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군’, 왕과 백성은 어떻게 소통하고 성장하는가

‘남을 대신해 군역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대립군>이라는 제목은 두 가지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그렇게 누군가의 허깨비가 되어 오로지 살아남아야 그 존재가 의미를 갖는 ‘대립질’을 하는 민초들을 뜻하기도 하지만, 임진왜란 시절 선조의 분조에 의해 반쪽짜리 왕으로 추대된 광해를 뜻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군’은 군대를 뜻하기도 하지만 임금을 뜻할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사진출처:영화<대립군>

영화 <대립군>은 그래서 임진왜란이라는 절체절명의 국가위기 상황을 전제하고, 그 안에 왕과 백성이라는 두 존재를 ‘대립군’이라는 하나의 틀로 묶어낸다. 애초에 왕이 되고 싶지 않았던 유약한 왕 광해는 대립군과 함께 하는 여정을 통해 조금씩 백성들의 고단함이 무엇인지 또 그들이 원하는 왕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깨달아간다. 

백성을 대표하는 인물은 대립군의 수장 토우(이정재)다. 그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광해를 절벽 끝에 세우는 인물이다. 그는 용감하게 적과 맞설 수 있는 그 힘은 바로 그 절벽 끝에 서있어 갖게 되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광해에게 말한다. 편안한 삶을 살아왔을 광해는 이 대립군과 함께 지내는 절벽 끝의 시간들을 통해 점점 왕으로서의 자신을 세워나간다. 

자신을 죽이려는 조정의 세력들과 또 왜군들에게도 추격당하며 굶주림 속에 산속을 헤매던 광해가 일단의 백성의 무리들을 만나는 장면은 드디어 왕과 백성이 제대로 마주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백성들로부터 식량을 빼앗으려는 신하들을 광해는 제지하고, 그래서 백성들이 밥을 지어 왕과 나누자 광해는 자신이 그들에게 해줄 게 잠시간의 고단함을 풀어줄 춤사위밖에 없다며 춤을 춘다. 백성 앞에서 춤을 추는 왕. 그렇게 한껏 자신을 낮추는 순간, 백성들은 저절로 고개를 숙인다. 

왕이 제대로 된 왕으로 서게 되고, 또 백성이 백성의 자리를 찾아가는 그 과정은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대신하는 삶을 살아온 광해와 대립군이 절벽을 뒤로 한 작은 성에서 결사항전을 하며 그들은 그 전쟁이 이제 누군가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위한 사투라는 걸 확인한다. 광해는 그 결사항전을 거쳐 스스로를 왕이라고 자인하게 되고, 대립군들은 비로소 자신의 이름으로서 당당히 서게 된다. 

<대립군>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작년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겪고 있는 정국과 맞물려 묘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접하고 대통령 탄핵과 새로운 대통령을 세우는 그 과정을 온전히 해낸 건 다름 아닌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갔던 국민들이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이 ‘운명’이라고 말하며 그 힘겨운 여정을 통해 대통령이 된 과정에는 항상 함께하는 국민들이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며 국가의 위기상황에 힘을 모으고 그럼으로써 대통령과 국민이 스스로 자신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역할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아가는 과정은 그래서 저 영화 <대립군>의 광해와 대립군 사이의 소통과 성장을 닮았다. 

<대립군>은 물론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들이 있지만 그런 액션 장르를 추구하는 영화는 아니다. 대신 왕과 백성의 소통을 통한 성장과정을 그들이 겪는 혹독한 전쟁을 통해 담아낸다. 그래서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보여주기보다는 한번쯤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영화다. 특히 지금의 정국을 영화 속 상황과 견주어보면 더더욱 큰 울림을 주는.

날개 단 ‘썰전’, 여야 정치인들의 소통 창구 되나

제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 시대가 열린 후 첫 방영된 JTBC <썰전>은 8.2%(닐슨 코리아)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전 회차 시청률이 6.2%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썰전>에서 이번 대선을 두고 어떤 분석을 내놓을 지에 많은 시청자들이 궁금해 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썰전(사진출처:JTBC)'

<썰전>이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 것에 대해 내놓은 분석은, 탄핵정국의 이슈를 선점하고 정권교체,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의 요구를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캠프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점이었다. 이에 반해 안철수나 홍준표는 열세로 시작했는데 전략적으로도 미스가 많았다고 전원책 변호사는 분석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유시민 작가가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던 대목이었다.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결국 일을 하기 위해서는 야권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문재인 대통령이 어떻게 야권을 대할 것인가가 중요한 관건이 되었다. 여기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시간보다 듣는 시간이 훨씬 길다”며 “경청을 중요시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벌써부터 국민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남다른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또 유시민 작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화나서 했던 말이 바로 4차 TV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에게 했던 ‘이보세요’”라는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오래 했던 동료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30년 동안 본 적이 없었다는 말을 했다. 최고로 화가 나서 도저히 감정이 억제가 안 될 때 쓴 표현이 바로 ‘이보세요’가 다인 분이다.” “과거 대통령에 비해 진지하게 경청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분”이라는 것.

사실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처럼 대통령의 사적인 면면을 다루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대통령의 이야기라면 대부분이 공적인 면들만 뉴스나 토론프로그램 등에서 다뤄지지 않던가. 하지만 <썰전>이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이미 이 프로그램에 나온 적도 있었고, 유시민 작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인 적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면면들이었다.

이건 <썰전>이라는 시사와 예능을 섞은 독특한 형식에서 가능한 것이지만, 어떤 면으로 보면 이제 정치를 바라보는 현 대중들의 달라진 시선을 투영하고 있다고도 보인다. 과거 정치나 시사문제를 대변하는 방송으로 여겼던 MBC <100분 토론>에 대한 현재 대중들의 무관심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건 물론 날카로움을 잃어버린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실망감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공적인 걸 빙자해 진짜를 보여주기보다는 형식적인 토론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토론 프로그램들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썰전>은 확실히 이 프로그램이 갖는 달라진 위상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시대가 열린 것에 대해 각 당의 목소리를 전화로 연결해 듣는 코너가 마련됐다는 것도 놀랍지만, 거기 기꺼이 통화에 응해준 여야 정치인들이 한 목소리로 <썰전>에 대한 호감과 상찬을 드러내는 면은 더욱 놀라웠다. 여든 야든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그 모습은 <썰전>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의 충분한 소통창구로 자리매김했다는 걸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보다 ‘소통’을 중시여기는 대통령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이 새로운 시대에 중요한 건 형식적인 담화가 아니다. 오히려 조금 싸우더라도 진솔하게 속내를 털어내 대화하고 그것을 통해 어떤 합의점이나 이해에 도달하는 것. 지난 탄핵정국부터 최근 대선까지를 거치며 <썰전>은 이미 그 중요한 위치를 선점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썰전>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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