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이 가감 없이 보여준 요리·육아에 대한 편견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는 민지영의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위해 함박스테이크를 만드는 모습이 방영됐다. 사실 그 장면은 조금 낯선 느낌을 주었다.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위해 요리를 한다는 것이 특이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요리를 하는 걸 보니 사실상 요리를 하는 건 시어머니였다. 자신이 메인 셰프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야채를 칼로 써는 모습만 봐도 어딘가 불안할 정도였다. 결국 요리의 끝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몫으로 남았다. 민지영의 남편 김형균은 요리를 하는 동안 갑자기 졸립다며 혼자 방에 들어가 낮잠을 잤다. 

그렇게 만들어진 함박스테이크을 민지영은 맛있게 먹으며 사진에 담았다. 그러면서 “시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첫 음식”이라는 것에 큰 의미부여를 했다. 김형균은 “시아버지가 만든 함박스테이크”라는 의미로 “시함박”이라 이름을 붙여 가족들을 모두 웃게 만들었다.

어찌 보면 시아버지의 요리로 즐거운 한 때를 보낸 가족의 풍경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요리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보였다. 즉 여성들에게 요리는 당연한 것이지만, 남성이 하면 “해주는 것”으로 여기는 편견이다. 물론 시아버지가 요리를 해준다는 것 자체가 기특한 일이긴 하지만, 그걸 이색적으로 여기는 분위기는 여전히 우리네 요리의 의무가 온전히 여성들에게만 부여되어 있다는 걸 에둘러 보여줬다. 

가장 프리(?)할 것 같았던 마리도 시어머니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며느리라는 걸 김장을 함께 담그는 과정에서 보여줬다. 물론 각자 일정들이 있어 빠진 것이라고 해도, 김장처럼 몸 쓰는 일이 많은 일을 당연하다는 듯 여성들이 전담하는 건 우리 사회가 가진 요리에 대한 생각들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긴 손톱으로 힘들게 시어머니와 함께 김장을 담그고, 마침 돌아온 시아버지와 수육에 김치를 얹어 같이 먹는 장면은 그래서 단란한 가족의 한 때처럼 보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여성들의 전담 의무가 되어 있는 요리에 대한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육아에 있어서 이런 점은 더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수유 같은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서 그 육아를 온전히 여성의 몫으로만 남기는 건 불합리한 일이다. 출산을 하고 산후조리원에 있는 김재욱과 그의 아내 박세미는 과연 육아에 있어서 똑같이 그 일을 분담해나갈 수 있을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관찰카메라라는 특징 때문에 우리가 지나치던 일상적 풍경들도 객관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들어준다. 며느리들과 그들을 둘러싼 삶의 풍경들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여자가 하면 당연하고 남자가 하면 ‘해주는 것’이 되어 있는 요리나 육아의 세계. 그 편견들을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그 이상한 풍경의 발견으로 드러내주고 있다.(사진:MBC)

요리, 음식, 장사까지 섭렵한 백종원의 저력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등장해 독특한 쿡방을 선보일 때만 해도 백종원이 이 정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할 것인가를 예상하긴 어려웠다. 독특한 레시피를 선보이긴 했지만 ‘슈가보이’ 같은 과장된 CG에서 엿보였듯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특성상 요리 그 자체보다는 재미적인 요소가 더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tvN 예능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의 아쉬운 시즌 종영을 알리는 시점에 되돌아보면 백종원에게는 확고한 자기만의 로드맵이 있었다고 여겨지며, 무엇보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음식에 대한 애정이 그 로드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집밥 백선생>을 통해 요리무식자들도 쉽게 요리에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를 통해서는 세계 곳곳에 서민들이 즐기는 무수히 많은 음식들을 소개했다. 또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자신의 음식점 장사 노하우를 전파하기도 했다. 

같은 먹방이나 쿡방이라도 백종원이 하면 다르게 느껴진 건, 그가 가진 나름의 음식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집밥 백선생>의 요리가 남달랐던 건 그가 생각하는 ‘집밥’의 개념이 달라서였다. 집에서 간편하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요리가 바로 ‘집밥’이라고 설파하는 그의 요리는 그래서 ‘요리의 대중화’를 이끌며 심지어 아저씨들조차 주방에 서게 만들었다.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는 해외 음식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을 깨주었다. 사실 낯선 곳에서의 낯선 음식은 도전적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백종원은 그 음식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알려줌으로써 그 맛에 대한 낯설음과 두려움을 독특함과 새로움으로 바꾸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심지어 그 음식을 맛보기 위해 그 나라에 가보고픈 마음까지 들게 되었다. 

자국음식의 우수성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들을 저마다의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다양성’ 사회로 가는 문화적 지반 역할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는 음식 소개 프로그램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보여줬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골목 상권’을 살린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외진 곳에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골목을 다양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상권으로 되살린다는 것. 하지만 최근 뚝섬편에서 백종원은 찾아간 음식점에서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음식점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한 곳이 아니라, 손님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대접하는 곳이라는 그의 생각이 기본조차 되지 않은 음식점들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백종원은 자신이 출연했던 모든 프로그램에 확실한 자기만의 아우라를 남겼다. 프로그램들도 성적이 좋았고 무엇보다 화제성은 그 어떤 프로그램들보다 높았다. 이건 백종원이 가진 독특한 개성과 생각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의 종영에 벌써부터 시즌2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건 그래서다. 이쯤 되면 예능 블루칩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사진:tvN)

이상순과 이효리 빈자리 채워주는 든든한 윤아·보검

며칠 째 끝이 없을 것처럼 쏟아지던 폭설은 박보검이 도착한 후 거짓말처럼 멈추고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그리고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제주로 바뀌었다. 이효리가 “너와 함께 햇살이 왔어”라고 한 말이 그저 농담처럼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박보검이 특유의 하얀 이를 내보이며 웃을 땐 ‘설레게 그렇게 웃지 말라’는 이효리의 말처럼 눈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니.

JTBC <효리네 민박>에 박보검이 잠깐 서울로 일하러 간 이상순의 빈자리에 들어오자 먼저 왔던 임윤아도 새롭게 보인다. 사실 이 정도로 잘 할까 싶었지만 요리면 요리, 청소면 청소, 대충 이야기해도 척척 알아듣고, 손님들을 위한 마음 씀씀이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이상순이 비운 자리에서 임윤아는 더더욱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상순도 쉽지 않았던 이층 화장실 막힌 변기를 인터넷에서 그 해결방법을 본 적 있다며 의외의 과학적인(?) 방식으로 쉽게 뚫어버린다. 감기 기운이 있어 밀크티를 해먹으려다 넘쳐버리는 바람에 인덕션에 묻은 음식 흔적을 꼼꼼하게도 세제를 써가며 지워내고, 노래를 틀고 싶지만 와이파이 스피커 연결을 몰라 하는 박보검과 이효리 대신 문제를 해결해 노래를 틀게 해준다. 

임윤아는 효리네 민박집의 선임 직원(?)답게 새로 도착해 낯선 박보검에게 청소하는 법, 세탁기 돌리는 법을 세심하게 알려주고, 박보검은 임윤아가 시키는 것이면 뭐든 ‘오케이’를 외치며 열성적으로 일한다. 서울에 일하러 가는 이상순을 공항까지 바래다주고 마트에서 저녁에 먹을 월남쌈 재료를 사와 임윤아와 나란히 서서 재료를 다듬는 모습은 그래서 훈훈하고 또한 든든하다. 

엄청난 식성을 자랑하는 박보검이 끝없이 월남쌈을 싸서 맛있는 먹는 모습도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음식을 두고 잘 먹는 것만큼 보기 좋은 일이 있을까. 곱상해 보이는 외모지만 먹성은 야성미가 넘쳐나는 이 소년은 그래서 함께 둘러 먹는 저녁 시간을 포만감 있게 만들어준다. 외출에서 돌아온 손님들에게 일일이 이름을 불러주며 쌈 하나씩 싸서 건네는 건 그래서 기분 좋은 특급 서비스가 된다. 

사실 효리네 민박집에서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척척 해결해주는 인물은 바로 이상순이었다. 그러니 서울로 일하러 간 그 빈자리가 없을 수 없다. 그 빈자리를 특히 크게 느끼는 듯, 이효리는 감기가 들었다. 폭설이 쏟아질 때 고립된 손님들을 위해 잘 먹이고 또 재밌게 해주려 노력했던 끝에 온 몸살이었다. 그가 혼자 작업실에서 누워 있을 때 유난히 이상순의 빈자리는 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효리가 쉬는 동안 그 자리를 척척박사 임윤아가 채워주고, 이상순이 서울 가 있는 그 시간 박보검이 함께 하는 효리네는 어딘지 든든하고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 야외활동을 하고 온 손님들을 위해 온천물을 채우고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노는 박보검과, 손님들과의 카드게임에서 의외의 승부욕을 보임으로써 분위기를 한층 띄워주는 임윤아가 있어 효리네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날씨가 제아무리 화창하게 풀려도 유쾌한 사람만큼 밝음을 줄 수 있을까. 폭설이 쏟아져 고립됐을 때도 이효리가 주는 그 밝음으로 효리네는 늘 명랑할 수 있었다. 이제 이상순과 이효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 밝음을 주는 임윤아와 박보검의 존재감이 확실히 느껴진다. 효리네가 밝아진 건 그저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겨울을 깨치고 나온 봄 같은 청춘들 덕분이다.(사진:JTBC)

‘집밥 백선생’, 제자들이 있어 가능해진 새로운 볼거리들

tvN 예능 프로그램 <집밥 백선생>은 어느덧 시즌3 40회를 앞두고 있다. 시즌1이 스페셜까지 합쳐 38회, 시즌2가 36회를 했으니 통산 100회를 훌쩍 넘은 셈이다. 사실 요리 레시피라는 한 가지를 갖고 이렇게 오래도록 예능 프로그램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물론 요리 프로그램이라면 교양으로서 충분할 수 있지만,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 하나만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만큼을 이어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그래서 시즌3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살짝 불안했던 게 사실이다. 새로 제자로 투입된 이규한, 남상미, 윤두준, 양세형이 있었지만 결국은 ‘요리 무식자’에서 요리를 알아가는 그 스토리텔링은 시즌1이나 시즌2 그대로일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3는 이전 시즌들과는 살짝 다른 면들을 보여줬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제자들의 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움이었다.

시즌3 39회에 소개한 돼지갈비를 이용한 갈비탕, 갈비볶음 그리고 육개장을 보면 그 자체가 사실 파격이다. 주로 갈비탕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소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를 사용한다는 점이 그렇다. 하지만 동남아에서 해먹는 요리법을 응용한 이 요리들은 간편하면서도 깊은 맛으로 제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시청자들로서는 상대적으로 값도 싸고, 요리도 간편하며, 맛도 그만인 이 요리를 한 번쯤 해보고픈 욕망이 생길 법하다. 

즉 백종원은 이번 시즌에서 상식을 깨는 요리법을 종종 소개해 제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지난 회에 했던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닭칼국수는 물론이고 들깻가루를 이용해 만드는 너무나 간단한 들깨칼국수 그리고 비빔칼국수도 지금껏 우리가 쉽게 생각하지 못했던 레시피였고, 김밥 하면 다양한 재료를 준비해야 한다는 상식을 깨고 단일 재료로도 충분히 맛을 냈던 어묵김밥이나 건새우김밥도 새로운 레시피였다. 

그런데 이런 상식을 깨는 요리는 그냥 나온 게 아니라 일종의 응용편이라는 점이다. 돼지갈비로 만든 육개장이 가능한 건, 이미 육개장을 해본 그 경험에 돼지갈비라는 재료에 맞는 약간의 응용이 있어서였다. 돼지갈비볶음이 설탕과 양파를 먼저 넣어 충분히 볶아주는 것만으로도 맛을 낼 수 있다는 건 이미 양파를 충분히 볶았을 때 풍미가 높아진다는 걸 다른 요리들을 통해 배웠기 때문에 더 쉽게 이해가 된다. 즉 이번 시즌3가 흥미로웠던 건 기존 시즌1,2에서 소개됐던 요리 방법의 그 원리들이 응용됨으로서 더 깊은 요리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하다못해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양념으로서 액젓은 이제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백종원의 레시피 응용편만큼 시즌3를 빛낸 건 바로 제자들이다. 물론 시작점에서 양세형은 확실히 다른 제자들보다 요리능력자로서의 면면을 뽐냈지만, 뒤로 갈수록 그 차이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만큼 다른 제자들도 성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백종원은 자신이 요리를 하기 전에 각자 아이디어를 보태 요리를 내보이라는 미션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김밥을 저마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보라는 주문에 윤두준은 간장계란밥을 응용한 밑간을 한 김밥을 내놨고, 이규한은 모짜렐라 치즈를 녹여 속재료로 만든 김밥을 내놓았다. 이런 응용은 이 프로그램을 하며 배운 요리법들을 김밥이라는 과제에 적용해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제자들은 단지 먹방과 요리의 성장만 보여준 것이 아니다. 이번 시즌에서 제자들이 달라졌던 건 ‘맛 표현’ 부분이다. 양세형이 먼저 나서서 보여줬던 섬세한 맛 표현은 차츰 다른 제자들의 각기 다른 표현방식으로 이어졌다. 사실 눈과 귀로만 백종원식의 새로운 레시피로 만들어진 음식의 맛을 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제자들은 누구나 맛봤을 기존 음식의 맛을 인용해 그 맛 표현에 활용했다. 마치 <신의 물방울>에서 와인 맛 설명을 위해 갖가지 묘사들을 동원하듯이.

이런 제자들이 있어 가능해진 건 다음 회에 예고된 것처럼 이제 제자들이 백종원을 위해 한 때의 요리를 대접하는 것이다. 그간 배웠던 것들을 응용해 제자들이 어떤 요리를 내놓을까 하는 점이나, 그 요리를 먹고 백종원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하는 점이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풍성해진 볼거리로의 진화가 가능했던 건, 역시 제자들이 함께 하는 그 시너지가 있어서가 아닐까.

우리가 ‘삼시세끼’에 원하는 건 완벽한 요리가 아니다

만일 요리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이만한 프로그램도 없을 듯싶다. 늘 사먹기나 했던 베트남 쌀국수를 직접 닭 국물을 우려내고 거기에 갖가지 듣도 보도 못한 향신료로 동남아 특유의 향을 내서 만들어 먹고, 직접 화덕에 구워낸 빵을 뚜껑을 잘라내고 안을 파 만들어 둔 크림소스스파게티로 안을 채워 넣어 빠네를 만들어먹는다. 요리 프로그램에서 한 요리사가 선보였던 배국수를 직접 배를 갈아 불고기를 얹어 먹는다. 음식들이 너무나 화려하다.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의 달라진 풍경이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유해진과 차승원이 나왔던 <삼시세끼> 어촌편에서는 그토록 잡기 힘들었던 물고기도 이번 ‘바다목장편’에서는 잘도 잡힌다. 감성돔을 세 마리씩이나 잡아 이서진은 이제 “돔 지겹다”는 농담을 할 정도다. 회를 쳐서 먹어봤던 터라 감성돔씩이나 갖고 튀겨 먹는단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 내놓은 생선튀김 요리도 예사롭지 않다. 살을 발라낸 생선을 튀겨 플레이팅을 만들고 그 위에 살만 튀겨내 얹어 완성된 요리. 그렇게 만들어진 요리를 먹는 리액션은 이미 나오기 전부터 예상한 그대로다. “맛있어” 하며 놀라는 얼굴.

요리는 잘해도 느릿느릿해서 새벽이 다돼서야 저녁을 먹게 만들었던 에릭, 일을 하면서도 시종일관 투덜투덜대던 이서진, 어딘지 시골의 삶이 어색해 어리버리하게 여겨졌던 윤균상. 하지만 이번 시즌을 보면 모두가 이런 부족한 면들을 채워 넣은 느낌이다. 연습을 많이 한 티가 역력한 에릭은 손놀림이 재게도 빨라졌고, 이서진은 투덜대기는커녕 시키지 않은 일도 알아서 척척 해내며 제빵왕의 면모까지 갖췄다. 윤균상도 마찬가지다. 불을 피우거나 재료 준비를 하거나 바다목장을 돌보고 산양유를 짜내 마을 어르신들의 정자에 갖다 놓는 일이 척척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렇게 모든 게 완벽하게 굴러가는데 어딘지 아쉽다. 이건 <삼시세끼>가 아닌 듯싶다. 일단 <삼시세끼>가 갖가지 음식을 해먹는 요리 프로그램은 아니지 않았나. 그것도 득량도라는 지역이 가진 특산물이나 그곳에서 나는 식재료들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뭍에서 가져온 재료들로 요리를 하는 건 <삼시세끼>라는 취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번 시즌에 특히 게스트들로 꽉 채워진 부분도 그렇다. 끊임없이 새로운 게스트들이 등장하고 그들과의 이야기를 담다보니 득량도라는 섬이 가진 소소한 이야기나, 그 속에서 생활하며 갖게 되는 출연진들의 색다른 경험 같은 건 많이 희석된 느낌이다. 게스트를 초대했으니 그들을 조명하는 건 당연한 예의일 것이다. 하지만 그 예의가 만든 그 게스트들에 대한 조명은 정작 그 곳의 호스트들을 새로운 요리를 하는 사람들 정도로 비춰지게 했다.

자막에 슬쩍 등장했던 것처럼, <삼시세끼>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아버렸던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그것은 채워지기보다는 비워질 때 더 그 한가로움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킨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어딘지 너무 꽉 채워져 빈 구석이 주는 즐거움이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너무 화려한 음식은 <삼시세끼> 특유의 소박한 맛을 지워버렸고, 불 하나 피우기 위해 입으로 불고 손으로 부채질을 하던 풍경이 손선풍기를 척척 들이댐으로써 편리함을 얻은 대신 불편함이 주는 노동의 질감을 사라지게 했다. 물고기가 안잡혀 애써 잡은 물고기를 다음 날 보여주기 위해 유해진이 만들어낸 이른바 ‘피시뱅크’ 같은 서민적인 따뜻함과 헛헛함 같은 것들이 이번 시즌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실로 음식부터 게스트까지 화려했다. 그리고 그 일상의 풍경들도 빈 구석 없이 완벽하게 굴러갔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아쉬움이 가득했던 <삼시세끼>였다. 그나마 이번 시즌에서 프로그램에 정감을 만든 건 정자에 앉아 마치 자식들을 보듯 걱정하고 좋아하고 덕담을 해주셨던 득량도의 어르신들이다. 그 어르신들이 주었던 조금 부족해보여도 충분했던 소박함과 따뜻함이 본래 <삼시세끼>의 맛이었는데...

‘집밥’, 신화 버리자 활짝 열린 상상초월 요리신세계

백종원은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할 때부터 자주 했던 말이 “야매”, “우리끼리의 비밀”이었다. 그것은 그가 하는 요리가 가진 파격 때문이었다. 거기에는 요리 하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곤 했던 어떤 이미지를 깨는 면이 있었다. 그것은 파격이지만 또한 요리를 정석으로만 알고 있던 이들에게는 심리적 저항감이 생기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이것을 ‘야매’라고 낮춰 마치 웃음을 위한 것인 양 포장하곤 했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하지만 tvN <집밥 백선생>이 지금껏 해왔던 요리들의 신세계를 돌아오면 그 ‘야매’가 의도치 않게 해온 놀라운 일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건 우리가 요리하면 생각하는 그 정형화된 이미지를 깬 것이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집밥’의 이미지를 깬 것이다. ‘엄마의 밥상’만을 집밥으로 생각했었다면 <집밥 백선생>은 ‘집에서 먹는 밥’, 즉 누구나 다 해먹을 수 있는 밥을 ‘집밥’으로 새로 이미지화시켰다. 그건 ‘집안일 분담’을 위한 그 어떤 주장들보다 더 강력한 효과가 아닐 수 없었다. 

집밥의 신화를 깬 자리에 들어온 건 상상을 초월하는 요리의 세계다. 식빵을 구워서 잼 발라 먹을 줄만 알았던 우리들은 그걸 밀대로 밀고 돌돌 베이컨과 함께 말아서 구워 마치 롤처럼 잘라먹는 방식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런 것이야 어딘가의 레시피가 있을 수도 있지만 마트에 가면 1+1의 단골메뉴처럼 나와 있는 양념돼지갈비를 가지고 간단하게 갈비고추장찌개, 갈비된장찌개를 만드는 건 집밥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색할만한 레시피가 아닐 수 없다. 

굴소스가 없을 때 굴소스 비슷하게 만들어 사용하고, 굴전을 만들 때 굴에 부침가루를 조물조물 묻혀 달걀을 넣고 바로 전을 붙여내는 간단함을 보여준다. 값싼 냉동낚지를 사다가 소금으로 빡빡 닦아내고 살짝 물에 데쳐 탱글탱글하게 심폐소생을 해내는 방법을 알려주고, 게를 넣어서 만드는 뿌팟퐁커리를 게살로 뚝딱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맛의 상상을 통해 상식을 깨는 요리가 가능해진 건 모두 그 ‘야매’ 정신 덕분이었다. 

물론 이건 백종원이 의도해서 만든 건 아닐 것이다. 그는 요리사업가로서 다양한 신메뉴를 개발해온 전력이 있고, 그러니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된 노하우가 이러한 상식 파괴 요리 레시피들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가 이것을 혼자 보유하고 개인적 사업으로만 활용하기보다는 방송을 통해 그 노하우를 알려주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집밥’의 개념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런 요리의 세계를 <마이 리틀 텔레비전>처럼 캠핑 요리 같은 개념이 아니라 <집밥 백선생>이라는 ‘집밥’의 틀로 묶어놓은 연출의 묘가 한 몫을 차지했다. 

<집밥 백선생>은 현재 시즌3로 33회를 마쳤다. 시즌1이 37부작이었고 시즌2가 36부작이었으니 전체 분량이 100회를 훌쩍 넘긴 셈이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2015년부터 현재 2017년까지 그 2년 간의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하지만 그 기간 사이에 우리가 오래도록 갖고 있던 그 ‘집밥’의 이미지가 깨지고 요리의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는 건 이 프로그램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던 중요한 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혼일기' 구혜선·안재현, 이기적이거나 이타적이거나

구혜선은 요리가 서툴다. 칼질도 능숙하지 못해 묵 하나를 써는 것도 들쭉날쭉하다. 게다가 손이 크다. 재료든 양념이든 듬뿍듬뿍 넣는다. 그리고 요리의 순서라는 것도 별로 없다. 돼지고기와 김치를 볶는데 한꺼번에 프라이팬이 넣고 그냥 볶는다. 심지어 국수를 삼는데도 끓지도 않은 물에 면을 넣어 비쭉 튀어나온 면에 마치 성화처럼 불을 붙인다. tvN 예능 프로그램 <신혼일기>가 그간 구혜선의 요리를 그리 많이 보여주지 않은 이유는 그렇게 ‘실험적’으로 만들어진 요리가 실패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일 게다. 

'신혼일기(사진출처:tvN)'

그런데 이건 요리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구혜선은 요리를 마치 그녀가 집안에서 혼자 있을 때면 이것저것 쉬지 않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그런 작업처럼 해낸다. 집안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 그래서 그녀가 만든 철사로 만든 꽃도 있고 종이를 접어 오려 만든 꽃도 있으며 실타래로 패턴을 엮어 독특한 느낌을 주는 문짝도 있고, 하다못해 벽 구석에 박혀 있는 못에 실들을 이리저리 당기고 엮어 거미줄 모양으로 만든 조형작품(?)도 있다.

그녀는 요리도 그렇게 한다. 이것저것 재료들의 특징을 생각하고 누구한테 배운 게 아니라 상상한 걸 만들어보자는 식으로 만든다. 그래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지만 때론 ‘의외로 처음 경험하는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녀의 요리는 그녀의 성격을 닮았다. 부부로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도 혼자만의 시간에 빠지는 것을 소중히 생각하고, 타인을 챙기기 전에 자신에게 솔직해지려 한다. 그것이 조금 이기적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 그건 어쩌면 더 오래도록 진심으로 타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안재현은 그런 점에서 보면 구혜선과는 너무 다르다. 그는 <신혼일기>에 초반부에 인터뷰를 통해 슬쩍 밝힌 것처럼 부부는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 말은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상대방을 먼저 챙기려는 노력을 해야 서로 오랜 세월을 살아왔던 남남이 함께 살을 부비며 부부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구혜선이 선뜻 재료들을 꺼내놓고 마치 그림을 그리듯 자신만의 요리를 할 때, 안재현은 그녀 모르게 그녀가 하는 작업들을 돕는다. 

돼지고기와 김치, 야채를 한꺼번에 넣어 가득 채워진 프라이팬을 조금 큰 걸로 바꿔 요리하게 편하게 해주고 재료들이 골고루 익게 해준다. 또 그것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을 두부를 데워 내놓고, 자기만의 요리에 빠져 있는 구혜선 대신 펄펄 끓어오르는 국수에 찬물을 끼얹어 면발을 더욱 쫄깃하게 만들어준다. 다 익은 국수를 찬물로 빨아 더 탱글하게 만들고, 장독에 넣어뒀던 동치미를 가져와 국수에 부어 냉면처럼 시원한 동치미 국수를 만든다. 

그러면서 안재현은 끊임없이 그것이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구혜선이 한 것이라는 걸 상기시킨다. ‘칭찬봇’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그는 아내가 한 하나하나에 칭찬을 단다. 다 만들어서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그는 마치 요리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처럼 이 재료와 이 재료가 섞이니 밋밋한 재료의 맛이 더 살아났다는 식으로 진지하게 칭찬한다. 그런 말에 구혜선은 “거짓말”이라고 겸연쩍어 하지만 그 기분 좋음을 숨길 수는 없다. 

요리에서 보여주는 안재현의 이런 모습은 그가 결혼 생활을 어떻게 해나가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진심으로 아내 구혜선의 진짜 모습 그대로를 사랑한다. 그녀가 하는 어떤 요리든, 그녀가 만드는 어떤 것들이든, 게임을 하다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때론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 있어 타인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때도 그 자체를 사랑한다. 그의 사랑법은 지극히 이타적으로 보이지만, 이 또한 그가 부부생활을 통해 성장시켜 나가야할 숙제이기도 하다. 구혜선이 보여주는 자신에 대한 사랑을 동시에 채워 넣지 못하면 무조건적인 이타적 사랑은 자칫 고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랑법은 달라도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 그래서 이 안구커플은 서로 너무나 다르면서도 그 다른 점 때문에 서로가 보완된다. 그리고 그들은 이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안재현이 말하듯 그녀의 색깔과 자신의 색깔 그리고 이 서로 다른 색깔이 중첩될 때 나오는 예쁜 색깔이 공존할 때 이상적인 부부의 삶을 지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달라도 함께 하는 과정을 통해 이들은 실패를 겪지 않는다. 그들의 요리가 새로이 실험을 해나가면서도 그걸 도와주고 인정해주는 모습으로 하나도 실패한 것이 없는 것처럼.

<삼시세끼>, 에릭의 정성과 신뢰에서 배워야할 것

 

에릭의 요리 속도가 늘었다? tvN <삼시세끼>의 에릭은 느림보 천재요리사라 불린다. 일단 만들어내는 음식은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다. “맛은 어때?”하고 묻는 나영석 PD에게 이서진은 뭘 물어봐라며 에릭의 요리에 대한 무한신뢰를 드러냈다. 무려 7시간이나 저녁을 준비한 끝에 새벽에야 저녁을 먹고도 이서진이 뭐라 할 수 없었던 건 그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였다. 결국 그 맛으로 인해 기다린 시간들은 온전히 에릭이 채워 넣은 정성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도 문제는 요리 속도였지만 이제는 그 속도도 빨라졌다. 도대체 뭐가 달라진 걸까.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일단 에릭의 손 놀림이 달라졌다. 물론 미안할 일은 아니지만 에릭은 요리가 늦어져 식사도 늦고 또 그걸 찍기 위해 제작진도 고생하는 걸 보며 못내 미안했던 모양이다. 매 끼니마다 요리 하기 전이나 하면서도 고민하던 시간을 대폭 줄였고 회 뜨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노량진 수산시장에 직접 가서 아주머니에게 배우는 노력을 들였다.

 

씨알 좋은 농어를 여섯 마리나 잡아 온 저녁에 에릭은 회를 치고 매운탕을 끓이고 또 농어구이를 내놓으면서도 이를 일사천리로 해결했다. 그는 순서를 묻는 나영석 PD에게 먼저 회를 쳐서 숙성시키는 시간에 매운탕을 끓이고 그 국물을 내는 시간에 농어 구이를 하겠다고 했다. 이미 낚시에서 농어를 잡는 그 순간부터 에릭은 시간을 최적화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웠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렇게 효율적인 시간배분이 가능했을 게다.

 

흥미로운 건 이서진과 윤균상의 움직임이다. 요리를 해주기를 막연히 기다리거나 에릭이 시키면 하는 식이 아니라 아예 자발적으로 척척 준비를 해나가는 모습은 놀라울 지경이다. 에릭이 회를 치고 있을 때 이서진은 알아서 마늘을 까면서 그에게 생강도 필요하지 않냐고 묻는다. 윤균상은 그 얘기를 듣자마자 생강을 준비하고 매운탕에 들어갈 간장이며 야채들을 척척 준비해놓는다.

 

이러니 일이 일사천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내놓은 회를 느긋하게 애피타이저(?)로 먹고는 오래 끓여 잘 우러난 매운탕과 이태리식으로 기름에 잘 구워낸 살이 두툼하게 오른 농어를 그들은 맛나게도 먹었다. 옆을 서성거리며 호시탐탐 요리를 노리는, 누가 보면 거지(?)라고 해도 믿을 법한 행색의 나영석 PD에게 국물과 농어구이를 맛보게 해주는 여유까지.

 

<삼시세끼> 정선편에서 이서진이 투덜대며 적응했던 시골생활을 생각해보면 이번 득량도에서의 그의 모습은 낯설 정도로 고분고분하다. “이런 날이 내게도 오는구나라며 밥상을 받을 때마다 보조개가 피어난다. 낚시하러 가자면 낚시하러 가고, 밭에서 따온 유자로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유자청을 만들어놓는다. 물론 막내인 윤균상은 뭐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성실하게 하는 인물이지만, 맛나게 음식을 해주는 에릭은 멋있는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따르게 되었다. 이게 다 에릭의 마법이다.

 

그런데 그 에릭이 부린 마법의 정체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성실하게 정성을 다해 음식을 준비한 것뿐이니까. 물론 요리 속도가 느리다는 게 함정이었지만 자신도 노력하고 그런 에릭을 알아서 도우며 옆에서 보조해준 이서진과 윤균상이 있어 그런 문제는 문제가 전혀 되지 않았다.

 

일이란 이렇게 하는 게 아닐까. 먼저 신뢰를 보여주고 그리고 그 신뢰 속에 정성이 담겨 있었다는 그 마음을 확인시키자 저절로 다른 사람들은 그를 중심으로 척척 움직인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일에 동참하게 하는 것. 그래서 결국 모든 사람들이 풍족한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

 

정성은커녕 거짓으로 가득 차 결국 신뢰를 잃어버린 정부와 그래서 마비된 국정운영. 그 실망감과 상실감이 너무나 커서인지 에릭이 보여주는 놀라운 요리의 세계에서조차 거꾸로 왜 정부는 저렇게 일하지 못할까 하는 자괴감이 든다. 풍요롭게 해주지는 못해도 적어도 이러려고...” 하는 유행어처럼 되어버린 말들이 회자되게 하지는 말았어야 하지 않을까.

힐링 예능 <삼시세끼>, 에셰프 요리에 담긴 느림의 미학

 

나영석 PD의 안목을 인정해야할 것 같다. 다시 시작한 <삼시세끼> 어촌편의 이서진과 에릭 그리고 윤균상이 만들어내는 판타스틱한 조합을 가능하게 한 걸 보면.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낯간지러운 걸 참지 못하며 툴툴 대는 이서진은 <삼시세끼>의 현실감을 만들어주고, 어떻게 자급자족하며 살아갈까 싶은 상황을 반전시켜 엄청난 음식의 향연으로 만들어내는 에릭이 판타지를 준다면, 막내 윤균상은 현실적 어려움을 몸으로 때우고 음식이 주는 그 힐링을 아무런 가식 없이 드러내준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잡히라는 물고기는 안 잡히고 통발에 가득 잡힌 게들 때문에 모든 음식에 게가 기본적으로 들어가자 나영석 PD는 에셰프 에릭의 요리를 게로 음식과 국의 톤을 맞추는 거지?” 하며 의미를 덧붙인다. 그러자 이서진은 그게 아니라 재료가 게밖에 없어서 그래라며 그것이 아주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걸 굳이 되새겨준다. 아침에 계란을 챙겨와 찬물에 넣는 윤균상에게 왜 그랬냐고 이서진이 묻자 너무 뜨거워서 병아리가 나올까봐그랬다는 조금은 동화적인(?) 얘기에 이서진은 얜 무정란이야라며 현실적인 멘트를 던진다.

 

활활 잘 타오르는 불길 앞에서 고기 좀 구워먹자, 다음날 노동을 미끼로 고기를 주겠다는 나영석 PD악마의 제안일단 땡겨라며 선선히 받는 인물도 역시 이서진이다. 결국 이서진은 이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의 현실적인 면들을 부각시키는 인물이다. 조금은 판타지처럼 느껴질 수 있는 구석도 그는 특유의 깨는이야기를 통해 현실로 되돌린다. 그것은 마치 나영석 PD<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을 포장하려는 걸 거부하는 듯한 모습으로 느껴져 묘한 긴장감과 함께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러니 이 현실적 바탕 위에 새로이 들어간 에릭과 윤균상의 존재들이 훨씬 더 부각된다. 에셰프라는 애칭이 붙은 천재 요리사(?)’ 에릭은 이처럼 깨는 현실에 다시금 판타지를 불어넣는 인물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던져 놓은 통발에 가득한 게를 가져오는 장면도 그렇고, 바다로 나가 겨우 작은 물고기 세 마리를 잡고서도 그걸 회덮밥으로 만들어 맛나게 먹게 하는 장면도 그렇다. 한편 윤균상은 의외의 낚시 실력을 보여주고, 의외의 장작 패는 재능을 확인하고, 점점 에셰프의 보조 일에 척척 손발이 맞아가는 착한 막내의 성장을 보여준다. 그러니 이들 세 사람의 조합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다. 이서진의 현실과 에릭의 판타지 그리고 윤균상의 성장이라니.

 

무엇보다 <삼시세끼>라는 일주일의 피로를 날려주는 힐링 예능에 에릭 같은 인물이 발굴됐다는 건 가장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에셰프의 요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주는 구석이 있다. 요리를 하기 전에 곰곰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느껴진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들지만 그 작은 정성들이 하나하나 들어갔으니 맛은 놀라울 정도로 깊어진다.

 

그 깊은 맛은 지극히 현실적인 투덜이 이서진의 표정을 환하게 만들고 다음 요리를 위해 기꺼이 야밤에 조개를 잡으러 나가게 만들 정도다. 이서진이 특히 에셰프의 국물 요리를 극찬하는 건 그것이 다른 요리처럼 순식간에 뚝딱 해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을 피워야 하고 먼저 갖은 재료로 국물을 내야하며 거기에 메인 재료의 맛을 어떻게 극대화시킬 것인가를 생각하고 또 적은 재료라도 좀 더 편하고 맛나게 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게 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그 게를 갖고 미리 살까지 발라내어 찌개를 끓이는 에릭의 요리는 단박에 그의 요리스타일은 물론이고 성격까지도 가늠하게 만들었다.

 

이 느릿느릿 만들어가는 에셰프의 요리는 바로 그 느린 속도가 바로 힐링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에서 우리가 매 끼니를 챙기기 위해 얼마나 빨리 빨리를 외치는가. 음식은 스피드가 되어버린 지가 오래다. 그래서인지 에셰프의 느긋한 요리는 요리에 담기는 정성과 맛도 그렇지만, 그 느림의 미학이 주는 푸근함, 따뜻함, 여유 같은 것들이 묻어난다. 이것이 그의 요리만 보고 있어도 힐링의 느낌을 갖게 되는 까닭이다

<삼시세끼>에릭, 차줌마의 요리와 참바다의 낚시를 겸비

 

tvN <삼시세끼> 어촌편 하면 역시 먼저 떠오르는 인물들은 차줌마 차승원과 참바다 유해진이다. 만재도에서 유해진이 낚시를 해오면 차승원은 그 적은 재료(?)들로도 맛나게 요리를 해내놓았다. 단순하지만 그 낚시하고 한 끼 챙겨먹는 맛이 바로 <삼시세끼> 어촌편에 시청자들이 푹 빠졌던 이유다. 그래서 두 사람 없는 <삼시세끼>를 하겠다고 했을 때 어딘지 아쉬움 같은 게 있었던 게 사실이다. 차승원, 유해진 없는 어촌편이라니.

 

'삼시세끼(사진출처:tvN)'

하지만 새로 시작한 <삼시세끼> 어촌편에는 에릭이라는 보물이 있었다. 스스로 사전 인터뷰를 통해 낚시가 특기이자 취미라고 밝혔던 인물. 게다가 첫 방송에서 슬쩍 보여준 요리 솜씨는 차승원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그러니 낚시면 낚시, 요리면 요리 뭐든 다 되는 에릭이 있어 이번 득량도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삼시세끼>는 전혀 전편의 빈 자리가 느껴질 새가 없었다.

 

물론 에릭은 낚시와 요리에 있어서 유해진과 차승원과는 다른 결을 보여줬다. 유해진은 낚시를 잘 한다기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가장의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에릭은 진짜 프로 낚시꾼의 면면을 보여줬다. 파도의 방향을 보고 낚싯대를 어느 쪽으로 드리워야 하는가를 정하기도 하고, 초보 낚시꾼 윤균상의 낚싯줄이 걸려 끊어지자 척척 다시 이어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에릭은 낚시를 한다는 것에 들떠 있었다. 자신의 특기이자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요리에 있어서도 에릭은 극강의 섬세함을 보여줬다. 차승원의 요리가 어딘지 남성적이고 거침없는 느낌이었던 것과는 정반대의 면면이었다. 요리를 하기 전 곰곰이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우는데 시간을 보내고,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하려는 정성이 느껴졌다. 얼마 없는 게로 된장찌개를 하는 에릭은 게살을 미리 하나하나 발라내어 껍질로는 낸 국물에 따로 넣어줘 버리는 게살 없이 요리를 내놓았고, 그 흔한 감자전 하나를 만들어도 빨간 고추를 살짝 얹어 색감을 살려내는 센스를 보여줬다.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에릭의 요리는 완전히 계획하고 만든 자의 깔끔함이 묻어났다. 수제비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낼 때 비닐봉지에 기름을 넣고 밀가루를 넣어 반죽을 하는 모습은 스스로는 손에 묻을까봐 라고 말했지만 빈틈없는 그의 성격이 묻어나는 것이었다. 그 밀가루 반죽을 가위로 척척 잘라 국물에 넣는 모습까지.

 

유해진의 낚시와 차승원의 요리를 모두 자기 스타일로 해결해내면서 에릭만의 독특한 매력이 드러났다. 낚시를 할 때는 굉장히 남성적인 전문가의 포스가 있었지만 요리를 할 때는 심지어 여성적인 섬세함이 느껴지는 그는 이 두 요소들이 기묘하게 어우러져 어떤 든든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인물이었다.

 

물론 이 새로운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여전히 투덜대며 프로 세끼꾼의 면모를 보여주는 이서진과 새내기로 들어와 막내로서 뭐든 열심히 하는 윤균상 역시 각각의 매력이 분명하지만 이번 편에서 그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은 역시 에릭이 아닐까 싶다. 그가 있어 득량도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삼시세끼> 어촌편에 대한 기대감 역시 쑥쑥 커지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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