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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 OST만 틀어놔도 확 달라지는 여행 이명세 감독의 를 1999년 개봉 당시 봤던 분들이라고 해도 그 영화 속 줄거리들을 줄줄이 꿰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들이 있다.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 철길에서 안성기와 박중훈이 치고 박던 장면들이 그것이고, 추적추적 내리며 빗 속 계단을 내려오는 안성기를 배경으로 흐르던 OST, 비지스의 ‘Holyday’가 그것이다. 듣기만 해도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노래, 그것도 영화의 한 장면과 연결되는 OST. 그 장면의 촬영지로의 여행. 실로 탁월한 조합이 아닐까. 이 이른바 ‘OST로드’를 따라가는 여행을 제안한 것은 그것이 가을의 감성과 너무나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 이미 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옛 노래와 함께 하는 여..
‘M’의 작품성과 상품성 이명세 감독의 ‘M’에 대한 반응이 양극단으로 엇갈리고 있다. 한편은 이 기존 내러티브 형식을 파괴한 영화의 시도를 참신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반면 다른 한편은 관객을 지독한 혼란 속에 빠뜨리는 이 영화를 감독 자신의 과잉된 자의식의 산물로 보는 쪽이다. 무엇이 이렇게 엇갈린 반응을 만들었을까. 내러티브 vs 비내러티브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내러티브의 세계다. 내러티브는 일정한 시공간에서 발생하는 인과관계로 엮어진 실제 혹은 허구적인 사건들의 연결을 의미한다. 즉 현실에 있을 법한 그럴듯한 세계가 우리가 영화를 통해 익숙하게 봐왔던 것들이며, 보기를 기대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M’이 그리는 세계는 내러티브의 세계만이 아니다. ‘M’은 꿈이라는 공간을 시각적으로 그려내..
무의식의 미로 속에서 찾은 소중한 기억 누구나 무언가 소중한 기억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 삶은 채워지는 만큼 비워내야 하고 그 비워낸 것은 기억 저편으로 잊혀지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그 잊혀진 기억들은 정말 영원히 사라진 걸까. 아니다. 그것은 저 무의식의 어두운 창고 속에 숨겨져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의식이 잠을 자는 순간 작은 틈새를 타고 창고를 빠져나온다. ‘M’은 바로 그 무의식의 창고 속에 숨겨져 있던 첫사랑을 안타깝게 대면하는 영화다. 빛과 어둠으로 포착한 몽환의 세계 영화는 최연소 베스트셀러 소설가 민우(강동원)의 1인칭 시점으로 그의 무의식을 따라간다. 그러니 영화 속에는 세 가지 차원이 겹치게 된다. 그것은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무의식과 의식이 혼재된 소설이다. 이 세 차원이 겹치는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