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 시청자도 빠져드는 김남주의 진심 혹은 거짓

제목처럼 ‘안개가 자욱한’ 상황의 연속이다. 과연 그녀의 진심은 무엇이고 또 거짓은 무엇이며 만일 거짓이라면 왜 그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에서 차량사고로 죽은 케빈 리(고준)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고혜란(김남주)은 참고인이 피의자처럼 취급되는 여론을 마주하게 된다. 청와대 대변인 제의까지 받고 있던 상황에서 고혜란은 대변인 자리는커녕 그가 하고 있던 ‘뉴스9’ 앵커 자리까지 위협받는다. 

그런데 이 고혜란이라는 인물이 가진 심경이 복잡 미묘하다. 그는 앵커 자리를 지키기 위해 또 그 이상의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심지어 그가 강태욱(지진희)과 결혼하게 된 것도 그가 가진 집안과 배경이 우선이었다. 결혼까지 이런 이유로 선택할만한 인물이라면 더한 일도 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인물이 바로 고혜란이다. 

그러니 죽기 전 고혜란을 성추행하고는 그 장면을 사진으로 몰래 찍어 협박했던 케빈 리의 죽음에 그를 의심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그는 경찰서에서도 또 남편 앞에서도 결백을 항변한다. 그래서 경찰서 바깥에 운집한 기자들 앞에 당당히 나서고, ‘뉴스9’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자신은 참고인일 뿐이라며 추측성 기사들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방송을 한다. 

그 정도라면 그의 결백이 확실해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방송에서 자신의 결백을 항변하는 고혜란의 모습을 보고는 남편 강태욱은 아내에게 이제 믿기로 했다고 말하고 자신에게 기대라고 한다. 그래서 남편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고혜란의 모습은 진짜 그의 결백과 억울함이 묻어나는 듯하다. 하지만 또한 데스크인 장규석(이경영)이 한 뉴스란 ‘팩트에 기반한 쇼’이고 고혜란은 역시 그걸 잘 안다는 말이 걸린다. 방송에서의 멘트는 자못 진지한 것이었지만 그건 과연 진심이었을까.

고혜란이 사망 전 차 안에서 케빈 리와 나누는 대화 역시 그의 진심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는 케빈 리에게 강태욱과 결혼한 건 사랑이 아니라 ‘필요’였다고 분명히 밝히고, 대신 케빈 리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걸 드러낸다. 차 안에서 케빈 리와 키스를 나누는 고혜란의 모습은 그래서 또 다시 그에 대한 의심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케빈 리에게 안겨 어딘가 무표정한 얼굴에서는 그것 역시 연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무엇이 진심이고 무엇이 거짓일까. 고혜란이라는 인물은 ‘미스티’한 느낌 그 자체를 보여준다. 진심으로 얘기하는 것 같지만 필요하면 누구에게도 거짓을 말할 것만 같은 성공에 대한 강박을 가진 인물이 그이기 때문이다. 아주 격이 있어 보이지만 자신의 앵커 자리를 노리는 한지원 기자(진기주)가 케빈 리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 걸 몰래 사진으로 찍어 몰아내는 술수에도 능한 인물이다. 

<미스티>라는 드라마는 그래서 이 미스터리한 속내를 좀체 드러내지 않는 고혜란이라는 인물이 온전히 이끌어가는 원 탑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고혜란을 연기하는 김남주라는 배우의 속을 알 수 없으면서도 때론 속물적이고 때론 우아하기까지 하며 때론 걸크러시가 느껴질 정도의 통쾌한 면모까지 보여주는 다채롭고 섬세한 감정 연기가 놀랍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아마도 <미스티>의 고혜란이라는 인물은 이 작품의 동력이면서도 또한 김남주에게 역대급 연기를 끄집어낸 작품으로 기억되지 않을까.(사진:JTBC)


'나가수', 노래자랑이 아닌 쇼인 이유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나는 가수다'에서 막춤을 추면 1등이다? 그 첫 번째 물꼬를 연 가수는 김범수였다. '얼굴 없는 가수'였던 그는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부르면서 박명수와 함께 춤을 추었다. 어딘지 막춤에 가까운 듯, 한편으로는 코믹하게 보이는 김범수의 춤은 관객을 열광시켰다. 청중평가단은 그에게 1위의 영광을 안겼다. 바비킴은 초반 부진한 성적을 내다가 신촌블루스의 '골목길'을 부르면서 1위를 차지했다. 이때 바비킴 역시 춤을 췄다. 그 후로 바비킴의 어딘지 술 한 잔 걸치고 덩실덩실 추는 듯한 그 막춤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춤의 바톤은 김경호가 물려받았다. 김경호는 박미경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부르며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추는 예상치 못한 춤으로 관객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긴 머리를 찰랑찰랑 흔들고, 어딘지 수줍은 듯한 몸 동작은 폭발적인 가창력과 반전을 이루면서 그를 단박에 '국민언니(?)'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윤민수다. 조금은 과도한 감정이입의 창법으로 일관해오던 그는 ADD 4의 '빗속의 여인'을 부르며 마치 비장의 카드를 꺼내듯 춤을 꺼내들었다. 그의 개다리춤은 청중들을 열광케 만들었고 그는 꿈에도 그리던 1위를 처음으로 차지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멋있다기보다는 웃음을 주는 이들의 막춤에 도대체 어떤 힘이 숨겨져 있어 추기만 하면 1등을 거머쥐게 만드는 걸까. 이것은 '나는 가수다'의 무대가 이제 어느 정도 대중들에게 익숙해졌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처음 이소라가 무대에 올라 '바람이 분다'를 조용히 불렀을 때, 눈물을 주르륵 흘리던 관객들은 진심이 담긴 노래가 가진 힘을 '나는 가수다'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나는 가수다' 무대에 이제 청중들은 적응이 된 상태다. 그들은 노래를 잘한다. 그 사실은 처음엔 놀라웠지만 지금은 당연한 어떤 것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렇게 노래만 잘 하는 줄 알았던 가수가 춤을 추면 어떨까. 물론 '얼굴 없는 가수'라고까지 불리던 그들이 추는 춤이니 거기서 프로페셔널한 멋진 춤을 기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딘지 어색하고 어눌하지만 춤을 통해 뭔가 다른 걸 보여준다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그것은 단지 자신의 가창력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청중들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을 내던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민수가 '빗속의 여인'의 첫 소절을 막 끝냈을 때 인순이가 한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드디어 쇼를 점점 알아가기 시작하는군요."

'나는 가수다'는 때론 성대대결이라고 부를 정도로 질러대는 고음과 소름끼치는 가창력의 대결 양상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인순이가 말하는 것처럼 '쇼'를 보여주려는 가수들이 있었다. '가창력 자랑(?)'에 지친 청중들에게 쇼는 흥겹고 즐거우면서도 그 자체가 가수들의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는 청중들에 대한 헌사라는 기분 좋은 인상을 만들었다. 물론 막춤과 순위가 어떤 하나의 법칙처럼 상관관계를 갖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가창력을 뽐내는 무대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 온전히 그 무대가 청중들을 위한 것이라는 '쇼'가 가진 인상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무시할 순 없을 것 같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지칭하듯, 가수의 또 다른 정체성은 못하거나 어울리지 않아도 청중을 위해 기꺼이 쇼를 할 수 있는 그 마음가짐이 아닐까.

'무한도전'과 프로레슬링은 뭐가 닮았을까

왜 프로레슬링을 볼 때보다, '무한도전'이 보여준 레슬링 특집을 보면서 우리는 더 열광했을까. 그것이 '무한도전'이라서? 아마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무한도전'의 인기 때문에 그들이 보여준 레슬링이 더 긴박하게 보인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물론 시뮬레이션된 동작들이고,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가는 이미 다 정해져 있는 것이지만, 거기에는 '쇼'를 넘어서는 '실제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레슬러들은 링 위에서 보여주는 경기 모습 이외에 그 이면에 놓여진 그들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은 시뮬레이션된 '쇼'를 하면서도 자신들이 하는 경기가 실제인 것처럼 보여주려는 경향을 갖는다. 그러니 그걸 바라보는 관객들은 (실제로 그 경기들이 쇼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마치 실제인 듯 보이려는 프로레슬러들의 동작에서 어떤 실감을 얻기가 어려워진다. 거기에는 실제상황은 안보이고 실제인 척 하는 '쇼'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거꾸로 접근했다. 일단 프로레슬링이 쇼라는 것을 그대로 다 드러낸 후, 그것을 연습하는 과정을 통해 그것이 쇼 이상의 진실을 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것. 그러자 프로레슬링이라는 경기는 비로소 진면목을 드러낸다. 시뮬레이션된 정해진 동작들을 감당해야할 육체적 고통은 진실이라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프로레슬링은 과거와 달리 프로레슬링이 쇼라는 것을 인정한다. 과거 1965년 튀어나왔던 '레슬링은 쇼'라는 말에 민감해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실감을 느낄 수 없었던 건, 이미 각인된 '쇼'라는 인식은 여전히 남아있는데다, 프로레슬링의 기술 자체가 가진 고통스러움과 위험성은 대중들이 잘 몰랐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링 바깥으로 카메라를 가져와서 보여준 것은 이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 아닌가. 그러니 그 몸이 겪을 고통의 느낌은 그대로 대중들에게 전달된다. 절대로 프로레슬링 같은 힘겨운 경기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이 몸을 날리고 링 바닥에 부딪칠 때마다 마치 우리가 겪는 듯 느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실제 경기를 통해 무엇을 보았는가 하는 점이다.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승패를 바라본 게 아니라 그 경기에서 기술을 던지고 합을 맞추는 '무한도전' 멤버들 전원을 응원했다. 정형돈, 정준하와 유재석, 손스타가 더블 매치를 할 때, 때론 정형돈의 이름을 외치고, 때론 유재석의 이름을 외치는 모습은 프로레슬링의 진짜 즐거움이 승패가 아니라 그 퍼포먼스 자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경기가 끝나고 상대편이었던 정형돈을 안은 유재석의 마음이 그토록 절절히 느껴질 수 있을까. 그러고 보면 흔히 한일전의 양상을 보였던 과거 프로레슬링의 승패에 대한 집착은, 어찌 보면 진정한 프로레슬링의 묘미와는 다른 이상과열 상태가 아니었을까.

프로레슬링은 쇼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짓은 아니다. '무한도전'은 엔터테인먼트 그 자체로서의 프로레슬링의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아마도 '무한도전'의 레슬링 특집이 우리의 프로레슬링에 어떤 영감을 주었다면, 그것은 프로레슬링이 좀 더 한국적이면서도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스토리를 경기에 부여해야 한다는 것일 게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와 프로레슬링은 모두 쇼지만 그렇다고 거짓이 아닌 '리얼'이라는 점에서 분명 공통점이 있다. 프로레슬링과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접목은 그래서 그만큼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된다.

'스타킹', 아주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쇼의 진화

1979년 MBC 인기 오락프로그램이었던 '묘기 대행진'. 인상 좋은 아저씨가 모자에서 연실 비둘기를 꺼냈다. 그 때마다 브라운관 앞에 앉은 시청자들은 탄성을 질렀다. 바로 1세대 마술사인 알렉산더 리, 이흥선 마술사다. 이 프로그램에는 송재철 관장이라는 초인간(?) 스타도 있었다. 그는 이륙하는 헬기를 80여 분 동안이나 멈추게 하고, 160톤짜리 보잉737기를 무려 38미터나 끌었다. 자기 배 위로 자동차를 지나가게 한다거나 입으로 자동차 끌기, 쌀 한 가마니 메고 달걀 위 달리기는 오히려 쉬워 보였다. 무엇보다 이 스타의 매력은 가끔 격파를 실패하기도 하는 그 인간적인 데 있었다. 볼거리만으로도 충분했던 시절, 이주일이 무대 위에만 오르면 강박처럼 "뭔가 보여주겠습니다"하고 말하던 시절, 이른바 쇼의 시대였다.

하지만 이흥선 마술사와 송재철 관장의 시대는 조금씩 저물었다. '묘기대행진' 같은 프로그램들이 묘기를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실제 서커스단과 곡예단은 조금씩 설 자리를 잃었다. 동춘 서커스단이 해체 위기에까지 갔던 것은 TV라는 매체가 매일같이 쏟아내는 엄청난 볼거리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특별한 볼거리가 너무나 많아지면서 쇼의 시대도 저물었다. 차돌을 깨고, 입으로 차를 끄는 차력이나, 비둘기를 모자에서 꺼내는 마술은 더 이상 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카메라가 일상 속으로 뛰어드는 마당에 '한정된 공간에서 무언가를 보여주는' 전통적인 쇼라는 형식은 힘을 잃었다.

이제 남은 건 보여주기 보다는 대화의 장으로서의 토크쇼와, 무대 밖으로 나가 현장의 리얼함을 스토리 형식으로 담아내는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전부다. 이런 시대, 말 그대로 '무언가를 보여주는' 쇼가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스타킹'이다. 물론 '스타킹'의 시작은 'UCC의 프로그램화'에서 비롯됐다. 특별한 UCC의 주인공들이 무대 위로 초대되어 자신들만의 장기를 보여주고, 출연진으로 앉아있는 스타들이 이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는 아이디어는,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의해 "이젠 나도 스타"를 외치게 된 달라진 세태를 제대로 포착해냈다.

하지만 과도한 경쟁의식에 의한 무리한 볼거리에 대한 집착은 이 프로그램의 훌륭한 초심을 흐려놓았다. 몇몇 아이템들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려진 것은 과도한 의욕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계속 식상하지 않은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논란의 논란을 거쳐 '스타킹'은 제작진까지 교체되는 수난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이 난관을 넘어서는 지점에서 '스타킹'의 달라진 면모가 드러난다. 그것은 한 때 우리 눈을 매료시켰지만 늘 반복적인 아이템과 비슷한 연출로 인해 사라져갔던, '무언가 보여주는 전통적인 쇼'의 현재적인 실험이다.

달라진 '스타킹'에는 과거 이흥선 마술사가 대중들의 입을 다물어지지 않게 했던 것처럼, 신세대 마술사 최현우가 출연해 출연진들이 가까이서 보는 와중에 동전을 둘로도 만들고 사라지게도 하는 마술을 선보인다. 그런데 과거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그것은 최현우 마술사 스스로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자신의 마술에도 어떤 이야기를 끼워 넣는다는 점이다. 똑같은 마술이라도 묵묵히 보여주기만 하던 시대에서, 이제 이 신세대 마술사는 출연진들과 대화를 나누며 마술을 선보인다. 때론 애프터 스쿨의 가희나 티아라의 효민이 마술을 보조하기 위해 무대 위에 올라서기도 하는데, 그녀들의 섹시한 이미지는 마술의 매력을 부가시킨다.

'특별한 볼거리'에 대한 범주의 확장 또한 특기할만한 점이다. 초창기 '스타킹'은 춤이라던가 노래, 웃음, 외모처럼 흔히 '무대 위에서의 특별함'을 소재로 한정지은 점이 있다. 이러한 외관에 집중하는 소재는 다름 아닌 '스타킹'이 비판의 불씨를 가지게 되었던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타킹'은 '일상 속에서의 특별함'으로 그 소재를 넓혔다. 약수터에서 돌을 손바닥으로 쳐 건강을 유지한다는 약수터 건강킹 봉화산 때려맨이나, 불편한 몸으로 그저 아들을 위해 엄마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출연했다는 '앉은 꽃 예숙씨', 그리고 일을 하다가 스티로폼 쌓기의 달인이 된, '평택 이반장' 같은 인물들은 바로 그 일상 속에서 발견한 특별함을 갖고 '스타킹'에 나온 인물들이다.

이러한 '일상 속의 특별함'이 쇼로서 가능한 것은 그것이 갖는 독특한 이야기성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나 '생활의 달인'이 다큐의 형식으로 그 독특한 이야기성을 통해 프로그램화되는 것처럼, '스타킹' 역시 이들의 이야기를 쇼의 형식으로 프로그램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획 아이템으로 '스타킹'이 신년과 함께 내놓은 '숀 리의 다이어트 킹' 같은 코너는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갖게 된 '스타킹'으로 인해 가능해진 것이다. 한정된 기간 동안 살을 빼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 이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아이템은 작금의 쇼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소소할 수 있는 일상이 이야기를 갖고 특별해질 수 있는 데는 '스타킹'만의 독특한 시스템 때문이다. 평범할 수 있는 일반인이 올라올 때, 스타들이 기꺼이 그를 보조해주는 조연역할을 자처하는 것은 '스타킹'만의 장점이었다. 하지만 달라진 '스타킹'은 그 영역 역시 넓혀가고 있다. 어린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배드민턴을 잘 치는 '리틀 이용대 추찬'이 나오자 실제 배드민턴 스타 이용대가 출연하고,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은 '고딩 파바로티 김호중'이 출연했을 때 국립오페라단 소프라노인 이지은이 출연하는 식이다.

게다가 이를 담아내는 제작진들의 연출에 대한 노력이 이 볼거리를 더욱 빛나게 해준다. 통상적인 카메라가 스튜디오에서 고정된 위치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스타킹'의 카메라는 끊임없이 무대를 휘젓고 다닌다. 스튜디오에서 ENG카메라가 유독 많이 활용되는 것은 그 현장감을 좀 더 생생하게 잡아내려는 제작진의 의도다. 심지어 스튜디오의 공간적 한계도 어떤 순간에는 무너져버린다. 스튜디오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스튜디오 천장에 닿을 듯한 스티로폼 16개를 들고 방청객석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을 굳이 찍는 장면은 스튜디오가 갖는 닫힌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엿보인다.

이것은 쇼의 진화, 혹은 생존을 위한 안간힘이다. 일반인과 스타 사이의 벽을 깨고, 비전문가와 전문가의 벽을 깨며, 그저 볼거리에 머물지 않고 그 속에서 적극적으로 스토리를 끄집어내고, 스튜디오의 한계를 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그들에게 남다른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스타킹'은 이렇게 이 시대의 쇼에 대한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쇼는 늘 그래왔듯이 여전히 재미있다.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566)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355)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8/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3,126,651
  • 376831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