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껑충 ‘부암동 복수자들’, 긴장하는 지상파

기어이 tvN <부암동 복수자들>이 일을 낼 모양이다. 2회 만에 시청률이 4.6%(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첫 회 시청률 2.9%에서 이처럼 훌쩍 뛰어오른 시청률이 더 놀라운 건 이 드라마의 편성 시간대가 tvN이 올 가을 들어 공격적으로 내놓은 9시30분대였다는 점이다. tvN은 월화수목 9시30분을 드라마 타임으로 편성함으로써 10시에 시작하는 지상파 드라마들과의 한 판 승부를 예고한 바 있다. 

'부암동 복수자들(사진출처:tvN)'

만일 <부암동 복수자들>이 이 추세대로 시청률 상승을 기록한다면 지상파 드라마들은 고스란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로 <부암동 복수자들>이 2회에 4.6%의 시청률을 내며 순항을 시작하는 순간, 지상파 드라마들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MBC <병원선>이 10%,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9.7%를 기록했다. 

<부암동 복수자들>이 예사롭지 않게 여겨지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이야기의 참신함 때문이다. 바람을 피워 생긴 다 큰 아들을 집으로 들이는 남편 때문에 복수를 결심하는 재벌가 사모님 정혜(이요원), 겉보기엔 성공한 교직자이지만 술만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으로 인해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는 미숙(명세빈), 그리고 소중한 아들을 위해 무릎 따위는 천 번이고 꿇을 수 있다는 생선가게를 하며 살아가는 도희(라미란). 이들이 모여 꿈꾸는 세상에 대한 복수라니. 

바람, 폭행, 갑질이라는 복수하고픈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공분의 요소들을 저마다 가진 캐릭터들이 ‘복수’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연대하는 이야기에서 주목되는 건 복수의 통쾌함만이 아니다. 서로 복수를 해주기 위해 서로를 잘 알아야 한다는 대전제는 사는 환경도 다르고, 빈부의 격차도 큰 이 여성들을 끈끈한 자매애로 묶어놓는다. 

생선가게를 하는 엄마를 뒀다는 이유만으로 “비린내 난다”며 왕따를 당하는 도희의 아들 희수(최규진)가 폭행사건에 연루되어 억울하게 가해자가 되어 터무니없는 합의금을 줘야할 처지에 몰린 도희. 그녀가 정혜와 미숙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벌이는 파티는 금세 이들 사이에 놓은 삶의 환경과 빈부 차이 같은 장벽을 허물어뜨린다. 도희의 집에서 소맥을 마시며 “언니”라고 그녀를 언니라고 부르며 귀여운 주정을 부리는 정혜와 그녀가 “진짜 언니 같다”고 말하는 미숙이 보여주는 자매애는 그 관계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면이 있다. 

흥미로운 건 이 이른바 ‘부암동 복수자 소셜 클럽’의 여성들이 처한 문제들이 자식들과도 그대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혜의 집으로 갑자기 들어온 남편의 숨겨둔 아들인 이수겸(준)은 정혜의 자식은 아니지만 그녀가 처한 남편과의 문제로 얽혀있고, 미숙은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딸이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정혜의 아들과 미숙의 딸은 도희의 아들과 같은 학교에서 서로를 알아간다. 부모들의 ‘복수’와 ‘연대’만큼 그 2세들의 관계 또한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과연 <부암동 복수자들>은 지금의 흐름대로 일을 내고야 말까. 지상파 드라마들과 주중전쟁이 본격화된 현재, 이 드라마의 향배는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새롭게 tvN이 만들어낸 주중 9시 반 드라마 시간대라는 새로운 시간이 형성되게 되면 지상파는 긴장할 수밖에 없어서다. 지금으로서는 이 드라마의 파괴력이 만만찮게 보인다.

중요하지 않다 해도 강력한 힘 발휘하는 <응팔> 멜로

 

<응답하라1988>에서 덕선(혜리)의 남편이 누구일까에 대한 궁금증은 이제 최고조에 올랐다. 좁혀진 대상은 택이(박보검)와 정환(류준열). 심지어 네티즌 수사대(?)가 장면 속에 있는 소품들까지 체크해가며 누가 미래의 남편일지에 대한 추론을 내놓을 정도다. 스포일러가 쏟아지는 것 때문에 제작진들이 곤란해진 입장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의 호기심과 궁금증이라면 스포일러가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소개팅남에게 바람맞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오다 쌍문동 골목 친구들의 눈에 띠어 그대로 이승환 콘서트장에 가는 길이라고 둘러댄 덕선(혜리)은 추운 날씨에 콘서트장 앞에서 벌벌 떨며 친구 자현(이세영)을 기다렸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안 정환이 콘서트장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은 이제 그가 드디어 덕선에게 고백을 하는가 하는 기대감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하지만 먼저 도착한 건 택이. 그는 승부사답게 그 날의 대국에 최초로 기권패를 당하면서까지 덕선이 있는 콘서트장을 향해 달려갔다. 뒤늦게 택이가 먼저 온 사실을 안 정환은 운명을 탓하며 돌아서야 했다. 택이가 미래의 남편일 지도 모른다는 이 장면은 미래의 덕선(이미연)이 남편이 인터뷰를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역시 택이가 남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이미 인터뷰를 싫어하는 택이의 에피소드가 나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화책 좀 그만 보라는 미래의 덕선의 이야기는 또 그 남편이 정환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드라마 마지막에 이르러 친구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정환은 반지를 꺼내놓고 덕선에게 의외의 사랑고백을 했다. “원래 졸업할 때 주려고 했는데 이제 준다. 나 너 좋아해. 매일 같이 너네 집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리고 너 독서실에서 올 때까지 걱정돼서 한 숨도 못 잤다. 내 신경은 온통 너였다.” 하지만 이 고백은 동룡(이동휘)에게 이제 됐냐 XX? 이게 네 소원이라며?”하는 말 한 마디로 농담처럼 뉘앙스가 바뀌었다. 결국 친구들과 덕선이 모두 웃고 넘어가는 에피소드로 끝나 버렸다.

 

드라마 시작 전 시청자들은 또 남편 찾기콘셉트의 이야기를 <응답하라1988>에서도 할 것인가에 대해 궁금해 했다. 그 때 신원호 PD는 물론 <응답하라1988>의 이야기는 가족에 대한 것이지만 재미 요소로서 남편 찾기는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시청자들은 남편 찾기콘셉트가 이제는 식상하다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결말에 이르자 신원호 PD가 말했던 것처럼 남편 찾기콘셉트의 힘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택이와 정환. 두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렬하게 시청자들에 어필하고 있다는 뜻이다. 누구 하나를 조연이나 악역으로 만들지 않고 둘 다 덕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서로 배려하는 모습은 두 캐릭터에 대한 호감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키워놓았다.

 

물론 그간 <응답하라1988>이 다룬 건 멜로만이 아니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과 형제, 남매, 자매 간의 애정. 또 친구들 사이의 우정 등이 다양한 캐릭터들의 조합을 통해 보여지면서 드라마에 훈훈한 정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역시 뒤로 갈수록 강력한 한 방은 덕선의 미래 남편에 대한 궁금증으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심지어 과열 양상까지 띠는 상황. 이러니 신원호 PD가 말했듯 이 재미요소를 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을 게다



자매애로 보여지는 동지의식

참 이상한 일이다. 인터넷사전에 ‘형제애’라고 치면 ‘형이나 아우 또는 동기(同氣)에 대한 사랑’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반면, 왜 ‘자매애’라는 단어는 없는 것일까. 신데렐라와 못된 언니들 혹은 콩쥐와 팥쥐 같은 고전들 속 캐릭터들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틀에 박힌 텍스트 공식들이 만들어낸 결과일까.

하지만 드라마들은 꽤 여러 번 자매애의 가능성을 포착한 바 있다. ‘여우야 뭐하니’의 병희(고현정)와 준희(김은주), ‘연애시대’의 은호(손예진)와 지호(이하나), ‘내 남자의 여자’의 지수(배종옥)와 은수(하유미)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자매애는 모두 늘 만나면 서로를 못 잡아먹어 한이라는 듯 으르렁대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사실은 서로를 깊이 배려하고 있는 속내를 내보인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렇게 자매들이 드라마 속에서 서로 의견충돌을 일으키는 것은, 여성들의 서로 다른 입장(애정관, 결혼관 등등)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각자 캐릭터들의 개성은 더 살리고, 공감의 폭은 더 넓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애정관, 결혼관이 달라 싸우던 이들이 결국에는 자매라는 끈으로 묶여지면서 묘한 동지의식을 끌어내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여성들의 연대의식 같은 것이다. 그 대표주자로 꼽을 수 있는 건 역시 ‘내 남자의 여자’의 지수와 은수다.

“이런 언니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들의 자매애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는 연대의식 속에서 피어났다. 이 드라마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드라마 자체가 추구하는 것이 멜로가 아닌, 결혼제도나 남녀문제 같은 사회성 짙은 메시지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으로 보면, ‘여우야 뭐하니’나 ‘연애시대’ 역시 기존 관습에 던지는 사회성 짙은 질문들이 있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여우야 뭐하니’가 사회 통념으로 생각되는 나이와 결혼의 문제에 있어서 병희와 준희란 캐릭터를 통해 연령차를 극복하려 했다면, ‘연애시대’는 은호와 지호를 통해 결혼이란 사회적 관습에 연애라는 잣대를 들고 질문을 던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멜로가 가진 틀이 강했기에 ‘내 남자의 여자’처럼 그것이 전면에 부각되진 않았지만 그 속에서 이들 자매들이 보여주는 은근한 서로에 대한 애정은 바로 이런 동일한 적(?)을 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매애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도 자매들 간의 동지의식이 드라마 자체로 드러나는 캐릭터들이 있다. 그것은 ‘막돼먹은 영애씨’의 영애와 영채다. 둘은 서로 다른 외모로 똑같은 외모지상주의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지만, 결국 비슷한 결론에 다다른다. 막돼먹은 영애씨가 살기 어려운 만큼, 잘 빠진 영채씨의 삶도 어렵다는 것. 결국 이 드라마는 이 둘의 대비와 거기서 얻어지는 한 가지 결론, 즉 ‘이 사회에서 여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영애와 영채가 굳이 자매애를 강조하지 않아도 한 가닥의 끈으로 연결되는 것은 그들이 이 시대를 사는 여성이라는 동지의식이다.

멜로 드라마들이 보여주었던 연애에 시청자들이 식상해했던 것은 어쩌면 그 연애 밑바닥에 공유되어 있는 남성중심의 사고방식이나 사회체계에 더 이상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현대의 여성들에게 참신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아예 남성중심의 사고방식을 제거해버린 여성들만의 환타지(커피 프린스 1호점)를 그리거나, 그런 사고방식과 싸우는 여성들의 이야기(막돼먹은 영애씨)가 유리하다. 만일 드라마 속 자매들의 끈끈한 정에 마음을 빼앗겼거나, 자매들이 좀더 자매애를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도 그들과 한때 암묵적인 동지였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 시대, 연애보다 애틋한 것은 어쩌면 자매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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