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야구단'의 김C, '1박2일'의 김C

대기만성이라는 말에 김C만큼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어눌한 목소리, 늘 고통을 참고 있는 듯한 찡그린 얼굴.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가는 사람. 그런 그가 처음 '1박2일'에 출연했을 때, 이 즉각적인 웃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가 어떤 캐릭터로 자리할 것인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늘 진지한 태도는 예능 프로그램의 캐릭터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그는 굳이 억지로 캐릭터를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김C의 캐릭터가 되어갔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모든 멤버들이 버라이어티쇼를 하려고 할 때, 그는 묵묵히 '리얼'에 머물고 있었고 그것은 프로그램의 바탕을 만들어주었다. 이것은 다큐적인 접근을 지향하는 '1박2일'만의 독특한 색깔이라는 점에서 중요했다. 김C는 예능적인 상황 속에서도 진지함을 고수하는 것으로 그만의 특별한 웃음을 만들어냈다. 그 웃음은 자극적인 것은 아니지만, 어떤 흐뭇함을 주는 여운이 긴 웃음이었다.

억지로 캐릭터를 만들려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구축된 캐릭터는, 갑자기 만들어진 캐릭터보다 더 오래도록 질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구석이 있다. 김C가 가진 캐릭터만의 장점이다. 음식으로 치자면 밥 같은 존재다. 그는 가장 은근한 맛으로 캐릭터를 세웠기 때문에, 온갖 풍미로 유혹하는 캐릭터보다 입맛을 확 잡아당기지는 않지만 대신 늘 소비해도 넉넉한 포만감을 준다.

그리고 이 베이스가 튼튼한 캐릭터는 그 위에 무언가를 세우는 것 또한 용이하다. 무리함이 없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김C가 최근 들어 몸 개그는 물론이고 말 개그에 있어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1박2일'에서 그가 보여주는 몸 개그가 다른 어떤 팀원들이 보여주는 것보다 더 큰 웃음이 터지는 이유는 그 튼튼한 리얼의 바탕 때문이다. 그는 과장됨이 없어야 하는 몸 개그의 기본을 늘 지킨다.

한 겨울에 알몸으로 박스 하나에 의지해 서 있고, 한 여름에는 거꾸로 두꺼운 털 잠바를 입고 땀을 흘리는 모습은 그의 늘 진지한 얼굴과 만나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웃음이 터지게 만든다. 폭우가 쏟아지는 운동장에서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예정된 몸 개그를 선보일 때도, 그는 굳이 웃기려 하지 않는다. 웃기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웃기는 것. 이것이 리얼 버라이어티가 추구하는 진정한 웃음이라는 점에서 김C는 거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김C가 부각되지 못했던 것은 말 개그. 하지만 김C가 방송출연을 시작했을 때 라디오 방송을 통해 보여주었던 것처럼, 그는 말 개그에도 확고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인물이다. 그런 그가 제 물을 만난 것은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해설자로 나오면서부터이다. '천하무적 야구단'의 김C는 어쩌면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그는 진지하게 게임의 해설자 역할을 하다가도, 순간적인 촌철살인의 말 한 마디로 포복절도의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는 야구의 묘미를 알려주는 해설자인 동시에, 예능의 묘미를 알려주는 막말 해설의 달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는 해설을 통해 멤버들의 캐릭터를 심어주기도 하고, 그를 감독으로 위촉하려는 멤버들로 인해 해설자와 감독의 중간지대에 섬으로써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는 해설자가 '천하무적 야구단'의 감독이라는 편향을 보여줄 때, 웃음은 촉발된다.

현재 김C가 몸 개그는 물론이고 말 개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본래부터 김C 속에 숨겨져 있던 것이었고 다만 그 발현이 느렸을 뿐이다. 이로써 김C는 예능 프로그램이 좀체 맞지 않을 것만 같은 초보 예능 출연자들에게는 어떤 전범을 보여주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오히려 중요한 것은 웃기려고 없는 것을 만들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프로그램을 대하는 자세라는 것. 그것이 바로 몸은 물론 말 개그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김C가 시사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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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버리자 말장난이 된 ‘상상플러스’

‘상상플러스’라는 토크쇼의 미덕은 말이 가진 표현에 천착했던 점이다. 스타에 관한 재치가 넘치는 댓글들을 방 한 가득 붙여놓고 거기서 몇 개를 골라 스타의 이면을 얘기하는 포맷 속에는 기본적으로 네티즌의 참여와 그 참여한 네티즌의 재치 넘치는 댓글이 힘을 발휘한다. 이 토크쇼에서의 대화는 따라서 저들끼리의 이야기가 아닌 네티즌이 참여된 이야기가 된다.

이 미덕이 발전적으로 이어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던 코너는 ‘세대공감 올드 앤 뉴’이다. 여기서 말은 코너의 중심주제로 부각되었다. 젊은이들의 언어와 기성세대의 언어를 끄집어내면서 세대간의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취지가 있었기에 토크쇼라면 응당 있기 마련인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는 인정되었다. 게다가 그러한 취지를 살리듯 프로그램의 중심에는 노현정이라는 아나운서가 앉아 있었다.

아나운서가 자리한다는 점은 그 자체로 언어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잘못된 표현은 거침없이 수정하고, “공부하세요”라고 말하는 노현정 아나운서는 오락프로그램의 말장난 속에서 오히려 더 빛나게 되었다. 문제는 점차 노현정 아나운서가 인기를 얻으면서 연예인화 되어갔다는 점이다. 이 도무지 어느 국적의 사람들인지 의심케 만드는 출연자들의 말장난을 수정하고 교정해주는 역할에서 함께 웃고 즐기는 상황으로 바뀌었던 것.

이것은 만일 이 코너의 취지가 말 그대로의 잘못된 언어사용이나 세대차이가 나는 언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제대로 된 언어사용을 하는 아나운서마저 무너지게 만드는 잘못된 언어들의 공격을 통한 재미였다면 당연한 귀결이었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나, 결과적으로는 그런 과정을 따라간 것은 분명하다.

노현정 아나운서가 빠지고 백승주 아나운서나 최송현 아나운서가 그 자리에 앉자 이런 상황은 더 가속되었다. 아나운서가 해야 할 역할을 잃어버린 것이다. 노현정 아나운서는 적어도 아나운서로서의 위치를 지키는 과정에서 어떤 웃음을 주었지만, 나머지 두 아나운서는 그런 역할이 강조되지 않았다. 함께 출연진들과 웃고 떠들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아나운서들은 말 그대로 말발 센 개그맨들 앞에서 꿔다 논 보릿자루 신세가 되었다.

새로운 포맷으로 시작하는 ‘놀이의 탄생’은 이제 ‘상상플러스’가 댓글과 같은 언어의 세계를 버리고 전혀 다른 세계로 진입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놀이의 탄생’이 시청자들의 참여를 요구하는 부분은 재치 있는 말이 아니라 아이디어다. 따라서 이 포맷의 재미는 아이디어 자체라기보다는 그 아이디어를 실현해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몸 개그다.

‘상상플러스’는 ‘야심만만’처럼 점점 사라져가고 자리를 잃어가는 토크쇼들 속에서 몸 개그로의 전환을 하려 하는 것일까. 중요한 것은 토크쇼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은 저들만의 이야기, 신변잡기식 토크쇼에 물린 탓이라는 점이다. 말을 버리자 말장난이 되어버린 ‘상상플러스’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은, 애초부터 시청자 참여를 이끌며 나가려 했던 ‘상상플러스’만이 가진 말에 대한 감수성이 아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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