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 미친 존재감의 개그맨

"고뤠?!" 이 한 마디면 충분하다. 김준현이라는 개그맨을 떠올리는 것은. 그만큼 그는 지금 가장 '핫'한 개그맨이 분명하다. 새로 시작한 코너 '4가지'에서도 단연 그의 존재감은 빛이 난다. 뚱뚱한 몸에 뻘뻘 흘리는 땀, 그리고 조금은 걸쭉한 목소리까지. "누굴 돼지로 아나-" 하고 툴툴대며 시작했다가 "마음만은 홀쭉하다"로 끝나는 그 짧은 멘트지만 그가 연기해내는 이 '뚱뚱한 사람(그래서 오해를 사는)'이라는 캐릭터는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그만의 독보적인 느낌이 있다. 도대체 그게 뭘까. 이 미친 존재감의 개그맨을 직접 만나 물어봤다.

"연기력이 좋다고 하시는데, 과찬의 말씀입니다. 다만 대본을 보고 그걸 어떻게 하면 더 잘 살릴 수 있을 지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긴 합니다. 예전보다 조금 편해진 건 사실입니다. 그 때는 이걸 해야겠다. 저걸 해봐야겠다. 이런 의욕이 좀 과잉되기도 했었는데 5,6년차가 되면서 약간의 여유가 생겼죠. 그러면서 비로소 코너를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는지가 보이기 시작했죠.”

김준현의 연기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그가 코너에서 활약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늘 사이드에서 시작했지만 어느새 중심으로 이동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DJ변의 별 볼일 없는 밤에’에서의 광고 패러디맨도 그랬고, ‘9시쯤뉴스’에서의 잎새반 김준현 어린이도 그랬으며, ‘생활의 발견’의 취객, ‘비상대책위원회’의 군당국자 역할로 그랬다. 그것이 모두 캐릭터를 살려내는 그만의 연기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드라마쪽에서도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하는데, 만나 본 그는 과연 연기에 대한 욕심이 남달랐다.

“연기 고민이 본래 많은데, 관심을 가져주시니 더 고민이 많습니다. 이것저것 많이 해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상한 걸로 한다고 터지는 것도 아니죠. 참 연기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연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굳이 배우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개그맨이지만 진짜 진한 페이소스를 줄 수 있는 그런 연기를 선보이고 싶죠. 김준호 선배님도 그런 쪽으로 길을 많이 뚫고 있는데, 적어도 개그맨들이 한 명의 코미디 연기자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데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요즘 하고 있는 ‘4가지’는 ‘이 땅에서 오해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발언대’로 만들어진 개그 코너다. 김준현은 이 코너에서 ‘뚱뚱한 남자’ 역할을 맡아 뚱뚱하다는 이유로 받는 갖은 오해와 설움을 토로한다.

“처음에는 김기열, 이종훈이 코너를 짰는데 허경환이 나도 시켜줘 해서 들어왔습니다. 나한테는 돼지 캐릭터로 하나 할 거냐는 제안이 와서 하기로 했죠. 그런데 처음에 이것은 콩트 형식이었습니다. 뭔가 빵빵 터지는 게 없어서 계속 고치고 바꾸고 했는데, 서수민 PD가 콩트 말고 그냥 자기의 핸디캡을 털어놓고 그게 어떠냐는 식으로 처음부터 치고 가자고 제안해서 방향성이 잡혔죠. 이 코너는 개그맨들은 바뀌어도 코너는 오래 지속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핸디캡을 내세울 개그맨들은 널려 있으니까요. 김준호 선배도 이 코너를 하고 싶어하시더라구요. ‘오래됐다’는 콘셉트로 “오래된 개그 한번 해줘?”하고 치고 나오면 다들 좋아할 거라는 거죠.”

물론 김준현이 지금처럼 가장 관심을 받는 개그맨이 되기까지는 많은 힘든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서수민 PD는 김준현을 ‘폭소클럽’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 때는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는 친구였다”고 한다. 심지어 녹화도 빵구내고 잠수를 타기도 했다고 한다.

“그 때는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혼자 코너를 짜야 되기 때문에 외롭기도 했구요. 그게 결국 보니 동기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개콘’으로 들어오면서 저도 동기들이 생겼죠. 지금 현재 ‘개콘’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22기가 저의 동기들입니다. 함께 지내면서 서로 의지도 되고 도움도 주면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김준현은 열정의 개그맨으로도 불린다. 그가 코너를 할 때면 유독 땀을 뻘뻘 흘리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후배 개그맨인 정태호는 김준현을 이렇게 평가했다. “안녕하세요” 하나 치는 것도 결코 가볍게 보지 않는다고. ‘생활의 발견’ 같은 코너에서 식당 손님 역할을 할 때도 그는 기다리는 동안 결코 가만 있지 않는다고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진짜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 연기에 쏟는 그의 열정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찬입니다. 물론 열심히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사실 체질상 제가 땀을 많이 흘립니다. 냉면 먹으면서도 육수를 뽑아내죠. 그래서 NG도 참 많이 냈습니다. '생활의 발견‘에서 제가 NG 제일 많이 내는 사람이었죠. 오래 기다리는 동안 땀에 마이크가 젖어서 첫 대사가 안 나오기 일쑤였으니까요. 살을 좀 뺄 생각입니다. 건강도 건강이지만 너무 많이 찌면 연기하는데도 불편하게 되거든요.”

김준현이라는 미친 존재감의 개그맨이 탄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저 뒷편에 잠깐 지나가는 역할조차 허투루 보지 않고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 있었기에, 대본의 그 흔한 대사조차 유행어로 살려낼 수 있었던 것.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겸손하게 답하는 김준현에게서 ‘개콘’의 주축인 22기 중에서도 그 중심에 서 있는 그의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감과 그 이면에 놓여진 노력의 흔적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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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의 연기력, '개콘'을 살린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고뢔?!" '개그콘서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조금은 과장되게 질러대는 김준현의 이 대사는 대본에 어떻게 적혀 있을까. 대본에는 그저 "그래?"라고만 적혀 있다. 그런데 그 평이한 되물음이 김준현의 입을 거친 후, 하나의 유행어가 되었다. 도대체 무슨 마법이 발휘된 것일까. 그것은 연기력이다.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은 저마다 특성이 있다. 연기를 잘 하는 개그맨(김준호 같은)이 있는 반면, 개인기를 장기로 하는 개그맨(이승윤 같은)이 있고, 아이디어가 좋은 개그맨(최효종 같은)이 있는 반면, 얼굴이 무기(?)인 개그맨(박지선 같은)도 있다. 그런데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개그맨은 누구일까. 연기를 잘 하는 개그맨이다. 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대본이 있어도 '살리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김준현은 연기를 잘 하는 개그맨이다. 그가 지금껏 들어간 코너의 면면을 보면 그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는 메인을 맡기보다는 메인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주로 했다. 그의 존재감이 가장 먼저 보였던 'DJ변의 별볼일 없는 밤에' 코너에서 그는 변기수를 보조해 영화광고 패러디 원맨쇼 역할로 주목을 받았다. 처음에는 보조 정도로 생각됐지만 차츰 김준현의 광고 성우 역할이 더 화제가 되는 상황이 되자 분량이 늘어나기도 했다.

'9시쯤 뉴스' 코너에서도 김준현은 개콘유치원 잎새반 김준현 어린이 역할로 주목받았다. 어린이 같은 얼굴로 어른 세계를 풍자하며 분노하는 연기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지만 그는 100% 이상 그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생활의 발견'에서 우연히 남녀 간의 대화에 끼어들게 되는 주로 취객 역할로 투입된 건 김병만의 추천이 있어서였다. 현재 '생활의 발견'은 어느덧 초반 송준근 신보라가 이끌던 분위기에서 이제는 김준현의 끼어들기 개그로 중심이동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비상대책위원회'에 군당국자 역할로 그가 들어간 것은 이 코너의 메인인 김원효의 연기를 좀 더 채워주기 위한 것이었다. 서수민PD의 제안으로 들어간 김준현은 역시 이 코너에서도 확실한 자기 영역을 만들어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하고 '비대위'의 관료주의를 꼬집지만, 정작 자신은 상황 파악 못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군 당국자의 역할은 긴장감을 만들었다고 일시에 풀어내는 김준현의 연기력이 그만큼 돋보이는 코너가 되었다.

그리고 새로 시작한 '네가지'에서 김준현은 뚱뚱한 사람 역할을 맡았다. '네 가지'는 못생긴 사람, 좀스러운 사람, 뚱뚱한 사람, 잘 생기기만 한 사람이 각각 나와 발언대에 올라 자신들에 대한 오해를 토로하는 코너다. 이 코너에서 김준현은 벌써부터 "누굴 돼지로 아나-"라는 대사가 유행어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뚱뚱하고 땀을 줄줄 흘리는 그 모습으로 엉뚱하게 오해받는 역할은 김준현이라는 개그맨의 이미지와 잘 어울려, 그 연기를 더욱 자연스럽게 만들어냈다.

김준현이 지금껏 해온 개그 코너에서의 역할을 보면 결코 주인공으로 나선 적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보조 역할로 시작해서 결과적으로는 주목받는 역할이 된 건 그 특유의 성실성과 연기력 때문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즉 이제 김준현은 다른 개그맨들이 코너를 짜도 거기에 '꽂아주고 싶은' 개그맨이라는 얘기다. 그가 코너를 살려주는 '개그콘서트'의 연기담당으로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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