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카’의 놀라운 유연함, 어째서 편성은 유연하지 못했을까

터키의 파묵칼레 앞에서 문득 록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처럼 던져진다. SNS 클릭수에 따라 용돈을 받아가며 하는 음악여행. tvN <이타카로 가는 길>은 그래서 지금껏 생수 한 병을 사는 데도 눈치를 볼 정도로 빈티가 나는 여행을 해왔지만, 이홍기를 필두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클릭수가 급증하자 매점에서 간만에 꿀맛 같은 점심의 호사를 부린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나온 이야기가 ‘물질만능주의’를 조장하는 방송 아니냐는 농담이고, 거기서 음악의 ‘상업주의’에 대한 화두가 던져진다. 

윤도현은 록밴드에게 ‘상업주의’는 치명적이라고 말하고, 김준현은 과거 자신이 밴드를 했을 때의 경험을 말하며 당시 록이라고 하면 시끄러운 메탈만을 진짜라 여기던 분위기가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자신은 본 조비, 미스터 빅 같은 소프트한 록이 좋았다고 말하면서. 하현우는 상업적 음악의 정의를 묻는 김준현에게 “누구에게나 익숙한 느낌의 음악”이라고 말했고, “그런 거 하면 안돼”냐는 김준현의 질문에 하현우는 상업적인 게 나쁜 건 아니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로 이어진다. 커트 코베인 때문에 록이 망했다는 항간의 이야기에 대해 윤도현은 테크니컬한 걸 추구하던 당시에 독창성을 들고 나왔던 커트 코베인을 많은 밴드들이 싫어했다고 말했다. 하현우는 커트 코베인은 록음악이 테크닉이나 메커니즘에 갇혀있을 때 그걸 깼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독특한 음악의 길을 갔다는 것. 하지만 윤도현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런 음악인도 위대해보이지만 더 위대해 보이는 사람은 모든 고난과 논란을 넘어 음악으로 진화해가면서 끝끝내 그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간만에 록 브로스들이 진지하게 음악 이야기를 꺼내놓는 이 대목은 <이타카로 가는 길>이 가진 여행에서도 또 음악에 있어서도 보여주는 유연함을 잘 드러낸다. 여행의 시작은 윤도현과 하현우라는 어찌 보면 음악적으로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들이었지만 거기에 이홍기라는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면서 오히려 더 잘 어우러지는 모습을 이 프로그램을 그려낸다. 한때는 아이돌이라 오해되기도 했던 이홍기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어찌 보면 이들 전문적인 음악인들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는 김준현의 합류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조합이 그렇다. 물론 과거 밴드를 했던 경험이 김준현의 합류를 보다 자연스럽게 만들기는 했지만, 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 속에서도 김준현은 자기만의 ‘지분’을 확실히 보여줬다. 카혼을 두드리며 함께 한 ‘에너제틱’이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도 그렇지만, 히에라폴리스 원형극장에서 부른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모두가 집중해서 듣게 만든 노래였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다양한 음악들이 다양한 색깔을 가진 뮤지션은 물론이고, 개그맨까지도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그 유연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은 음악만이 아니다. 여행도 그렇다. 갑자기 윤도현이 남북정상회담 때문에 귀국해야 된다는 이야기에 하현우가 짐짓 비장한 목소리로 ‘우리의 소원을 통일’을 부르며, “나라가 부르는데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대목은 어찌 보면 프로그램의 위기상황을 웃음으로 넘기는 유연함을 보여준다. 앞으로 윤도현 없이 하현우는 어떻게 이 음악여행을 해나가게 될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토록 음악적으로 여행에 있어서도 유연한 <이타카로 가는 길>이 편성에 있어서는 유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만일 이 프로그램이 주말 저녁 지상파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예능 시간대가 아닌 주중 밤 시간대에 편성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낮은 시청률이 의아하게 여겨질 만큼 충분히 재미있는 이 프로그램의 유연하지 못했던 편성이 아쉽다.(사진:tvN)

‘이타카’, 왜 하현우여야 했는지 알겠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보물 같은 매력들이 나오는 걸까. 시청률은 낮아도 tvN 주말예능 <이타카로 가는 길>은 거기 매력적인 출연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확실한 재미가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국카스텐의 메인보컬이자, 우리에게는 <복면가왕>의 ‘음악대장’으로 잘 알려진 하현우가 있다. 

어딘지 센 이미지를 보이지만 하는 말 하나하나는 그 이미지를 깨는 허당기와 모지리의 모습이다. 여행경비를 맡고 있는 총무지만, 어딘지 돈 계산이 서툴러 보인다. 너덜너덜해진 돈 봉투를 보고 “어떻게 갖고 다니면 이렇게 되냐”고 윤도현이 묻는 장면에서 빵 터지고, 깔끔한 듯 물수건으로 닦지만 “그러면 뭐 하냐”며 바로 코를 후빈다는 이홍기의 말에 웃음이 터진다. 윤도현은 그래서 하현우를 ‘모지리’라고 부르고, 이홍기는 ‘이상한 형’이라 부른다. 물론 묘한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하는 그런 모지리고 이상한 형이지만.

하지만 기타를 상시 놓지 않고 여행 중에도 연습을 하는 연습벌레인데다, 막상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이홍기와 윤도현이 합을 맞춰 부른 ‘붉은 밭’은 여행 중 어딘지 허당기 가득해 보였던 하현우가 ‘역시 놀라운 록커’라는 사실을 단박에 확인시켜줬다. 국카스텐의 색깔이 묻어나는 그 곡 속에서 더욱 빛나던 하현우의 카리스마였다.

하현우의 그런 모습을 지적하는 윤도현과 이홍기에게 그는 사실 자신은 “바닥까지 다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의도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그저 본래 그런 모습이라 저절로 드러나는 것처럼 보인다. 음악 안에서는 집중력을 발휘하고 여행으로 돌아오면 ‘인간미’를 보여주는 하현우는 실로 왜 민철기 PD가 그와 함께 이 새로운 여정과 예능을 하게 됐는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사실 민철기 PD가 만들었던 <복면가왕>을 최고 정점으로 끌어올려준 장본인이 바로 하현우였다. 음악대장 하현우는 특유의 가창력으로 무대를 장악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노래가 끝나고 나면 예능감 넘치는 모습을 통해 웃음을 주기도 했었다. 그래서 당시 <복면가왕>이 큰 화제가 됐던 건 그저 노래를 잘해 오래 정상자리를 지켰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음악대장에 대한 인간적인 매력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록커들의 여정’을 담고 있어 자칫 그 강한 성향들이 부딪치게 되면 미션은커녕 여행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하현우는 윤도현과 이홍기의 중간에서 편안하고 기분 좋은 여행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윤도현과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어왔던 하현우는 늘 존경의 시선을 보내면서 동시에 짓궂은 장난을 칠 수 있을 만큼의 친근함을 보여준다. 또 조금은 어려워할 수 있는 이홍기에게는 자신의 ‘빈 구석’을 드러냄으로써 진짜 형제 같은 편안함을 만들어준다. 

주말예능 시간대에 편성되어 <이타카로 가는 길>은 1%대의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애초부터 결과만을 보고 만든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하현우가 말했듯, 이타카라는 곳은 실상 그저 평범한 마을일뿐이다. 즉 목적지나 결과가 아니라 그 곳까지 가는 여정이 중요하다는 것. 그런 점에서 보면 <이타카로 가는 길>은 적어도 충분한 재미와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하현우가 있다.(사진:tvN)

음악보다 SNS에 더 최적화된 ‘이타카로 가는 길’

tvN 주말예능 <이타카로 가는 길>은 시작 전부터 JTBC <비긴어게인>과 비교됐다. 가수가 등장하고 여행을 떠나며 그 현지의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점을 두고 보면 두 프로그램의 차이는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이타카로 가는 길>은 그 프로그램의 색깔이 확연히 달랐다. 그것은 음악 자체보다는 SNS에 더 최적화된 방송이라는 점이었다. 

<비긴어게인>이 끝나고 나면 거기 등장했던 노래가 화제가 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타카로 가는 길>은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무슨 노래를 어떻게 부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SNS에 올린 영상의 조회수를 1건 당 1원으로 쳐서 경비를 지급한다는 콘셉트는 의외의 웃음의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해외로 떠나기 전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기타를 치고 갈매기가 나는 배경을 찍기 위해 과자를 던지는 장면은 그들이 부른 음악 자체보다 그 상황이 주는 웃음에 더 포인트가 맞춰졌다. 이제 시작도 안했는데 이런 생고생을 한다는 걸 상기하며 험난할 앞으로의 길들을 걱정하는 하현우의 모습과, 형이지만 열심히 하려는 모습만으로도 웃음이 나는 윤도현의 케미는 이들의 여정이 줄 유쾌함을 일찌감치 감지하게 했다. 

물론 그 날의 상황에 따라 자못 진지해지고 숙연해지는 순간들도 빠지지 않는다. 마침 여행 중 맞은 날이 세월호 4주기가 되는 날이었던지라 윤도현이 터키의 앙카라성 위에서 하현우와 함께 부른 ‘너를 보내고’가 그렇다. 416 합창단 분들이 부르기도 했던 그 곡은 세월호 4주기의 의미를 더해 그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타카로 가는 길>은 두 록커가 모여 있어서인지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였다. 첫 번째 영상으로 고작 10만원도 되지 않는 경비를 받은 두 사람은 식비와 호텔비가 걱정이었지만, 그래서 록커 특유의 낙관적인 모습이었다. 아무 것도 없어도 기타 하나만 들면 포만감이 느껴지는 것처럼 보이는 그 모습들은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부지불식간에 위로 같은 걸 주기도 한다. 뭘 고민하고 걱정 하냐는 듯, 신나게 노래 한 자락으로 고민과 걱정을 날려 보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SNS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여행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영상 역시 SNS적인 연출이 엿보였다. 그건 어쩌면 실제로 경비가 많지 않기 때문인 것처럼 보이는데, 이를 테면 앙카라성 같은 계단이 많은 곳의 꼭대기까지 악기들을 짊어지고 출연자들이 오르는 모습이 그렇고, 그 위에서 별다른 음향시설을 고려하지 않고 말 그대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그렇다. 그 없어 보이는 모습들과 그래도 노래 한 곡으로 오늘은 풍족하게 살 수도 있을 거라 믿는 무모하지만 막연한 낙관들이 SNS가 가진 정서들을 잘 잡아내고 있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록 음악을 하는 두 록커가 함께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고 또 중간 중간 노래를 영상에 담아 SNS에 올리지만, 그 노래 자체보다 그 여정이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 여정이 담겨져 있어 노래도 달리 들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오디세우스의 고향이라는 이타카는 하현우가 말한 대로 실상 별게 없는 곳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여행은 목적지가 아닌 그 여정에서 겪는 경험들이 더 중요한 여행이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만나게 될 놀라운 풍광과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그 속에서 부르는 노래 또한 흥미로워지지 않을까.(사진:tvN)

"잘 사는 게 복수여".. '변산' 이준익 감독이 던진 메시지

이준익 감독의 신작 영화 <변산>은 ‘청춘 3부작’으로 불린다. 최근 이준익 감독이 만든 <동주>, <박열>에 이은 청춘의 초상을 담은 작품이란 의미에서다. 실로 <변산>에서 ‘심뻑’으로 불리는 래퍼 학수(박정민)의 낮게 읊조리다 점점 고조되고 나중에는 폭발하는 랩을 듣다보면 그 청춘의 단상이 녹아난 가사에 ‘마음으로부터 뻑이 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저 자신의 일상을 일기를 쓰듯 꾹꾹 눌러써서 만들어낸 가사지만, 그 안에는 이들이 겪는 상처와 그럼에도 넘어지기보다는 한바탕 욕이라도 해대는 그 마음의 절절함 같은 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작품을 두고 ‘청춘 3부작’이라고 지칭하는 말에 이의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변산>은 이준익 감독 영화 중 또 다른 특징으로 보이는 ‘음악’을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음악 연작’이라 불러도 좋을 법하다. <라디오스타>가 노브레인 이성우를 출연시켜 인디 록 장르를 껴안았고, <즐거운 인생>이 락밴드 활화산으로 다시금 밴드 활동을 하는 아저씨들을 통해 밴드 음악을 담으려 했다면, <님은 먼곳에>는 베트남 전쟁에 남편을 찾아 떠난 순이가 위문공연단의 보컬이 되어 노래하는 장면을 통해 신중현의 이 명곡을 담았다. <변산>은 청춘의 이야기를 힙합 랩 가사에 담고 있다. 

한때 주먹으로 유명했고 도박에 빠져 인생을 탕진해버린 아버지 때문에 평생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 학수가 변산인 고향을 등지고 자신은 ‘서울사람’이라고 고집하며 살아가는 데는 그런 아픈 과거사가 있다. 하지만 <쇼미더머니>에 6년 간이나 지원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신 학수는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전화 한 통을 받고 고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고향은 여전히 떠나고만 싶은 지긋지긋한 곳이지만 고교시절부터 그를 짝사랑해왔던 선미(김고은)와, 그가 좋아했던 미경(신현빈) 그리고 어렸을 때는 자신이 그토록 괴롭혔지만 지금은 잘나가는 조폭이 된 용대(고준)를 만나면서 그는 과거와 다시 마주하게 된다. 

고향 마을이 주는 느낌은 그가 고교시절 끄적여 두었던 ‘폐항’이라는 시의 두 줄 싯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 밖에 없네.’ 흑역사로 지워버리고픈 고향은 그래서 어쩌면 청춘들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닮아있다. 가난하고 힘들어도 허세를 스웨그 삼아 살아가는 청춘들. 

그런데 영화는 그 청춘들과 폐항으로 치부되는 고향을 다독여준다. ‘보여줄 건 노을 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 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이야기한다. 어머니의 무덤가에 앉아 지는 노을을 바라보던 학수를 어느 날 귀갓길에 보게 된 선미는 그에게 빠져들고 노을에 빠져든다. 그래서 ‘노을마니아’가 되었고 그건 선미에게 또 다른 삶의 희망이 되어준다. 

처음 고향에 내려왔던 학수가 본 친구들은 그리 멋지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과 잘 어우러지지 않던 학수는 점점 그들과 가까워지고 힙합을 하고 있어 쓰지 않으려던 사투리를 조금씩 쓰기 시작한다. 영화는 처음 서울에서 만났던 촌스러워 보였던 고향 친구들이 차츰 저마다 정이 넘치는 인물들이라는 걸 보여준다. 영화 후반부에 가면 그 친구들 대부분이 그 어떤 청춘들보다 빛나는 존재라는 걸 느끼게 된다. 하다못해 조폭이 된 친구마저.

“값나가게 살진 못해도 후지게 살지는 말어.” 아마도 선미가 하는 이 말이 힘겨운 청춘들에게 또래 친구들이 던지는 메시지라면, 아버지가 학수에게 하는 “잘 사는 게 복수여”라는 말은 기성세대가 청춘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때론 너무나 화가 나 스스로를 파괴하는 삶을 선택하기도 하는 청춘들에게 진짜 복수는 ‘잘 사는 것’이라 말해주는 것. 

무엇보다 이토록 진짜 래퍼처럼 랩을 하기 위해 노력했을 배우 박정민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변산>은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그의 랩을 듣다보면 웃다가 울다가 뭉클해지게 된다. 또 구성진 사투리로 따뜻함을 선사하며 때론 빵빵 터트리는 김고은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준익 감독의 색깔이 늘 그렇듯이, 영화관을 나올 때면 뜨거워진 가슴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다.(사진:영화'변산')

어째서 우리는 헨리를 예능으로만 소비했던가

어째서 우리는 이제야 헨리의 이런 음악적 진가를 발견하게 된 걸까. JTBC <비긴어게인2>는 헨리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넘치는 음악적 재능을 가감 없이 드러내줬다. 그간 우리가 주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봐왔던 그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면모가 아닐 수 없었다. 

이미 포르투갈의 어느 뮤직 카페에서 합주를 제안한 외국 밴드와 바이올린으로 멋진 즉흥연주를 보여줬을 때부터 어딘가 남다른 천재뮤지션의 예감을 갖게 했던 헨리였다. 워낙 아이처럼 엉뚱하고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아이 같은 모습이어서 우리가 잘 몰랐던 헨리의 진가. 하지만 그는 버스킹, 특히 즉흥연주를 통해 자신의 음악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포르투갈을 떠나기 전 어느 전망대에서 외국인 커플에게 다가가 ‘I’m Yours’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헨리의 모습은 그 장난기 많은 아이와 집시 같은 자유분방함에 뮤지션으로서의 재능을 모두 담고 있었다. 본래 음악이 무대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 있다는 걸 드러내주는 프로그램이 <비긴어게인>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헨리만큼 거기에 적격한 뮤지션이 있을까 싶은 정도의 자유분방함.

두 번째 여행지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헨리는 그 클래식한 도시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자신의 색깔을 보여줬다. 생애 첫 솔로 버스킹에 나섰지만, 혼자 하는 버스킹이 마치 여럿이 합주를 하는 듯한 버스킹으로 만들어진 건 그의 음악적 재능과 그걸 실현시켜주는 루프스테이션을 통해서였다. 연주한 부분이 반복 재생되는 기능을 활용하는 루프스테이션을 통해 헨리는 바이올린, 키보드, 목소리, 비트박스 등 다양한 소리들을 차곡차곡 쌓아 ‘오케스트라(?)’처럼 들려주는 흥미로운 버스킹을 선사했다. 

그 자리에서 그가 부른 god의 ‘길’은 그로 하여금 자신의 음악에 대한 길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곡이기도 했다. 그는 공연을 끝낸 후, 노래 ‘길’의, “나는 왜 이 길 위에 서 있나”라는 가사를 음미하며 “자신이 왜 음악을 하고 있는가”를 되물었다고 했다.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주기만 했던 그 모습이 아니라, 진짜 뮤지션으로서의 자신의 길을.

숙소에 도착해 헨리가 피아노 앞에 앉아 무심한 듯 연주한 쇼팽의 즉흥환상곡과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로 유명해진 왈츠 7번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그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온 수현 앞에서 <라라랜드>의 그 유명한 피아노곡을 연주해주고, 또 수현이 즉석해서 치는 피아노 연주에 바이올린으로 합주를 해주는 모습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비긴어게인>은 시즌2를 하며 벌써 여러 뮤지션들의 버스킹을 선보인 바 있다. 모두가 저마다의 개성적인 음악적 색깔들을 버스킹을 통해 드러내주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헨리가 두드러지게 보이는 건, 그가 가진 클래식한 음악적 재능들과 유쾌한 성격이 어우러져 <비긴어게인>을 고급스러우면서도 즐거운 음악 여행으로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어째서 이런 인물을 우리는 예능으로만 소비했던가. 그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들이 주어지기를.(사진:JTBC)

오디션 아닌 일상, ‘비긴어게인2’ 박정현의 진면목

우리는 그동안 박정현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게 아닐까. <나는 가수다>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놀랐던 건 그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소름 돋는 가창력이 뿜어져 나오는가 하는 점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건 진짜 박정현의 절반도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경연에서 경쟁을 위해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마음을 담은 노래가 낯선 이들의 마음에 닿기를 간절히 바라며 부르는 진심이 담긴 노래. JTBC <비긴어게인2>가 포르투갈 리스본의 어느 지하철역 앞에서 보여준 장면은 박정현의 진가가 드디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느닷없이 주어진 음악선물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리스본의 어느 낯선 거리, 지하철역 앞에서 아델의 ‘썸원 라이크 유(Someone like you)’를 부른 박정현은 그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지나가는 곳이고, 그래서 다소 소음이 있을 법한 그 곳에서의 버스킹은 그 스스로도 말했듯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조용히 흐르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읊조리듯 부르던 ‘썸원 라이크 유’가 차츰 고조되며 클라이맥스에 다다랐을 때 지나던 행인들은 발길을 멈춰 그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한 그런 느낌. 그가 말했듯 ‘느닷없는 음악선물’은 리스본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이런 순간은 이미 전날 있었던 첫 버스킹에서 박정현이 ‘꿈에’를 불렀을 때부터 예고됐던 것이었다. 우리는 이미 그 노래를 열창하는 박정현의 모습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접한 바 있다. 완벽한 음향에 연주자들 그리고 완벽한 관객까지 준비된 무대. 그래서 마치 콜로세움에 들어선 검투사처럼 가창력을 무기로 들고 나와 자유자재로 구사하던 그 놀라웠던 박정현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음향도 또 무대도 완벽하지 않고 심지어 관객들도 그저 지나치는 행인인 그 낯선 거리에서 박정현이 부르는 ‘꿈에’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밖으로 질러대는 목소리가 아니라 안으로 꾹꾹 눌러 담는 절제된 감성 속에서 ‘꿈에’가 전하는 그 아련하고 아프지만 그래서 예쁘기까지 한 노래의 정조가 더 절절하게 전해졌다. 가사는 모르지만 때론 속삭이고 때론 울먹이며 때론 폭발하다가 때론 처연해지는 그 목소리는 외국인들의 가슴에도 파고들었다. ‘꿈에’가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노래였다는 걸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만남에서부터 헤어짐까지 드라마틱하게 이어지는 그런 노래. 

‘느닷없는 음악선물’이라는 표현은 사실 <비긴어게인2>가 지향하는 음악의 색깔이기도 하다. 어째서 프로 가수들이 버스킹을 하는가 하는 질문들이 늘 존재했지만, 박정현의 노래는 그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증명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무대 위에서 수천 명의 관객 앞에 부르는 노래보다, 때론 단 몇 명 앞이지만 그들을 위해 진심을 다해 부르는 노래가 더 진짜일 수 있다는 걸 그의 노래가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긴어게인2>는 완벽히 준비된 무대가 아닐 때 더 진가가 드러난다. 이를테면 첫 날 버스킹을 하고 찾아간 어느 라이브 카페에서 외국 밴드의 요청으로 무작정 무대에 오른 헨리가 바이올린으로 그들과 즉석으로 맞춘 음악이 그렇다. 그런 ‘느닷없이’ 벌어지는 사건 같은 음악이야말로 어쩌면 <비긴어게인2>가 추구하는 음악일 것이다. 

그건 우리가 무대 위로 올려놓았던 음악을 이제 무대 아래 일상으로 가져오는 일이다. 음악은 본래 더 이상 신들의 무대 같은 오디션에서 찬양되어야 할 어떤 것이 아니었다. 다만 음식을 하면서도 청소를 하면서도 흥얼대던 일상 속의 어떤 것이었을 뿐. <비긴어게인2>가 제목에 담고 있는 ‘다시 시작한다’는 뜻은 그래서 이렇게 음악을 다시 일상으로 되돌린다는 의미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진짜 박정현의 진가가 무대를 내려오자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처럼.(사진:JTBC)

‘뜻밖의 Q’의 안이함, 제 아무리 웃음의 강도를 높인들

시청률 4.2%(닐슨 코리아). 뜻밖의 시청률이다. 물론 MBC 예능 <무한도전>이 떠난 자리를 채운다는 게 부담이 됐을 <뜻밖의 Q>지만 이건 안이해도 너무 안이한 기획이다. 음악예능, 퀴즈프로그램, 스튜디오물. 뭐 하나 지금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게 없다. <무한도전>이 있던 자리인 노른자위 프라임타임에 들어올 프로그램으로는 함량 부족이다. 차라리 시청자들이 <전지적 참견 시점>을 그 시간대에 채우라는 이야기가 더 합리적으로 다가올 정도다.

물론 SNS 스타들을 활용해 시청자가 참여하는 특이한 음악 퀴즈를 낸다는 새로움은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다양한 장르와 세대를 대변하는 출연자들이 결국은 퀴즈를 맞추는 형식일뿐이다. 음악예능도 식상한 버전이고, 퀴즈프로그램은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카메라가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관찰카메라 시대에 이런 스튜디오 예능은 너무 올드하게 느껴진다. 

본래 방송 분량이 워낙 재미 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있어서인지 자막과 편집은 더 인위적이고 과도해진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패러디해 웃음을 터트리지 못한 강타의 멘트에 시간을 되돌리는 식의 자막, 편집이 그렇다. 물론 그런 방식이 최근 유튜브 같은 인터넷 방송의 재미 포인트이긴 하지만, 그 많은 연예인들을 스튜디오에 초대해 놓고 거의 편집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려 애쓰고 있다는 건 근본적인 프로그램의 문제가 있다는 걸 말해준다.

출연자들도 그래서 리액션이나 멘트가 과도해진다. 어떻게든 거기 앉아있는 자기 증명을 해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요즘 다시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노사연은 역시 거침없는 멘트로 그나마 웃음을 챙겨주지만, 뜬금없는 ‘돌고 돌아가는 길’을 불러대며 애쓰는 모습은 즐겁기 보다는 안쓰러움이 더 크다. 

여기에 진행자로 선 이수근과 전현무의 역할도 애매하기 그지없다. 전현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느낌이 별로 없고, 이수근은 괜스레 출연자들을 콕콕 찔러대며 질문을 던지는데 보는 이들에 따라서는 불편함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이수근과 전현무를 떠올리면 생각되는 그런 멘트들이 그저 반복되고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왜 굳이 이 어려운 자리에 이런 쉬운 선택을 했는지가 의문이다.

<뜻밖의 Q>의 최행호 PD도 그 ‘폭망의 느낌’을 읽어냈는지 마지막에 사족을 붙였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패러디해 시간을 되돌리고는 “가수들을 섭외한 게” 실패의 이유였다고 말했다. 그만큼 재미의 포인트가 약했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2회에는 웃음을 더 줄 수 있는 예능인들을 채워 넣었다는 걸 예고 영상으로 보여주며 진짜 시작은 다음회부터라는 뉘앙스를 남겼다. 

그런데 과연 재미와 웃음의 강도를 더하면 <뜻밖의 Q>는 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중요한 건 웃음의 강도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형식이 가진 안이함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어디 웃기만 하려고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시대인가. <무한도전>이 그간 해왔던 재미의 다양한 포인트들과 그 확장을 떠올려 보면 <뜻밖의 Q>는 엉뚱한 퇴행처럼 보인다. 기획의 원점에서부터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사진:MBC)

제주·음악·따뜻한 사람들, ‘효리네2’가 주는 위로들

도대체 무엇이 특별한 걸까.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가 보여주는 일상들은 이제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하다. 마치 그 민박집을 여러 차례 다녀온 것처럼, 만일 지금 그 곳에 간다면 부엌에 있는 부침가루도 찾아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효리네 민박2>의 일상들은 이제 특별한 볼거리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리네 민박2>에 계속해서 시선이 집중되는 건 왜일까. 

거기에는 평범하지만 이제 일주일을 끝내는 시간에 이 프로그램이 주는 잔잔한 위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건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이다. 이효리와 임윤아가 산책으로 나간 곽지 해수욕장은 아름다운 하늘빛과 바다색깔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그 안에서 이효리와 임윤아가 함께 걷고 대화를 나누고, 마치 소녀들처럼 노래하며 웃는 모습만으로도 시청자들의 기분은 좋아진다.

또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이상순과 박보검이 개들을 데리고 나선 산책길에서는 은근히 오고가는 두 사람의 형제애 같은 것이 느껴진다. 연실 이상순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박보검과, 은근슬쩍 사진을 같이 찍자고 제안하는 이상순에게서는 서로를 생각하는 남다른 마음 같은 것이 드러난다. 어찌 보면 그저 잠깐 산책을 나오는 것이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런 잠깐의 여유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의 산책이 남다른 편안함을 주는 이유다.

제주가 주는 풍광 속에서 조용히 걷는 것만으로도 어떤 위로를 준다면, 음악은 <효리네 민박2>를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한다. 시즌1에서 아이유와 이효리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며 듣던 ‘밤편지’가 하나의 그림 같은 기억으로 자리한다면, 작업실에 처음 들어간 박보검이 이상순과 즉흥적으로 피아노와 기타 선율을 맞춰내는 그 순간 또한 한 때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임윤아가 남긴 흑백사진처럼.

그리고 이어진 손님들과의 ‘마피아 게임’. 며칠 전만 해도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게임 한 판을 통해 웃고 떠들고 감정을 드러내며 가까워진다. 별 것도 아닌 게임이지만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주는 친밀함이 거기에는 있다. 어찌 보면 친밀해지고 싶어 유치해보일 수 있는 게임을 빙자하는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까워지고픈 마음을 드러낸다는 사실이 게임의 승패보다 더 즐거운 한 때를 만드는 것이다. 

<효리네 민박2>는 이제 많은 것들이 익숙해졌다. 물론 겨울에 찍은 것이라 초반 분량을 가득 채웠던 폭설과 고립의 정경들이 특별한 느낌을 줬고, 새로 온 직원으로 임윤아와 박보검의 밝고 맑은 모습들이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기분 좋게 해줬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특별한 것들도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제 시청자들은 <효리네 민박2>를 보다 내 집 같은 편안함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효리도 이상순도, 임윤아도 박보검도 또 집안 가득한 동물친구들과 새로운 손님들도 모두가 편안한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우리의 마음이 계속 이 자그마한 민박집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건 왜일까. 어쩌면 우리는 대단한 걸 원하는 게 아닌 지도 모른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그런 위로면 충분하다는 것.(사진:JTBC)

'비긴' 이소라·윤도현·유희열이 남긴 음악의 진짜 얼굴

과연 우리네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은 음악의 진짜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걸까. 무수히 많은 오디션들이 쏟아져 나오며 음악 예능의 트렌드가 되면서 음악에 또 하나 수식어로 붙는 건 ‘경쟁’이었다. 서로 누가 더 잘 불렀는가를 뽐내고, 누군가는 합격하고 누군가는 탈락한다. 그래서 음악이 더 절실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과연 음악의 본질이었을까.

'비긴어게인(사진출처:JTBC)'

프랑스의 몽블랑이 보이는 샤모니에서 마지막 버스킹을 끝으로 종영한 JTBC <비긴어게인>이 남다른 음악 예능으로 느껴진 건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이소라와 윤도현, 유희열 그리고 노홍철이 모여 결성된 프로젝트 밴드 ‘비긴 어스’는 아일랜드, 영국, 스위스를 거쳐 프랑스까지 함께 하며 길거리에서 공연을 했다. 

낯선 타국의 낯선 사람들 앞에서 음향 시설도 제대로 되지 않은 그 현장의 돌발 사건들을 그대로 겪으며 때론 스스로 실패라고 자괴감을 갖게 되는 공연도 있었고, 때론 너무나 좋은 느낌을 주고받아 한껏 흥이 올랐던 공연도 있었다. 갑작스레 부는 바람에 스코어가 날아가기도 하고, 너무 시끄러워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스위스 몽트뢰의 시끄러워 난항을 겪은 버스킹에서는 한 하모니카를 들고 합주를 제안한 청년이 함께해 오히려 더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기도 했다. 

<비긴어게인>은 그래서 누군가와 대결하고 이기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 그 돌발적으로 생겨나는 난관들 속에서도 서로 목소리를 맞춰 그것을 넘어서는 하모니의 힘을 보여주는 공연이었고,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공연이 되었다. 

샤모니에서 하게 된 <비긴 어게인> 마지막 버스킹 공연은 그 취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다른 곳과는 달리 너무나 조용히 경청하는 분위기에서 치러진 그 버스킹은, 들리게 하기 위해 소리지르기보다는 오히려 조용조용 부르는 것으로 더 잘 들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공연이 되었다. 그간 팝송을 섞어 부르던 것에서 벗어나 온전히 우리 노래로 채워준 그 버스킹은 또한 음악이 가사는 몰라도 모두가 통할 수 있는 언어라는 걸 확인해준 무대이기도 했다. 

낮은 목소리들이 서로 상대방의 목소리를 배려하며 하모니로 어우러지고, 그렇게 나온 하모니에 낯선 외국인들이 언어는 몰라도 빠져드는 모습은 <비긴어게인>이 어쩌면 궁극적으로 이런 무대를 위해 지금까지의 여정을 해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진짜 음악의 힘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소통과 하모니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 음악 프로그램이 보여줬다는 것.

그 과정에서 이미 베테랑들이 이소라도 윤도현도 또 유희열도 저마다 가수로서의 또 다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이소라는 이런 낯선 도전 자체가 힘겨웠지만 차츰 자신을 편안하게 내려놓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져갔고, 윤도현은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이런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며, 유희열은 여기서의 경험이 처음 음악할 때의 그 초심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결국 그것은 <비긴어게인>이라는 이 음악 예능프로그램의 제목 그대로일 것이다. 그들은 이 여정을 통해 음악을 처음 대하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그 계기를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그동안 무수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음악을 마치 경쟁하기 위한 무기처럼 그려오며 떠나온 그 먼 길을 되돌려, 다시 음악이 가진 본질 즉 소통과 하모니의 길로부터의 새로운 시작을 보여준 것일 게다. <비긴어게인> 시즌2와, 이를 통해 경쟁이 아닌 다른 면면들을 보여줄 많은 새로운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을 기대한다.

‘비긴 어게인’이 발견한 록바보 윤도현의 매력

낯선 아일랜드의 비 내리는 거리에 있는 펍. 비를 피해 들어와 맥주 한 잔씩을 마시며 시끌벅적한 그 곳에서 마이크도 없이 노래를 해야 하는 상황. 아마도 제 아무리 베테랑 뮤지션이라 해도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자리일 게다. 하지만 록앤롤을 구호처럼 외치며 나서는 이가 있다. 바로 JTBC <비긴 어게인>의 윤도현이다. 

'비긴 어게인(사진출처:JTBC)'

웅성대는 펍에 마련된 조그마한 공간에 기타 하나 둘러매고 선 윤도현은 일단 자신이 한국에서 왔다는 걸 알린 후 열창을 한다. 의외로 뜨거워진 반응들. 그러나 그의 노래인 ‘타잔’을 부르자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의 반응은 다시 차가워진다. 그러자 그는 노래 중간에 ‘타잔’이란 곡을 소개한다. 한국 노래라 낯설 수 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며 즐겨달라는 것. 그가 이렇게 소개하고 타잔 특유의 소리를 내자 외국인들은 그 의미를 알아채고는 미소를 짓는다. 

사실 이건 콘서트장이나 행사장에서 무대가 열리기 전 이른바 ‘바람잡이’들이 올라와 사전에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다. 수만 명의 관객들 앞에서 노래하던 그 화려한 ‘록앤롤 베이비’가 기꺼이 그 쉽지 않은 무대에 먼저 나선 건 같은 팀 동료들을 위한 배려였다. 다음 곡이 준비되어 있는 이소라는 그런 무대 자체가 처음인데다 낯을 가리는 성격으로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말했듯, 윤도현이 나서주자 용기를 얻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윤도현이 만든 분위기 위에 이소라가 부르는 ‘Moon river’와 ‘Over the rainbow’ 그리고 ‘L-O-V-E’의 메들리 곡은 펍을 가득 메운 외국인들을 정지화면으로 만들었다. 웅성대던 손님들 사이로 이소라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그들은 스스로 ‘쉬잇’을 해보이며 노래에 집중하고 빠져들었다. 음악 하나가 이역 타국에 사는 타인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그 기적같은 순간이 주는 감동. 그 새로운 경험에 이소라조차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물론 이소라의 노래가 전해준 감동은 두 말할 필요 없는 여운으로 남았지만, 그만큼 더 강렬하게 다가온 건 그런 노래를 부르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 윤도현의 듬직함이었다. 물론 본인도 떨린다고 스스로도 말했지만, 무대에 오르자 펍에 있는 외국인들을 밀고 당기며 부르는 노래는 역시 그가 베테랑이라는 걸 확인시켰다. 무엇보다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은 록스피릿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비긴 어게인>에서 윤도현이 보여주는 매력의 원천은 그가 부르는 노래만이 아니다. 그 매력은 급하게 결성 되었지만 서서히 만들어져 가는 ‘비긴어스’라는 팀을 위한 헌신에서 나온다. 그가 하는 노래는 물론이고 행동이나 말 속에는 항상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음악에 있어 깐깐하기 이를 데 없는 이소라를 위해 직접 ‘청혼’ 반주를 무한정 연습하는 모습이 주는 진정성 같은 것. 

사람이 별로 모이지 않는 장소를 선정하는 바람에 관객도 별로 없고, 바닷바람으로 악보가 날아가 버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치른 첫 번째 버스킹. 팀원들은 여러 모로 부족했다고 실망하는 눈치였지만 윤도현은 오히려 “좋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긍정적인 모습에서 어떤 최악의 상황이든 즐겁게 깨쳐나갈 수 있는 듬직함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자신보다는 팀을 생각하는 마음. 그건 아마도 오래도록 밴드를 해오며 체득된 것이 아니었을까. 록바보 윤도현이 있어 <비긴 어게인>의 버스킹 여행이 즐겁고 훈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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