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한끼줍쇼’, JTBC예능이 일반인을 대하는 자세

JTBC <효리네 민박>에 출연한 삼남매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이상하게도 잡아 흔든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 때문에 사실상 엄마 같은 역할을 해온 큰언니 경화와 노래를 만드는 게 꿈이라는 작은 언니 예원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 티 없이 자라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말을 거는 모습이 그토록 예쁠 수 없는 막내 하민이.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사실 그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무언가 대단히 특별한 말이나 행동을 보인 건 없다. 특별한 일이라고 해봐야 엄마 생전에 같이 갔던 제주의 해변을 찾아가 그 때를 회고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밝고 바른 말과 행동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이들의 진정성 있는 마음이 묻어난다. 

눈치 빠른 민박집 회장님 이효리는 엄마 없이 자란 하민이가 그토록 밝다는 사실에서 큰언니 경화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공감한다. 그래서 자꾸만 쓰이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노래를 만드는 게 꿈이라는 둘째와 함께 노래를 만들고, 돌아가는 길에 줄 선물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받았던 기타를 준비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누군가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호의를 베풀 때가 있잖아. 그러면 그 사람한테 그걸 갚는 게 아니라 나도 다른 사람한테, 필요한 사람한테 주면...” 

이것은 <효리네 민박>이라는 프로그램이 일반인 손님들을 대하는 방식이다. 거기에 출연자라는 의식은 별로 없다. 다만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있을 뿐이고, 그 만남 사이에 벌어지는 꽤 담담해도 은근히 전해지는 마음이 있다. 물론 일반인들은 이효리와 아이유, 이상순을 눈앞에서 보는 것에 신기해하지만, 그것은 잠시일 뿐이다. 그 후에는 오히려 이 손님들을 위해 헌신하는 연예인들이 보이고, 그로 인해 일반인들의 매력적인 면면들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 전면에 묻어난다. 

<인디애나 존스>의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두 명의 아재 모험가, 마치 친정 부모처럼 갖가지 음식들을 마련해줘 풍족한 효리네 민박을 만들어주었던 멋진 노부부, 동년배로서 아이유와 진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여줬던 유쾌 발랄 소녀들 등등. 삼남매를 비롯한 손님들이 그다지 드러내지 않아도 저마다의 매력이 넘쳐났던 건 바로 그 담담함과 그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가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서 우러나온 것이겠지만.

관찰카메라가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또 하나의 달라진 면모는 연예인과 일반인의 접점을 다룬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연예인의 일상이 궁금하면서도 동시에 자신과 똑같은 비연예인이 그 세계 속에 들어가 있는 어떤 동질감을 경험하고 싶어한다. <효리네 민박>처럼 아예 이효리와 이상순 그리고 아이유를 민박집 운영자로 세워두고 일반인 손님들이 들어오는 구조는 그래서 이러한 트렌드의 정답 같은 느낌이다. 

중요한 건 여기서 프로그램이 일반인을 대하는 자세다. 연예인과 비연예인의 경계를 나누기보다는 그저 똑같은 사람으로서 서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 수평적 관점이 중요해졌다는 것. 최근 JTBC에서 주목받는 또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도 그런 점에서 보면 <효리네 민박>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효리네 민박>이 연예인의 집으로 일반인을 초대한다면, <한끼줍쇼>는 일반인의 집으로 연예인이 들어가는 것이 다를 뿐.

여기서도 역시 중요한 건 이경규와 강호동이 그들에게 문을 열어준 일반인 분들을 대하는 태도다. 거기서 이들 MC들은 자신들이 주인공이 아니고 단지 그 곳에 사는 분들의 삶을 소개해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이경규와 강호동이 얼마나 재밌었는가보다는 그 날 소개됐던 집에 사는 분들의 따뜻함 같은 것이 더 기억에 남는다. 

<효리네 민박>과 <한끼줍쇼>. 이 JTBC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래서 지금 트렌드가 되고 있는 일반인과 연예인의 콜라보에 있어서 정석을 보여준다. 일반인들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줌으로써 오히려 더 빛나는 연예인의 모습들. 한국형으로 진화한 리얼리티쇼의 독특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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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의 설렘은 없고 경쟁만 가득한 현실이란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을 보며 우리는 한번쯤 생각했을 겁니다. 저런 곳에서 저런 가게를 열면 얼마나 좋을까. 인도네시아 발리, 그 곳에서 또 배를 타고 들어가야 있는 외딴 섬. 이 <윤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이진주 PD는 바로 그 섬에서 휴가를 보내며 이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죠.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잠시 짬을 내 가게 되는 휴가. 기껏 해봐야 3박4일 정도의 꿈같은 시간이 훌쩍 지나고 나면 어느새 돌아가야 한다는 그 우울함. 문득 이런 곳에서 가게를 열며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그 바람이 이 프로그램을 탄생하게 했다는 거죠. 

'윤식당(사진출처:tvN)'

사실 가게를 오픈한다면 가장 먼저 중요한 건 입지조건일 것입니다. 하필이면 이진주 PD가 이 외딴 섬이 최적지로 여기게 된 건 놀랍게도 그 섬에 우리나라 사람들을 거의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실 외부에서(그것도 해외에서) 진행되는 방송 촬영에서 가장 큰 난점은 팬들이 몰리는 사태라고 합니다. 그래서 <신서유기> 같은 아이돌이 게스트로 들어가는 프로그램은 촬영 당일까지도 어느 곳으로 간다는 정보를 꼭꼭 숨길 수밖에 없다고 하죠. 만일 그게 유출되면 해외에서의 촬영은 몰리는 팬들 때문에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되죠. 

하물며 여행을 하며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한 곳에 가게를 오픈하고 정착하는 <윤식당> 같은 프로그램은 팬들이 없는 공간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죠. 나영석 PD는 그래서 <윤식당>은 국내에서는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아이템이라고 하더군요. 생각해보세요. 배우들이 개업을 했다고 하면 아마도 엄청난 팬들이 몰려 자연스러운 가게 오픈의 풍경들을 잡아내기 어려울 겁니다. 

다행스럽게도 <윤식당>이 가게를 연 섬은 호주인들과 유럽인들이 많고 가끔 중국인 관광객 정도가 있는 정도였죠. 그래서 윤여정, 신구, 이서진, 정유미 같은 배우들이 버젓이 가게를 열어도 크게 촬영에 방해가 되는 점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 섬에는 한식당도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니 <윤식당>의 불고기 단일 메뉴만으로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거죠. 이 점 역시 국내와는 완전히 다른 지점입니다. 국내에서 가게를 열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조금만 잘 된다 소문이 나면 비슷한 레시피를 가진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결국은 자본 게임으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보다 많은 자본을 가진 가게가 처음 새로운 아이템을 내걸고 연 가게를 먹어버리게 되는 거죠. 하지만 이 섬에는 그런 경쟁업체가 없습니다. 그러니 불고기 단일 메뉴를 하다가, 라면, 만두, 치킨 이런 식으로 메뉴를 넓혀갈 수도 있었죠. 

방송에서 이미 화제가 된 것이지만 <윤식당>은 오픈한 지 하루 만에 철거당하는 위기를 겪었습니다. 만일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이건 그저 가상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철거의 문제는 종종 벌어지는 일이니까요.) 다시 일어난다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일 겁니다. 하지만 <윤식당>은 가까운 곳에 2호점 자리를 내고 철거된 가게에서 미리 집기와 소품들을 꺼내와 단 하루만에 2호점을 꾸며 오픈하는 기적을 보여줍니다. 

이 정도 되면 <윤식당>이 보여주는 해외의 외딴 섬에서의 창업이 로망으로 느껴질 만한 대목입니다. 물론 이건 방송이지 실제 창업이 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방송이 끝나면 철수되는 곳이고, 그 곳은 또 다른 이들이 들어와 장사를 이어가겠죠.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가 느끼는 설렘과 씁쓸함은 고스란히 우리네 창업 환경과 맞닿아 있습니다.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수명은 점점 길어져 퇴직한 고령층들도 갈수록 늘어갑니다. 그 많은 이들이 모두 취업을 목표로 한다는 건 이제 불가능한 사회에 접어들고 있죠. 일본이나 유럽의 거리를 걷다보면 작지만 꽤 오래도록 전통을 이어오는 단단한 가게들이 있는 걸 보며 부러움을 느낀 분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처럼 작은 상점들조차 대자본이 들어와 프랜차이즈로 밀어내 사라져버리고, 그래서 작은 상점들이 당장 살아남기 위해 그들끼리 피튀기는 경쟁에 내몰리는 그런 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낭만 같은 것이 거기서 느껴지기 때문이죠.

가게를 연다는 건 설레는 일이 아닐까요. 그것은 단지 장사의 차원을 넘어 무언가 새로운 걸 시작한다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네 현실이 그렇지 못합니다. 확고한 뜻과 꿈이 있다면 그것을 창업을 통해서 실현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은 <윤식당> 같은 예능 프로그램 속 판타지에서나 가능한 일일까요. 그런 낭만을 꿈꾸는 사회는 어째서 요원하기만 한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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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현·구혜선의 ‘신혼일기’, 평범해서 더 특별한 까닭

역할이 바뀌었는데 바뀌었다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구혜선은 무거운 가구들을 혼자서 낑낑대며 배치하려 한다. 그러자 그걸 본 안재현이 그녀를 돕는다. 안재현은 있는 재료로 수제비를 만들어 내놓는다. 단촐한 식탁에 앉아 두 사람은 맛있다를 연발하며 식사를 한다. 구혜선이 차가운 바닥을 따뜻하게 해줄 이불가지들을 도처에 깔아놓는다. 안재현은 식사를 끝내고 남은 설거지거리들을 깨끗이 정리해놓는다. 

'신혼일기(사진출처:tvN)'

어찌 보면 남녀가 해야 할 일이 바뀐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너무 자연스럽고 또 상대방이 하는 일을 슬쩍 슬쩍 도와주는 모습은 남녀 간의 역할 구분 따위를 무색하게 만든다. 부부 간에 방귀를 트는(?) 일도 어찌된 일인지 구혜선이 먼저다. 안재현은 조금 쑥스러워 한다. 그것 역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남녀관계에서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하지만 그것 역시 아무런 어색함이 없다. 촬영장에서 첫 키스를 자기가 다짜고짜 먼저 했다는 구혜선의 이야기가 듣는 이들을 유쾌하게 만든다. 

모든 시간들이 ‘찬란할’ 수밖에 없는 신혼이니 성차에 따른 역할 구분이나 선입견 같은 것들은 마치 순수한 아이들의 행복한 놀이처럼 여겨진다. 안재현이 좋아한다는 과자를 차 트렁크에 잔뜩 실어놓고 ‘이벤트’를 꾸민 구혜선이 눈치도 없이 수제비 만드는 일에만 골몰하는 남편에게 뾰로통해 하는 모습조차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이들은 설거지 내기로 배드민턴을 치면서 마치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의 한 장면처럼 까르르 웃음꽃을 피운다. 별것도 아닌 일이지만 아마 이런 순간은 이 부부의 함께 하는 삶 내내 기억의 한 자락에 남게 될 것이다. 

<신혼일기>라는 새로운 타이틀에 콘셉트를 갖고 왔지만 나영석 PD표 예능은 늘 그러했듯이 거창한 변화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많이 봐왔던 <삼시세끼>의 산골 고향 같은 집에 시커먼 남자들 대신 꿀 떨어지는 부부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삼시세끼>에서도 그랬듯이 나영석 PD는 여기에 아무런 MSG를 치지 않고 그저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한다. 

그래서 사실 <신혼일기> 첫 회에 그들이 한 일이라고는 딱히 대단할 것들이 없다. 집기를 배치하고 밥 지어 먹고 함께 지내는 반려견, 반려묘들과의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여주고, 읍내에 나가 장을 보고 햇살 떨어지는 낮에 배드민턴을 치는 것. 그런데 <신혼일기>의 이 지극히 일상적인 평범한 삶의 모습들에 시청자들은 눈을 뗄 수가 없다. 그건 그들의 행동 때문이 아니라, 그 행동 이면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따뜻한 애정을 느끼기 때문이고, 그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 때문이 아니라, 그 삶이 주는 훈훈한 정경들을 보는 이들 역시 그리워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런 따뜻한 느낌 속에서 하루만이라도 지내봤으면...

<신혼일기>는 그래서 <우리 결혼했어요>나 <님과 함께2> 같은 결혼 버라이어티와는 완전히 다른 결을 보여준다. 실제 부부가 등장하기 때문에 부부인 척 할 필요도 없고, 실제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을 가장할 필요도 없다. 그저 자연스럽게 그 순간의 느낌과 감정에 따라 행동하고 표현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들이 뾰로통해하고 미소를 짓고 하는 그 모습들 하나하나가 진심이니 말이다. 

사랑이 깊으니 부부 간의 삶에도 부딪침을 만들어내기 마련인 역할 구분에 대한 갈등 역시 그다지 큰 문제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또 특별한 이벤트 같은 걸 하지 않아도 아주 사소한 일상 속에서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드러난다. 물론 부부의 삶이란 좋을 때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신혼이라는 그 특별한 시간대는 모든 것들이 찬란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건 구혜선이나 안재현 같은 특별하나 존재들이어서가 아니다. 누구나 그 신혼이라는 시간대에는 그런 찬란함 속에 들어간다. 그 시간대로부터 한참 떠나온 중년들도 되돌아 생각해보면 그 때의 찬란함을 새삼 느낄 수 있을 게다. <신혼일기>는 그래서 구혜선과 안재현의 부부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앞으로 그 시간을 보낼 예비자들은 물론이고, 그 시간으로부터 멀리 지나온 경험자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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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이 말해준다, 숨어있는 그들과 당당한 이들

 

최순득(최순실 언니)씨가 유명한 연예인 축구단이 있어요, 회오리 축구단이라고. 여기를 다니면서 밥을 사줍니다. 그래서 연예계 자락을 쫙 만들어놔요.” “국제 행사에 최순실 씨하고 오랫동안 친분이 있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그 가수가 국제 행사에서 생뚱맞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초대되어서 노래를 부릅니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온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 이야기는 곧바로 이른바 최순실 라인 연예인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매체에서 기사화됐다.

 

사진출처:이준 SNS

누구인지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네티즌들은 몇몇 가수들과 기획사 대표에 대한 의혹의 목소리를 덧붙였고 이에 대해 지목된 가수 몇몇은 사실이 아니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른바 최순실 연예인논란이 불거졌고 바로 이어서 이번에는 최순득 연예인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24일자 동아일보는 최순실의 언니 최순득이 매년 김장철에 서울 강남의 자택으로 유명 연예인들을 초대해 김치 값 명목으로 현금봉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 모임에 참석한 연예인들은 중년 여배우부터 이제 갓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2,30대 연예인까지 다양했다고 보도했다.

 

최순실씨의 조카로 알려진 장시호의 인맥 역시 화제가 되면서 이른바 장시호 연예인 라인도 주목받고 있다. 그 인맥에는 정관계 인사들은 물론이고 운동선수, 연예인들까지 광범위했다는 것. 이번에 구속된 차은택 역시 장시호 연예인 인맥 중 하나였다고 한다. 3주 전 폐쇄된 장시호의 SNS에는 그녀의 연예인 인맥을 알 수 있는 사진들이 남겨 있었는데, 23일 뉴시스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거기에는 누구나 알만한 유명 가수 A씨와 한때 인기 절정이었던 혼성그룹 멤버 B, 영화배우 C, 방송인 D씨 등이 들어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 방송인으로도 활동하던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이규혁은 장씨와 오랜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연예인들의 존재에 대한 대중적인 공분과 관심이 집중되는 건 그것이 결국 특혜로 이어졌다는 의심 때문이다. 이처럼 그들과 함께 한 연예인들이 이번 게이트가 터지자 숨죽이고 있는 반면, 당당하게 촛불을 들고 이번 사태의 규탄에 앞장서는 연예인들도 있다. 이들의 할 말은 하고, 할 행동은 하는 모습은 대중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때로는 속 시원하게 해주기도 한다.

 

영화 <아수라> 팬 단체 관람회에 참석해 팬들의 요청에 따라 극중 대사를 패러디해 박근혜 앞으로 나와!”라고 외친 정우성은, 한때 자신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들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말라. 그들이 지은 것이지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이라는 이름을 가명으로 써왔다는 사실 때문에 과거 그 역할을 연기했던 하지원은 영화 <목숨 건 연애> 제작보고회에서 의연하게 이 영화의 캐릭터인 한제인은 쓰지 말아 달라고 센스있는 당부의 목소리를 남겼다.

 

촛불 집회에 직접 참가하거나 촛불을 지지하는 인증샷을 올린 연예인들도 있다. 신현준, 김동완, 허지웅, 이준, 유아인, 이기우-이청아 커플, 남보라, 치타, 솔비, 김효진 등등. 그들은 촛불을 들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에 각자 소신 발언도 남기는 등 이번 시국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대중들이 그들에게 박수를 치는 건 항상 대중들과 함께 한다는 그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그 소신 행동들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평시에는 잘 보이지 않던 것이 어떤 시국을 만나면 드러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번 시국에서 누군가는 AB씨로 일컬어지며 저 모자이크 뒤편으로 숨게 됐지만, 누군가는 당당히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내밀고 대중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것이 대중문화의 기수로서 연예인들의 바람직한 모습인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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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못친소, 외모 아닌 연기력으로 웃긴 우현

 

MBC <무한도전> ‘못친소(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에서 최고 매력남으로 뽑힌 우현은 과연 외모로 웃겼을까? 물론 그 시작은 외모였다. 하지만 그 끝은 외모와는 상관없는 우현의 대체불가 매력이었다. 노안 종결자라고 불리는 외모였지만 차츰 그 얼굴은 그토록 귀여울 수가 없는 얼굴로 바뀌어갔다. 나이를 거꾸로 먹은 듯 아이처럼 천진난만해보이기까지 하는 그 모습에서 역시 외모는 보여지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우현은 알려주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연예인 되기 전에 외모를 비관한 적이 있었다. 거울을 보면서 절망하고 부모님을 원망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외모 아닌 무기가 내게 있더라. 그걸 갈고 닦았다. 잘생기진 않았지만 못난 것도 없는 우리니까 못친들이 주는 상을 기쁜 마음으로 받겠다.” 그가 F1 수상소감으로 밝힌 이 말은 외모보다 훨씬 중요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그가 말한 외모 아닌 무기는 도대체 뭘까?

 

적어도 이번 <무한도전> ‘못친소를 통해 느껴진 그만의 무기는 남다른 노력이고, 허물없는 모습이며, 그것을 통해 무엇보다 그가 더 갈고 닦았을 연기력이었다. 사실 연기란 가면을 쓰고 본 모습을 가리는 일이 아니라 자신 속에 있는 많은 가면들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러니 적지 않은 나이에 이토록 허물없이 모든 걸 내려놓고 보여줄 수 있다는 건 그가 얼마나 연기자로서 준비되어 있는 사람인가를 잘 말해준다.

 

로데오를 타고 도넛 먹기를 할 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내려는 모습에서 그걸 보는 모든 출연자들이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지만, 정작 그걸 하는 우현은 내내 진지한 얼굴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도넛을 먹으려 안간힘을 썼고 그러자 그 욕망까지 담겨진 리얼한 표정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이 코미디의 본질이 아니던가. 타인을 웃기지만 본인은 절대 우습지 않은.

 

얼굴로 말해요퀴즈 게임에서는 놀라운 표정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치즈 같은 음식을 얼굴 표정 하나로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그의 표정 연기의 공력을 느낄 수 있었다. 얼굴로 길게 늘어진 치즈를 쭉 빼 먹는 듯한 장면을 연출해보여준 것. 맥주와 콜라 같은 비슷한 문제에서도 그는 작은 차이를 통해 정준하가 그 얼굴을 읽어내게 만들었다. 결코 쉽지 않은 게임이지만 여기서도 우현은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그 게임을 대했다.

 

마지막 매력발산에서 우현은 비슷하다고 늘 지목되는 통아저씨의 춤을 췄다. 똑같은 동작을 선보였다기보다는 그 비슷한 포인트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절묘한 표정은 마치 통아저씨가 스튜디오로 나온 듯한 착각마저 일으켰다. 그리고 이어서 부른 박진영의 허니역시 한 치의 어색함이 없는 멋진 무대였다. 춤 동작 하나하나에 절도가 있었다. 반응은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다. 반전이 있었으니 말이다.

 

우현의 이 모든 매력의 원천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그의 연기력이 아니었을까. ‘못친소에서 연기를 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연기를 하는 사람의 진솔함이 거기에 있었고, 자신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여주는 자유로움이 느껴졌으며, 무엇보다 그간 갈고 닦은 무수한 표정들이 있었다. 가만히 노려보듯 있으면 어딘지 무섭게까지 느껴지는 그 얼굴이 갑자기 생글생글 웃으면 아이처럼 바뀔 수 있는 공력. 연기력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타고난 것이 외모라면 노력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것이 연기력이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 ‘못친소가 우현을 F1으로 뽑은 것은 그 진짜 의도를 정확히 보여준 것일 게다. 못생겼다는 외모에 대한 지적에서부터 시작했지만 차츰 그들의 진면목이 드러나면서 그들에게 호감을 느끼게 됐던 건 다름 아닌 외모보다 더 중요한 그들만의 매력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우현이 보여준 것처럼 그 매력은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충분히 얻어질 수 있다는 것. <무한도전> 못친소가 하려던 진짜 이야기는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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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공개, 연예인 사생활의 아킬레스건 되나

 

한때 연예인들의 사생활은 열리지 않는 문이었다.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어 그 이면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언론도 대중들의 편에 서 있다기보다는 연예인들과 공조하는 면이 강했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이제 언론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끄집어내 공개하는 것이 하나의 알 권리라고까지 주장한다. 사생활이라도 민감한 사안이 나오게 되면 일단 터트리는 것이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사진출처:키이스트

언론의 이런 변화가 야기한 건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에 벌어지는 스캔들에서 으레 갑과 을의 관계였던 것이 이제 역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현중과 전 여자 친구 최모씨와의 지루한 법정공방과 소송 그리고 그토록 많이 쏟아진 이야기들을 떠올려보라. 김현중이 최씨에게 여러 차례 폭력을 행사했고 이로 인해 최씨가 전치 2주의 타박상과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는 내용이 언론에 의해 공개되면서 시작된 스캔들은 임신과 친자 확인 그리고 임신 중 유산 이야기로까지 일파만파 커져나갔다.

 

결국 유전자 검사에 의해 김현중의 친자가 맞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친자임을 확인했고 그래서 책임지겠다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최씨측이 주장하는 모든 혐의들, 이를 테면 폭력에 의한 유산 같은 것들은 끝까지 법정 투쟁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김현중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는 어쨌든 최씨에게 자신의 아이를 임신시켰고 그 아이의 엄마를 상대로 싸우는 중이다. 이건 대중들로서는 상식 이하의 행동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김현중 스캔들에서 보여지는 건 언론 공개라는 방식이 과거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에 벌어지는 스캔들의 향방을 상당부분 바꿔놓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 공개자체가 원천적으로 막혀 있거나 상대적으로 힘이 있는 연예인 측에 언론이 호의적인 관계를 갖고 있었다면 결코 벌어질 수 없는 일들이 지금 현재 우리 앞에 벌어지고 있다. 연예인들의 베일에 싸여 있던 치부가 사생활 스캔들에서 그들을 무너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

 

이병헌 스캔들에서는 사생활이 드러나게 되면서 오히려 협박을 당한 이병헌이 마치 가해자처럼 대중의 지탄을 받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결혼까지 한 그가 젊은 여자들과 지극히 사적인 관계를 해왔다는 사실은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가진 이미지를 깎아내렸다. 멜로드라마에서 순애보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던 그는 하루 아침에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인물로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것 역시 스캔들이 언론에 공개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일이다.

 

연예인이라는 위치는 이래서 어떤 경우에는 사생활 공개로 고통 받는 입장에 처하기도 한다. 장윤정의 어머니 육흥복씨는 사적으로 편지를 보내면 될 일을 언론사에 뿌리는 것으로 장윤정에게 고통을 가하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부모와 자식이 그런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이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연예인에게는 치명적이다. 육씨의 언론을 통한 폭로 방식은 그것이 이제 연예인들에게는 하나의 아킬레스건이라는 것을 제대로 확인시켜주는 사건이다.

 

물론 이 같은 언론공개가 가진 순기능이 있다. 그것은 과거 절대 갑이었던 연예인들이 이제는 일반인들과의 스캔들에서 결코 갑일 수만은 없는 위치 이동을 시켰다는 점이다. 하지만 역기능 또한 만만찮다. 만일 이 연예인들의 아킬레스건을 악용하려 한다면 오히려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의 갑을관계가 역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언론공개라는 힘 앞에 사실이 어떻든 연예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일반인들과의 합의를 해야 되는 입장에 놓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역기능은 언론공개라고는 되어 있지만 이렇게 드러난 사생활들을 굳이 낱낱이 봐야하는 대중들의 피해다. 스캔들에서는 으레 진위 공방이 이어지지만 올해 벌어졌던 그것들을 되새겨보면 거의 막장드라마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내가 있는데 다른 여자들을 은밀히 만나고,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자와 법정싸움을 벌이고, 심지어 부모가 자식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그 막장의 이야기들이 대중들에게 미칠 여파는 절대 가볍다고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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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브라더가 아닌 <빅프렌드>, 그 참신한 역발상

 

2회 짜리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MBC <빅프렌드>는 참신한 기획이 돋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미 <마이 리틀 텔레비전>TV와 시청자의 직접적인 소통의 물꼬를 열어 놓았다면 <빅프렌드>는 그 바탕 위에서 이렇게 모인 시청자들이 그저 수동적으로 방송을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방송의 주역이 될 것을 요구한다.

 


'빅프렌드(사진출처:MBC)'

첫 회가 얼미남얼굴이 미안한 남자들을 출연시켜 500인의 빅프렌드가 제안하는 갖가지 조언들을 통해 그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바라보는 이야기로 이 콘셉트가 가진 재미의 일면을 보여주었다면 2회는 현장에서 고생하는 한 소방관의 기분 좋은 하루를 만들어주기 위해 직접 현장으로까지 달려와 저마다 그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는 훈훈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늘 출동대기를 위해 5분도 채 걸리지 않고 뚝딱 밥을 때우기 일쑤고, 언제 출동할지 알 수 없이 작업화를 벗지 않으며, 현장에서는 곧 무너질 듯한 집에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제 한 몸을 기꺼이 던지는 소방관. 그 사연은 마치 휴먼다큐의 한 장면처럼 감동적이다. 그러니 이를 본 500인의 빅프렌드가 기꺼이 이 소방관의 웃음을 보기 위해 나선다는 건 그 자체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사실 <빅프렌드>가 떠올리게 하는 건 빅브라더혹은 SNS 상으로 군집하는 대중들의 이미지다. 빅브라더가 미디어의 권력화를 얘기한다면 군집한 대중은 그렇게 모여 세상을 바꿔나가는 긍정적인 의미와 또 때로는 한 개인을 파괴하기도 하는 부정적인 힘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빅프렌드>는 뉴미디어 시대에 방송 권력이 빅브라더가 되는 것을 탈피하고, 또한 대중의 힘이 긍정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실로 SNS의 힘이란 대단하다. 그것은 시간과 장소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게 해주고 하나의 뜻으로 이어진 여러 사람들의 마음은 의외로 거대한 힘이 되어 살만한 세상을 꿈꾸게 해준다. 방송은 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주는 것이고, 사실상 <빅프렌드>는 이 땅에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 마음이 하나로 묶일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빅프렌드>의 힘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백지연이나 장동민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날의 주인공인 소방관 아저씨나 의기소침해 있는 얼굴이 미안한 남자가 가진 삶의 이야기에서 그 힘이 생겨난다. 여기에 그들에게 공감하거나 그 삶에 개입하고픈 500인의 타인들이 나머지 반의 힘을 만든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그렇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우리를 확인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프로그램은 보는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최근의 예능 프로그램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간 스튜디오 예능 프로그램들로서 연예인 토크쇼가 그 트렌드를 소진하면서 대신 등장한 건 일반인들이다. 그래서 그 일반인들과 연예인이 공존하는 새로운 예능들이 선전하고 있다. 그 대표격은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같은 프로그램. 일반인의 사연과 그 사연에 대해 각주를 달아주는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다는 점에서 <빅프렌드> 역시 <동상이몽>처럼 그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현재 방송 프로그램의 관건은 어떻게 하면 저 모래알처럼 많은 일반인들의 이야기들을 방송의 소재로써 끌어올 것인가가 될 것이다. 여기에 연예인들의 역할은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동조해주는 것이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빅프렌드>는 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괜찮은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너무 과한 개입은 때론 시청자들의 자연스러운 감동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SNS 하면 먼저 떠오르는 무수한 악플들의 이미지를 역발상으로 풀어낸 <빅프렌드>의 기획의도는 실로 참신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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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 외면 시대, <해피투게더>가 살 길은

 

3.7%.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해피투게더3>는 현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유재석이 말했듯 시즌4를 향해 가기 위한 일종의 과정일 수 있다. 그래서 지난 주 새롭게 바뀌었으나 어딘지 산만했던 프로그램은 한 주가 지나자 훨씬 정리된 느낌(?)이었다. 게스트의 100가지 물건을 강당 같은 스튜디오에 늘어놓는 프로그램의 도입부분은 과감히 사라졌고, 대신 후반부의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온 물건들을 갖고 게스트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프로그램의 전부를 구성했다.

 


'해피투게더3(사진출처:KBS)'

게스트로 출연한 조정석과 배성우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배성우는 전혀 웃기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빵빵 터트렸다. 형사 연기를 하고 있을 때 형사 목소리로 보이스 피싱을 당했다는 배성우의 이야기는 그의 엉뚱한 매력을 잘 드러내줬다. 조정석 역시 과거 <건축학개론>에서 했던 납득이의 대사들이 상당 부분 애드리브에 의한 것이라는 걸 들려줬다.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정리하기 위해 지난주의 앞부분을 과감히 잘라내자 뒷부분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전형적인 <해피투게더>식의 연예인 토크쇼가 되어버렸다. 물론 컨베이어 벨트가 있고 거기 물건들이 올라와 그걸 통해 이야기를 끄집어내긴 하지만 그들이 테이블에 앉아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방식은 단지 사우나에서 이 공간으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줬다.

 

이렇게 되니 게스트의 출연 역시 과거 <해피투게더>가 보여주던 방식 그 이상을 보여주진 못했다. 유재석은 끊임없이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복기하고 그렇게 캐릭터를 끄집어냈고, 박명수는 특유의 콕콕 찌르는 멘트들로 프로그램에 적당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이렇게 되니 전현무와 김풍은 전혀 자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건 과거 <해피투게더>의 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익숙한 유재석과 박명수 그리고 게스트들의 전형적인 토크쇼로 회귀한 것.

 

유재석은 시청자들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고 그걸 또 프로그램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심지어 자신을 포함한 MC들도 필요하면 하차하겠다는 뜻까지 언뜻 내비쳤다. 그 진심이 느껴진다. 하지만 제아무리 유재석이 진심을 다해 노력한다고 해도 연예인 토크쇼에 대한 시청자들의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을 듯하다. 시청자들은 언젠가부터 연예인들이 나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토크쇼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JTBC에서 하는 <썰전>이나 <비정상회담> 나아가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프로그램을 연예인 토크쇼의 변형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들의 관전 포인트는 <해피투게더>가 보여왔던 연예인 토크쇼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썰전>은 시사나 정치라는 특수한 소재를 가져왔기 때문에 연예인 이야기는 들어갈 틈이 없다. <비정상회담>은 연예인이 아닌 외국인들을 출연시켜 그들의 관점으로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는 틀이고, <냉장고를 부탁해>는 토크쇼라기보다는 웬만한 스포츠 경기를 보는 듯한 요리 버라이어티쇼에 가깝다. 즉 스튜디오에서 하는 예능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건 아니라는 점이다.

 

<해피투게더>는 지금껏 시즌을 거듭하면서 위기 때마다 변신했고 그 진화를 성공시켜 왔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예능의 경향을 읽어야 하고 달라진 시청자들의 정서를 이해해야 한다. 토크쇼라는 형식 자체가 먹히지 않는 시대에 들어섰고 그것도 연예인 토크쇼는 제아무리 재미있어도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게 이미 드러났다.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가 자리를 잡은 것은 유재석이나 김구라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거기 매회 기막힌 사연과 이야기들을 갖고 출연하는 일반인 출연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처럼 친근하다. 지석진이 중국에서 한류스타로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나 개리가 힙합 가수로 성공하기 위해 몇 권의 노트를 빼곡히 가사로 채웠다는 이야기는 흥미롭긴 하지만 시청자들의 이야기처럼 여겨지지는 않는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동상이몽>처럼 부모와 자식 간에 벌어지는 갈등을 보여주거나, <썰전>처럼 정치나 시사에 깔려 있는 우리 사회의 현안을 쉽게 알려주거나, <비정상회담>처럼 외국인의 관점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토크보다는 버라이어티쇼에 더 초점을 맞춰 눈을 떼지 못하게 하거나 해야 시청자들은 비로소 몰입한다.

 

<해피투게더>는 일반인을 출연시킬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토크쇼보다는 스튜디오에서 벌이는 버라이어티쇼를 취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그나마 연예인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어떤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공포의 쿵쿵따같은 게임쇼를 하는 편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몰입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쟁반노래방같은 버라이어티 요소들을 더욱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유재석의 진심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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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는 왜 주말의 몀화 더빙 도전을 했을까

 

<무한도전>은 왜 추석특집으로 주말의 명화더빙에 도전했을까. 물론 <무한도전>과 추석특집 영화의 콜라보레이션은 그 자체로 기발한 아이디어임에 틀림없다. <무한도전>이 추석특집 영화로 방영될 <비긴 어게인>을 더빙하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동시에 그렇게 더빙된 영화가 방영된다는 것도 흥미롭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하지만 그것만일까. 하필이면 성우들과 함께 그들이 3시간이면 뚝딱 해내는 영화 더빙을 무려 11시간에 걸쳐 한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무한도전>이 그동안 해왔던 많은 도전들은 대부분 어딘지 소외되고 조명되지 않았던 어떤 것들과 무관하지 않았다. 성우 안지환의 말대로 주말의 명화같은 영화 더빙은 바로 그 사라져가는 것들 중 하나다. 이제 더빙보다는 원어 그대로에 자막을 붙이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건 영화가 점점 일상 속으로 들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 영화를 영화관에서보다 TV ‘주말의 명화같은 영화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이 봤을 때만 해도 성우의 더빙은 영화를 전 세대가 즐길 수 있게 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지상파에서 영화를 방영하는 경우가 거의 명절에 국한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더빙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영화가 상시적으로 방영되고는 있지만 그건 거의 100% 자막이다.

 

하지만 안지환의 얘기처럼 영화 더빙은 단순히 편의적인 차원에 머무는 일이 아니다. 언어라는 것은 결국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더빙을 통해 우리 정서에 맞게 표현해주고 전달해주는 건 문화의 우리 식의 수용이라는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다. 단적으로 욕설이 많이 나오는 영화라면 그 의미를 정확히 모르면서 부지불식간에 그 영어식 욕의 표현에 둔감해질 수도 있다.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게 더빙된 욕의 최고치가 젠장”, “정말 못 말려”, “멍청이정도라는 건 언어 순화에도 더빙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사실 이번 <무한도전>에서는 그리 강조되지 않았지만 영화 더빙을 해오던 성우들 역시 점점 자신들의 일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 더빙 같은 일도 점점 줄어들고 있고, 지금도 간간히 있지만 라디오 드라마 같은 일들도 사라져가고 있다. 게다가 다큐멘터리는 물론이고 애니메이션 더빙에 있어서도 요즘은 성우보다 스타들을 캐스팅하는 경향이 생겼다. 스타의 더빙 자체가 대중들의 이목을 더 잡아끌기 때문이다.

 

몇몇 잘 나가는 성우들이 건재하지만 그렇지 못한 많은 성우들의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사라져가는 산업에는 그로 인해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는 직업군도 있는 셈이다. <무한도전>주말의 명화더빙으로 보여준 건 그 더빙이 의외로 재미있고 효용성도 있으며 그 일에 종사하는 성우들의 면면이 말 그대로 프로페셔널하다는 점이다. 목 졸리는 연기를 하기 위해 저 스스로 목을 조르며 더빙을 하는 열정이라니.

 

물론 <무한도전>의 성우 도전과 그들이 더빙한 영화를 주말의 명화에 방영한다는 그 콜라보레이션이 가진 기발함이 있지만, 그보다 더 뭉클하게 다가오는 건 영화 한 편을 더빙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는 성우들과 그들의 모습을 멤버들의 도전을 통해 담아내려한 <무한도전>의 마음이다. 과거 라디오스타특집을 통해 라디오의 이면을 봄으로써 라디오방송의 묘미를 새롭게 되새겼던 것처럼, 이번 방송이 성우들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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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발언에 대한 금기시, 그것이 더 정치적이다

 

김무성 대표 사위 A, 마약 15차례 투약에도 집행유예,’ 이 한 줄의 뉴스 제목만 봐도 보통 힘없는 서민들은 한숨부터 쉬게 된다. 도무지 살길이 없어 물건 하나를 훔치다 잡혀 몇 년 동안 징역살이를 했다는 어떤 생계형 범죄자의 이야기가 그 옆에서 솔솔 피어나온다. <용팔이> 같은 드라마나 <베테랑> 같은 영화를 보다 보면 이게 과연 허구가 맞나 싶을 때가 많다. 돈이 있으면 죽을 사람도 살려내지만, 돈이 없으면 산 사람도 죽어나가는 현실. 이게 어디 허구의 이야기인가.

 


'히든싱어(사진출처:JTBC)'

그 한 줄의 뉴스 제목을 끌어와 이승환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제게 감기약도 조심하며 먹어라. 그것 가지고 트집 잡으면 어떡하냐고 하시는데...’ 아마도 이승환이 남긴 이 한 줄의 글귀에 고개를 끄덕인 분들은 저 허구가 현실이 되어버린 세상을 실감하시는 분들일 것이다.

 

연예인은 작은 꼬투리 하나만 잡혀도 여기저기 씹어댄다. 그럴 법하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살아가는 존재이니 그 실망감을 대중들은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하는 일에는 으레 색안경을 끼고 쳐다본다. 마치 그 발언 하나가 그 사람의 정치색을 드러내는 것처럼 바라보고, 나아가 그런 이야기가 반복되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까지 나온다. “너 정치 할 거냐?”

 

연예인 이야기는 시시콜콜 그렇게들 하시면서 왜 정작 먹고 사는 아니 죽고 사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시하는 겁니까? 누군가가 그러길 바라고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은 안드십니까?’ 이승환이 페이스북에 남긴 이 글은 우리가 자꾸만 오해하고 있는 정치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 대한 일침이다.

 

그는 이어 이런 이야기도 남긴다. ‘자꾸 제게 정치하려고 그러냐는 분들... 상식에 어긋나는 일에 대해 제 상식을 얘기하면 정치인 하려고 그러는 거란 편협하고 조잡한 생각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겁니까? 정치인 단 한 명도 모르고 혹여라도 연락 오시는 분들, 다 정중히 거절합니다.’ 이승환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소신발언 하는 것에 대한 이상한 시선들에 대해 선을 그은 것.

 

사실 정치라고 하면 우리는 특정한 사람들이 하는 특정한 짓거리라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그도 그럴 것이 정치인들이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기던 장면이란 국회에서 하라는 일은 안하고 서로 드잡이를 하며 세력 다툼을 하는 모습이다. 또 선거철에 반짝 나타나 마치 모든 걸 다 해주겠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는 나중에 당선되고 나면 언제 그런 얘기를 했느냐는 식으로 말을 바꾸는 모습이다.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일을 하고도 마치 아무 죄도 없다는 듯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심지어 미소까지 지으며 여유 있게 질문에 답하는 모습에 서민들은 깜박 속기도 한다. 정말 잘못이 없나?

 

하지만 이승환이 얘기하듯 정치란 그렇게 국회에만 있는 게 아니고 선거철에만 반짝 나타나는 게 아니며 물의를 빚고도 뻔뻔한 정치인들의 얼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깨어나고 먹고 자고 일하고 숨 쉬는 모든 게 사실은 다 정치다. 다함께 잘 살지 못하면 누군가는 소외되거나 밀려난 삶에 비참하게 사라지는 게 지금 우리네 연결된 사회의 모습이다. 우리가 점심에 어디서 누구와 무얼 먹는가조차도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니 정치에 대해 이승환이 아니라 저 길거리에 내몰린 노숙자라도 할 말을 하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건 이승환이 말하듯 상식에 해당한다. 연예계 이야기? 그것 역시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연예계라고 특정 부류로 선을 그어놓고 마치 가벼운 집단들의 대명사처럼 치부하고 있지만 그들은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대중들의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그들이 왜 대중과 무관할 수 없는 정치에 대한 소신이 없겠는가. 그건 없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정치를 동떨어진 세계로 나누어놓는 일들이나 정치 발언에 대한 금기시는 그래서 더더욱 정치적인 일이다. 그것은 정치에 대한 발언을 무섭거나 더러워서안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정치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할 수 있는 연예인, 아니 대중문화 종사자들은 그래서 더더욱 많아져야 한다. 그 정치적 소신을 자신들이 하는 일에 담아낼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이승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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