 역대급이었다. 역사 교육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현재가 아닌가. 그러니 역사를 다시 배운다는 의미만으로도 이 도전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여기에 힙합이 일종의 교육적 도구로서 활용된 건 신의 한 수였다. 힙합 장르의 특성상 가사를 통한 메시지 전달이 용이하고, 또 무엇보다 올바른 역사 교육과 인식이 상대적으로 더 요구되는 젊은 세대들을 자연스럽게 끌어안을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힙합이 또한 갖고 있는 저항정신은 역사를 통한 현실 인식을 가능하게 하리라는 점이 주효했다.

 

개코와 광희 그리고 오혁이 피처링한 당신의 밤같은 곡은 윤동주 시인의 삶에 빗대 현재의 우리들을 되돌아보는 가사를 담고 있었다. 유독 부끄러움이 많았던 시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개코는 자신의 부끄러운 머뭇거림과 두려움을 털어놨다. ‘비판이나 비아냥이 싫어 머뭇거리던 입가 뒤돌아 걸어가는 시대 뒤에 고개 숙인 내가 밉다같은 가사나 오늘 밤은 어둡기에 당신이 쓴 시가 별이 돼. 광장 위를 비추는 빛이 돼.’ 같은 가사는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우리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힙합을 통해 역사의 한 자락을 소환해와 현재를 이야기하는 가사들.

 

이는 또한 세종대왕의 삶을 통해 현재를 이야기한 지코와 정준하 그리고 넬의 김종완이 피처링한 지칠 때면이란 곡에서도 그대로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시력을 포기하며 모두 눈 뜨게 했어. 난 글도 읽을 줄 알면서도 보지 못 했어. 눈앞에 놓인 현실을 말이야.” 같은 가사는 역사를 등한시해왔던 우리를 반성하게 했고, “명령보단 대화를, 회피 대신에 책임을... 통치가 아닌 보살핌을같은 가사들은 세종대왕과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현재의 국정운영을 꼬집었다.

 

<무한도전>의 이번 위대한 유산특집이 역대급이라 여겨지는 대목은 그것이 예능적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안겨주면서도 동시에 역사 교육과 현실 인식 그리고 힙합이라는 장르까지도 끌어안은 종합 예술의 성격을 띠었다는 점 때문이다. 무대 하나하나는 그래서 숙연함을 느낄 만큼 진지함을 담고 있었지만 또한 힙합 특유의 흥이 넘쳐흘렀고 그러면서도 같은 시간 광화문 광장에 모여 있는 대중들의 간절한 마음까지 어루만지고 있었다.

 

어려운 시국을 맞아 예능 프로그램들은 저마다 날선 풍자들을 쏟아내 놓고 있다. <개그콘서트>가 그렇고 <SNL코리아>가 그러하며 또한 <웃찾사>가 그랬다. 하지만 여러 모로 <무한도전>이 이번 내놓은 위대한 유산만큼 이 시국을 정조준하면서도 예능적으로 완성도 높은 성취를 보여준 아이템이 있었을까.

 

2016년의 마지막 날, <무한도전>이 쏘아 올린 이 도전은 그래서 현 시국에 지친 많은 분들을 위로하고, 또 실망과 좌절을 느끼는 분들에게는 역사적 영웅들을 소환해옴으로써 다시금 자긍심을 불어넣어주는 계기가 되면서도 또한 현실에 대한 냉엄한 비판까지 담고 있었다. 역시 어려운 시국일수록 더욱 빛나는 고수다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세종부터 윤동주까지, <무도> 역사로 현재를 경고하다

 

세종대왕, 위안부, 성웅 이순신, 유관순 열사, 윤동주 시인... <무한도전>이 힙합과의 콜라보를 위해 꺼내든 역사는 그 하나하나가 현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사실들이었다. 그것은 굳이 현재의 시국 상황을 꺼내놓고 직접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단지 그 역사를 끄집어내는 것만으로도 그 어떤 비판보다 준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역사의 평가가 현재의 국정농단 사태에 내리는 철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본격적인 곡 작업에 들어가기 전 출연자들이 모여 들은 설민석 강사의 강의는 그 메시지가 명확했다. 설민석 스스로 말했듯 나라가 어려울 때 나라를 지킨 건 백성이라는 게 이 강의의 중심주제였다. 본래 역사란 현재에서 선택되는 순간 그 자체로 현재적 의미를 갖기 마련이다.

 

설민석이 중심 주제를 그렇게 잡은 것도, 또 그래서 현재로 세종대왕의 애민사상과 임진왜란에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 이순신 장군, 독도가 우리 땅임을 천명하기 위해 천민이지만 홀로 나섰던 안용복 선생님, 일제강점기에 기꺼이 나라를 위해 초개같이 목숨을 버린 윤봉길 의사, 유관순 열사, 나라 잃고 이름마저 잃은 세상에서 한없는 부끄러움을 노래했던 윤동주 시인 그리고 꽃다운 나이에 이역 땅까지 끌려가 지옥 같은 나날을 살고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위안부 소녀들까지 모두가 그저 과거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에 울림을 주는 것들이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고 농사직설 같은 책을 편찬하기 위해 똥지게를 지고 직접 농사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를 지금의 대중들은 어떻게 들을까. 이를 주제로 노래를 만들기 위해 정준하와 지코가 찾은 <뿌리 깊은 나무>의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해주는 세종대왕의 이야기에 지금의 대중들은 어떤 걸 떠올렸을까. 박상연 작가가 지도자들 입장에선 백성이란 존재가 적당히 무식하고 정치에 무관심해야 통제하기가 쉽다.”고 말한 대목에 현재의 국정농단 사태를 비교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영화 <귀향>의 조정래 감독을 양세형과 비와이가 만나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었던 고초를 듣는 그 대목에서 지난해 1228일 한일외교정상회담에서 나온 위안부 합의의 굴욕을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태에 할머니들 역시 거리로 나와 현 국정농단을 규탄하면서 위안부 합의 역시 역사 농단의 하나임을 외치지 않았던가.

 

왕이 도망칠 때 홀로 왜적과 맞서 싸운 성웅 이순신의 이야기는 또 어떤가. 이순신 장군을 노래로 만들기 위해 하하와 송민호가 <명량>의 전철홍 작가를 만나 나누는 이야기들은 저 광화문 광장에서 지금도 우뚝 서서 백성들과 함께 할 그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박명수와 딘딘이 설민석 강사의 강의에 감명 받아 노래로 만들려 하는 독도이야기에서 나라의 관리들이 하지 못한 일을 천민 출신의 안용복 선생이 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또 황광희와 개코가 주제로 잡은 윤동주 시인이 시로써 써나간 당대의 부끄러움이 현재의 부끄러움으로까지 이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실 <무한도전>은 현 시국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없었다. 오직 역사적 사실들을 가져와 이야기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은 그 어떤 준엄한 비판보다 크게 다가왔다. 거기에는 결국 역사가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후대에 평가되어 대대로 이어질 역사가 있다는 것. 그걸 꺼내놓는 것만으로도 <무한도전>은 현재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준엄한 경고를 날렸다.

역사와 힙합, <무한도전>이 현 시국을 꼬집는 방식

 

역시 <무한도전>이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현 시국을 이만큼 <무한도전>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역사와 힙합의 만남. 그 기획 자체가 그렇다. 이 날 방송에 나온 설민석 강사의 첫 마디로 E.H 카의 말을 빌어 얘기한 것처럼, 역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 그러니 하필 이 시국에 <무한도전>이 역사를 소재로 들고 나온 건 그 자체가 현재에 대한 문제제기이자 그 해법을 들여다보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리고 이것을 힙합이라는 장르를 빌어 하겠다는 건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어 누구나 쉽게 사안을 이해할 수 있게 했듯이 누구나 지금의 역사적 문제를 힙합을 통해 익숙하게 하기 위함이다. 물론 힙합이라는 장르가 갖고 있는 사회 비판적 특징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러니 역사와 힙합의 만남은 이 시국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무한도전>의 화답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요즘 뉴스 안 보시는 듯’, ‘상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같은 자막을 통해서 <무한도전>이 아예 이 시국에 대해 작정하고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 역사와 힙합을 소재로 한 위대한 유산특집에서도 이런 자막 센스는 여전히 돋보였다.

 

다이내믹 듀오의 개코가 출연하자 절친인 하하가 계속 칭찬을 해대자, 유재석이 나서서 친한 거 알겠는데 그만 띄워!”라고 일침을 하고 이어진 자막으로 지인 특혜의혹에 추방’, ‘이런 친구는 버리는 게 상책같은 자막도 이 시국에 보면 달리 보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서 우리가 무수히 봤던 그런 부적절한 관계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송민호가 출연해 을 부를 때 아버지!”라고 부르는 대목을 큰엄마’, ‘고모부’, ‘당숙모등으로 계속 요청해 부르자 이러다 사돈의 팔촌까지 다 나올 기세라고 붙여진 자막도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물론 그건 장난스럽게 노래 가사를 갖고 코믹하게 만든 한 대목일 뿐이지만, 최근 최순실 사태를 떠올리는 분들은 점점 그 사안 자체가 최씨 가족사 전체로 번져가는 상황을 떠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역사 강의 도중 정조 이야기가 나올 때 하하와 양세형이 유재석의 완벽함을 찬양하는 목소리를 내자 자막으로 붙은 충성충성충성 MC유님 사랑합니다 충성이란 문구는 다름 아닌 이정현 대표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를 패러디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위대한 유산특집이 보다 본격적으로 현 시국을 담고 있다고 여겨지게 된 건 설민석 강사가 우리네 역사를 짧게 시대별로 풀어낸 강의의 내용 덕분이다. 단군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그 역사를 설민석 강사는 기득권세력의 무능과 방만으로 인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 위기를 넘어선 장본인이 , 돼지 취급 받은 백성들이었다는 걸 그 밑바탕에 깔아두었다.

 

단군을 설명하며 인내와 끈기가 우리네 원천적 힘이라고 말하고, 몽골의 침략 속에서 왕은 강화도로 숨어들어갈 때 우리네 백성들이 그 환란을 이겨내기 위해 팔만대장경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와 임진왜란 때 도성을 버리고 도망친 선조의 이야기가 그렇다. 또 자신의 시력을 버려가면서까지 한글을 만들어 백성들에게 전파하려 한 그 애민사상은 거꾸로 지금의 시국을 그 어떤 목소리보다 강하게 개탄하게 만들었다.

 

12<무한도전>이 방영되는 시간, 광화문 광장은 넘실거리는 촛불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물론 그 광장에 직접 나가지는 않았지만 <무한도전><무한도전>의 방식으로 촛불을 들고 있었다고 보인다. 그건 아마도 광장을 나가지 않았어도 마음만은 광장에 함께 한 많은 분들의 마음과 같지 않았을까.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힙합의 민족', 할매들의 힙합 도전 그 누가 비웃었나

 

힙합과 평균 나이 65세의 할매들(?). 이 낯선 조합이 어떻게 생겨났을까를 떠올려 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흔히 유명한 음식점에서 만나곤 하는 욕쟁이 할머니를 떠올려 보면 단박에 이해가 갈 수 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힙합이 과 가깝다는 얘기는 아니다. 물론 가끔 욕이 가사에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표현일 뿐이다. 게다가 할미넴을 탄생시킬 <힙합의 민족>은 오히려 이런 편견을 깨는 프로그램에 가깝다.

 


'힙합의 민족(사진출처:JTBC)'

다만 막연히 떠올리는 욕 잘 하는 센 할머니들의 이미지가 없었다면 이 기획 자체가 생겨나기 어려웠을 거라는 거다. 가장 나이 많은 맏언니 김영옥은 원조 할미넴으로 이미 유명했고, 배우 이용녀는 외모만 봐도 으스스할 정도로 센 분위기로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무한도전>에서 가끔 등장해 멤버들을 혹독하게 굴리던(?) 에너지의 화신 염마에염정인은 또 어떻고.

 

하지만 항상 단아한 이미지로 남아있던 이경진이 유방암 투병 후 못할 것이 없다며 힙합에 도전하는 모습이나, 국악의 레전드로 불리는 김영임, 언니 양희은과 함께 노래 잘 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양희경, 강렬한 첫 무대를 보여줘 차라리 쇼 미 더 머니에 나가셔야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기대주 문희경 그리고 역시 <쇼 미 더 머니>에 도전했던 할미넴 최병주 같은 출연자들은 이 프로그램에 도전의 의미를 담기에 충분했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가진 센 이미지는 오히려 인생의 경륜을 가진 할미넴들 앞에서 순화된 느낌이다. <쇼 미 더 머니><언프리티 랩스타>에서 무대를 씹어 먹던그들이지만 할매들 앞에서 매력을 어필하는 그들은 마치 손자 손녀 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하지만 할매들의 랩은 상상 이상이었다. 김영옥이 피에스타 예지가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불러 화제가 됐던 미친 개를 부르는 장면은 그 자체로 레전드급이었다.

 

할매들의 도전에 경의를 표하는 젊은 래퍼들과 그 래퍼들의 랩에 어깨춤을 들썩이는 할매들. 이들이 어우러지는 한 바탕 흥겨운 무대는 그 자체로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거기에는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신구 세대의 소통이 있었고 우리가 막연히 갖고 있던 편견들이 하나씩 무너지는 통쾌함이 있었다. 어르신들도 충분히 힙합을 통해 하고픈 이야기들을 쏟아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젊은 세대들만의 전유물이라는 것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힙합의 민족>은 힙합의 진면목을 드러내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저 센 가사와 허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의미를 담는 이야기들이 힙합의 진짜 매력이라는 것. 젊은 래퍼들이 할매들에게 랩을 가르쳐준다면, 할매들은 젊은 래퍼들에게 인생의 의미를 알려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힙합이 뭐 대단히 다를 게 있나.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일정한 형식에 맞춰 들려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힙합이 아닐까.

 

<힙합의 민족>은 여러모로 이질적인 조합의 하이브리드가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힙합과 할매의 조합. 이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조합이 이토록 잘 어울릴지 누가 알았으랴. 할미넴들의 힙합 도전은 그래서 젊은 래퍼들의 힙합 오디션만큼 기대되고 궁금해지는 면이 있다. 이들은 앞으로 힙합을 통해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주게 될까

<무한도전> 정준하의 도전, <쇼미더머니>

 

웃지마!” Mnet <쇼 미 더 머니5> 예선에 나간 정준하가 랩을 선보이기 전 먼저 그렇게 외친 한 마디는 왜 그토록 뭉클하게 다가왔을까. “아프지마 도토 도토 잠보로 작년 시선을 끌었던 그의 랩은 웃음을 더 많이 주었던 게 사실이다. 아마도 하하가 행운의 편지미션으로 정준하의 <쇼 미 더 머니> 도전을 적어 넣었던 것 역시 그 자체가 우습기 때문이었을 게다. 하하는 말했다. “아마 줄 서 있는 것만으로 웃기는 사람은 형이 유일할 것이라고.

 


'무한도전(사진출처:MBC)'

‘MC 민지라는 닉네임을 붙인 것도 그래서다. 덩치가 산만한 그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닉네임이 아닌가. 게다가 그의 나이는 40대 중반이다. <쇼 미 더 머니> 예선전에 나온 청춘들의 아버지뻘 되는 나이. 그러니 제 아무리 예능인으로서 잔뼈가 굵은 정준하라도 MC 민지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귀여운 포즈를 취하고 하는 것이 웃음을 줄 수는 있을 지라도 어찌 창피함이 없었을까.

 

많은 이들이 정준하가 <쇼 미 더 머니>에 나가는 것에서 바라는 건 웃음이다. 거기 함께 참가한 다른 랩퍼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게다. 하지만 그의 차례가 되자 그는 진지해졌다. 그 상황 자체가 우스울 수 있어도 그의 도전은 결코 웃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웃지마!”라고 일갈했을 때 느껴지던 뜨끔함과 뭉클함은 결코 쉽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또 진지하게 그 도전을 수행한 정준하의 진심이 거기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준하가 만든 타요 버스의 랩 가사에 지코가 감탄했던 건 그저 의례적으로 한 얘기가 아니다. “타요 타요 모두 타요 내 마음이 타요 속이 타요같은 가사는 간단해 보이지만 정준하 특유의 성격과 자신이 느끼는 초조함 같은 것들이 잘 어우러진 가사다. 그 랩 가사를 제대로 음을 붙여 지코가 부르자 웃음기 싹 사라진 멋진 곡으로 탄생하는 걸 보며 정준하는 물론이고 <무한도전> 멤버들도 놀라워했을 정도가 아니었던가.

 

<쇼 미 더 머니5>의 예선전에서 또 하나의 감동적인 장면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길을 먼 발치에서 정준하가 바라보며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다. 그는 왜 눈물을 흘렸을까. 아마도 오랜만에 방송에서 보게 된 길이 반가웠기 때문이었을 게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일까. 거기에는 아마도 함께 <무한도전>을 하면서 쌓여왔던 세월들이 겹쳐지지 않았을까. <무한도전>은 거기에 대해 아무런 주석을 달지 않았지만 정준하가 참가자로서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는 그 장면에서 그의 따뜻한 마음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미 행운의 편지에서 정준하의 <쇼 미 더 머니> 출연 미션이 나왔을 때부터 대박 아이템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그것은 단지 웃기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물론 그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랩 도전이 웃음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의 진지한 도전 그 자체는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랩 가사라니.

 

아직 방영되지 않은 <쇼 미 더 머니5>이기 때문에 정준하의 도전 모습은 그가 길을 바라봤던 것처럼 먼 발치에서 살짝 보여질 뿐이었다. 아마 그 결과는 <쇼 미 더 머니5>를 통해 확인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뭐 그리 중요하랴. 그가 이미 도전 과정을 통해 보여준 그 모습은 충분히 멋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쇼 미 더 머니5> 예선에서 그가 한 랩이 몹시 궁금하긴 하지만.

<쇼미더>, 논란과 무관심 사이에서 논란을 택하다

 

<쇼미더머니4>의 블랙넛은 방송에 있어서 골칫덩이가 분명하다. 제 아무리 랩 가사라고는 해도 동창을 강간하고 남자친구를 살해하겠다는 이야기를 담아낸 곡을 버젓이 내놓고 특정가수를 지칭해 성적으로 비하하는 가사를 쓴 것으로 이미 물의를 빚은 바가 있는 인물. 사실 이런 인물을 방송 무대에 올려놓는다는 건 그 자체로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쇼미더머니(사진출처:Mnet)'

과거 SBS <송포유>에서 일진 논란이 터져 나오면서 생겨난 논란과 파장을 떠올려 보라. 출연자는 단지 실력으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비록 철없던 시절의 빗나간 일탈이라고 해도 이러한 인성이나 과거력의 문제는 자칫 프로그램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는 엄청난 후폭풍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쇼미더머니4>는 이런 블랙넛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 힙합 오디션에 끼워 넣었다. 첫 회에 그가 바지를 내리는 장면 역시 모자이크 처리는 됐지만 편집 없이 내보냈다. 그 장면은 마치 과거 MBC 생방송 <인기가요>에서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노출해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던 카우치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를 반복해서 외치며 관심 받는 아이돌과 언더로서 적극적으로 대립각을 세운 것도 블랙넛이었다. 이 대결구도는 <쇼미더머니4>의 주된 스토리텔링이 되었다. 아이돌과 언더의 대결. 이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이돌도 언더도 저마다의 목적을 갖는 프로그램으로 자리했다. 즉 아이돌은 힙합 실력을 인정받으려 하고, 언더는 아이돌 같은 인지도를 얻기를 원한다. 그러니 이 두 이질적인 존재들의 대결구도는 양자를 모두 주목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송민호와 블랙넛의 대결은 역시 논란을 만들었다. 송민호가 랩을 할 때 죽부인을 갖고 무대에 누워 보여준 블랙넛의 낯 뜨거운 퍼포먼스는 보는 이들을 모두 찌푸리게 만들었다. 심지어 심사위원들도 비신사적인 행동에 대해 질타했다. 논란은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고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커졌으며 그것은 당연히 기사화되어 일파만파 확대되었다.

 

그럴수록 블랙넛에 대한 관심은 커졌고, 그에 따라 <쇼미더머니4>에 대한 관심도 커져갔다. 그러자 커진 관심만큼 과거 블랙넛이 썼던 문제의 랩 가사들이 기사화되면서 그의 인성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그가 일베에서 활동한 경력들이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어찌 보면 <쇼미더머니4>는 블랙넛이라는 도발하는 골칫덩이의 힘으로 굴러가는 힘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블랙넛 인성 논란과 하차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 <쇼미더머니4>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 불편함에 대한 사과 따위가 아니었다. 오히려 블랙넛을 무대에 세우고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었다. 그는 무대에서 이렇게 외쳤다. “내 인성의 어쩌고 저 째? 다 갖다 붙여 내 이름 앞에 내가 사과하고 하차하길 원해? 전부 다 챙기고 갈 거야. 우리 집에 난 더 크게 외칠 거야 쇼미더머니. 내게도 엄마의 건강이 첫째. 세상에 욕 만했던 나의 어제가 부끄럽긴 해도 내가 뱉은 말에 난 떳떳해.”

 

만일 블랙넛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시청자라면 이건 불에 기름을 붓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쇼미더머니4>가 이것을 가감 없이 그대로 내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다음 회에는 이러한 불편한 감정들이 극점으로 치솟을 송민호와 블랙넛의 대결을 준비시켜 놓았다.

 

송민호와 블랙넛.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관심을 받는 자와 관심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자. 자신감이 넘치는 화려함과 어딘지 어눌하지만 그 억눌리고 비뚤어진 감정이 폭발하는데서 나오는 그 광기. 이것은 송민호라는 화려함만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는 힘이다. 거기에 마치 주머니 속 송곳처럼 불편함을 만들어내는 블랙넛이라는 인물이 있기에 가능한 힘.

 

이처럼 무관심보다는 불편한 논란을 감수하겠다는 자세는 어쩌면 힙합이라는 장르나, 그 장르를 오디션화한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의 입장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착함이란 우리 시대에는 아무런 의미도 전해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 현실 위에서 <쇼미더머니>는 무관심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인(?) 논란을 선택했다. 결코 윤리적으로 잘했다고 표현할 수는 없어도 이 논란이 여기서 나오는 힙합 음악에 대한 관심을 만든 것만은 분명하다



<쇼미더머니>, 세상이 공정하다고? 개나 줘버리라지

 

<쇼미더머니>는 막장오디션인가. 이 괴물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간 후 하루가 멀다 하고 기자들의 전화를 받는다. 대부분은 이 오디션이 양산하는 논란에 대한 것들이다. 송민호의 여성비하 랩 가사는 물론이고, 힙합을 모독했다는 스눕독 앞에서의 떼거리(?) 미션, 떨어뜨렸다가 붙였다 다시 떨어뜨리는 제 맘대로 심사로 도마에 오른 산이와 버벌진트, 11 랩 배틀에서 이기기 위해 비신사적인 행동도 마다않는 블랙넛 등등.

 


'쇼미더머니4(사진출처:Mnet)'

사실 이런 줄줄이 이어진 논란들을 떠올려 보면 차라리 첫 회부터 등장했던 오디션장에서 블랙넛이 바지를 내리는 장면이나 광고 후에 결과를 알려주겠다며 다음 주로 미루는 식의 시청자에 대한 무배려, 피타입을 힙합 신의 거장이라는 칭호를 붙여서 무대 위에 올려놓고 그가 가사실수로 떨어지자 그 안타까움을 심사위원들의 목소리로 전하면서도 끝까지 그를 쫓아가며 그 황당하고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찍어내는 것 정도는 귀엽게 봐줄만한 것들이었다.

 

심지어 스눕독을 모셔 와 앉혀놓고 마치 좀비들마냥 그의 앞으로 전진하며 서로 마이크를 뺏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장면이 논란이 되었을 때, 방송이 보여준 것은 짧은 사과와 함께 다시 이어진 그 볼썽사나운 미션이었다. 그 미션에서는 실력보다 중요한 게 타인을 밟고 오르겠다는 의지다. 그래서 마이크를 타인에게 양도한 서출구는 결국 이 지옥 같은 경쟁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출구로 빠져나갔다.

 

<쇼미더머니>는 기존에 우리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봐왔던 그 공정한 무대에 대한 판타지를 여지없이 깨버리는 것으로 논란을 양산하고 있고, 그 논란은 화제가 되고 그것은 다시 시청률로 이어지는 지금까지의 오디션 공식과는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욕을 하고는 있지만 어쩐지 눈을 돌리기 어렵고, 꽤 불편하지만 그래서 부글부글 끓는 마음 때문에 그 결과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오디션. 막장 드라마를 우리가 볼 때 느끼는 그 감정과 유사하기 때문에 막장오디션이라는 표현까지 붙었다.

 

그런데 <쇼미더머니>에는 막장드라마와는 다른 면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룰이 깨지는 막장 요소들이 들어가는 것 자체를 하나의 쇼로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즉 판정 번복이 일어났을 때 거기에 대한 비판은 대중들에게서만 나오는 반응이 아니다. 즉 송민호도 판정 번복에 분노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그것 역시 <쇼미더머니>가 쇼 안에서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쇼미더머니>는 논란도 만들지만, 그 논란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까지도 쇼에 담는다.

 

바로 이 점은 <쇼미더머니>가 막장오디션이라고 비난받을 짓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 작은 세계가 혹시 우리가 막연히 공정하다고 말하고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회의 실상을 조롱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즉 세상은 저 <슈퍼스타K>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주장하는 것처럼 순진하게도 공정하지는 않다는 것을 <쇼미더머니>는 리얼리티쇼의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힙합을 모독했다는 떼거리 미션은 사실상 우리네 청춘들의 취업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고, 여성비하 랩 가사가 보여준 비윤리성은 지금 현재 인터넷의 음지에서 피어나고 있는 독버섯들이다. 심사의 번복? 애초에 심사 따위는 없고 내정된 자들에게 과정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 입사시험이라는 얘기나 나오는 세상이지 않은가.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든 주목받기 위해서 심지어 바지를 내리거나,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비신사적인 행위를 하는 건 이미 일상화되어버린 일들이다.

 

물론 그것이 잘한 일이라는 걸 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불공정함을 애초에 원천적으로 만들어낸 것은 비뚤어진 사회 시스템이다. <쇼미더머니>가 욕을 먹는 것은 그 잘못된 시스템의 대안으로서 섣부른 판타지를 그리기보다는 불공정한 시스템 그대로의 더러움을 쇼의 차원으로 그려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목적은 시청률이나 화제일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쇼미더머니>가 이런 불공정 사회 시스템의 모든 걸 힙합이라는 틀로서 가감 없이 보여주는 퍼포먼스 쇼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그래서 가끔씩 이 절절한 길거리의 힙합 청춘들을 통해 이런 섬뜩한 우리네 현실의 이야기를 던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를 띄워줘. 더한 것도 보여줄 테니. 세상이 공정하다고? 개나 줘버리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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