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아있다'의 취지 살리는 박은하 교관의 따뜻한 배려

 

김민경은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화재 상황을 예비해 베란다에서 완강기를 타고 내려오는 훈련에서 그는 쉽게 난간에 서지 못했다. 사실 낮아 보이는 높이지만 막상 서면 가장 공포를 느끼는 그 높이의 베란다에서 줄 하나에 의지한다는 건 공포증이 있는 이들에게는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옆에서 이 훈련을 지도하는 박은하 교관을 비롯한 다른 교관들은 스스로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완강기를 타기까지 기다려주었다. "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면서.

 

tvN <나는 살아있다>에서 눈에 띄는 건 박은하를 비롯한 교관들의 남다른 배려다. 보통의 훈련과정에서(특히 군대훈련에서는) 항상 등장하는 건 강압적인 분위기다. 응원을 해주기보다는 하지 못한다고 윽박지르기 일쑤다. 그래서 공포증이 있다고 해도 억지로 그걸 감행하게 만든다. 하지만 박은하 교관은 달랐다. 그는 억지로 하게 되면 오히려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스스로 결정하게 했다. 물론 해내기를 응원하면서.

 

결국 그 응원에 힘입어 김민경은 고소공포증을 이겨내고 완강기를 타고 내려올 수 있었다. 그 첫 발을 내딛기가 어렵지 막상 타고 내려오면 별거 아니라고 여겨질 수 있었다. 그래서 역시 고소공포증이 있었던 이시영은 이 훈련을 해보고 나니 다시 올라가서 타라고 해도 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에 빠진 차 안에서 탈출하는 훈련에서도 박은하 교관은 다그치기보다는 지켜봐주고 칭찬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기와 오정연이 함께 들어갔지만 물이 차오르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헤드레스트를 활용해 차창을 깨야 하는데 물기 때문에 번번이 미끄러졌다. 정해진 3분 안에 탈출하는 미션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걸 옆에서 안타깝게 바라보던 이시영이 나섰다. 자신이 차 천정을 밟고 차 안으로 들어가 탈출을 시도해보겠다고 했던 것.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차 위로 올라선 후, 차 안으로 들어간 이시영은 결국 차창을 깨고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미션은 실패였지만 박은하 교관은 그 협동심을 칭찬했다. 그래서 그 보상으로 맛있는 저녁 식사를 제공했다.

 

이튿날 마주하게 된 수중 생존훈련은 차가운 물속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 군대에서 이런 수중 훈련을 할 때는 거의 얼차려에 가까운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차라리 수중 훈련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역시 박은하 교관도 체력훈련을 먼저 시켰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몸의 근육들을 다 하나하나 풀어주고 깨워주는 과정이라는 걸 인지시켰다. 교육생들이 기꺼이 체력훈련에 임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역시 물 공포증 또한 갖고 있던 김민경이 처음엔 페트병을 이용하고 다음에는 비닐봉지를 이용해 물속에서 홀로 떠있는 것을 성공하는 과정은 교관들의 너무나 친절한 도움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었다. 처음에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처럼 여겼던 김민경은 결국 성공한 후 교관님들과 동료들의 응원이 있어 그게 가능했다고 말했다.

 

박은하 교관의 따뜻한 배려는 <나는 살아있다>가 그저 힘든 훈련을 받는 과정이 아니라, 위급한 상황에 생존하기 위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과정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김민경이 고소공포증과 물 공포증을 하나하나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박은하 교관의 배려 가득한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배려는 생존 상황에서 서로가 함께 도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사진:tvN)

'여름방학', 소소하지만 이 방학이 남기는 깊은 여운은

 

저런 방학을 지냈던 때가 언제였던가. 방학이 되면 시골 할머니댁에 놀러가 한 달 간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유년시절을 보냈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도 일찍부터 학원 다니며 방학이 되도 그 반복되는 일과를 보내는 지금의 초등학생들에게는 낯선 풍경일 게다. 간간이 나는 시간에 모바일 게임을 하는 것이 더 익숙한 방학의 풍경일 테니.

 

tvN 예능 <여름방학>은 그 잊고 있던 추억의 한 자락을 꺼내 올리는 프로그램이다. 강원도 바닷가 마을의 집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콘셉트지만, 그 집이 그려내는 풍경이나 일상들이 이제는 나이 들어 더 이상 방학이 없는 도시의 어른들에게는 그 어렸을 때 겪었던 할머니댁을 떠올리게 한다.

 

자전거를 타고 괜스레 동네를 휘 돌아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처음에는 낯설어 데면데면했던 뽀삐가 이제는 익숙해져 반갑게 꼬리를 흔든다. 친한 지인들이 찾아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해먹기도 하고 다락방에 올라 공기놀이를 하며 아이처럼 까르르 대다가는 어느새 창밖으로 지는 해를 넋 놓고 바라본다.

 

<여름방학>은 그렇게 자극적인 재미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너무나 소소하고 차분한 프로그램인 게 사실이다. 그래서 시청률도 화제성도 그다지 높지 않지만 일단 계속해서 이 세계를 들여다본 시청자라면 점점 그 곳에 익숙해져 이제는 정유미나 최우식처럼 그 집의 마당들과 거기 피어나는 허브들, 마당에서 그들을 반겨주던 뽀삐가 마치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인 양 반가워지는 느낌을 갖게 됐을 게다. 첫 방송이 나가고 나왔던 왜색이나 표절 논란이 싹 잊힐 정도로.

 

그 집을 둘러싸고 있는 마을도 그렇다. 조금만 나오면 보이는 바닷가와 거기 세워진 빨간 등재와 하얀 등대 하나가 반갑고, 최우식이 찾아가 빵 굽는 걸 배웠던 카페나 이들이 가리비를 사가곤 했던 가게, 장을 봤던 슈퍼가 반갑다. 처음에는 낯선 이방인처럼 그 공간에 어울리지 않았지만 이제는 동네 사람이 다된 듯 만나는 이들마저 이웃처럼 인사하는 모습이 정겹다.

 

처음엔 손님으로 왔지만 이제 지인들을 초대하면 이들은 이 집이 노을 맛집이라는 걸 자랑하고 바닷가 풍광이 너무나 좋다고 알려준다. 산책길 끝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와 저 멀리 설악산의 위용을 보여주고 싶어 하고, 건강한 식재료들을 갖고 직접 만든 음식들을 맛보여주고 싶어 한다. 손님은 어느새 그렇게 그 곳의 주인이 된다. 그들은 어느새 그 집을 '우리 집'이라 말하고 그 동네를 '우리 동네'라고 말한다.

 

이것은 <여름방학>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담아내고 있는 색다른 느낌이다. 과거 이진주 PD가 <윤식당>에서 이국의 낯선 땅에서조차 점점 지내다보면 '우리 마을'처럼 느껴지곤 했던 그 경험을 이 프로그램은 전하고 있다. 그건 마치 방학 때 시골 할머니댁에 가면 처음엔 모든 게 낯설다가 이제 돌아올 때쯤이 되면 그 곳이 '우리 집'이라고 말하게 되는 그 경험 그대로다.

 

이제 돌아갈 날이 다가오자 최우식은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며 벌써 한 달이 훅 지나갔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처음에 정유미가 한 달 살기를 같이 하자고 했을 때만 해도 자신은 그걸 부담으로 느끼던 최우식이었다. 그러던 그가 그 곳에서 보내는 일상에 점점 깊이 빠져들고 그래서 한 달 더 살자며 '가을방학'은 없냐고 말하는 대목에서 이 프로그램이 준 소소하지만 깊은 여운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

 

최우식은 이번 한 달 살기를 통해 결과만 보고 달려왔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며 이제는 '과정' 하나하나를 행복하게 느끼겠다고 말한다. 어쩌면 매일 같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느새 과정의 즐거움을 잊고 살아온 건 아니었을까. 그걸 보게 해주는 건 '방학'의 진짜 의미, 말 그대로 어떤 결과를 향해 달려오던 걸 잠시 멈추고 하루하루의 과정들을 느껴보라는 그 시간의 경험이 아닐까.

 

단 번에 되는 일은 없고 많은 것들이 그 하나하나의 과정들을 거쳐 되는 것이다. 그러니 최우식이 말하듯 그 과정을 행복하게 보내는 일이 소중해진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 잘도 따르는 뽀삐 같은 존재가 생기는 것처럼. 결과가 급해도 과정은 천천히. 이 어려운 시국도 그렇게 하루하루를 잘 보내는 것으로 지나갈 테니.(사진:tvN)

'삼시세끼', 두부 한 모와 회 한 접시가 이토록 큰 호사라니

 

사실 두부 한 모 사다 먹는 건 그리 부담 가는 일도 아닐 게다. 물론 보기에도 어마어마하게 살이 오른 자연산 참돔이라면 다소 부담이 가겠지만 그것도 보통 서민들이 결코 할 수 없는 호사는 아니지 않을까. 그런데 어찌 보면 이 소소할 수도 있는 일이 tvN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는 엄청난 호사로 느껴진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영화 촬영 때문에 하루 늦게 들어온 손호준에게 차승원과 유해진은 전날 통발에서 잡았던 돌문어가 엄청난 자랑거리다. 숙회로 또 볶음으로 해서 맛나게 먹고는 '호준이꺼'라며 챙겨놨던 문어를 정성스럽게 세팅해 무심한 척 상에 올려두고 다 먹으라는 차승원과 유해진. 맛있게 먹는 손호준의 모습을 보며 아마도 많은 시청자분들은 부러운 시선을 던졌을 게다.

 

낚시를 했지만 거의 수확이 없었던 탓이었을까. 아니면 무인도에 들어와 특별히 할 게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차승원은 두 번째로 섬에 들어오며 콩을 갈아 직접 두부를 만들겠다 마음먹었다. 두부를 만든다는 건 하나의 볼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혹여나 잡히지 않는 물고기 때문에 매번 김치와 감자, 고구마 같은 걸로 때우는 걸 피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과정이 참 쉽지가 않다. 하루를 꼬박 불려둔 콩을 맷돌에 갈고 그 콩물을 팔팔 끓여낸 후 비지와 콩물을 분리하고 콩물 원액을 간수를 넣어가며 끓여 응고시키고 나서야 모양을 잡아 굳히는 그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차승원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 쉽지 않아 보이는데, 불 조절이 중요한 두부 만들기에 장작으로 불을 때서 한다는 건 더더욱 도전처럼 보인다.

 

콩을 갈다가 맷돌을 돌리는 손잡이가 부러지기도 하고, 불 조절을 잘못해 콩물이 끓다 넘치기도 하는 그런 시행착오를 거쳐 겨우 겨우 만들어낸 두부. 어찌 맛이 없을 수 있을까. 살짝 맛을 본 차승원과 손호준은 그 고소함에 반한다. 두부를 만들며 나온 비지로 끓인 김치찌개와 볶음밥으로 점심을 먹는 모습이 참 맛있게도 보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다 먹으면 간편할 두부 한 모를 굳이 불편하게 직접 만들어 먹는 그 과정이 주는 묘미가 있다.

 

도시에 살다보면 대부분 과정들이 생략된 것들을 우리는 그 결과물만을 사는 일에 익숙해있다. 그래서 그 결과물들이 주는 가치는 가격으로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삼시세끼>를 보고 있으면 그렇지 않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두부 한 모에 담긴 과정들이 그 두부라는 결과물의 가치를 새삼스럽게 보여준다는 것.

 

이것은 5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그토록 잡고 싶어 열망했던 참돔을 결국 잡아온 유해진의 이야기가 더 큰 감흥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저 쉽게 언제든 나가서 잡거나 사서 먹었다면 참돔이 아니라 그 어떤 생선도 이런 행복감을 주지는 못했을 게다. 하지만 그간 빈 통을 들고 쓸쓸하게 세끼 하우스로 돌아오곤 했던 유해진의 그 발길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잡은 참돔의 의미와 가치는 새로워진다.

 

그래서 물론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막혀져 있지만, 이제 해외여행이 낯선 경험이 아닌 시대에 이런 무인도에 들어와 굳이 자급자족을 경험하는 <삼시세끼>의 시도들이 가치 있게 느껴진다. 그건 어쩌면 우리가 결과만을 경험하며 마치 없는 것으로 치부해왔던 과정들의 소중함을 아주 찬찬히 보여주고 있어서다. 심지어 두부 한 모를 사다 두부김치에 막걸리 한 잔을 마셔도 호사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사진:tvN)

‘삼시세끼’, 정우성이 산골에서 발견한 불편한 과정의 즐거움

 

커피 한 잔을 내려 먹기 위해 정우성은 아마도 이런 불편한 과정을 감수하지는 않았을 게다. 어쩌면 버튼 하나 누르면 뚝딱 만들어지는 에스프레소를 편안히 아침마다 즐겼을 지도. 하지만 tvN 예능 <삼시세끼> 산촌편에서 정우성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먼저 장작으로 불을 피워야 했다. 그렇게 피워놓은 불 위에 솥뚜껑을 뒤집어놓고 그 위에 생두를 부어 검게 익혀질 정도로 손수 로스팅을 하고, 만들어진 원두를 식힌 후 맷돌에 갈아 가루를 냈다. 그리고 면포를 놓고 그 위에 갈아놓은 원두를 넣은 후 끓인 물을 주전자로 조금씩 흘려 커피를 내렸다.

 

버튼 하나면 뚝딱 마실 수도 있는 도시에서의 커피와 일일이 생두를 원두로 만들고 이걸 갈아서 물로 내려 마시는 산골에서의 커피. 그 맛의 차이를 경험해보지 않아도 시청자들은 알 것 같다.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 맛이 없을 리가. 얼음을 가득 채운 컵에 담아 아이스커피로 마시는 그 맛은 입보다 몸이 반응할 것 같다. 설사 전문 커피숍에서 사 먹는 커피보다 맛이 떨어질 진다해도 체감하는 맛은 더 좋을 게다. 왜? 그 하나하나의 과정을 직접 경험한 맛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이건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이 애초 시작될 때부터 갖고 있던 기획의도다. 뭐든 사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것들도, 하나하나 직접 따거나 키우거나 만들어서 해먹는다는 것. 사실 산골에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에 정우성 같은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 ‘삼시세끼’만 챙겨 먹으라는 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인다. <1박2일> 시절 무수한 복불복을 통해 끼니를 거르거나 야외취침을 해오던 미션 홍수와 비교해보면 이건 차라리 휴양에 가까워 보이니까.

 

하지만 그 삼시세끼를 산골에서 장작으로 불을 직접 피워가며 솥에 밥을 하고 찌개를 만들어먹는 일은 의외로 쉽지 않은 미션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너무나 편리하게 완비되어 있는 주방 시스템에 적응해 있고, 필요하면 뭐든 사다 먹거나 배달해 먹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다. 그래서 염정아도 윤세아도 말한다. 여기서는 아침 먹으면 점심 뭐 먹을까 고민하고, 잠자기 전에 아침에 뭐 먹을까를 고민한다고. 그것만 내내 고민하다 보니 다른 고민은 없어지더라고.

 

생각해보면 <삼시세끼>는 도시에서의 우리의 삶이 편리하고 빨리 모든 걸 처리함으로써 여유 시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착각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만 같다. 사실 우리는 그 편리한 시스템이 만들어낸 여유를 생각보다 즐겨본 적이 있었을까. 빈 시간들은 무언가 또 다른 일과 고민으로 채우기 바빴고, 편리함의 이유로 과정이 사라진 결과만 경험하는 삶은 어딘가 우리를 소모되게 만들진 않았는지.

 

밭에서 감자를 잔뜩 캐서 한 박스 당 1만5천 원씩을 받아 번 6만 원으로 장터에 나가 장을 보는 마음도 그래서 다르게 다가온다. 카드로 척척 그어 먹고 싶은 걸 마음껏 사서 먹던 도시에서의 생활과 달리, 노동으로 땀 흘려 번 6만 원은 천 원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물론 도시에 적응되어 있는 우리의 입맛이 나영석 PD가 <삼시세끼>의 기획의도로 생각한 것과는 다른 도회적인 음식들에 출연자들을 빠뜨리곤 하지만, 소시지 하나를 먹어도 직접 숯불에 구워먹는 맛이 같을 수는 없다.

 

이 <삼시세끼>의 본래 본질에 충실한 이번 산촌편을 보다보면 염정아나 윤세아, 박소담, 정우성 같은 누가 봐도 도시남녀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들이 어째서 이 산골과 의외로 잘 어우러지고 남다른 재미를 만들어내는가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너무나 도시적인 이미지의 그들이 산골에서 밥 한 끼를 해먹는 일은 그 과정들을 하나하나 경험하는 새로움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들은 재미요소로만 머무는 게 아니다. 몸소 키우고 재배해 만들어 먹는 과정들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잃고 있던 것이 바로 그 과정이었다는 걸 깨닫게 만드는 면이 있어서다. 비가 촉촉하게 내린 산골에서 가마솥에 밥만 해놓고 깍두기 하나만 놔도 얼마나 기분 좋은 한 끼가 될 수 있을까. 노동의 과정을 경험하는 일은 그 결과를 만끽하게 만든다. <삼시세끼> 산촌편은 그걸 보여주고 있다. 염정아와 정우성 같은 배우들이 산골에서 밥을 챙겨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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