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킹콩을 들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7/01 '킹콩을 들다', 가장들의 몸을 떠올리다 (2)
  2. 2009/06/27 '트랜스포머'에 대처하는 우리영화의 자세
단 한 순간입니다. 마지막 1분여. 이배영 선수가 끝내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바를 놓지 않은 것도 그 짧은 순간이었고, 장미란 선수가 상상도 못할 어마어마한 무게를 오로지 자기자신의 기록을 깨기 위해 들어버린 것도 그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역도는 바로 이 1분여의 시간에 폭발적인 집중을 하게 만드는 스포츠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1분여의 드라마를 보고는 쉬 잊혀져버리는 비인기종목이기도 하죠.

역도를 소재로 한 '킹콩을 들다'는 120분짜리 영화입니다. 1분여의 강렬하게 기억되었다가 허무하게 잊혀져버리는 각본없는 드라마는 어떻게 120분 간의 영화 속으로 담기게 되었을까요.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사실 우리가 본 그 1분을 위해 선수들은 몇 년에 걸친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내며 훈련을 하죠. 그러니 어찌보면 그걸 담아내기에는 12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을 지경입니다. 단 두 시간으로 무게와의 사투를 벌이는 그들(그것도 여성의 몸으로)을 어떻게 다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킹콩을 들다'는 이 짧은 시간 속에 역도라는 스포츠가 가진 매력과 힘겨움은 물론이고, 그 위에 역도라는 스포츠를 은유해 보여주는 삶의 문제까지 보여줍니다. 사실 이런 코드들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이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비인기종목 스포츠와 여성(그것도 아줌마들)이 어떻게 하나로 엮어지는 지를 우리는 목도한 적이 있습니다. '킹콩을 들다'는 소외계층과 역도라는 비인기종목 스포츠, 그리고 여성을 모두 각각의 바벨로 바에 끼워넣고 한바탕 들어올리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시골의 순박한 웃음으로 시작하지만, 그 웃음은 눈물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가난한 소녀들이 처한 상황, 그 한창 자기 몸매에 신경을 쓸 나이에 펑퍼짐하게 몸을 망가뜨리는(?) 역도라는 스포츠를 그것도 기꺼이 해나가는 상황은 그 평범하지 않은 모습에 우선 웃음이 터지지만, 계속 찬찬히 그 모습을 바라보다보면 어떤 깊은 슬픔을 읽어내게 됩니다.

더욱 마음을 저리게 하는 것은 역도라는 스포츠의 성격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서 역도부 코치로 나오는 이지봉(이범수)이 말하듯, 역도는 너무나 정직한 스포츠죠. 누구와 경쟁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공처럼 어디로 튈 지 종을 잡을 수 없는 그런 경기도 아닙니다. 그저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리면 되는 경기죠. 쉽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그 단순함이 갖고 있는 우직함을 말하는 것이죠. 역도는 그래서인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이들이 몸으로 먹고 사는 노동의 그 정직함과 우직함을 닮았습니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소녀들이 그렇게 몸 하나를 가지고 바벨 앞에 마주하는 모습은 그래서 자못 슬프면서도 비장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훈련 때문에 검게 타고 벗겨진 피부와, 일자로 되어버린 허리라인과 점점 펑퍼짐해진 엉덩이는 이 소녀들의 처절한 사투를 말해줍니다. 소녀들이 그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그 여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것들을 포기했기 때문이죠. 이것은 코치인 이지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결국 역도라는 무게에 몸이 망가져버렸죠.

하지만 바로 이 망가진 몸에서 거꾸로 아름다움이 그려집니다. 우리가 장미란 선수를 보면서 정말 아름다운 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 몸이 말해주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역도라는 스포츠를 통해서 우리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마치 한 집안을 온전히 어깨 위에 짊어지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가장들이 가진 그 몸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는 저 사회생활 속에서의 힘겨움을 잘 말하지 않죠. 그래도 아주 가끔 소주를 한 잔 한다거나 했을 때, 그 짧은 순간 진심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그 1분여의 진심이 때론 수십 년의 세월을 얘기해주기도 하죠. '킹콩을 들다'는 역도라는 스포츠를 통해, 그 짧은 순간의 환희와 낙담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환기시켜주는, 우리 삶의 한 단면을 떠올리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우리의 몸은 그 얼마나 슬픈 흔적인가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914 관련글 쓰기

  1. 화려하지 않아도 빛날수있음을 - 영화 " 킹콩을 들다 "

    Tracked from 감각있는 사람들의 모임 센스토리  삭제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비인기종목, 열악한 조건, 인간승리, 스포츠정신, 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뻔한 공식을 누구나가 안다고 해도 , 이 만천하가 다 아는 공식이 항상 좋은평으로 소문나지는 않는다. 솔직히 내눈에는 조안이 역도선수에 적합한 조건의 소녀로는 절대 보이지 않지만 (장미란 선수와 오버랩 해본다.. 음.. 뭐 하긴... 역도에도 몸무게의 따른 급이 여러가지 이니깐~ ^^; ) 어떤 시기에 갑자기 그간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

    2009/07/02 21:34
  2. 킹콩을 들다_나를 들었다 놓다.

    Tracked from 木香  삭제

    월요일이라 그런지 극장가는 너무나 한적했다. 이렇게 좋은 영화에 관객이 8명이라는게 너무 아쉽기만 했다. "킹콩을 들다"를 보고 나오는 순간 억수같이 내리는 빗줄기에 왠지 오늘 이 영화 '킹콩을 들다'를 잘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급한 맘에 이 느낌을 남기기 위해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쓴다. 창 밖 넘어 내리는 빗소리와 함께..... 과연 역도라는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영화를 풀어나갈까? 킹콩을 들다를 보기 전에 많이 궁금했지만, 역도가..

    2009/07/07 09:26
  3. 누구나 한 번 쯤은 인생에 이지봉 선생과 같은 멘토가 필요하다

    Tracked from 歡遊 ; 환유 ; 즐겁게 놀다  삭제

    킹콩을 들다 - 박건용 출연 : 이범수, 조안, 이윤회, 전보미, 이슬비, 최문경, 김민영 <내 맘대로 별점> 감동 ★★★☆ 추천 ★★★★ 웃음 ★★★ 눈물 ★★★ 연기 ★★★★ 스토리 ★★☆ Girs, be ambitious! 찌질해보이기까지 하는 역도부원들. 할 수 있는 한 촌스러워 보이는 스타일로 무장시켜놨다. <우생순>의 그녀들과는 또 다른 시작이다. 비인기 종목 역도. 남자 선수들이 아닌 여자. 그것도 "소녀". 어쩐지 모르게 웃긴 이 조합..

    2009/07/09 14:04

우주로 가는 '트랜스포머', 시골로 가는 우리영화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의 바람몰이가 심상치 않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개봉 첫날 '트랜스포머2'는 53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고 한다. 실제로 영화를 접해보면 그 이유를 실감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빠져보았을 변신로봇에 대한 로망은, 주인공의 말 잘 듣는 오토봇들의 휘리릭 뚝딱 변신 CG가 주는 짜릿함으로 우리의 시선을 압도해버린다. 게다가 1탄에 비해 2탄은 그 시공간의 스케일이 더 커졌다. 원시시대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시간과, 미국의 한 동네에서 전지구로 확장되고 거기서 또 우주까지 펼쳐지는 공간은 마치 지구라는 별을 하나의 장난감 놀이하는 공간처럼 여겨지게 만든다. 영화의 압도적인 스케일이 가져온 결과다.

특히 주목해야할 것은 이 영화가 주는 감각적인 만족감이다. 거의 두 시간 반 동안을 쉬지 않고 달리는 그 속도감은 거기에 편승한 관객들을 짜릿한 롤러코스터의 세계로 인도한다. 달려 나가는 자동차들,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현란할 정도로 빠른 변신, 끊임없이 뛰고 또 뛰는 주인공들, 출격하는 전투기들, 탱크들, 긴박한 국방성의 움직임까지, 그 속도 있는 전개는 스토리의 앞뒤 맥락과 상관없이 어딘가 거대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 그걸 막기 위해서는 무조건 달려야 한다는 강박을 가져온다. 스토리가 주는 맥락의 재미는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엔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는 효과로서의 영화가 자리한다. 이것은 사실 블록버스터가 추구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이 엄청난 물량이 투입된 판타지의 극점이며, 시각과 음향으로서의 영화 효과가 가져다주는 롤러코스터적인 감각적 만족감의 정점을 달리는 '트랜스포머2' 앞에 우리네 영화가 가진 면면은 언뜻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우리 영화는 이제 이 거대한 블록버스터 앞에서 여름 영화 시장을 온전히 내주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영화가 이 거대 블록버스터에 대처하는 자세가 꽤 의미 있고 효과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거북이 달린다'는 충청도를 배경으로 한 시골형사의 탈주범 추적기를 다룬다. 영화 속에서 시골형사와 탈주범이 취하고 있는 대결구도의 뉘앙스는 이 영화가 블록버스터와 취하고 있는 그것과 유사하게 보인다. 즉 탈주범은 혼자 몇 명의 형사들을 상대할 정도로 싸움에 능하고 두뇌회전도 빠르며 대담한 반면, 시골형사는 거북이처럼 굼뜨기 그지없고 싸움도 잘 못한다. 그런 그가 탈주범을 추격하고 결국에는 잡을 수 있는 것은 돌봐야할 가족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조금은 황당해 보일 수 있는 이 설정은 그러나 장르적 문법 속에서 우리 사회가 가진 독특한 가족중심주의와 맞아 떨어지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새로 개봉할 영화, '킹콩을 들다' 역시 이야기는 중심이 아닌 시골 변두리로 향한다. 88올림픽 동메달리스트였지만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시골여중으로 내려간 역도부 코치와 역도선수로 커나가는 시골소녀들의 눈물겨운 한 판 들어올리기가 그 주 내용이다. '거북이 달린다'가 지칭하는 거북이가 토끼를 상정하는 것처럼, '킹콩을 들다'의 킹콩은 이 자그마한 시골소녀를 상정하게 한다. 즉 '거북이 달린다'의 대결구도가 마치 블록버스터와의 대결구도로 그려지는 것처럼 '킹콩을 들다'의 킹콩 역시 이 영화가 영화관에서 대적해야할 블록버스트의 뉘앙스를 풍긴다.

'트랜스포머'가 우주로 날아갈 때, 우리 영화는 시골로 내려간다. '트랜스포머'가 전 지구적인 이야기를 건넬 때, 우리 영화는 우리 이야기로 승부를 건다. '트랜스포머'가 감각적인 영화 효과에 기댈 때, 우리 영화는 감성적인 영화의 스토리와 영상에 기댄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떨까. 거북이는 토끼와 대적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이 순박하기 그지없는 시골소녀는 킹콩을 번쩍 들어 올릴 수 있을 것인가. 화려한 '트랜스포머'의 멋진 변신 앞에서 이들이 그 성공을 쉽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대처하는 자세만큼은 상당히 다부진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thekian.net/trackback/908 관련글 쓰기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13)
블로거의 시선 (88)
네모난 세상 (974)
생활의 발견 (44)
상투잡기 (4)
깊게보기 (2)
스토리스토리 (1)

달력

«   2010/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3,527,226
  • 6771,612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