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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매력적인 ‘뉴하트’, 왜 의드의 새 심장 못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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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보다는 장르적인 재미 선택한 ‘뉴하트’

‘뉴하트’가 선택한 것은 의학드라마(이후 의드)의 새로운 실험이 아니라, 장르 그 자체였다. ‘뉴하트’가 기획된 것은 이미 ‘외과의사 봉달희’와 ‘하얀거탑’이 의드의 중흥을 알리기 시작하던 그 때이다. 그만큼 늦춰진 제작은 ‘뉴하트’에게 장점과 동시에 단점을 안겨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장점이란 이미 실험을 해낸 두 의드에서 성공의 요소들을 추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고, 단점은 뒤늦게 제작됨으로 인해서 실험적인 시도는 퇴색되거나, 시도 자체가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의드라는 장르적 요소들의 봉합으로 얻은 시청률
‘뉴하트’가 두 의드(물론 여기에는 외국 의학드라마들의 영향도 빠질 수 없다)에서 뽑아낸 장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의학 장면들은 실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디테일을 살려야 한다는 것. 그 바탕 위에 그려지는 나긋나긋한 멜로는 비판이 아니라 때론 장점으로 부각되기도 한다는 것. 또한 때로는 의사들의 애환과 더불어 인간으로서의 의사의 모습도 빼놓을 수 없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병원 내에서의 권력다툼은 병원 차원을 넘어서 누구에게나 심장을 쿵쾅대게 만드는 소재라는 것.

따라서 ‘뉴하트’에는 이 모든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다. 때론 실제 의사들을 통해 몇몇 디테일들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을 받긴 했지만 대체로 병원 내의 디테일들은 잘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늘 비판받았던 멜로는 오히려 더 배가되었다. 은성(지성)-혜석(김민정) 라인은 물론이고, 최강국(조재현)과 그의 아내(이응경), 배대로(박철민)-김미미(신다은)라인 그리고 우인태(강지후), 김태준(장현성)까지 다양한 멜로를 선보였다. 인간적인 의사의 모습은 최강국과 이은성을 통해 부각되었으며, 병원 내의 권력다툼은 최강국과 민영규(정호근)의 대립구도로 주로 보여졌다.

이를 통해 ‘뉴하트’가 얻은 것은 분명한 시청률이다. 과거 호평에도 불구하고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외과의사 봉달희’나 ‘하얀거탑’과는 달리 ‘뉴하트’는 3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것은 의드라는 장르가 이제는 안착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제는 새로운 작품이 아니라 하더라도, 의드의 성공요소들이나 장르적 재미만을 가지고도 어느 정도의 시청률 달성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장르적 재미 속에 묻혀진 아쉬운 점들
하지만 이런 일취월장한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적으로 ‘뉴하트’가 의드의 진화 대열에 낄 수 있는가 생각해보면 그것은 부정적으로 보인다. 거기에는 많은 아쉬운 점들이 장르적 재미에 묻혀 가려져 있는 게 사실이다. 먼저 최강국이라는 의사에 모든 걸 의지하는 드라마 구조가 문제다. 물론 실제로 흉부외과 같은 곳에서는 의사 1인의 능력이 거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드라마다. 그것이 사실이라 할 지라도 그것을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드라마는 좀더 이상적인 구도를 만들어냈어야 하지 않을까. 최강국 1인에 집중되는 이상적인 의사상의 구현은 그것이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했다 하더라도 드라마적으로 봤을 때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최강국 1인이 이상적으로 그려지자, 나머지 등장인물들의 구성은 선악구도식의 이분법적으로 나뉘게 되었다. 최강국 측에 있는 인물들은 선이고 그에게 반대로 서 있는 인물은 악으로 그려지게 된 것. 이것은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장르적 법칙과 TV드라마라는 좀더 대중적인 매체가 만나는 지점에서는 효과를 발휘한 것이 분명하나, 인물을 그려내는데 있어 지나치게 단선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만일 최강국 자신도 치명적인 인간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거나(마치 ‘하얀거탑’의 장준혁처럼), 상대측인 민영규 역시 인간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면 드라마가 그려내는 세계는 좀더 현실적인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두 번째 아쉬움은 이러한 장점들의 봉합이 지나치게 나열적으로 되었다는 점이다. 최강국은 드라마 속에서 권력다툼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주로 하는데 사실상 ‘뉴하트’는 그 힘으로 흘러간다. 이렇게 되자 나머지 인물들은 그 힘이 약화되었다. 이은성이나 남혜석 같은 인물들이 멜로에만 치중하고 의사로서의 어떤 성장을 좀체 보이지 않았던 것은 그 때문이다. 특히 ‘뉴하트’가 그리고 있는 남혜석이나 김미미 같은 여성 캐릭터들은 거의 대부분이 멜로에만 치중된 인상이 짙다. 이렇게 된 것은 권력다툼과 멜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이어가지 못하고 나열식으로 풀어내면서, 각각 캐릭터들의 역할이 고정된 탓이다. 여성 의사로서 좀더 자신만의 고민이나 능력 같은 것을 남혜석이 보여주지 못한 면은 실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포스트 뉴하트, 의드불패일까 의드필패일까
마지막회에 와서 ‘뉴하트’는 장르 드라마의 성격보다는 멜로 드라마로 회귀한 느낌을 준다. 남혜석과 그녀의 아빠인 병원장의 죽음, 아내 앞에 무릎꿇고 미안하다 말하는 최강국, 불륜관계였던 조민아 앞에서 차마 수술을 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파혼을 당하는 김태준처럼 병원 내에서 직업으로서 보여줬던 의사의 모습은 가족 또는 연인 앞에 서면서 인간으로 돌아간다. 그간 여러 에피소드들을 통해 각각으로 흩어졌던 이야기들은 이러한 감성에 호소하는 결론으로 인해 상당부분 모아지는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1년 후의 에피소드들, 이를테면 새로운 심장센터의 질환별 시스템으로의 전환이나, 새 인력 채용에서 있어서 거론되는 학벌문제 해소 등등 드라마가 애초에 제기했던 흉부외과의 문제까지 해소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것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급하게 봉합된 느낌을 주는 것은 왜일까. 시즌2에 대한 요구는 바로 그런 급작스런 끝맺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뉴하트’는 굉장히 매력적이고 장르적인 재미를 주는 드라마임에 틀림없지만, 제목처럼 의드의 새 심장이 되지는 못했다. 의드에 자주 등장하던 흉부외과가 가진 심장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새로운 차원이나 시점으로까지 제시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뉴하트’는 이른바 의드의 성공법칙 같은 것을 세움으로써 의드라는 장르 자체를 즐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만은 분명하다. 누구나 쉽게 의드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제 남는 것은 새롭게 등장할 의드에 대한 우려이다. ‘뉴하트’의 성공은 상당부분 ‘의드불패’라는 장르적 안도감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안도감에 기댄 방만한 기획과 제작은 ‘의드필패’의 신호탄이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