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한도전’의 소소한 도전은 시시해졌다. 그만큼 ‘무한도전’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큰 이벤트를 만나면 ‘무한도전’의 도전은 빛을 발한다. 베이징 올림픽을 맞아 우리 생애 최고의 팀, 여자 핸드볼 팀의 경기를 해설하고 응원한 ‘무한도전’의 스포츠 해설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왜 하필 여자 핸드볼 팀이었을까. 사실 거의 모든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각각의 드라마를 갖고 있지만 여자 핸드볼 팀이 가진 드라마가 그만큼 독보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통해 널리 알려진 그 드라마가 베이징의 핸드볼 경기장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한번 출전하기도 힘든 올림픽에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이번 베이징 올림픽까지 무려 다섯 차례나 출전한 오성옥 선수는 경기장에서 뛰었고, 그녀의 단짝이던 임오경 선수는 이제는 핸드볼 해설자로서 함께 뛰며 웃고 울었다. 그리고 ‘무한도전’은 공식기능인 정형돈과 속사포 노홍철이 보조해설을 하고, 나머지 팀원들은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올림픽 중계가 가진 생방송의 묘미는 ‘무한도전’이 가진 리얼 버라이어티와 잘 맞아떨어지면서 출연진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흥미진진한 긴박감과 감동을 느끼게 해주었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무한도전’의 캐치 프레이즈는 올림픽 정신과도 맞닿았고, 그것은 고스란히 최고의 조건은 아니지만 최선을 통해 최고가 된 여자 핸드볼 팀과도 잘 어울렸다.
또한 ‘무한도전’의 이번 도전을 통해 보여진 스포츠 중계의 이면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경기 이상으로 긴장감 넘치는 해설자들의 노력이 ‘무한도전’의 카메라에 잡혔고 그것은 아나운서들의 친근한 실제 모습들과 어우러지면서 스포츠 중계가 갖는 묘미를 시청자에게 전해주었다.
‘무한도전’이 해설자로 나선 헝가리전에서 승리한 우리 선수들은 열띤 응원전을 벌인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의 존재를 알아채고는 서로 손을 흔들어주는 장면을 연출했다. 거기에는 끝없는 도전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네들의 말하지 않아도 아는 교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그 날 노르웨이전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결승진출이 좌절된 우리 생애 최고의 팀은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국민들에게 선사했다. 마지막 1분을 남기고 승리가 거의 확정된 임영철 감독은 올림픽에 수 차례 나와 고된 훈련과 힘겨운 경기를 매번 훌륭하게 뛰어준 고참 선수들로 경기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해 그들에게 ‘생애 최고의 1분’을 선사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금메달보다 더 값지다는 것. ‘무한도전’의 여자 핸드볼 팀과의 만남은 여자 핸드볼 팀에게나 ‘무한도전’팀에게나 바로 그것을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다.
올림픽 시즌에 예능 프로그램도 예외일 수는 없었나. 예능 삼국지를 방불케 하던 주말 밤 예능 프로그램들의 경쟁은 시들해졌고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도 높아졌다. 올림픽 방송에 밀려 결방되기도 하고, 방송이 된다해도 올림픽 특집으로 본래의 특성이 사라져버리니 열렬한 지지층들의 반발을 사게 된 것이다.
‘무한도전’은 올림픽 특집으로 무한도전식의 ‘이색올림픽’을 보여주었다. 종목은 지압판 멀리뛰기, 상대방의 상의를 벗기는 유도경기, 100m 복불복 달리기, 땅 짚고 헤엄치기, 역기 들어 엉덩이에 낀 젓가락 부러뜨리기 같은 기상천외한 것이었다. 몸 개그가 프로그램의 컨셉트였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긴장감 넘치는 올림픽 경기가 치러지고 있는 상황에 우스꽝스런 이색올림픽의 면면이 유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상황은 ‘1박2일’도 마찬가지. 지난주에 있어 2회 연속으로 1박은 하지 않고 운동에 열중한 ‘1박2일’은 심지어 ‘초심을 잃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지난주 여자 대표팀과의 축구경기는 슛돌이 성인버전이라는 얘길 들었으며, 이번 주 배드민턴, 양궁, 탁구 경기가 나가자 ‘무한도전’을 보는 것 같다며 “여행은 언제 가냐”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같은 시간대인 SBS의 ‘패밀리가 떴다(일요일)’와 ‘스타킹(토요일)’은 올림픽 특집방송을 하지 않고 본래 하던 식으로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올림픽 시즌에 이들 주말 예능 프로그램들의 성적표를 보면 ‘일요일이 좋다’가 21.6%(AGB 닐슨)로 수위를 차지한데 비해 ‘해피선데이’는 17.6%를 차지했고, ‘스타킹’이 13.8%를 차지한 반면 ‘무한도전’은 13.6%를 기록했다. 시청률도 떨어지고 프로그램 이미지도 떨어뜨리는 예능의 올림픽 특집은 단순하게 비교해도 남는 장사가 아니다. 게다가 이러한 올림픽 특집을 위해 특별 게스트를 모시는 일도 그대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쉽지 않다. 그렇다면 모든 게 불리하고 힘든 상황에서 왜 예능 프로그램은 올림픽 특집을 하는 것일까.
이유는 올림픽 방송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지난 주 ‘1박2일’은 여자축구대표와의 축구경기를 하면서 이어지는 ‘한국 대 이탈리아’의 축구경기를 KBS와 함께 하자는 식의 멘트를 집어넣었다. 이어진 방송 3사의 축구경기 중계 경쟁에서 KBS는 15.8%로 수위를 차지했다. 한편 ‘무한도전’멤버들이 해설자로 나선 MBC‘여자 핸드볼 한국 대 헝가리전’은 17.1%로 시청률에서 압승을 차지했다. 올림픽 방송을 지원하기 위해서 대표 예능 프로그램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올림픽 특집을 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올림픽 특집은 방송사의 올림픽 방송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예능 프로그램은 억울할 뿐일까. 해석에 따라 상황은 거꾸로 역전되기도 한다. ‘무한도전’의 이색올림픽이 비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의 핸드볼 중계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색올림픽이 ‘무한도전’의 올림픽 방송을 위한 일방적인 지원사격이었다면, 핸드볼 중계는 올림픽 방송과 ‘무한도전’ 양자가 비교적 적절히 시너지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지금 올림픽 시즌을 맞이해 예능 프로그램들은 어쩔 수 없이 올림픽 특집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이것을 가지고 초심 운운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그들도 방송국이 명운을 걸고 하는 올림픽 방송에서 열외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좀 남다른 대처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국가적인 스포츠 행사가 벌어지면 통상적으로 나오는 거의 똑같은 포맷의 특집 구성은 분명 비판을 벗어나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