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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구미호뎐', 구미호·이무기에 아귀·우렁각시까지 이건 현대판으로 재해석된 이 아닐까. tvN 수목드라마 은 점점 우리네 설화 속 인물들이 뒤섞인 세계관을 펼쳐내고 있다. 구미호 이연(이동욱)은 한때 백두대간을 호령하던 산신이었지만 남지아(조보아)의 전생이었던 공주 아음과의 인연으로 속세로 떨어져 인간세상을 어지럽히는 요괴들(역시 설화 속 인물들이다)을 처치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 구미호 이연과 남지아의 수백 년에 걸친 비극적인 운명을 만들어낸 건 다름 아닌 이무기다. 이무기가 아음의 아버지이자 당대의 왕의 육신으로 들어가 국정을 농단(?)하자 아음은 이무기와 일종의 협상을 한다. 이무기가 산신 구미호를 제거하려는 욕망을 갖고 있다는 걸 안 아음은 이무기에게 왕 대신 자신의 몸을 내어주겠다고 하고 함께..
'구미호뎐'은 tvN 판타지의 계보를 이을 수 있을까 남자 구미호다. tvN 새 수목드라마 은 KBS 에서 그토록 많이 리메이크되고 재해석됐던 구미호라는 소재를 가져왔다. 그런데 특이한 건 구미호가 남자라는 것. 지금껏 봐왔던 여성 구미호와는 캐릭터가 다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야기도 달라진다. 또한 시대적 배경이 현대라는 점 역시 이 보다는 같은 이질적인 존재들과 대결하거나 공존해가는 스토리에 더 가깝게 만들고, 그것은 남자 구미호 이연(이동욱)의 스타일에서도 나타난다. 잘 차려입은 수트에 비를 몰고 다니는 캐릭터 성격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리시한 우산. 그리고 그 우산이 무기로 변해 이랑(김범) 같은 이연의 배다른 동생과 벌이는 액션은 우리식 전설의 이야기보다는 외국의 슈퍼 히어로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이종결합의 실험도 좋지만, 우리 정서는 어쩌나 KBS 에 이어 그리고 이번에는 MBC 다. 흡혈귀, 즉 뱀파이어 소재의 드라마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실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는 4%(닐슨 코리아) 정도에 시청률에 머물렀고, 는 지금 현재 2% 대 시청률을 전전하고 있다. 소재의 특성상 시청률은 낮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과 화제도 그리 크지 않다. 만듦새의 문제일 수도 있을 것이지만, 가장 큰 건 소재의 낯설음이다. 물론 뱀파이어라는 소재가 대중들에게 낯선 건 아니다. 이미 미드를 통해서나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서나 뱀파이어는 하나의 클리셰가 나올 수 있을 만큼 많이 소재로 다뤄졌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네 콘텐츠에서다. 우리에게 드라마나 영화에서 뱀파이어는 낯..
반인반수 영웅으로 재탄생된 이승기의 구미호 왜 가 다루는 우리네 민초들의 영웅은 반인반수로 태어났을까. 이승기에 의해 재탄생된 구미호는 우리가 에서 보던 “서방님 하루만 더 참았어도...”하며 원망의 눈길을 보내던 그 구미호가 아니다. 우리네 전설에서 구미호라는 존재가 한이 내면화된 민초들의 억압에서 탄생한 존재라면, 의 반인반수 최강치(이승기)는 안으로 꼭꼭 숨겨두는 한보다는 겉으로 터져 나오는 분노에서 탄생한 존재다. 확실히 지금은 조선시대의 수동적인 구미호의 신파가 감흥을 잃은 시대다. 아마도 70년대 가부장적인 가족체계 내에서라면 이른바 고부갈등과 시집살이에 꾹꾹 눌려진 억압이 구미호의 신파적인 변신만으로도 눈물로 풀어져버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달라진 시대는 달라진 구미호를 요구한다. 최강치가..
귀신이 귀여울 정도로 인간은 무서웠다 여름철 납량특집 하면 딱 떠오르는 건? 같은 귀신 나오는 공포물이 아닐까. 하지만 최근 들어 이건 옛말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공포물 자체가 방영되지 않는 상황이고 그 중에서도 귀신 얘기는 더더욱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물론 올해는 런던 올림픽이 있었기 때문에 자정부터 새벽까지 납량특집이 편성될 시간조차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작금의 공포물을 찾아보기 힘든 원인은 이런 시의적인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공포물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달라진 시선이 존재한다. 한국형 공포물의 대명사였던 은 1977년부터 1989년까지 무려 12년 간 578회를 방영하다가 종영했다. 그러다 1996년에 다시 방영이 재개돼서 1999년까지 방영되었고, 그 후로는 여름 시즌 납..
신세대 구미호와 젊은 세대는 뭐가 닮았나 신세대 구미호가 탄생했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이하 여친구)'에서 신민아가 분한 구미호다. 신민아의 이미지가 그렇듯 이 구미호는 전통적인 구미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한'이 없다. 무려 오백 년이 넘게 갇혀 지냈지만, 이 구미호가 어딘지 허당 기질이 다분한 차대웅(이승기)을 꼬드겨 그림에서 도망쳐 나오고는 하는 얘기는 고작, "얼마나 갑갑했는 줄 알아?"다. 전통적인 구미호가 인간이 되기 하루 전날 약속을 어긴 남편 때문에 다시 구미호로 변하고는 눈물을 철철 흘리던 그 모습은, 이 신세대 구미호에서는 발견하기 어렵다. 또 전통적인 구미호들이 변신을 했을 때 보여주던 엽기적이고 무시무시한 행동들, 예를 들면 소의 간을 빼먹는다든가 하는 것들도 이 신세대 구미호..
구미호와 인간 사이, 그 공통점과 차이점이 의미하는 것 "봐라. 저 등을 다 같은 한 사람이 달았다고 생각하느냐? 모르긴 몰라도 모두 다른 사람이 달았을 거다. 하지만 저 등에 담겨있는 마음은 다 같다. 아끼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세상 사람이 다 다른 것 같아도 사람마음은 다 똑같은 거다. 연이 너랑 나도 신분은 달라도 서로 아끼는 마음은 같지 않으냐? 그러니 우린 달라도 같다." - '구미호 여우누이뎐' 정규도령이 연이에게 마음을 고백하며 구미호는 우리와 완전히 다른 존재인가. 태생적으로는 그렇다. 구미호는 본래 여우니까. 하지만 구미호는 반 인간이기도 하다. 인간이 되기 위해 인고의 세월을 겪으면서 구미호의 심성은 웬만한 인간 이상이 되었다. 말 그대로 반인반수다. 그렇다면 구미호는 여우인가 ..
변신 스토리는 우리네 옛이야기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룬다. 고조선의 건국신화인 '단군신화'에서도 이 변신 스토리가 들어있을 정도. 동물은 인간이 되기 위해 인고의 세월을 버텨낸다. '구미호' 이야기는 인간이 되기를 희구하는 천년 묵은 여우의 이야기다. '전설의 고향'의 단골 소재로서 '구미호' 이야기는 매년 반복되어 제작되어왔다. 누가 '구미호' 역할을 할 것인가는 당대의 인기 있는 여배우를 가름하는 일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한동안 사라지기도 했지만 '구미호' 이야기는 계속 명맥을 이어가며 1977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30여 년을 관통하고 있다. 도대체 이 이야기의 무엇이 이토록 시대를 넘어 리메이크되게 하는 걸까. '구미호' 이야기는 보수적이면서도 파격적이다. 이 이야기의 기반은 다름 아닌 보수적인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