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대통령’으로 남아있는 노무현에 대한 지지가 낳은 돌풍

다큐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개봉 첫 날 이례적인 성적을 거뒀다. 개봉 첫날 관객 수가 8만 명에 육박한 것. 이 첫날 관객 수는 역대 독립영화 최대 규모다. 개봉하는 스크린 수도 최대 규모다. 애초에는 200여 개의 스크린 수를 염두에 뒀지만 예매율이 치솟으면서 멀티플렉스의 개봉 스크린 수도 덩달아 많아진 것. <노무현입니다>는 역대 독립영화 중 480만 관객으로 최대 관객 수를 기록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넘보는 작품으로 떠올랐다. 

사진출처:영화<노무현입니다>

애초에 <노무현입니다>가 이처럼 많은 스크린 수를 확보할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독립 다큐 영화이기에 멀티플렉스에 들어온다고 해도 구색처럼 세워질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예측을 뛰어넘게 만든 건 결국 관객이었다. 관객들이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 자가 가진 그 시대의 아픔과 그리움 같은 것들로 관심이 집중되었고, 그것이 이런 결과로까지 이어진 것. 

이것은 마치 이 영화가 그려내고 있는 2002년 민주당 국민참여 경선에서 노무현 당시 후보가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대통령 후보로 당선되는 그 과정을 그대로 재연하는 듯 보인다. 이 영화의 포스터에 찍혀진 문구, ‘4번의 낙선, 지지율 2%의 만년 꼴찌 대선후보 1위가 되다’라는 그 문구는 그래서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지금 이 영화의 열풍이 당시의 노풍을 닮은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노무현입니다>는 연거푸 낙선 끝에 종로에서 당선된 노무현이 부산에 출마해 낙선하는 그 과정을 시작점으로 보여준다. 모두가 정치 일번지 종로에서 출마하면 쉽게 당선될 거라며 말렸던 부산 출마를 동서화합을 위해 굳이 실행에 옮긴 노무현은 하지만 그 낙선으로 인해 ‘바보 노무현’이라는 애칭을 얻었고, 그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폭제가 되었다. 노사모가 생겨났고 그들은 2002년 민주당 국민참여 경선에서 노무현을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해 헌신했다. 

영화는 아무도 후보 경쟁자로 보지 않았던 당시 노무현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는 그 과정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담아내면서 당시 함께 일하고 그와 가까웠던 지인들의 감동적인 인터뷰들을 담았다. 그래서 그 경선 과정의 드라마틱함과 동시에 인간적인 면모의 노무현의 이야기들이 관객들의 가슴을 울린다. 

변호사 시절부터 노무현의 운전사로 일했던 노수현씨는 결혼식 날 자신과 아내를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차를 몰아 경주까지 데려다줬던 일화를 소개했고, 변호사 시절부터 국가안전기획부 요원으로서 노무현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던 이화춘씨의 눈물어린 인간 노무현에 대한 회고를 담아냈다. 또 안희정 충남지사와 문재인 대통령, 유시민 작가의 목소리를 통해 노무현의 인간적인 면모들을 들여다봤다. 그들은 한결같이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말문을 잇지 못할 만큼 그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드러냈다. 

영화는 당시 경선 과정에서 분 이른바 “노풍은 태풍이었다”고 증언했다. 그건 정치적 선택이라기보다는 다름 아닌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스스로 그 어려운 길들을 걸으며 만들어낸 국민들의 직접적인 지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노무현입니다>의 개봉에서 슬슬 일어나고 있는 열풍 역시 마찬가지처럼 보인다. 그것은 관객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우리들의 대통령’으로 남아있는 노무현에 대한 여전한 지지로부터 생겨난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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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름의 정치드라마, ‘태왕사신기’

담덕(배용준)은 자신을 제거하려는 연가려(박상원)와 화천회 대장로(최민수)의 음모에 빠져 가우리검에 죽을 위기에 처한다. 가우리검은 심장을 찔러 하늘이 그 죄를 묻는다는 일종의 정치적인 장치라 할 수 있다. 함부로 죽일 수 없는 왕가의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부족들이 고안한 장치. 담덕은 자신이 진짜 쥬신의 왕이 맞다면 하늘이 그걸 인정해줄 것이라며 칼 앞에 가슴을 열어제친다. 칼은 정확히 담덕의 심장을 꿰뚫지만 순간 신비로운 빛과 함께 담덕은 살아난다.

이런 일은 가우리검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호개(윤태영)에게 쫓기던 담덕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현고(오광록)의 신물이 빛을 뿜으면서 시간을 멈춰놓는다. 눈 한 번 깜짝할 그 순간에 담덕은 자신을 보호하다 죽은 절노부의 아들들을 가지런히 눕혀놓고 거기 멋진 글까지 남겨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이 정도라면 담덕은 그 누구도 죽일 수 없는 절대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환타지 사극은 절대적인 힘을 가진 자와 그런 능력이 없는 인간의 대결인가. 이렇게 보면 누구든 맥이 빠질 것이다. 이미 둘의 싸움의 결론은 정해져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왕사신기’의 대결구도가 팽팽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이 사극이 그리는 대결의 목적이 전쟁의 승리가 아니라 정치의 승리에 있기 때문이다. 담덕은 그 초인 같은 힘으로 호개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은 정치적인 승리가 아니다. 정치적 승리란 백성들의 지지를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환타지 사극이 그리고 있는 것은 태왕의 두 후보들이 서로 경선을 벌이는 것이다.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는 호개이다. 그를 따르는 병사들의 숫자가 그것을 말해준다. 백제와의 전쟁이 임박한 상황, 호개는 3만이 넘는 병사들을 그러모았지만, 담덕은 채 1만이 되지 않는 병사를 갖고 있다. 그러니 이 대결은 여전히 두고 볼만한 흥미진진한 양상을 띄고 있다. 물론 결과는 담덕이 이길 것이 분명하지만(모든 사극은 사실 결과가 나와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다.

정치인으로 호개와 담덕을 비교하면 그 색깔이 확연히 구분된다. 백제와의 전쟁을 토대로 확실한 인기몰이를 하려는 호개와 상반되게 담덕은 전쟁을 피하려 한다. 이유는 백성들이 다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백성들은 담덕의 그런 면을 겁쟁이로 손가락질 하지만 그렇다고 담덕이 거기에 대해 어떤 변명을 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그는 호개의 전쟁을 뒤에서 도우려고까지 한다. 거기에 대해 현고가 의문을 제기하자, 담덕은 오히려 이렇게 묻는다. “선생의 임금은 백성이 없어도 되는 임금이오?” 즉 호개의 군사들 역시 자신의 백성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정치적 대의뿐만 아니라, 이 사극은 경선 과정의 흥미진진함까지 다루고 있다. 담덕이 거물촌장인 현고와 절노부 족장을 통해 꾸리고 있는 것은 이른바 경선 캠프인 셈이다. 무엇보다 담덕이 먼저 ‘어느 곳의 소식이든 모르는 것이 없고 어느 곳이든 소문을 퍼뜨릴 수 있는’ 정보력과 언론을 가진 현고와 손을 잡은 것은 현대적 의미로 정치에서 얼마나 그것이 힘을 발휘하는가를 말해준다. 담덕은 이 베이스 캠프를 중심으로 차례차례 네 부족의 지역을 향해 세 몰이를 해나갈 것이 분명하다. ‘태왕사신기’는 태왕이 네 부족의 지지를 얻는 과정을 그린 정치적 행보를 다룬다.

따라서 이 환타지사극이 말하는 정치적인 메시지 또한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주제가 되는 담덕의 정치스타일을 통해 드러난다. 대장장이인 바손(김미경)을 찾아와 무기를 만들어달라며 담덕은 이렇게 말한다. “내 군사들이 다치지 않게 무기를 만들어줘.” 최고의 대장장이 바손은 그 말에 담덕의 베이스 캠프에 합류한다. 무기라 하면 누군가를 상하게 하는 도구이지만 담덕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누군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도구가 된다. 누군가의 피를 제물로 그 위에 서는 죽이는 정치를 하고 있는 호개와 달리, 담덕의 정치는 ‘살리는 정치’를 지향하고 있다. 인기정치와 남을 비방하는 정치가 판을 치고 있는 세상에 담덕의 큰 정치는 한번쯤 음미해 볼만한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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