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줍쇼', 이 한 끼에 담겨진 시대의 변화

요즘 대세라고 하는 모델 한현민과 톱모델 장윤주는 역시 착하고 친근했다. 낯선 집을 방문해 그 가족들과 한 끼 밥을 나누는 JTBC 예능 <한끼줍쇼>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인물들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딱 여기까지다. 물론 본래부터 <한끼줍쇼>의 진짜 주인공은 문을 기꺼이 열어주시는 일반인들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더더욱 이들의 모습들이 빛을 발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경규나 강호동 또 그 날의 이야기를 새롭게 해주는 밥동무 게스트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왕십리에서 진행된 <한끼줍쇼>에서 이들에게 문을 열어 준 두 집의 정경도 마찬가지였다. 이경규와 장윤주에게 문을 열어준 집은 인근 동대문에서 의류도매사업을 하는 부부의 집. 새벽 일을 나가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저녁을 준비하려던 중이었단다. 사실 요리는 남편이 더 잘한다는 아내의 말에서 그 집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감지됐다. 동대문에서 만나 사랑하게 되고 결혼하게 됐다는 부부는 그렇게 함께 일을 하고 있었고, 여성의류를 하는 통에 새벽일을 아내가 나가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남편이 집안일이며 아이들 육아를 책임지고 있었던 것.

당연한 일처럼 보였지만, 아마도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이들의 정경이 낯설지 않았을 게다. 과거 남편은 일하러 나가고 아내는 가정을 챙기던 그 틀에서 이제는 변화하고 있는 가정의 모습이 이들의 일상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졌다. 여기서 주목됐던 건 이 남편이자 아빠의 가정적인 모습이었다. 아내를 위해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건 물론이고, 아이들에게 성적보다 중요한 게 ‘예의’라고 말하는 아빠.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그 모습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성 평등 사회의 실현이 무수한 백 마디 말보다 그런 실천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걸 드러낸 것이었다.

강호동과 한현민에게 문을 열어준 집의 아빠 역시 남다른 가정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학교 교직원으로 일한다는 이 아빠는 ‘현질’까지 하며 게임을 한다는 아들의 폭로(?)에 당황해 하면서도 허허 웃는 모습을 보여줬다. 거기에서 드러나는 건 이 아빠가 아이들과 얼마나 스스럼없는 관계를 살아왔는가 하는 점이다. 아이들과 게임을 통해 소통을 하기도 한다는 이 아빠가 너무나 가정적이라고 아내는 말했다. 그래서 다른 어떤 걸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고.

게다가 이 아빠는 갑작스런 손님에 저녁상을 차리는 아내에게 다가가 “뭐 도와 줄 거 없어?”라고 묻는 모습을 통해 평상시 집안일에 익숙하다는 걸 보여줬다. 실제로 아내는 아빠가 회사에서 돌아와서도 집안일을 많이 도와준다고 말했고, 다시 태어나도 남편과 다시 결혼할 거라며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아내에게 칭찬하는 말은 천 개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남편. 그 훈훈한 가족의 정경이 <한끼줍쇼>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졌다.

사실 매번 낯선 집의 문을 열고 그 가족과 한 끼 밥을 먹는다는 단순한 설정이지만, 그래서인지 그 과정을 통해 지금의 달라지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는 포착된다. 이번 왕십리편에서도 그랬지만 지금껏 봐온 많은 가족들 속에서 특히 달라지고 있는 건 아빠들의 모습이었다. 이미 사회적 삶 자체가 변화하고 있어서 그런 이유도 있지만, 이제 가부장적 삶은 아빠들에게도 바뀌어야할 구태로 여겨지고 있었다. 물론 현실에서 성 평등한 사회는 요원하지만, 그래도 이런 아빠들이 있어 그나마 살만해진다. 그리고 진정한 사회의 변화는 어쩌면 이런 가정의 변화로부터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른다.(사진:JTBC)

최강 한파 속 ‘한끼줍쇼’, 홍진영에 녹고 윤정수에 웃고

겨울 한파는 예능 프로그램에게는 최대 복병이면서 기회가 되기도 한다. 과거 KBS <1박2일>이 오히려 한겨울에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한 건 그 한파 속에서도 계곡의 얼음을 깨고 입수를 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에 어둑해져가는 저녁 시간 한 끼 저녁을 함께 할 집을 찾아나서는 JTBC 예능 <한끼줍쇼>에도 한파가 닥쳤다. 길거리를 걸어가는 것조차 얼굴이 얼어붙는 것 같아 출연자들은 힘겨워했다. 베테랑 이경규마저 입이 얼어 말이 잘 나오지 않을 정도니 그 추위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추워서 가장 덩치가 큰 강호동을 맨 앞에 세우고 오리들처럼 줄을 맞춰 걸어가는 출연자들의 힘겨움은 이 날 밥동무로 출연한 홍진영과 윤정수 덕분에 예능적인 즐거움으로 풀어졌다. 누구든 만나기만 하면 쉽게 다가가 친해지는 홍진영의 특급 친화력은 추위를 녹이는 훈훈한 인간적인 온기를 느끼게 했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자연스러운 예능인의 공력이 느껴지는 윤정수의 모습은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특히 홍진영 특유의 끼와 흥은 이경규조차 혀를 내두르게 했다. 콕 지르면 노래가 절로 나오는 홍진영은 한 끼 도전에서 초인종 벨을 누르고 낯선 분들과 대화하는 것부터가 남달랐다. 물론 누구에게나 익숙한 그의 존재가 한 몫을 한 것이지만,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유쾌한 느낌을 주는 홍진영의 소통 앞에서는 누구든 녹아내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마치 부동산 전문가처럼 사당동에 대한 지식을 줄줄 늘어놓는 윤정수는 이제 오픈한 지 1년 정도 됐다는 부동산 사장님을 당황하게 만들어 웃음을 주었다. 집을 알아보기 위해 이 동네를 자주 오갔다는 윤정수는 사당동의 지형부터 곳곳에 위치한 명소 또 유입인구들의 특성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너무 추운 날씨는 초인종을 누르는 출연자들에게도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인심 좋기로 유명한 사당동 주민 분들은 한파에 고생하는 출연자들에게 선선히 문을 열어주었다. 먼저 강호동과 윤정수에게 문을 열어 준 어머니는 날씨가 이렇게 춥지 않았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추운 날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사당동 주민들의 남다른 인심 때문이었을까. 문을 열어준 사당동 주민 분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더더욱 훈훈하게 다가왔다. 강호동과 윤정수에게 문을 열어주신 어머니는 1남2녀의 자식들이 연달아 가진 아이들 때문에 7년째 사실상 산후조리원처럼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어찌 보면 힘겨울 거라 생각되지만 어머니의 얼굴은 웃음이 가득했다. 손주들이 너무나 예쁘고 이렇게 온 가족이 가까이 지내는 게 그토록 행복할 수 없다는 것.

홍진영과 이경규에게 문을 열어 준 어머니는 <한끼줍쇼>의 애청자라고 했다. 아버님이 병환으로 위기를 넘겼고 어머니 역시 잘못된 투자로 큰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이 가족은 그런 그림자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위기 상황에서도 오히려 서로를 위해주고 챙겨주는 가족의 힘을 더 느낄 수 있었다는 아버님의 말씀은 이 소박해도 따뜻하기 그지없는 집안의 훈훈함이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보여주었다. 

이들 가족들의 단란함을 전해주는 역할로서 홍진영 특유의 친화력과 윤정수 특유의 유머 감각이 한 몫을 했다. 한파 때문에 보기에도 추워 보이는 골목길의 풍경은 오히려 한 끼를 위해 문을 열어준 집을 가득 채운 가족들의 따뜻함을 배가시켰다. 힘겨울수록 더더욱 소중해지는 게 가족이라고 했던가. <한끼줍쇼>는 한파 속에서 바로 그 가족의 따뜻함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사진:JTBC)

‘도시어부’, 가만있어도 재밌는 건 도대체 뭘까

도대체 이게 뭐라고 이렇게 시청자들을 빨아들이는 걸까.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이하 도시어부)>가 새해 첫 출조로 떠난 대마도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김재원은 낚시 그 자체로도 또 방송출연에 있어서도 그리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한 마리도 낚지 못했고, 또 방송에서도 별로 말이 없어 거의 ‘묵언수행’ 수준이었던 것.

하지만 김재원의 얼굴은 ‘살인미소’라는 별명 그대로 밝은 미소가 계속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대마도의 바다낚시 포인트에서 모두가 황금배지를 차지하기 위해 고기에 대한 욕망을 드러낼 때, 한가롭게 바다를 보며 이런 곳에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했다. 마치 평론가처럼 요즘 TV를 켜면 너무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래서인지 별로 대단한 정보랄 것이 없는 <도시어부>는 그냥 쳐다보고만 있어도 좋다는 것. 

김재원이 아마도 있는 그대로 진심을 담아 툭 던진 이 말은, 지금 현재 ‘낚시를 한다’는 그 어찌 보면 방송으로서는 단순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진짜 맛이 아닐까. 낚시에 평소 그리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 프로그램은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된다. 1시간 반이 넘는 꽤 긴 방송분량이지만 그 시간이 언제 지났는지 알 수 없게 훅 지나갔다는 걸 뒤늦게 알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이 프로그램에는 있다.

물론 이것은 수면 위에 드러나 있는 것만을 얘기하는 것이다. 즉 낚시도 수면 위에서는 그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 평온하고 심지어 심심하게까지 보이지만, 실상 수면 밑에서는 잡으려는 자와 잡히지 않으려는 물고기의 치열한 밀당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도시어부>는 그래서 그냥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말 그대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그 이면에 담긴 낚시꾼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감정들을 들여다보면 흥미진진하게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완도에서 힘겨운 부시리 낚시에 한 마리도 낚지 못해 낙심했던 큰 형님 이덕화의 마음을 슬쩍 들여다보면 그가 대마도에서의 새해 첫 날 낚시에 얼마나 절치부심했을까가 드러나고, 과거 이 프로그램에 나와 프로 낚시꾼으로서 굴욕을 당했던 박진철 프로가 척척 벵에돔을 낚아올릴 때 타들어갔을 마음이 보인다. 그 팽팽한 대결구도가 주는 긴장감이 있는 반면, 한 마리도 제대로 낚지 못해 끊임없이 투덜대는 이경규의 푸념을 듣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대마도 출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은 어쩌면 가장 존재감이 약했던 게스트 김재원이 아닐까 싶다. 낚시를 잘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낚시프로이자 방송프로들(?) 사이에 들어가서도 오히려 그 평범함 때문에 일반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러고 보면 이경규가 김재원에게 “여기 딱 맞는 게스트”라며 그 이유가 “낚시를 잘 못하는 것”이라고 한 말은 정확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하루의 고단한 낚시를 끝내고 어느 숙소에서 벌어진 한 판 상차림에서도 김재원은 묵묵히 매운탕을 끓이는 모습만 보여줬다. 하지만 그래도 “잘 못 낚아 사랑받는 것”이라는 이경규의 말 한 마디가 게스트 김재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낚시든 방송이든 더 많이 낚고 뽑으려는 욕망이 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한 동력이라면, 둘 다 못해도 그런 곳에서 도시의 복잡함을 잊고 있는 그 시간이 주는 힐링이 또 하나의 존재가치가 된다. 김재원이 보여준 이 부분은 아마도 낚시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까지 <도시어부>가 끌어들인 가장 큰 힘일 것이다.(사진:채널a)

‘한끼줍쇼’가 품은 ‘강식당’·‘도시어부’·‘정글의 법칙’

퓨전이 창작의 중요한 트렌드가 된 건 오래지만 이만큼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하나로 묶여져 보이는 건 놀랍다. 신년을 맞아 신대방동에서 첫발을 디딘 JTBC <한끼줍쇼> 이야기다. 이 날 이수근과 김병만을 게스트로 꾸려진 <한끼줍쇼>에는 이들의 조합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콜라보의 향연이 펼쳐졌다.

한 건물 옥상에 연 오프닝은 <한끼줍쇼>가 마련한 조촐한 시상식(?) 형식으로 꾸며졌다. 연말 시상식을 하지 않는 JTBC이기 때문에 <한끼줍쇼>가 대신 마련한 시상식을 통해 그간 고생해온 이경규와 강호동의 공적을 상찬하는 시간을 가진 것. 물론 예능적인 상황극을 통한 시상식이었지만, 이 이벤트가 가진 의미는 의외로 컸다. 실제로 연말 시상식에서 무관을 기록한 이경규와 강호동은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비지상파에서 더 열심히 뛴 결과이기 때문이었다. 만일 비지상파들을 포함한 통합 시상식이 있었다면 이 두 사람의 수상은 당연했을 정도로 지난 한 해 이들의 활약은 눈에 띈 바 있다. 

이렇게 오프닝부터 간단하게 연말 지상파 시상식을 품어버린 <한끼줍쇼>는 이수근과 김병만과 함께 하며 본격적인 퓨전의 맛을 보여줬다. 먼저 그 오프닝을 했던 장소가 과거 JTBC가 초창기 <이수근과 김병만의 상류사회>를 촬영했던 옥탑이었다. 사실상 JTBC예능의 효시격인 이 프로그램이 했던 장소에서 <한끼줍쇼>의 새해 오프닝을 한다는 건 그래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마치 새해에 JTBC예능이 가진 포부와 함께 초심을 다지듯.

이 날 신대방동에서의 한 끼 밥상은 출연자들이 재료를 준비해가 문을 열어준 고마운 동네분들에게 음식을 해주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그래서 준비된 것이 강호동이 <강식당>에서 시도했던 탕수육 라면과, 이경규가 끓이는 굴 라면. 여기서 <한끼줍쇼>는 자연스럽게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강식당>을 프로그램으로 끌어들였다. 

강호동은 김병만과 한 팀이 되어 문을 열어준 노부부에게 탕수육 라면을 끓여주었고, 이경규와 이수근은 한 자취하는 청년의 집에서 굴 라면을 끓이며 <강식당>의 라면과 비교하기도 했다. 계속 깐죽대며 토를 다는 이수근에게 버럭 화를 내는 이경규의 장면에서는 <강식당>에서 강호동이 화를 낼 때마다 보여지던 ‘화면 조정 시간’의 인서어트가 들어가 패러디의 웃음을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역시 화제가 되고 있는 이경규가 출연하는 채널A <도시어부>의 이야기도 첨가됐다. 이경규가 <한끼줍쇼>는 <강식당>과 다르다며 이수근을 면박주자, 이수근 역시지지 않고 <도시어부>를 언급하며 맞대응했던 것. 그러고 보면 <도시어부>에서도 잡은 물고기를 갖고 요리를 하는 이경규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한끼줍쇼>에서 굴 라면을 만드는 모습과 어우러졌다. 

강호동과 함께 한 김병만은 SBS <정글의 법칙>에서 펄펄 날던 그 모습과 달리 도시 한 가운데서의 적응이 쉽지 않은 모습을 보여 쏠쏠한 웃음을 주었다. <정글의 법칙>과 비교하며 등장하는 ‘한끼의 법칙’이라는 자막은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날것이 야생의 정글만큼 쉽지 않다는 걸 드러내줬고, 어렵게 노부부와 한 끼를 하면서 갈치조림을 족장의 포스를 보여주며 먹는 김병만의 모습과 라면을 한 입에 후루룩 마시듯 먹는 <섬총사>에서의 강호동의 모습이 재연되기도 했다. 

이 정도면 놀라운 콜라보의 향연이 아닐 수 없었다. 새해를 시작한 <한끼줍쇼>는 한 프로그램 속에 연말시상식, <이수근과 김병만의 상류사회>, <강식당>, <도시어부>, <정글의 법칙>, <섬총사>까지 푹푹 담아 푸짐한 예능 한 상 차림을 내놨다. 어쩌면 올해 예능의 또 한 가지 트렌드를 이 방송은 보여주는 듯 했다. <강식당>이 <신서유기>와 <윤식당>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성공작인 것처럼, 서로 다른 예능이 하나로 묶여져 시너지를 내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은 이 <한끼줍쇼>를 통해 확실히 높아졌다.(사진:JTBC)

‘도시어부’, 어떻게 금기소재 낚시로 시청자들을 낚았을까

사실 꽤 오랫동안 예능에서 낚시는 피해야할 소재로 자리해온 바 있다. 물론 물고기가 잡힐 때의 그 즐거움은 괜찮은 방송분량이 되지만, 물고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거의 정지화면이나 다름없을 수 있다. 또 물고기가 방송한다고 나 잡아가라고 기다리는 것도 아니니, 때론 한정된 시간만 소비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1박2일>이 그토록 오랫동안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어도 낚시 소재를 담은 것이 별로 없는 이유가 그것이고, 실제로 <남자의 자격>에서도 이경규와 함께 낚시하기를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로 수행했지만 방송에서는 그다지 낚시의 묘미를 담아내기 어려웠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채널A의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이하 도시어부)>를 보면 이제 이런 금기는 더 이상 의미 없는 한계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바다로 나가 낚시를 하고 잡은 물고기로 저녁에 맛난 한 끼를 해먹는 어찌 보면 구성 자체가 단순한 이 프로그램이 종편 채널이 가진 한계를 뚫고 보편적인 호응을 얻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2,3%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다, 드디어 4%를 넘긴 <도시어부>는 완도에서 최고 시청률 4.4%를 찍었다. 첫 날 생각보다 낚시 성적이 좋지 않았던 출연자들은 이튿날 마이크로닷이 이끄는 지깅낚시로 9짜가 넘는 대방어를 연신 낚아 올리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촬영 4일 전부터 완도에 내려가 지깅 낚시를 연습한 마이크로닷이 가장 먼저 대방어를 낚아 올렸고 이어서 차례로 이경규, 게스트로 출연한 신화 이민우가 손맛을 봤다. 모두가 방어를 낚아 즐거워하는 반면, 아쉽게 고기를 놓친 이덕화는 이들과 비교되며 쓸쓸한 모습을 드러내 오히려 웃음과 함께 인생의 경륜 같은 걸 느끼게 해줬다.

이 완도편을 보면 <도시어부>가 어째서 이렇게 시청자들을 낚아 올릴 수 있었는지 그 이유가 드러난다. 가장 큰 것은 바다낚시가 갖는 스펙터클이다. 사실 해외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우 낚시는 꽤 흥미로운 소재로 자리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채널 같은 경우 정글에서 어마어마한 괴어와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담아 보여주기도 한다. 또 원양어선을 타고 나가 바다 한 가운데서 거친 파도와 날씨 속에서 벌어지는 그 힘겨운 조업 현장을 리얼리티 카메라로 담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만큼 낚시가 가진 야생의 풍경은 이제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만나 흥미진진한 소재로 떠오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완도편에서는 겨울바다의 결코 쉽지 않은 낚시 풍경이 주는 날것의 리얼리티가 시청자들을 매료시킨다. 파도가 치고 그 안에서 거대한 대방어와 10분이 넘는 밀고 당기기를 거듭해 물고기를 끌어올리는 장면에서는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도시어부>가 가진 이 날것의 풍경 속에서 아드레날린을 한껏 끌어올리는 인물은 다름 아닌 젊은 피 마이크로닷이다. 결코 쉽지 않은 그 상황에서도 연실 환하게 웃고 명랑하게 소리치며 함께 하는 출연자들을 전면에서 독려하는 모습은 프로그램에 활력소로 자리했다. 

마이크로닷이 가진 특유의 친화력은 그 젊은 세대의 패기와 이경규나 이덕화 같은 원숙한 세대가 낚시라는 한 가지로 끈끈하게 뭉쳐지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낚시에는 “위아래도 없다”는 이경규의 말과 어우러지며 세대 차이를 무화시켜버린다. 실제로 지깅낚시의 그 힘겨움 때문에 시종일관 투덜대던 이경규가 대방어와 사투를 벌일 때 마이크로닷이 옆에서 그를 도와 물고기를 잡는 과정은 흥겹기 이를 데 없다. 퉁명스러움이 캐릭터인 이경규가 마이크로닷에게 “사랑해요”라고 외치는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마이크로닷이 이 쉽지 않은 바다낚시에 어떤 활력을 주는 존재라면 이경규는 ‘예능의 신’이라는 지칭에 걸맞게 리얼리티 프로그램 안에서도 웃음의 포인트를 콕콕 집어낸다. 물론 천하의 이경규도 어찌된 일인지 이 프로그램에서는 웃기는 일보다는 낚시를 하는 진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지만 수십 년간 몸에 익어온 예능감은 또 다른 그의 리얼리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힘든 걸 극도로 싫어하고 방송 분량 채우면 퇴근을 외치는 그지만,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힘이 드는 이 프로그램을 이렇게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이유는 그게 그의 진심이기 때문이다. 낚시라면 그 바쁜 스케줄에도 달려간다는 그가 아닌가.

이경규에게 형님으로 자리한 이덕화가 주는 어떤 묵직함은 이 프로그램이 그저 재미에만 머물지 않게 해주는 힘이 되어준다. 물론 이덕화 역시 마이크로닷 같은 한참 어린 후배와 스스럼없이 어울릴 정도로 젊은 마인드를 갖고 있지만, 그래도 낚시와 삶의 경륜에서 나오는 무게감은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자신만 대방어를 못 낚았지만 “그냥 열심히 하는 거지 뭐. 안 되는 거 어떻게 하겠어?”라고 툭 던지는 그 한 마디가 마치 <노인과 바다>의 쓸쓸하지만 인생을 관조하는 정조를 담아낸다.

결국 그토록 쉽지 않은 소재라던 낚시를 갖고 <도시어부>가 시청자들을 낚을 수 있었던 건, 리얼리티 카메라라는 새로운 예능 트렌드가 가져온 변화를 밑그림으로, 그 위에 진짜 낚시를 사랑하는 진정성 있는 인물들을 세우고, 저들 스스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을 묵묵히 들여다본 그 과정들이 있어서다. 못 낚으면 못 낚는 대로 또 잡으면 잡는 대로 느껴지는 그 허탈함과 즐거움을 꾸준히 들여다보자, 마치 대방어를 낚듯 시청자들을 낚을 수 있었던 것. 그러고 보면 <도시어부>라는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아가는 이 과정은 낚시를 그대로 닮아있다.(사진출처:채널A)

레이스보다 동행, ‘세모방’이 주목한 버스와 종점의 감성 

이렇게 단순한 형식인데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와 재미에 훈훈함까지 주는 방송이 있다니 놀랍다. MBC <세모방>이 주목한 G BUS TV <어디까지 가세요?>라는 프로그램이 준 감흥이다. 62-1번 버스를 타고 동탄에서 수원으로 출발해 그 반환점을 돌아 다시 차고지로 돌아오는 그 과정에 출연자들이 투입되어 승객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그들과 동행해주면서 일종의 출연자들끼리의 대결이 펼쳐지는 형식. 

어디까지 가는 지 알 수 없는 승객에게 다가가 그 내리는 곳에 동행해야 한다는 룰 때문에 종점 가까이 가는 승객을 만나면 쉽게 미션이 끝나버리지만 짧은 거리를 가는 승객을 만나면 계속 내렸다 탔다는 반복해야 한다. 이경규는 운 좋게도 25정거장을 이동하게 만든 ‘대박 승객’을 만나 이 프로그램 최단 시간인 8시간 만에 1등으로 퇴근했지만, 차오루의 경우는 아예 레이스에는 관심이 없는 듯 사람들과 끝없는 소통을 하는 통에 막차를 타고 겨우 꼴찌로 차고지에 돌아오게 됐다. 

흥미로운 건 레이스가 주는 재미보다는 이 여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퇴근하는 승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 과정이 훨씬 마음을 끌었다는 점이다. 갑작스럽게 내린 비는 목적지까지 가는 승객들과 자연스럽게 우산을 나눠 쓰는 훈훈함을 만들었고,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내놓는 이야기들은 마치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소소하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따뜻함이 있었다. 

버스라는 공간이 주는 서민적인 분위기는 연예인이라고 해도 보통의 수수함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쫄쫄 굶어 배가 고픈 주상욱이 버스에서 만난 승객에게 조심스럽게 같이 저녁을 할 것을 제안했다가 다이어트를 한다며 거부당하는 장면이 그렇다. 그 승객이 술 한 잔 하자는 친구의 전화에 선뜻 승낙을 하자 그 곳을 따라가 치킨을 사주겠다면서 자신이 더 많이 챙겨먹는 주상욱의 모습은 반전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웃음보다 이 프로그램이 좋은 건 그 따뜻한 사람들의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고민이나 이야기들이 주는 공감대였다. 주상욱과 함께 치맥을 하던 젊은 남자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본래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었다며 그렇지만 이제 서른을 넘긴 나이에 꿈만 좇는다는 것도 어렵다는 소회를 드러냈다. 주상욱은 그 이야기에 공감하면서도 서른이면 늦은 나이가 아니라고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이런 소통의 훈훈한 면면들을 가장 잘 드러낸 출연자는 의외로 차오루였다. 외국인이라 우리말이 능숙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만나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려 노력하는 차오루는 지난 회에서는 한 어머니 승객에게 멸치 반찬을 받았던 데 이어 이번에는 배웅의 답례로 닭발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 종점에 임박했지만 버스에서 만난 한 아저씨와 동행하게 됐고 그의 집까지 방문해 ‘사랑의 오작교’를 자청하기도 했다. 마침 7월7석이라며 아저씨와 그의 아내 사이에 사랑을 확인시켜줬던 것. 차오루는 나오며 “수원에서 새 가족이 생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퇴근 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들의 마음은 어쩌면 한결 같은 것이다. 조금은 피곤한 하루였지만 그래도 돌아갈 집이 있고 자신을 기다려주는 가족들이 있다. <세모방>이 주목한 G BUS TV <어디까지 가세요?>라는 프로그램은 바로 그 시간 버스라는 공간이 주는 정서를 전해주었다. 버스와 종점이 주는 그 감성이 얼마나 서민들의 감성과 어우러지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사진:MBC)

이덕화와 양세형, ‘한끼줍쇼’로 되새긴 친구의 가치

천호동을 찾은 JTBC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의 저녁 풍경. 이덕화와 이경규를 반가이 맞아주신 아주머니는 마침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을 참이었다. 그 날 아는 분이 하는 밭에서 고추를 따다가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는 마음 따뜻한 아주머니. 차가워진 날씨에 거리를 전전하던 이덕화와 이경규에게 선뜻 문을 열어주신 그 분과 친구에게서는 마치 가족 같은 느낌이 전해졌다. 

뚝딱 맛난 음식들을 차려 내놓는 아주머니와 친구는 그렇게 낯선 이방인들과 한 끼 저녁을 나누고는 믹스커피 한 잔으로 두런두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불편한 지 연실 다리를 주무르는 친구 분은 서서 하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이렇게 다리가 시원찮아졌다고 말했고, 아주머니 역시 마찬가지라는 대목에서는 두 분의 삶이 어딘지 닮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두 분 모두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홀로 일하며 자식들 키워내느라 안한 일이 없을 정도로 몸을 부리셨던 거였다. 직접 보지 않았어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신산했을 그 삶을 이덕화는 깊이 공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덕화는 홀로 자식을 키워내신 어머니들의 고생을 통감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유독 과묵하고 결혼 생각은 없다던 아주머니의 아들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알고보니 동국대 후배인 그 아들은 홀로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버는 대로 집에 내놓곤 했단다. 물론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을 아직 안한 것이 인연을 만나지 못한 것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머니와 함께 살아오며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온 아들의 마음 때문은 아니었을지. 삶의 고단함을 애써 숨겨온 것이 아들을 과묵하게 한 건 아니었을지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렇게 힘들어도 아주머니가 버틸 수 있었던 진짜 힘은 아마도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함께 30여년을 지내왔던 친구가 있어서였을 게다. 안한 일 없이 하면서 자식 키우느라 몸은 안 아픈 곳이 없는 두 친구는 그렇게 서로의 대단함을 얘기해주고 있었다.

한편 강호동과 양세형에게 문을 열어준 집은 아직 20대 후반의 새댁이었다. 우연치고는 놀랍게도 그 곳 역시 새댁과 친구가 마침 저녁을 먹으려 하고 있었는데, 함께 저녁을 나누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친구들 역시 서로가 너무나 닮아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라는 두 사람은 모두 결혼 전에 아이가 먼저 생겼고 이른 나이에 결혼했다고 했다. 

일요일인데도 남편들이 모두 일을 나가 함께 저녁을 챙겨먹는 친구들은 스스럼이 없었다. 친구 집을 마치 자기 집처럼 속속들이 알고 저녁상을 챙기는 친구의 모습에서 두 사람의 끈끈한 우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일찍 결혼해 아이까지 있으니 하고 싶은 일도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또한 이 친구들은 일찍 아이를 가져 좋을 미래를 함께 떠올리고 있었다. 아이에게 친구 같은 부모가 되어줄 수 있는 미래의 풍경을.

같은 날, 천호동에서 만난 두 집안의 이야기는 그래서 마치 따뜻한 우정을 오래도록 가져갈 친구들의 현재와 과거 혹은 현재와 미래처럼 보였다. 홀로 되어 자식들을 키워내신 어머니들의 깊은 우정은 젊었을 시절에도 아마 풋풋한 새댁들처럼 끈끈했을 것이고, 지금 그렇게 한 가족처럼 보이는 새댁들의 우정은 훗날 어머니들처럼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 오래도록 변치 않을 것이다. 

이덕화와 양세형이 밥동무로 참여한 천호동의 <한끼줍쇼>는 그래서 우리네 삶에서 친구란 어떤 존재인가를 새삼 되돌아보게 했다. 강호동의 말처럼 우연이 인연이 되고 인연이 운명이 되는 그 관계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가를 그 친구들의 우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으니.

‘한끼줍쇼’, 한중관계 냉랭해도 개인들은 훈훈하다는 건

이제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 외국인을 발견하는 일은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일을 하기 위해 오는 이들도 있고, 공부를 하기 위해 오는 이들도 있으며 그저 여행을 목적으로 오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다원화되어가고 있고 외국인들에 대한 문호가 열려 있다는 뜻이다. 

'한끼줍쇼(사진출처:JTBC)'

그러니 JTBC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 같은 낯선 동네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한 끼 저녁식사를 청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을 만나는 일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흑석동에서 촬영된 <한끼줍쇼>에서 우연찮게 베트남에서 와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며느리를 만나고, 또 중국에서 온 유학생들을 만나는 일은 그래서 이렇게 다원화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 했다. 

특히 이경규와 김성주에게 문을 열어준 중국 유학생과의 한 끼 식사 풍경은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냉각기를 겪고 있는 와중이지만 그런 국가 간의 문제들과는 사뭇 다르게 개개인들은 훈훈한 풍경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3년 째 거주 중이라는 하얼빈에서 온 중국 유학생은 기꺼이 이들을 초대해줬고, 자신이 평상시에 먹는 중국에서 가져온 사천식 라면으로 차린 소박한 밥상을 내놓았다. 부족한 반찬을 마련하기 위해 마트에 간 김성주는 마침 대학시절 갔던 마트의 주인아주머니를 만나 반가운 회포를 풀고는 간단한 재료들을 사와 반찬을 만들었다. <냉장고를 부탁해>를 진행하며 김풍에게 배웠다는 야매 레시피지만 먹음직한 계란말이를 놓자, 그 좁은 공간에서의 작은 식탁에 채워진 사천식 라면과 계란말이가 너무나 훈훈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마치 민간인 차원에서 벌어지는 교류를 상징하는 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실 TV를 잘 보지 않아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을 잘은 모른다는 유학생에게서는 그래도 문을 열어준 그 선택이 마치 단단히 닫아버린 한중관계의 문에도 불구하고 그 밑으로는 열려 있는 교류들을 보여주는 듯 했다. 어학원에서 만나 친구로 지낸다는 같은 동네의 또 다른 유학생을 초대했고 그래서 네 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은 그 모습은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왜 중국인들이 한국에 이렇게 많아졌나를 묻는 이경규의 질문에 “인구가 많아서가 아닐까”라는 다소 쿨한 답변을 주면서도 <아빠 어디가>를 통해 김성주를 잘 알고 있다는 유학생에게서는 한국에 대한 애정 같은 게 느껴졌다. 그리고 다른 유학생은 아예 한국 가수가 좋아서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가 어찌됐든 그 관계가 호의적인 상황이 만들어지는데 한류 콘텐츠가 미친 영향은 분명히 컸다는 걸 두 유학생은 보여줬다. 

최근 사드 배치 문제로 냉각됐던 한중관계는 양군 간 협의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일단 정상화 궤도에 올라섰다. 물론 그렇다고 실질적인 변화가 바로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양국이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사실은 고무적이다. 모쪼록 한중관계가 이를 계기로 다시 본래의 호의적인 관계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그래서 콘텐츠 교류 역시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한끼줍쇼>가 보여준 중국인 유학생 두 명과 함께 한 식사는 그래서 이런 시의성과 맞아 떨어지면서 묘한 울림을 줬다. 사실 국가 간에 벌어진 대결 양상이 치열했고, 그래서 피해와 손실도 적지 않았지만 그런 갈등과 상관없이 양국의 개개인들은 호의적이며 또한 교류에 대한 갈증도 느끼고 있다는 것. 그래서 기꺼이 한 끼를 함께 하며 식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 한중관계도 <한끼줍쇼>처럼 훈훈해지기를.

‘한끼줍쇼’ 1년, 무엇이 바뀌었을까

어느새 1년이 흘렀다. 처음 길바닥에 숟가락 하나씩 들고 나와 낯선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모르는 집의 초인종을 누르던 그 순간의 긴장감은 그 1년 사이 많이 사라졌다. “이경규인데요”라고 말했을 때 초인종 저 편에서 들려오는 “그런데요?”라는 반문이 주던 그 당혹감도 이젠 익숙해졌다. 물론 지금은 그런 반응을 보이는 목소리는 잘 들려오지 않는다. JTBC <한끼줍쇼>라는 예능 프로그램은 이제 우리네 대중들이라면 한번쯤 봤거나 혹은 들어봤을 테고,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내 집에 초인종을 누른다면 적어도 낯설어 거부하진 않을 정도는 됐다. 

'한끼줍쇼(사진출처:JTBC)'

그 1년 사이 무엇이 바뀌었을까. <한끼줍쇼>가 1주년을 맞이해 그 첫 회를 했던 망원동을 다시 가보는 그 행보는 그 달라진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주었다. 이미 망리단길을 알고 또 tvN <알쓸신잡>에서 나왔던 ‘젠트리피케이션’을 들어본 시청자라면 망원동의 주택가가 상가로 바뀌고 있는 것을 보며 남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게다. 물론 망리단길이 <한끼줍쇼>로 인해 주목받은 건 아니다. 이미 <나 혼자 산다>의 육중완이 망원시장을 제집 드나들 듯 드나드는 장면이 방송을 타면서부터 망리단길은 서서히 만들어져 왔다. <한끼줍쇼>는 방송의 힘이 심지어 동네의 풍경을 1년 사이에 그렇게 바뀌게 해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물론 그건 좋은 일만은 아니다. 외부 자본으로 인해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형국이니.

경리단길, 망리단길, 연남동길... 이처럼 많은 길들이 마침 생겨나고 상권도 형성되기 시작할 즈음 방영되기 시작했던 터라 <한끼줍쇼>는 그렇게 새로운 동네와 길들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처럼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1년을 되돌아보니 <한끼줍쇼>가 바꾼 건 그런 동네의 외적인 풍경만이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동네 사람들이 저마다 가진 타인들에 보여주는 따뜻함 같은 것들이 더 큰 것이었다. 

물론 지금도 낯선 이들의 방문에 문을 열어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게다. 하지만 적어도 <한끼줍쇼>가 1년 동안 방영되면서 그 불가능해보였던 일들이 완전히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확인하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문을 닫고 있는 동네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살 일이 바빠서 타인에게 거리를 두고 있을 뿐, 어떤 기회가 되면 그토록 따뜻할 수 없다는 걸 이 프로그램에 나온 많은 ‘식구’들이 확인시켜줬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망원동에서 이경규와 강호동이 각각 찾은 집은 너무나 상반된 풍경을 보여줬다. 이경규가 이연희와 찾은 집이 추석을 맞아 3대가 모여 잔치 같은 분위기를 보여줬다면, 강호동과 차태현이 찾은 집은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욜로족 청춘의 단출하지만 유쾌한 한 때를 보여줬다. 대가족과 나홀로족. 그 두 집의 풍경은 우리 시대에 공존하는 너무나 다른 삶의 양태를 표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달라도 그들이 낯선 이들에게 문을 열어주고 그 안에서 밥 한 끼를 나누며 보여준 환대는 다를 바가 없었다. 

<한끼줍쇼>가 1년 간 바꾼 것은 그래서 망리단길처럼 동네에 들어온 자본의 물결 같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따뜻한 정 같은 것을 새삼 복원한 것이 아닐까. 저마다 정글 같은 일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며 살아가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서민적인 사람에 대한 정과 호의. 방송 프로그램이 현실에 어떤 영향력을 줄 수 있다면 이것만큼 좋은 건 없을 것이다. 

이경규는 이미 <일밤> 시절부터 ‘양심냉장고’ 같은 프로그램들을 통해 방송이 현실에 어떤 영향력을 줄 수 있는가를 보여준 바 있다. 이런 사정은 강호동을 일약 스타덤에 올렸던 <1박2일>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우리네 숨겨진 비경과 오지에서 살아도 정만은 그토록 깊었던 분들을 통해 우리가 갖고 있는 꽤 큰 자산들을 확인시켜줬던 경험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그러고 보면 <한끼줍쇼>가 바꿔 놓은 건 동네가 주는 따뜻한 정감만이 아니었다. 이경규와 강호동 역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본래 자신들이 잘 해왔던 그 초심을 이 시대에 맞게 되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황소걸음이지만 성실하게 그 길을 오래도록 걸어서야 만이 비로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진정성이고, 그것을 통해서 어쩌면 현실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들은 그 1년 동안 보여줬다.

민주화와 다문화, ‘한끼’에 고스란히 녹아든 시대의 풍경들

꼭꼭 닫혀 있는 문 저편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각자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그래서 다를 수밖에 없지만, 저녁 시간 가족들이 둘러앉아 한 끼 식사를 나누는 그 정경 속에는 하루의 피곤과 허기를 채워주는 훈훈함 같은 공감의 정서가 흐른다. JTBC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가 기능하는 건 바로 그 지점이다. 서로 남남으로 살아가지만 저녁 시간 한 끼가 주는 그 공감의 정서 아래, 잠시 문을 열고 그 삶의 풍경을 보여주며, 그리하여 각각 다른 삶이라 여겨졌던 것들이 사실은 동시대의 공감지대를 갖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것. 

'한끼줍쇼(사진출처:JTBC)'

수원 화서동에서 소녀시대 유리와 써니가 밥동무로 함께한 <한끼줍쇼>는 그런 점에서 왜 이 프로그램이 우리의 마음을 잡아끄는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강호동과 유리에게 선뜻 문을 열어준 단란한 가족은 서로 막걸리를 나누며 기분 좋은 훈훈함을 보여줬지만, 과거 아버님과 어머님의 연애시절 이야기에서는 당대 민주화 시절의 결코 쉽지 않았던 시대의 정경이 느껴졌다. 

마침 그날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왔다는 이 부부는 어딘지 모르게 느껴진 시대의 공기는 아버님이 과거 운동권 출신으로 수배됐을 때 처음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수배된 처지에 결혼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는 아버님에게 오히려 어머님이 결혼하자 청혼을 했다는 것. JTBC 손석희 사장의 오랜 팬임을 밝히고 <백분토론>에도 참여했다는 어머님이 손 사장에게 감사와 지지의 영상편지를 보내는 대목에서는 최근의 촛불정국의 풍경이 겹쳐졌다. 그저 한 끼를 나누는 자리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실의 풍경들이 자연스럽게 담겨졌던 것.

8시 마감시간에 임박해 고맙게도 이경규와 써니에게 문을 열어 준 집은 <한끼줍쇼>에서는 최초로 방문하게 된 다문화가정이었다. 필리핀계 미국인인 남편과 성격 좋은 아내 그리고 예쁜 아이가 살아가는 집. 아직은 한국어가 익숙지 않은 남편분과 서투른 영어로 나누는 대화가 조금은 낯설고, 마침 별로 준비된 게 없어 짜장라면 한 그릇씩을 나누는 저녁 한 끼였지만 그럼에도 공감대는 충분히 있었다. 특히 걸그룹을 좋아하는 남편분은 소녀시대의 노래를 잘 알고 있어 그 이야기만으로도 서먹함을 지워낼 수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살아가며 느낀 고충이 없을 수 없었다. 길거리에서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들어 대꾸를 하지 않는다며 고함을 지르며 따라온 어느 사내의 이야기와 지하철에서 자신을 치고 침을 뱉고 갔다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는, 그걸 듣는 이경규나 써니에게도 화가 나는 일이었다. 써니는 “그건 한국 분들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그 분이 이상한 것”이라고 그 속상함을 공감했다. 

민주화와 다문화. <한끼줍쇼>가 수원 화서동의 어느 집에서 보여준 풍경 속에는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의 변화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그 가족과 함께 나누는 한 끼 밥상에는 광주 민주화 운동과 함께 이어졌던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한 자락이 담겨졌고, 다문화 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변화 또한 자연스럽게 얹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그런 변화들을 겪고 있는 저마다의 가족들이 문을 열고 다른 이들과 함께 밥상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훈훈한 대화와 소통이 가능하는 걸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낯을 많이 가린다는 써니에게 이경규가 한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괜찮아. 어차피 나도 그쪽도 서로 어색해. 그런데 얘기하다 보면 정이 들고 심지어 헤어질 때는 좀 아쉽게 느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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