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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하이킥'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7/07/13 거침없는 그들이 하이킥 한 것
  2. 2007/05/28 대중문화 속 가족은 변화 중
  3. 2007/03/12 캐릭터, TV의 아이콘이 되다

해체된 가족이 보여준 새로운 가족의 희망

오랜만에 실컷 웃어보았고 오랜만에 실컷 감동을 받았다. 8개월 간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린 ‘거침없이 하이킥’에 쏟아지는 찬사들이다. 그 방영시간대가 좀체 채널을 돌리지 못하게 만드는 일일드라마들이 떡 버티고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그 드라마들과 거침없는 대결을 벌인 이 시트콤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일일 가족드라마가 가진 관성적인 시청과는 차별화 된 ‘거침없이 하이킥’. 거침없는 그들이 하이킥한 것은 무엇일까.

캐릭터, 세대 간의 벽을 하이킥하다
이 시트콤의 주 시청층은 30대 이하의 젊은 층. 특히 10대 시청층은 5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일드라마가 가진 40대 이상의 시청층과는 사뭇 다른 구조인 셈이다. 일일드라마와 똑같이 가족을 다루고 있지만 이렇게 젊은 시청층을 TV앞에 끌어 모을 수 있었던 힘은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이 시트콤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이 시트콤이 처음부터 하이킥한 대상은 일일드라마 하면 떠올리는 전형적인 캐릭터들이다.

가부장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집안의 최고 어르신의 이미지는 이 시트콤으로 들어와 ‘야동’, ‘굴욕’, ‘악플’, ‘애교’ 같은 젊은 세대의 기호들과 만나면서 여지없이 무너진다. 야동순재와 애교문희 같은 4자 캐릭터가 탄생하면서 어르신은 고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무언가 좀더 젊은 세대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캐릭터로 변신했다. 그 분들의 거침없는 무너짐을 보며 폭소를 터뜨리는 순간, 그 폭소의 반향이 다음날 인터넷을 통해 회자되는 순간, 두터워만 보였던 세대 간의 벽은 쉽게 허물어져 내렸다.

이것은 가부장적인 옛 가족의 형태가 무너지고 점점 수평적으로 파편화되어가는 현재의 가족상을 반영한다. 캐릭터들은 과거의 수직적 관계들을 모두 해체해 재구성해 놓는다. 고개 숙인 가장 식신준하(정준하), 거침없이 OK를 할 줄 아는 당당한 커리어우먼 OK해미(박해미)는 부부관계의 역전을, 동생이지만 형 같은 완소윤호(정일우)와 형이지만 동생 같은 카리스마 민호(김혜성)는 형제관계의 역전을, OK해미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애교문희의 모습은 고부관계의 역전을 그려낸다. 이 역전을 통해 드라마는 거침없이 그간의 권력적이고 수직적인 가족관계를 해체한다.

거칠 것 없는 패러디, 탈 장르
달라진 가족관계를 좀더 효과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시트콤은 패러디와 탈 장르 같은 연출기법들을 사용했다. 패러디는 시트콤의 주요한 웃음의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거침없이 하이킥’이 사용하는 패러디의 소재나 대상은 거의 전방위적이라 할 만큼 광범위하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기존 드라마, 영화는 물론이고 광고, 심지어는 뉴스 속에 관습적이라 할 만큼 일상적으로 등장하는 관습적 장면들을 거침없이 패러디한다.

예를 들어 ‘악플순재’로 유명해진 에피소드에서 악플 때문에 순재 대신 경찰서에 출두했다 나온 윤호를 맞는 장면에서, 마치 영화 ‘대부’에서 비롯되어 조폭 영화에서 흔히 관습적으로 나오는 장면을 패러디하는 것 같은 것이다. 검은 세단과 순재의 ‘수고했다’ 같은 대사는 심각한 영화 속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우스꽝스런 순재와 윤호, 준하의 모습에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 준하와 해미의 결혼기념일 에피소드에서 육교에서 노래를 부르고 과장된 몸짓으로 육교 위로 달려가 서로 안는 장면에서 마침 터져 오르는 축포 같은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또한 민호의 카리스마 에피소드에서는 코를 찡긋거리면서 하는 영화 ‘홀리데이’의 최민수의 연기를 고스란히 패러디해서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이 같은 심각하지만 관습적으로 처리되는 장면들의 패러디를 통해 터져 나오는 웃음의 원천에는 반드시 과장된 몸짓을 보이는 인물들과 그 인물을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준하와 해미의 결혼기념일 과장된 사랑행위는 범이에게 목격된다. 범이의 어처구니없는 얼굴은 친절하게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장면의 희극성을 상기하게 만든다. 민호가 코를 찡긋거리면서 이것이 효과가 있다고 착각할 때, 그 모습을 흉내내는 가족들의 모습을 객관적 입장에서 보는 범이의 얼굴이 삽입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이 시트콤이 패러디를 넘어 거침없이 탈 장르에까지 이른 것은 크나큰 성과라 할만하다. 슬랙스틱 코미디에 멜로 드라마적 구도와 스릴러적인 요소, 심지어는 SF까지(최초 우주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유는 이 장르를 염두에 둔 것이 분명하다) 넘나들었다는 건, 이 시트콤이 얼마나 거침없이 패러디를 활용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민정과 최민용이 출연한 광고들이 모두 패러디 광고(“깎아주세요”를 “먹여주세요”로 바꾼 비빔면 광고나 드림걸즈를 연상케 하는 카드광고 등)라는 점은 이 힘이 고스란히 광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해체된 가족에서 희망을 보다
하지만 패러디를 통해 파편화되고 해체된 가족의 모습을 그려내면서도 그 웃음이 그저 냉소에 머무르지 않은 점은 작가와 PD가 이들 가족 구성원들에게 따뜻한 애정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트콤에서 웃다가 갑자기 가슴 먹먹한 사연이 교차되는 것은 바로 그런 애정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이다.

고압적으로만 보이던 순재가 문희에게 사랑의 마음을 골세레머니를 통해 전하기 위해 죽어라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모습은, 달라진 가족 관계 속에서 어떤 희망 같은 것을 끌어내 준다. 잘 나가는 아내와 모든 게 잘 풀리지 않는 남편인 해미와 준하의 관계가 그저 달라진 권력관계가 아니라 거의 닭살에 가까운 애정관계로 유지된다는 점도 그렇다. 이것은 툭탁대면서도 서로를 도와주고 존중하는 민호, 윤호 형제도 마찬가지며, 민민, 신민, 윤민 커플이 보여준 새로운 애정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이렇게 하여 ‘거침없이 하이킥’은 여타의 일일드라마가 하듯 과거적 가치로 되돌아가는 가족의 모습보다는, 현재 파편화되고 있는 가족 그 자체의 모습에 방점을 찍는다. 그리고 그것이 또한 새로운 희망을 예기하게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족들은 각자 타인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가족이란 틀 안에서의 정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거침없이 하이킥’이 거침없이 하이킥 한 것은 달라진 가족관계 속에서 과거의 가족관계만을 보여주는(심지어는 강요처럼 보이기도 한다) 관습적 일일 가족드라마이다. 그 거침없는 하이킥은 그러나 비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해체된 가족도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고마운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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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되는 가족, 거기서 보는 희망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 웃음폭탄의 주재료로 다루는 건 ‘이 시대의 가족’이다. 그것이 웃음을 주는 이유는 한 집안에서 살고는 있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파편화된 관계가 만들어내는 묘한 긴장감 때문이다. 가족 구성원들간의 과장된 대결구도는 재미의 한 요소로 끄집어 내진다. 박해미와 민용은 여러 차례 복수와 보복을 거듭하며, 나문희는 며느리인 박해미와 내적인 갈등 상황을 연출한다. 부자지간이지만 아버지인 이순재는 아들인 준하를 못잡아 먹어 안달이다. 이것은 형제지간에도 마찬가지. 윤호와 민호는 앙숙지간이다.

이렇게 질서(?)를 잃고 대결로 치닫는 가족관계는 왜 벌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과거와 달라진 가족구성원들의 역할 내지는 권력구도에서 비롯된다. 권위적인 아버지상의 아이콘이었던 대발이 아빠 이순재는 ‘야동순재’로 불리며 한층 낮아진 눈높이의 아버지상을 그려낸다. 게다가 아버지의 계보를 이어받는 준하는 이 시대가 만든 무능력한 아버지의 전형이다. 그러자 과거 아버지를 중심으로 수직적인 구조를 갖는 전통적인 가족은 해체된다. 대신 가족의 중심으로 서는 인물은 능력 있는 며느리로 표상되는 박해미다. 한 가족 속으로 들어온 며느리라는 이름의 새 구성원이 권력의 중심에 서면서 혈연으로 묶인 가족체계는 느슨해지면서 좀더 수평적인 구조로 재편된다.

설자리를 잃어 가는 남성들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사회 속에서 점점 설자리를 잃어 가는 남성들의 처지 때문이다. 최근 들어 아버지에 대한 영화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것은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문화가 포착하고 있다는 증거다. 아버지들은 ‘파란 자전거’에서는 손이 불편한 아들에게 희망을 넣어주고, ‘눈부신 날에’에서는 딸을 만나 잃었던 가족애를 찾아가며, ‘날아라 허동구’에서는 IQ 60인 아들을 향한 뜨거운 부성애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 영화들 속에서 아버지는 과거 어머니가 그러했던 것처럼 희생하는 존재다. 모성애의 빈 자리는 이제 부성애가 차지한다.

‘우아한 세계’의 송강호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이 시대 남성들이 처한 문제를 포착한다. 가장이란 이름으로 칼과 피가 튀는 조직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그들은 자신의 잃어버린 삶을 찾기보다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길을 선택한다. 가족들의 ‘우아한 세계’를 지키기 위해 정작 자신은 전혀 ‘우아하지 않은 세계’라는 진창에서 뒹구는 것이다.

이런 조직사회의 어려움은 ‘하얀거탑’이란 드라마 속에서 장준혁(김명민)이란 캐릭터를 통해 극명하게 그려진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성공을 향해 달려가지만 정작 그 길 위에서 만나는 것은 파멸된 자신이라는 것은 이 시대 가장이란 이름으로 조직생활에 몸담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여성들 전문직으로 나아가다

반면 대중문화가 그려내는 여성들은 과거 남성들이 차지했던 그 권력의 자리에 앉혀진다. MBC 드라마 ‘히트’의 강력반 반장이 여성인 차수경이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드라마는 작가가 밝혔듯이 형사물 이면에 ‘히트’라는 강력반으로 대변되는 유사가족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마치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장점과 함께 단점을 가진 남정네들을 이끄는 인물은 차수경이란 여성이다. ‘히트’의 차수경처럼 TV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캐릭터들은 이제 여필종부하는 여성들이 아니다. 심지어는 사극에서조차(예를 들면 황진이나 ‘주몽’의 소서노 같은) 여성들은 남성들을 휘어잡는 존재로 그려진다. 김수현의 불륜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남성이란 존재는 부각되지 않는다. 대신 불륜에 대한 이야기는 철저히 여성들의 관점으로만 이야기된다.

대중문화 속에 전문직 종사자로서 등장하는 여성상은 이제 오로지 결혼에만 목매는 트렌디한 성격으로 그려져서는 호응을 얻지 못한다. 그들은 저 스스로 독립적이며(마녀유희), 즐길 줄 아는 존재(로맨스 헌터)로 공감을 얻는다. 가족을 구성하는 결혼이라는 문제에 있어서 이 같은 여성들의 변화는 가족 그 자체에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요 동인이다.

각자 살아가는, 하지만 버릴 순 없는
영화 ‘좋지 아니한가’는 이렇게 변화된 가족의 모습에 대해 두 가지 측면으로 답변을 제시한다. 그것은 제목이 제시하는 중의적 의미와도 맞닿아 있다. ‘좋지 아니한가’는 ‘좋지 아니한 가(家)’, 즉 안 좋은 가족이란 의미와, ‘그래도 좋지 아니한가’라는 문장 그대로의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먼저 이 영화에서 제시되는 가족관계는 가족이라 하기엔 너무나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파편화된 가족의 모습은 저 ‘바람난 가족’에서 고개를 들더니 ‘가족의 탄생’에서 어떤 화해의 모습을 띄다가 ‘좋지 아니한가’에 와서는 좀더 직접적으로 달라진 가족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과거의 전통적인 가족이란 의미로서 그 가족은 좋지 않은 가족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현상을 비춰주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 그 모래알처럼 뭉쳐지지 않는 가족에서 어떤 긍정을 찾아내기도 하는 것이다. 가족이란 틀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 걸어가는 삶 속에서 그저 묵묵히 옆을 돌아다보면 거기 늘 안길 수 있는 존재로서의 가족은, 과거 가족이란 이름으로 희생되고 억압됐던 가족 구성원들을 긍정적으로 유도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영화는 다시 그런 가족이라면 ‘좋지 아니한가’라고 묻는 것이다.

‘좋지 아니한가’처럼 이 시대에 가족은 두 가지 의미로 읽힌다. 하나는 살기 어려워진 사회 속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존재로서의 가족이며 또 하나는 수평적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어 보기에 따라서는 해체되는 양상으로 해석되는 가족이다. 이 두 가지는 상충되는 것이지만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 존재하는 가족의 모습이다. 그 사이에서 가족관계는 변화를 요구한다. 명령하기보다는 대화를 시도하고, 직접 변화를 주려하기보다는 묵묵히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는 새로운 공존의 방법이 모색된다면, 좋지 않아 보이는 가족의 모습을 ‘또한 좋지 아니한가’ 하고 긍정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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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화된 이름으로 규정되는 연예인들

버럭범수, 야망준혁, 야동순재, 애교문희, 내숭달희, 사육해미... 요즘은 이름 두 자와 그 성격을 규정하는 글자를 붙인 ‘아이콘화된 이름’이 대세다. 드라마와 시트콤을 기억해내는데 우리는 굳이 그 긴 제목을 생각해낼 필요가 없다. ‘하얀거탑’대신 야망준혁을, ‘외과의사 봉달희’대신 버럭범수를, ‘거침없이 하이킥’대신 야동순재를 떠올리기만 하면 된다. 그것은 제목보다 더 구체적으로 드라마나 시트콤의 특징을 드러내주기도 한다. 야망준혁에서 떠올려지는 야망을 향해 질주하는 준혁의 모습이나 버럭범수에서 봉달희를 향해 버럭대며 사랑을 표현하는 범수의 모습은 이들 드라마가 현재 보여주고 있는 재미요소를 좀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이름들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고 입에 잘 붙는다는 장점이 있어 인터넷을 통해 혹은 입에서 입으로 무한복제된다.

아이콘만 누르면 되는 시대
인터넷 검색이 일반화된 시대, 이런 이름들은 네티즌의 세례를 받아 새롭게 떠오르는 아이콘들이다. 드라마의 캐릭터를 아는 사람은 전날 드라마를 놓쳤다고 해도 다음날 인터넷에 뜬 검색어로 대충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이 시대 TV컨텐츠의 중심에 캐릭터가 서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드라마는 물론이고 예능프로그램, 코미디 할 것 없이 캐릭터 중심적인 현상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네티즌들의 키워드가 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거침없이 하이킥’의 성공은 바로 그 캐릭터 지향에서 비롯된다. 또한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각기 고유의 별명(뚱보-정형돈, 뚱뚱보-정준하, 단신-하하, 외국인-노홍철, 악마의 아들-박명수 등)을 가질 정도의 캐릭터를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

캐릭터가 TV의 아이콘이 된 것은 그만큼 쏟아져 나오는 컨텐츠가 많은 정보화사회에서 좀더 쉬운 방법으로 컨텐츠를 선별하고자 하는 자연스런 욕구에서 비롯된다. 즉 드라마를 이해하기 위해 내용을 전부 파악하기보다는 특정 캐릭터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특히 개그 프로그램에서 더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예로 죄민수라는 캐릭터를 들 수 있다. 우리는 ‘개그야’의 죄민수를 떠올리는 것이 그를 스타덤에 올린 코너명, ‘최국의 별을 쏘다’를 기억하는 것보다 쉽다. 이러한 캐릭터 중심적인 경향에서 ‘아이콘화된 이름’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를 찾는 데 있어서도 좀더 짧게, 좀더 확실하게!

아이콘으로 성공하고 고통받는 연예인
TV 프로그램들은 이제 캐릭터 창조가 성패의 갈림길이 되었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물론 내용과 떨어진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지만), 약간의 허술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사랑 받는다. 반면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구태의연하거나 호감가지 않는 캐릭터는 프로그램을 망쳐놓는다. 연예인들이 점점 TV 프로그램의 중심 축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이런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는 작가와 PD가 연예인이란 질료를 선택했다면 요즘은 캐릭터화된 연예인이 프로그램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것은 연예인들의 권력화를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스트레스와 중압감을 양성한다. 이미 캐릭터로 아이콘화된 연예인과 그렇지 못한 연예인 사이의 간극은 점점 넓어질 수밖에 없고 여기서 도태되어간다고 느끼는 연예인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것은 잘 나가는 연예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의 심적인 압박감을 준다. 개인사생활조차 캐릭터로 아이콘화되어버리기 때문에 그들은 진정한 사생활이 없는 완전한 유리상자 속의 생활을 해야 한다. 그러다 문득 설정된 캐릭터 바깥으로 튀어나가는 행동을 했을 때 결과로 오는 것은 아이콘의 상처 혹은 죽음이다.

아이콘화된 연예인들은 그래서 변신이 이중의 족쇄가 된다. 문근영 같은 ‘국민여동생’이란 아이콘을 가진 연기자는 연기변신에 있어 연기력 이외의 장벽에 부딪치게 된다. 언제나 두드리면 튀어나오던 아이콘에 대한 혼동을 야기시키는 변신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불쾌감이 되곤 한다. 그 아이콘을 사랑해왔던 강도만큼 그들은 변신하려는 아이콘을 용납하지 못한다. 하지만 연기자들의 변신은 어찌 보면 생존이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는데 여전히 고등학생 이미지를 요구하는 것은 연기자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캐릭터를 통해 귀환하는 중견연예인들

반면 캐릭터를 통해 이제는 잊혀질 뻔한 중견연예인들이 아이콘으로 귀환하기도 한다. ‘주몽’에서 모팔모 역할을 하며 주목받은 이계인은 30여 년 연기세월에서 주로 범죄자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으나 모팔모라는 캐릭터를 통해 털털하고 가슴이 따뜻하면서 화통한 인물로 아이콘화되었다. 임채무는 모 CF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멜로 드라마의 심벌이었다. 하지만 2:8 가르마를 하고 모레노 주심을 흉내내는 단 한 편의 CF는 그의 이미지를 하루아침에 바꾸어놓았다. 그는 이제 진중한 연기자에서 재미있는 아저씨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는 ‘황금어장’같은 프로그램에서도 활약 중이며, 최근에는 ‘복면달호’에서 역시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다.

젊은 연예인들과 달리, 중견연예인들의 변신은 ‘권위에서의 탈피’라는 점에서 용인되고 존경받는다. 아이콘화의 장이 젊은 세대들의 활동영역인 인터넷이란 점에서 볼 때 중견연예인의 변신은 재미이면서 발견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연기자들 중 명연기자로 손꼽혀온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순재나 나문희가 ‘야동순재’와 ‘애교문희’로 젊은이들의 아이콘이 된 것은 바로 이런 인터넷의 속성이 한 몫을 차지한다.

연기자와 캐릭터의 경계가 사라진다
캐릭터의 리얼함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무한도전’의 성공은 유재석이 주창하는 것처럼 ‘리얼 버라이어티 개그’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개그맨들과 설정된 캐릭터 사이의 간극이 모호하다. 가상현실을 매일 접하는 우리에게 있어서, 만들어진 캐릭터는 더 이상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반증이다. ‘무한도전’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그 스스로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면서, 거기서 구축되는 캐릭터를 다른 캐릭터와 대결시키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호통명수가 치킨집 사장이라는 점이나 유재석이 나경은 아나운서와 사귄다는 사실은 프로그램 상에서 하나의 웃음의 요소로 그대로 활용된다. 현실로서의 연기자와 프로그램 속 캐릭터 사이의 간극은 그만큼 좁혀진다.

이런 현상은 ‘거침없이 하이킥’에서의 극중 이름으로 연기자의 이름이 고스란히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게 만든다. 야동순재, 애교문희 같은 아이콘들은 어쩌면 연기자들에게는 위험성이 있는 게 아닐까. 연기자의 이름을 캐릭터의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은 자칫 연기자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잘못된 이미지로 굳어진 이름은 잘못된 이미지로 굳어진 캐릭터의 이름보다 더 위험하다. 다행히 ‘거침없이 하이킥’의 경우엔 김병욱 PD가 가진 독특한 연출 스타일로 이런 위험성이 오히려 장점으로 발휘된다. 그는 애초부터 연기자들 속에 내재된 성격 혹은 이미지를 시트콤 캐릭터로서 끌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PD이다. 하지만 연기자와 캐릭터 사이의 경계가 점점 지워져 가는 흐름 속에서 위험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캐릭터가 TV의 아이콘이 된 시대. 연기자들은 가장 중심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만큼 가장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제 대본에 의해 잘못 설정된 캐릭터나 잘못된 연출로 인해 직격탄을 맞는 것은 작가와 PD보다는 프로그램의 캐릭터로 표상된 연기자들이다. 여기에 리얼함이 강조되면서 야기되는 현실의 생활인과 TV속 캐릭터의 고착은 연기자로서의 정체성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것은 어쩌면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했을 때부터 미리 각오해야 하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처럼 캐릭터 중심으로 변모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금 연예인들이 과거보다 더 많은 것들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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