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음악 듣는 귀를 살려낸 비결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2006년 한 가수가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올랐다. 그녀는 노래를 하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꿈은 이루어진다. 노력하는 자한테만. 여러분, 꿈을 꾸십시오. 꿈을 이루십시오. 그리고 꿈을 지키십시오. 그리고 꿈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시작된 '거위의 꿈'. 바로 인순이가 재발견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음악 자체에 푹 빠진 채 노래를 열창했다. 그러다 "이 무거운 세상도-"에서 자기도 모르게 그만 짧은 순간 음을 놓쳤다. 감정이 북받쳐 올라서였을 것이다. 그 노래를 하는 그 때 그녀는 이 짧은 노래 속에서 수십 년 간 '자신을 묶어두었던 무거운 세상'을 느끼는 듯 했다. 차마 눈물을 보이지 못해 담담히 인사하고 불빛이 쏟아지는 무대 밖으로 나갈 때 언뜻 눈물을 훔치는 그녀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잡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게시판에 호평이 쏟아지고 그녀의 동영상은 인터넷에서 여기저기로 퍼 날라졌다. 인순이는 과거에도 그렇고 그 때도 그랬으며 지금도 그런 놀라운 가창력의 가수다. 하지만 그 무대 이전까지 인순이는 평가절하 되어 있었고, 그 무대에 선 이후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시작했으며 그 후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아이돌이나 힙합 가수들과 함께 무대에 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가수가 되었다. 도대체 뭐가 달라진 걸까.

많은 사람들이 음악은 작곡가나 작사가 혹은 가수 그리고 프로듀서에 의해 성패가 갈린다고 생각한다. 즉 그들에 의해 음악은 완성되고 그것을 우리는 선택해 듣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모든 예술이 다 그러하듯이 음악 역시 그 완성은 대중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만들어지는 소리와 음과 비트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그걸 듣는 귀다. 인순이의 노래가 달리 들린 것은 노래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다. 그걸 듣는 대중들의 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인순이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래서 더 집중해서 그녀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그러자 늘 배경음악처럼 훅 지나가버리던 음악은 대중들의 귀에 꽂히기 시작했던 것이다.

라이브 무대에서 들으면 깊은 감동이 몰려오다가도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듣게 되면 그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물론 그 라이브가 주는 직접적인 음향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TV라는 공짜 미디어가 갖는 산만한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일단 돈 내고 음악을 들으러 극장에 가는 사람은 이미 그 귀가 준비되어 있지만, 그저 틀어놓으면 흘러나오는 TV 음악 프로그램에 귀는 좀체 준비하려 들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의 성공을 얘기하면서 우리는 흔히 중견 가수들의 놀라운 가창력을 말한다. 맞는 얘기다. 이 오디션 형식의 무대는 중견 가수들조차 잔뜩 긴장하게 만들어 그 집중력을 높여놓기 때문이다. 곡에 대한 해석이 과감해지고, 짧은 시간 동안 혼신을 다해 부르는 그 무대에서 가수들의 가창력은 더 도드라져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가창력만큼 중요한 것은 이들의 노래를 집중해서 듣게 만드는 프로그램의 힘이다. 본 경연이 시작되기 전, 서로의 심경이나 그간의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당일에 차에서 내려 자신의 대기실에 대기하면서 갖는 긴장감을 포착하면서 서서히 집중력을 높여놓는 이 프로그램의 전반부는 그래서 경연 무대 그 자체만큼 중요하다. 또 경연 중간 중간에 삽입되는 가수들의 반응과 관객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들이 느슨해지고 흐트러질 수 있는 TV라는 매체의 긴장감을 끌어올려 끊임없이 대중들로 하여금 음악을 들을 준비를 하게 만들어준다.

사실 중견가수들의 무대는 늘 있어왔다. 즉 '콘서트 7080'이나, '열린 음악회',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프로그램은 늘 중견가수에 열려 있었다. 하지만 그 무대가 '나는 가수다'만큼 파괴력을 보이지 못한 것은 가수도 있고 노래도 있었지만 대중들의 귀를 준비시키는 프로그램의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듣는 음악을 지향하던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라라라'나 '스페이스 공감' 같은 프로그램이 그랬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자정에 편성됨으로써 대중들의 주목에서 멀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가수다'가 성공한 비결은 바로 이 프로그램 형식을 통해서나, 편성시간대를 통해서나 대중들의 TV를 통해 음악을 듣는 귀를 되살려놓은 것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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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나의 이미지에 맞춰진 음악 프로그램, ‘이하나의 페퍼민트’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자리에 ‘이하나의 페퍼민트’가 들어섰다. 꽤 오랫동안 지속되어왔던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분위기에 익숙해졌었던 분들이라면 ‘이하나의 페퍼민트’가 낯설게도 느껴졌을 것이다.

가장 다르게 다가온 것은 분위기가 훨씬 차분해졌다는 점이다. ‘러브레터’가 윤도현의 록커로서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프로그램 속으로 가져와 좀더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연출했다면, ‘페퍼민트’는 이하나 특유의 엉뚱하면서도 귀엽고 또 한편으로는 차분한 이미지를 프로그램 속으로 끌어들였다.

이러한 이미지는 그대로 무대의 변화로도 연결되었다. 록커로서의 윤도현과 어울리는 ‘러브레터’의 넓은 무대는 통기타를 들고 분위기 있는 노래를 조분조분 들려줄 것만 같은 이하나와 어울리는 소극장 분위기로 바뀌었다. 서서 진행하는 윤도현과 앉아서 얘기하는 이하나도 이 무대 분위기와 같이 달라진 점이다.

게스트에 있어서 달라진 점을 찾기는 어렵다. 때론 감미롭고 때론 힘에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온 박효신, 환상적인 기타의 선율을 느끼게 해준 이병우, 늘 생동감 넘치는 무대매너를 보여주는 이승환, 그리고 엉뚱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가진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까지 다채로운 장르를 한 무대 위에 세우는 그 방식은 동일했다.

물론 음악전공자로서 실제로 노래도 하고 연주도 하지만 프로가수는 아니라는 점은 윤도현과 확실히 차별화 되는 지점이다. 윤도현의 진행이 기본적으로 음악 자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에 깔고 들어간다면 이하나는 오히려 관객의 입장으로서 같은 눈높이에서의 질문을 던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하나는 아마도 첫 회여서인지 아직까지는 적응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진행자로서 주도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때론 지나치게 웃으면서 탄성을 흘리다 진행을 놓치는 부분은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다. 첫 회라지만 보는 이를 불편하게 할 정도의 어색함은 분명 수정되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이하나가 가진 순수한 면모는 그대로 살려야 할 것이다. 혹자는 오히려 어색함이 이하나의 매력이라고도 말할 정도이니 말이다. 게스트들은 여전히 그 선정이 균형 잡혀 있고, 무대도 이하나를 위해 준비가 끝났다. 또 아직 긴장해서인지 매력이 드러나지 않지만 최소한 그 순수한 면모는 확인한 셈이니 확실히 이하나의 출연이 프로그램의 차별화를 만들 가능성은 보인 셈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하나가 자신감을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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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크리스마스 밤, KBS에서 특집으로 방영된 ‘효리의 아주 특별한 선물’은 침체된 가요계를 위한 ‘특별한 선물’이 될 법하다. 그것은 침체된 가요 프로그램의 어떤 대안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런 표현이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된다면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 적어도 그 프로그램에서 ‘가수들은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었다고.

처음 출연한 가수는 발라드의 황태자, 신승훈과 발라드의 왕자, 성시경. 성대모사에서부터 서로의 창법 흉내내기까지 그들은 서로의 가창력을 뽐내며 노래만으로도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억지웃음이나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는 보이지 않았다. 오직 가수로서의 진지함이 그 자리를 즐거움으로 채워주었다. 이어지는 개그콘서트, ‘뮤지컬’코너 팀들은 웃음과 뮤지컬이 얽혀진 무대를 선사했다. 그리고 이어진 SG워너비의 무대. 특유의 열창에 이어 다시 인순이라는 열정 가득한 가수로 인해 무대는 풍성해졌다. 프로그램은 그걸로 끝. 어찌 보면 단순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충분한 만족감을 주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거기에는 ‘가수들이 노래를 한다’는 단순함이 주는 감동 때문이었다.

간단한 이야기지만 가수들은 노래를 할 때 가수다. 가수들이 노래를 하지 않고 연기를 하고, 개그를 할 때 그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무너뜨리게 된다. 그러나 요즘은 이 간단한 이야기가 간단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지난 MBC 생방송 100분 토론에서 제기된 ‘위기의 가요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디지털 음원이 그 문제의 바탕을 제공했고, 여기에 가수들의 엔터테이너화는 노래의 쇠퇴, 음악영역의 획일화 등으로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런 총체적인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대중음악의 질적 하락, 그로 인한 시장 침체가 반복되었다.

가수 탓, 디지털 음원을 갖고 있는 이동통신사, 유통사 탓, 상업적으로만 무장한 제작자 탓하며 ‘누구 탓’으로 돌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음반계가 불황이라고 해도 가수들이 노래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몇몇 순위 프로그램들이 생겼다가는 없어지고 하면서 현재 남아있는 것들은 KBS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가 전부이며, 라이브 형식의 가요프로그램으로 ‘윤도현의 러브레터’, ‘콘서트 7080’, ‘김동률의 포유’정도가 있다. 순위 프로그램은 공정성과 권위를 잃어버린 지 오래라 가수 홍보 프로그램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노래보다는 볼거리에 더 집중되는 것도 문제다. 가수들은 오히려 연예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래가 아닌 입담으로 승부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라이브 형식의 가요 프로그램은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순위 프로그램과 달리 이 프로그램들은 철저히 ‘노래하는 가수’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성공작으로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KBS2 TV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될 것이다. 가수들의 열창과 거기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관객들이 만들어가는 이러한 라이브 프로그램들은 실제로 음악을 음악으로 온전히 돌려주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가요계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순위 프로그램이 아닌 순수 라이브형 가요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시간대. 대부분의 이들 라이브 무대는 새벽에 열린다. ‘윤도현의 러브레터’, 밤 12시15분, 배철수가 진행하는 ‘콘서트 7080’ 12시30분, ‘김동률의 포유’ 12시30분. 노래하는 가수들은 전부 이 새벽 시간에만 볼 수 있는 것일까. 이 시간대를 저녁시간대 정도로 당길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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